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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fice Worker Who Sees Fate Chapter 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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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2) >

[충격의 13연패 누구의 책임인가?]

[강등된 브라이튼 떠날 선수와 남을 선수는?]

[악수가 된 시즌 막바지 감독 교체]

영훈의 눈앞에는 스포츠 지역신문들이 널부러져 있었다·

아마도 맥스 크롤리가 남긴 흔적들이리라·

연희와 결혼준비를 한창 하는 중에 어제 영국으로 온 HS그룹 임직원들 중 해주조선해양 기술자들은 포츠머스로 떠났고 영훈과 해주조선해양 특수선사업부 양준영 상무는 맥스 크롤리의 저택에 초대됐다·

양준영 상무는 이번 크루즈선 수주의 기술자들을 총 책임지는 위치에 있는 것과 동시에 영훈의 통역까지 맡고 있었다·

맥스는 영훈과 양준영 상무를 앉혀 놓고 커다란 와인과 와인잔을 들고 오더니 말했다·

“아마 자네한테 미리 이야기를 듣고 마음의 준비를 하지 않았다면 충격 받아서 쓰러졌을 지도 몰라· 로마네꽁띠 좋아하나?”

맥스는 양준영 상무에게는 형식적으로 인사하고는 계속 영훈에게만 말을 걸고 있었다·

“전 와인 모릅니다· 하지만 주는 건 아무거나 다 잘 마십니다·”

“나쁘진 않을 거야·”

로마네꽁띠 리쉬부르그를 내오며 고작 나쁘지 않을 거라 말하는 맥스 크롤리를 보고 양준영 상무는 내심 혀를 내둘렀다·

“그럼 잘 마시겠습니다·”

“전에 곁에 있던 아가씨는?”

“한국에 있습니다· 같이 오고 싶었는데 결혼이 코앞이라 한창 바빠서 올 수 없었습니다· 미안하다고 전해 달라고 하더군요·”

맥스는 양 상무의 통역을 듣고 놀라워했다·

“결혼이 코앞이라고? 이런··· 선물이 필요하겠군·”

“선물은 군산조선소에서 받은 걸로 치겠습니다·”

“그건 회사와 회사의 거래 아니었나? 난 개인 자격으로 자네한테 주고 싶은데?”

“정 선물을 주고 싶으시면 내년 시즌이 끝났을 때 결혼 1주년 기념으로 주시면 됩니다·”

“다시 프리미어리그로 복귀하면 선물을 달라? 그거 멋지군· 뭘 가지고 싶나?”

“전 아직 당신들처럼 부유한 삶을 살아본 적이 없으니 뭐가 좋은 선물인지 알지 못합니다·”

“내가 알아서 달라는 말이지? 좋네· 기대해도 될 거야·”

그는 소파에 털썩 주저 앉으며 마치 막걸리를 따라 마시는 것처럼 거칠게 마시고는 말했다·

“다음 시즌 봐야 할 예상 손실이 2천만 파운드(한화 약 300억 원)가 넘는다네· 이것도 작년 관중수를 유지한다는 전제로 한 계산이야· 만약 다음 시즌에 승격을 이뤄내지 못한다면 보유하고 있는 선수들 대부분을 내보내야 하겠지· 그럼 승격은 포기해야 할 테고· 그래서 내년이 아주 중

요해·”

“그 말은 현재 데리고 있는 선수들은 다 지킬 수 있다는 말이군요?”

“빅클럽에서 원하는 선수가 없거든· 어쩌면 이게 우리팀의 현실인지도 모르지· 빅클럽에서 원하는 선수가 하나도 없는 팀이라니··· 형편없어· 아주 형편없는 팀이야·”

“상당히 비판적으로 보시는군요?”

“강등당한 팀의 선수들이니까· 하지만 내 선수니까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거라고· 자네가 욕하면 가만두지 않겠어·”

“하하하! 알겠습니다· 그리고 전 선수 하나하나까지 지적할 생각 따위는 없습니다·”

“나야 해주면 감사한데 그게 조건은 아니었지· 아 토마스 맥킨지라는 사람을 아나? 3년 전에 도르트문트의 2군 감독인데···”

양준영 상무는 통역을 하면서도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이곳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크루즈선 건조를 위해 어느 정도의 협상이 있으리라 짐작하고 왔었기 때문이다·

이번 협상을 잘 마무리 짓기 위해 영국으로 오기 전 얼마나 공부했던가?

큐나드 크루즈 선사에서 보유하고 있는 선박들의 특성과 앞으로 크루즈선을 어떤 방향과 어떤 철학으로 건조하게 될지 수많은 브리핑 연습을 통해 익혀왔는데···

오자마자 큐나드 크루즈 사의 선주는 마치 옆집에서 놀러온 사람을 반기는 것처럼 와인과 안주를 대접하며 시종일관 축구 이야기만 하고 있었다·

이쯤되니 맥스 크롤리라는 선주가 발주를 하기 싫어 일부러 저러는 것인지 의심까지 했었다·

그런데 본사 최영훈 상무는 오히려 한 술 더 떠 맥스가 한 명 한 명 꺼내는 사진을 보고 이러쿵저러쿵 의견까지 내고 있는 게 아닌가?

선박 한 척의 가격이 최소 7천억에서 많게는 9천억까지도 볼 수 있는 상황에 이 둘은 오늘 만남의 목적을 아예 잊어버린 듯해 보였다·

답답하고 속이 터질 것 같았지만 양 상무는 차마 영훈을 밖으로 불러내지 못했다·

문제는 이게 시작이었다는 거였다·

“오케이! 그럼 움직여볼까?”

맥스는 이때부터 한국인 두 명을 데리고 투어를 다니기 시작했다·

본머스 쉐필드 도르트문트 뮌헨 발렌시아 사라고사···

근 일주일 내내 유럽을 투어했다·

그리고 그동안 크루즈선에 관한 이야기는 단 한 마디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답답한 양준영 상무가 도대체 크루즈선 계약은 어떻게 될 것 같냐는 물음에 영훈은 어깨를 으쓱이며 ‘잘 되겠죠’라는 말로 속을 더 뒤집어 놓기까지 했다·

그리고 투어 마지막 날 브라이튼으로 돌아온 영훈은 지금까지 만나고 다닌 사람 중 한 명을 찍어주었다·

“조던 마일스? 쉐필드 2군 감독이 지금까지 만난 사람들 중에 최고라는 말이지? 어째서?”

“이유는 묻지 마세요· 어차피 이해하지 못할 테니까· 이제 제가 할 일은 다 한 것 같습니다·”

영훈이 팔짱을 끼며 맥스의 대답을 기다렸다·

맥스 크롤리는 영훈이 지목한 사진을 한참 바라보다가 고개를 들었다·

“내가 스무살 때였나? 아버지에게 용돈을 받아서 처음으로 주식을 시작했어· 어려서부터 세계적인 투자자가 되는 게 꿈이었기 때문에 난 투자에 관한 서적도 많이 봤었고 많은 전문가로부터 조언도 받았지· 그런데 옆에서 내가 주식투자 하는 걸 본 여동생이 자기도 해보고 싶다고 하더

군· 고작 열 다섯 살짜리가 말이야· 웃기지 않나?”

“그럴 수 있죠·”

“그래서 아버지는 여동생에게 내가 받은 돈의 절반을 주셨지· 난 그 아이의 콧대를 눌러주고 실컷 놀려주려고 했었네· 게다가 그 녀석이 산다는 주식을 전해 듣고는 앞에서 한참을 비웃었더랬지· 요즘 자기가 맛있게 먹는 초콜릿이 있는데 그 주식을 사겠다는 거였어· 당연히 난 그 초콜

릿이 뭔지도 몰랐었고· 그런데 반년 뒤에 난 내가 받은 돈의 대부분을 날리고 말았네· 여동생은 어떻게 됐을 것 같나?”

“말씀을 듣고 있자니 꽤 수익을 올렸을 것 같은데요?”

“맞네· 당시 열 다섯 살인 여동생이 올린 수익이 백만 파운드(한화 약 15억 원)가 넘었어· 수많은 전문가들의 추천과 전문지식은 여동생의 초콜릿 앞에 무력했지·”

“하하하! 좋은 경험 하셨습니다·”

“그래· 내 생에 첫 패배였고 아직도 쓰린 기억이네· 지금도 여동생은 가끔 그 이야기를 꺼내 나를 부끄럽게 하니까· 좋아· 때로는 충분한 근거 없는 직감이 위대한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믿어·”

“1년 뒤 좋은 결과 있을 겁니다·”

“그래야 할 거네· 내 선택은 이곳 브라이튼 지역 주민의 미래를 결정짓는 것이기도 하니까·”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맥스 크롤리는 고개를 끄덕이다가 말했다·

“언제 주문하면 되지? 늦어도 11월을 넘기면 선박 인도시기가 늦어져서 손해를 볼 수도 있어·”

영훈이 양준영 상무에게 고개를 돌렸다·

양 상무는 기다렸다는 듯 말했다·

“현재 엘리자베스 호를 타고 견학중인 저희 직원들 말로는 8월부터 가능할 것 같다고 알려왔습니다· 생각보다 선내 직원들이 하나하나 세세하게 알려줘서 기술적으로 상당히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8월이라··· 그러지· 대신 다른 회사보다 기간을 여유롭게 주니 선박 인도는 기한 내에 이루어져야 하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사실상 어느 정도 기한이 늦어질 수 있다는 대답이었지만 어차피 시도할 때부터 각오한 바였다·

선주가 이렇게 지원해주는데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으니 이번 기회에 크루즈선 건조 기술을 완벽히 마스터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기도 했다·

“자세한 계약조건은 사람을 보내도록 하지· 아 그리고 정확한 결혼식 날짜는 어떻게 되나? 우리 딸이 한국을 궁금해하는데 마침 ATS 콘서트가 코앞이라고 하더군·”

“정말 오시려구요?”

“내가 거짓말을 하겠나?”

“오시면 영광입니다· 청첩장 영어로 찍어 보내드리기로 하겠습니다·”

“한국에서 결혼식까지 참석하게 되니 기대가 크네·”

이제 고작 36살의 쉐필드 2군 감독이었지만 영훈은 확신할 수 있었다·

복숭아와 자두가 만나 꽃을 활짝 피는 시기에 들어선 그는 별다른 노력을 들이지 않아도 대성할 운이었다·

게다가 침착하고 머리가 좋은데다 인망이 따를 사람이니 이보다 더 좋은 사람을 고르기는 힘들 것이리라·

다음 시즌부터 브라이튼의 성장세가 궁금해질 정도였다·

*

“이거 결혼 앞두고 바쁘실 텐데 어렵게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결혼을 사흘 앞두고서야 조재민 시장의 부탁을 들어줄 수 있었다·

영국에서 출장을 다녀오자마자 결혼 준비를 마루리하는 와중에 겨우 시간을 짜내서 잡은 스케줄이었다·

“아닙니다· 더 빨리 시간을 냈어야 했는데 회사 일로 정신이 없어서 이제야 뵙게 됐네요· 속으로 괘씸하다고 생각하셨죠?”

천보윤 의원은 예순을 바라보는 완숙에 이른 정치인이었다·

정치에 입문한지는 무려 20년이 넘었지만 3선밖에 못했다는 게 조금 흠이라고 할 수 있었다·

정치인으로서 나쁘지 않을 정도의 인자한 인상과 차분하고 선을 넘지 않는 언행들로 나름 인기를 얻고 있다고는 들었는데 영훈은 그에게 관심이 없으니 아직 그에 대해 아는 건 많지 않았다·

“아니에요· 기업인이 기업 일을 하느라 바쁜 건 당연한 거 아닙니까· 오히려 내가 미안하지요· 그런데 참 놀랐습니다· 이렇게 젊은 분이 HS그룹의 실세라고 들어서요· 듣자하니 입사한지 1년도 채 지나지 않았다고 들었는데···”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이거 겸손하기까지··· 하하하· 조재민 시장에게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대단하시다구요· 사실 전부터 송은채 회장님과의 만남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해도 상무님을 만날 수 있다면 성공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이루어져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가요? 그럼 어떤 이유로 절 만나고자 하셨는지···”

천보윤 의원은 먹이를 찾는 매처럼 매서운 눈빛으로 영훈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말했다·

“조재민 시장은 내가 10년 전부터 봐 온 친구예요· 가르쳐주지 않아도 태생이 정치인처럼 태어났는지 곧잘 배워서 키워볼 만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지요· 강주원 그늘에 있기는 했지만 마음은 나와 가까워서 내가 옆에서 많이 도와주고는 했는데 한 가지· 시야가 부족한 사람이었습니다·

정치인은 모든 게 부족해도 딱 두 가지만 있으면 크게 갈 수 있는데 하나가 국민의 마음을 객관적으로 보는 것과 대국을 넓게 볼 수 있는 시야거든요·”

“그런가요?”

“그 친구가 어느 샌가 갖지 못했던 시야가 생긴 겁니다· 갑자기 군산엘 가더니 군산조선소로 전국구 의원이 되어버렸네요? 그 친구는 그런 판을 짤 시야가 없어요· 그 판은 당신이 짜준 게 아닙니까?”

영훈은 호기심어린 눈빛으로 되물었다·

“그래서 의원님도 제가 판을 짜주길 원하시는 겁니까?”

“만약 내가 원한다면 어떻게 할 겁니까?”

“거절하겠습니다·”

“이유를 들을 수 있을까요?”

“옛말에 장사하는 사람은 정치인과 너무 가깝게도 너무 멀게도 지내지 말라고 하지 않았나요? 지금 충분히 가깝습니다· 더 이상 가까워지는 건 원치 않습니다·”

천 의원은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현명한 생각입니다만 그거 아십니까? 무진중공업이 차기 잠수함 사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습니다· 크루즈선 건조로 인한 해주조선해양의 부실한 재무를 약점 잡아 이번 사업을 따내겠다는 의도 같은데···”

그것만 가지고는 쉽게 따낼 수는 없으리라·

해주조선해양의 잠수함 기술에 대한 자부심과 자신감은 송유철 사장에게서 몇 번 듣기도 했었다·

다만 단순히 그게 전부는 아닐 거라는 게 문제였다·

“그런가요?”

“무진중공업을 비롯해 현재 HS그룹의 급격한 성장을 경계하며 보는 기업과 정치인들이 많아지고 있어요· 조재민 시장과 그대들이 아주 깊게 연결된 정황이 이번에 나오기도 했고··· 지금이야 수면 아래로 들어갔지만 언제 튀어나올지 알 수 없지요·”

“그걸 의원님께서 막아주시겠다는 겁니까?”

“하하 전 아직 능력이 없습니다·”

웃으며 손사래를 쳤지만 결국 그는 자신의 의도를 가감 없이 표현했다·

아직 능력이 없으니 키워달라·

그가 대통령감이냐 하고 묻는다면 아니라고는 할 수 없었다·

그와 악수를 하고 사주를 계산하고 나서 솔직히 많이 놀랐다·

다만 이게 맞는 것인지 그게 확신이 서지 않았다·

대권을 바라보지만 그릇이 부족한 정치인과 이제 막 날개를 펴려는 대붕(大鵬)·

그릇이 부족한 조재민 시장이었기에 도와주는데 거침이 없었다·

하지만 진짜 대권을 잡을 정치인이라면 욕심이 들어가지 않을 수 있을까?

쿵쾅거리는 심장과 왠지 모르게 더운 공기가 가슴을 죄어왔다·

영훈은 대답을 하지 못하다가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 지금···”

당황한 그를 보며 영훈이 입술을 깨물다가 말했다·

“힘이 없다고 하셨죠? 하지만 진짜 도움을 원하신다면 힘이 없을 때도 일을 만드는 능력을 보여주세요· 조재민 시장은 안 될 것 같은 일을 만들어 냈습니다· 그 다음에 진지하게 앞날을 고민해보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이만 먼저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예의가 아님을 알지만 그렇게 영훈은 도망치듯 자리를 벗어났다·

< 결혼(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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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fice Worker Who Sees Fate

Office Worker Who Sees Fate

Score 8.5
Status: Completed Released: 2022
A child born to become a shaman with the fate of putting the world in chaos. To let go of his greed and refuse god, he’s trying to become an ordinary office worker. Choi Yeonghoon, the one who can see destiny through physiognomy (face fortune reading) and fortune telling. Will he succeed in becoming an ordinary office wor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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