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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fice Worker Who Sees Fate Chapter 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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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끼를 노리는 자들(5) >

에토 세이치는 눈썹을 꿈틀거렸다·

분노의 눈빛으로 영훈을 쳐다보던 그는 급기야 자리에서 일어나 명패를 집어 들고 가야 오키노리의 어깨를 후려쳐 버렸다·

비명을 지르며 쓰러지는 그를 냉혹한 눈빛으로 몇 번이고 더 때리던 그가 잠시 숨을 고르다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는 헐떡이는 숨을 가라앉히기 위해 문밖을 향해 소리쳤다·

“물! 물 가져와!”

비서가 덜덜 떨리는 손으로 냉수를 가져다주자 그가 벌컥벌컥 마시고는 이번에는 컵을 가야 오키노리를 향해 집어 던지려고 할 때 영훈이 짜증스럽게 소리쳤다·

“뭐 하는 겁니까 지금! 내 앞에서 사람 죽이기라도 하겠다는 거예요? 내가 눈앞에서 사람 죽는 거 보고 가만히 입 다물고 있을 것 같습니까? 지금 저 사람이 당신을 폭력으로 고소하면 난 못 본 척하지 않아요·”

그는 유리컵을 쥔 손을 부르르 떨다가 내려놓고 가야 오키노리에게 말했다·

“나가 있어·”

바닥에 피를 흘리며 나뒹굴고 있던 가야 오키노리는 비틀거리면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그가 나가고 한동안 분노로 씩씩거리던 에토 세이치는 잠시 후 영훈에게 물었다·

“가야 오키노리는 감히 나를 고발하지 못할 겁니다· 아마 여기서 맞아 죽는다고 해도 당신을 곤란하게 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내 앞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것 자체가 날 곤란하게 한 겁니다·”

그는 영훈의 불만스러운 말에 또 눈썹을 꿈틀거렸지만 이내 표정을 가라앉히고 물었다·

“어떻게 알았습니까?”

“우리는 예전부터 가야 오키노리를 주시하고 있었습니다· 그가 석연치 않은 이유로 펀드에 회사 자금을 투자하기 시작한 이후부터 말이죠·”

“그래서 내 와이프와 그 짓을 하고 다니는 걸 알았다 그 말인가요?”

“맞습니다·”

그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가라앉히려고 노력했다·

그 살벌한 분위기에 오지환 부장은 절로 손에 땀이 흥건해짐을 느꼈는데 황당하게도 그의 보스인 최영훈 상무는 어쩔 거냐는 듯 평온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이었다·

에토 세이치는 번들거리는 눈으로 영훈을 노려보며 말했다·

“한국 기업이 니폰유센을 노리는 이유를 모르겠군요·”

“그렇게 말하면서 무진중공업에 니폰유센 회사 지분을 팔아 치우려는 이유는 뭡니까?”

“한국 기업이든 일본 기업이든 상관없습니다· 감히 내 여자를 건드렸으니 합당한 벌을 내리는 겁니다· 쓰러진 시체를 하이에나가 뜯어가든 바퀴벌레가 뜯어가든 난 상관하지 않아요·”

“그런가요?”

영훈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다 좋다·

노무라 홀딩스가 니폰유센을 팔아 치우려는 의도를 알아냈고 후쿠하라 아이의 도움으로 우호지분을 만든 것도 좋았다·

문제는 마쓰다 나오키다·

그의 사주를 보면 뭔가 큰 잘못을 해서 크게 곤란한 상황을 맞이해야 하는데····

어찌 보면 아무 상관 없는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영훈은 왠지 모르게 찜찜했다·

반면 에토 세이치는 누가 봐도 먹음직스러운 음식을 앞두고 딴 생각을 하는 영훈의 모습에 또 화가 끓어오르고 있었다·

게다가 누구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은 자신의 치부를 알고 있는 사람이니 그 모습이 더욱 고깝게 보인 것이다·

“지금 상황이 재밌습니까?”

“아 그런 건 아닙니다· 그냥 궁금한 게 있어서요· 뭐 그건 중요한 게 아니니 됐고 무진중공업에 노무라 홀딩스가 가진 니폰유센 지분을 넘길 겁니까?”

“말했다시피 그게 탐나면 더 큰 금액을 부르세요·”

“글쎄요· 전 백억 엔도 비싸다고 생각하는데····”

에토 세이치가 고개를 모로 꼬며 인상을 팍 찌푸렸다·

사실 3백억 엔도 이익을 생각하며 정한 금액이 아니었다·

그저 그 정도면 손해 보지 않고 회사를 쪼개버릴 만하다고 여겨서 그렇게 진행한 건데 백억 엔도 비싸다고 한다·

이건 정도를 넘은 개소리일 뿐이었다·

“지금 이 자리가 농담을 나눌 만한 자리라고 생각합니까?”

“전 비즈니스를 두고 농담을 즐기지 않습니다· 노무라 홀딩스에서 가지고 있는 지분이 27%라고 하셨나요? 글쎄요· 과연 내일 니폰유센의 27% 지분이 3백억 엔만큼의 가치가 될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그건 무슨····”

그때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오며 에토 세이치에게 귓속말을 했다·

에토 세이치는 깜짝 놀라며 영훈에게 소리쳤다·

“니폰유센이 대출 신청을 취소했습니다· 당신 짓입니까?”

영훈은 어깨를 으쓱였다·

“내 짓이 아니라 니폰유센 경영진의 뜻이겠죠·”

“큰 손실을 입은 니폰유센이 선박 유지와 주문 선박 인도를 위해서 현금이 필요한 건 당연한데 그걸 취소하는 경영진이 제정신이라고 보나요? 전부 당신의 짓 아닙니까?”

“물론 제가 조금의 의견을 내기는 했죠· 그럼 이제 이해가 가십니까? 27%의 지분이 왜 백억 엔만큼의 가치도 없는지?”

그는 입술을 깨물었다·

“지금 니폰유센을 법정관리로 보내겠다는 뜻입니까? 내가 그냥 두고 볼 거라고 봅니까?”

영훈은 그를 빤히 바라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적당한 금액에 넘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면 협상을 해보려고 했는데 에토 세이치는 강경했다·

결국 영훈은 노무라 홀딩스가 가진 27%의 지분은 포기하기로 마음먹었다·

3백억 엔이면 회사 가치에 비해 결코 비싼 금액은 아니지만 아직 비밀무기를 가진 HS그룹으로써는 굳이 그 돈을 써야 할 이유가 없었다·

“그렇군요· 잘 알았습니다·”

“그대로 가겠다는 건가요?”

“서로 입장 차이가 명확한데 여기에 더 있을 이유가 없죠· 아마 고생 좀 하실 겁니다·”

“여긴 한국이 아닙니다· 당신들이 날 이길 수 있을 거라고 보는 겁니까?”

“다음 달이 되면 아마 생각이 달라져 있을 겁니다·”

영훈은 웃으며 에토 세이치의 방을 나갔다·

최영훈 상무가 방을 나가자 분노로 몸을 바들바들 떨던 에토 세이치는 급기야 자신의 방을 뛰어나가 가야 오키노리를 찾았다·

사장실 옆 작은 휴게실에 몸을 웅크리고 있던 가야 오키노리를 찾은 에토 세이치는 다시 그를 폭행하기 시작했다·

반 죽을 때까지 때린다는 게 뭔지 몸소 실천하던 그는 피가 묻은 자신의 구두를 닦으며 휴게실의 작은 의자에 앉아 말했다·

“내 아내를 어떻게 만나게 됐지? 거짓말할 생각하지 마· 이미 내 직원들이 네 뒷조사를 시작했으니까·”

가야 오키노리는 입안의 피를 뱉어내고 대답했다·

“노무라 호 홀딩스 자선기념 행사에서····”

“작년?”

“·······”

고개를 끄덕이는 그를 보며 에토 세이치는 피 묻은 구두를 닦았다·

“너 때문에 내가 얼마나 손해를 봤는지 알아? 니폰유센에 투자했던 지분이 당장 쓰레기가 되게 생겼어· 난 그걸 보면서도 제대로 힘을 쓸 수도 없게 됐고· 내 치부를 한국의 HS그룹이 다 알고 있으니 말이야· 차라리 일본 회사였다면 어떻게든 해보겠는데 그것도 아니니 완전히 병신이 된

기분이야· 이런 젠장! 내가 여기서 널 죽인다고 해도 분이 풀릴 것 같지가 않아· 알아?”

“죄송합니다·”

“죄송하다고 해결되는 일이 아니지·”

“제가 어 어떻게···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난 손해 보고 못 사는 사람이야· 네가 가진 모든 거 전부 나에게 가져와· 개인 명의로 된 부동산과 자동차 채권 주식 싹 다 나에게 바쳐· 그리고 네 펀드매니저인 애인까지·”

가야 오키노리는 부르르 떨었다·

하지만 여기서 대항했다가는 농담이 아니라 정말로 죽을 수도 있다는 걸 그는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무기력하게 고개를 숙였다·

*

임원 회의를 마치고 당장 일본으로 향했던 무진중공업 문태범 사장 역시 가장 궁금한 건 이것이었다·

“니폰유센이 갑자기 휘청인 이유가 정확히 뭐야? 우리가 모르는 이슈가 있었던 거야?”

채병진 상무는 잠시 손목시계를 바라보며 약속 시간을 확인하고 대답했다·

“일설에 의하면 니폰유센이 회사 자금을 펀드에 투자했다가 상당한 손해를 보았다는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그게 다야? 손해를 얼마나 보면 주 채권은행에서 지분을 팔아치우려고 해? 넌 그런 경우 봤냐?”

채 상무도 고개를 저었다·

“이번 경우가 확실히 특이하긴 합니다·”

“특이한 거래는 그만큼 이상한 거래이기도 해· 그럼 물건에 하자가 있다는 뜻도 되지·”

“하자가 어떤 하자냐에 따라 아주 못 쓸 물건도 되고 적당히 손봐주면 멀쩡한 물건도 됩니다·”

“이제 그 하자가 어떤 하자인지 알아보자고·”

문 사장의 말이 끝나고 5분도 채 지나지 않아 리소나 은행 도쿄지부장 마쓰다 나오키가 들어왔다·

그는 정중하게 90도로 허리를 숙였다·

“안녕하십니까· 리소나 은행 마쓰다 나오키입니다· 니폰유센에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반갑습니다· 무진중공업 문태범입니다·”

문태범 사장은 능숙한 일본말로 인사했다·

그는 일본어와 중국어 그리고 영어까지 4개 국어에 능통했다·

“사장님께서 직접 일본에 방문하신다는 연락을 받고 위에서는 귀사의 적극적인 대응에 감탄했습니다·”

“대략적인 조건은 전해 들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이해가 안 되는 게 있습니다·”

“노무라 홀딩스에서 니폰유센 지분을 파는 이유 말이지요?”

너무 솔직하게 나와서인지 문 사장이 흠칫 놀랐다·

“맞습니다· 그 이유가 어떻게 됩니까?”

“이거 참 말씀드리기 어려운 내용인데··· 믿기지 않으시겠지만 저 역시 위에서 니폰유센의 지분을 팔려는 이유를 완전히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네? 그게 말이 됩니까?”

“저 역시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니폰유센에 치명적인 문제가 생긴 건 아닙니다· 그건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지분을 획득하시면 회계사들 데리고 회사 장부 다 까보셔도 됩니다·”

그 자신만만한 모습에 문 사장은 혼란을 느꼈다·

“그럼 도대체 이유가 뭡니까?”

“정확한 건 아니지만 현재 니폰유센을 실질적으로 경영하고 있는 가야 오키노리가 노무라 홀딩스 경영진에게 아주 큰 실수를 저질렀다고 들었습니다· 몇 시간 전에 회사 건물에서 피투성이가 돼서 빠져나가는 그를 봤다는 소리도 나왔습니다·”

“피투성이요? 아니 무슨 야쿠자도 아니고····”

“이런 불미스러운 모습 보여드려서 참으로 송구할 뿐입니다· 그럼 이제 어쩌시겠습니까? 경영진은 이 상황을 빨리 매듭지기를 바라고 있기에 일본 외 회사에도 기회를 드리고 있습니다· 만약 선택의 시간이 길어진다면 더 빠른 결정을 내린 곳에 지분을 매각할 예정입니다· 이미 다수의

회사에서 흥미를 보였습니다· 다만 문 사장님처럼 무슨 숨겨진 악재가 있는 건 아닌지 눈치를 보고 있는 상황이지요· 사장님은 어떻습니까? 다른 회사들처럼 눈치를 보시겠습니까?”

3백억 엔에 니폰유센에 대한 강력한 영향력을 가지게 된다는 건 무척이나 매력적이었다·

“본사로 계약서 보내주시면 검토하겠습니다·”

“탁월한 선택입니다·”

문태범 사장은 불안한 마음을 애써 가라앉혔다·

아직 검토 단계일 뿐이고 결국 결정은 회장님이 내릴 것이다·

하지만 일이 잘못되면 회장님의 선택도 자신의 잘못이 될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절로 손에 땀이 차는 건 어쩔 수 없었다·

*

호텔로 다시 돌아온 영훈은 곧바로 해주조선해양 송유철 사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안녕하십니까 사장님· 저 최영훈입니다·”

[아 그래요· 무슨 일이에요?]

“다름 아니라 연말에 니폰유센에 가야 할 LNG선과 동일한 선박이 혹시 있을까요?”

[더 빨리 빼줘야 하는 건가요?]

“할 수 있다면요·”

[7월에 UAE에 인도할 LNG선이 니폰유센에 가야 할 선박과 동일합니다· 탱크용량이나 적용된 기술 모두 똑같습니다·]

“그럼 그거 7월에 빼줄 수 있습니까?”

[가능합니다· 7월 인도 선박도 원래 계약 기간은 내년 초였거든요· 조기 인도 보너스는 포기해야겠지만 말이에요·]

“잘 됐네요· 그 이상 얻는 게 있으니 아쉬워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직원들에게 일러 놓겠습니다·]

영훈은 전화를 끊고 오 부장에게 말했다·

“7월에 니폰유센에 LNG선박을 인도할 겁니다·”

“추가 대출이 없는 상태로 7월이면 선박을 인도할 자금이 없을 겁니다·”

오지환 부장은 처음부터 니폰유센을 벼랑 끝으로 밀어 넣는 최 상무가 잘 이해되지 않았다·

처음에는 회사를 부도 직전까지 몰아넣어 싼값에 회사를 얻으려고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건 너무했다·

“못 내라고 빨리 인도하는 거예요·”

“네?”

“부장님도 알고 있지 않습니까? LNG선을 수주받을 때 알려지지 않은 계약조건이 하나 있었습니다· 해당 LNG선을 인도할 때 현금이 없으면 니폰유센의 주식으로 받기로 했어요·”

“흠··· 계약 기간보다 일러서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텐데요?”

“잊었습니까? 지금 니폰유센 경영진이 누구 편인지?”

말도 안 되는 계획이라고 생각했던 오지환 부장이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바로 주식시세를 검색했다·

영훈은 그걸 보고 말했다·

“7월이면 니폰유센 그룹의 주가가 지금보다 얼마나 더 떨어져 있을까요?”

“적어도··· 절반 이하가 돼 있을 겁니다· 다만 후쿠하라가 공짜로 도와주지는 않을 겁니다·”

“니폰유센 그룹 계열사 중에 적당한 게 있나요?”

“NYK유통이라고 일본 내에서 상당히 큰 물류업체가 있습니다· 일본 내 점유율이 상당한 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작은 업체도 아닙니다· 비상장 업체고 현재 회사 가치는 백억 엔이 넘습니다·”

“그 정도면 만족하겠네요·”

“만약 그것도 부족하다고 거부하면····”

“거부하지 않을 겁니다· 그 정도로 뻔뻔한 여자라면 이미 처음부터 회사를 집어삼켰을 거예요· 그랬다면 우리가 더 힘들었겠죠· 아 그리고 지금쯤 가야 오키노리도 아주 어려운 상황일 겁니다· 그러니 부장님이 가서 잘 달래주고 협조해서 우리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마무리 짓게 도와주

세요· 적당한 선에서 먹고 살 수 있을 정도로 챙겨주시고·”

“니폰유센 그룹이 가지고 있는 자산 중에 법인소유 아파트와 리조트 몇 개 챙겨갈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좋네요· 거 참··· 아랫도리만 간수 잘했으면 그게 다 자기 건데····”

“그러게나 말입니다·”

오지환 부장은 의욕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김민희라는 끈을 잡았던 자신을 매우 칭찬했다·

< 토끼를 노리는 자들(5)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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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fice Worker Who Sees Fate

Office Worker Who Sees Fate

Score 8.5
Status: Completed Released: 2022
A child born to become a shaman with the fate of putting the world in chaos. To let go of his greed and refuse god, he’s trying to become an ordinary office worker. Choi Yeonghoon, the one who can see destiny through physiognomy (face fortune reading) and fortune telling. Will he succeed in becoming an ordinary office wor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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