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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fice Worker Who Sees Fate Chapter 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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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의 기억(3) >

이글거리는 눈빛이 바로 이런 걸까?

빼빼 마른 팔다리와 자글거리는 주름을 보면 걸어다닐 힘도 부칠 것 같았지만 그 눈빛만큼은 영훈조차 섬뜩함이 느껴질 정도로 활활 타올랐다·

죽기 전 마지막 혼을 불태운다는 회광반조가 이러지 않을까 싶었다·

“따님의 죽음이 영감님의 잘못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내 잘못이 맞다· 내가 죽인 게야·”

“그렇지 않습니다·”

“아니! 내가 죽였어! 내 욕심이 희주를 죽게 한 게야! 그러니 알아야 겠다! 내 업이··· 내 복수가 손자 인생에 악업으로 돌아올 것인지··· 그걸 알아야겠다·”

핏발이 서는 조치연을 보며 영훈은 일단 그의 흥분을 가라앉혀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러다가 복수고 자시고 이대로 쓰러지면 못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나이었으니까·

“일단 알겠으니 진정하세요· 그러다 쓰러지십니다·”

“안 쓰러진다· 아니 못 쓰러진다· 몇 번이나 쓰러질 뻔했지만 우리 희주 생각만 하면 꼼짝 못 하던 팔다리가 움직였다·”

“후··· 그럼 연화신녀 이야기를 좀 해주세요·”

“연화신녀와 무슨 관계냐?”

“영감님이 아실 것 없습니다·”

조금은 매정하다 싶을 영훈의 말이었지만 조치연은 가만히 영훈을 보다 말했다·

“아주 용한 점쟁이었다· 점을 많이 보지 않았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아예 한 마디도 하지 않을 정도로 그 성정이 대단했지만 재벌이고 정치하는 인간들이고 연화신녀를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더요·”

“그녀는 돈을 많이 탐하지 않았다· 오히려 말을 적게 하려고 애쓰는 것 같았지· 아 돈은 항상 같이 다니는 남자가 더 챙기려고 했다· 물론 난 그 남자가 원하는 만큼 돈을 주었고· 성정이 대단하다는 건 괴팍하다는 것과 다르다· 그녀는 점쟁이인데도 희한하게 항상 존댓말을 했는데 그렇

다고 유순한 것도 아니었다· 가만히 바라보는 눈빛인데도 난 그녀에게 내 속을 다 보여주는 것 같은 착각을 느꼈다· 그리고 네가 처음 들어오면서 날 바라봤을 때 그 눈빛이 그랬다·”

“그렇군요· 그땐 젊었나요?”

“연화신녀가?”

“네·”

“그랬다· 아마 마흔은 넘지 않았을 때였을 게다· 그녀는 날 한번 보고는 그동안 쌓은 재산 절반은 어려운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사채업을 딱 끊어야 한다고 했다· 지금까지 만났던 점쟁이들이 하나같이 돈을 더 벌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었는데 그녀만이 날 살려줄 수 있는 방법을 이야기

해준 거였지· 그리고 난 그 말을 무시했다·”

“그게 영감님에게 한이 됐군요·”

“그래· 그 이야기가 황당하고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었어도 우리 아이들을 위해 들었어야 했다·”

“그게 어디 쉽겠습니까?”

“쉽지 않아도 했어야 했어· 원래 인생이란 그런 거다· 남들이 하지 못하는 일 남들이 어려워 하는 일을 해내야 남들이 쉽게 얻지 못하는 걸 얻을 수 있는 거다· 연화신녀의 말을 행하는 건 어려웠겠지만 만약 그녀의 말을 들었다면 희주를 살릴 수 있었을 테지· 희주를 살릴 수 있다면 이까

짓 재산 절반 뭐가 아까울까? 난 연화신녀의 말이 거짓이라는 쪽에 베팅했고 그 베팅에 내 세상 절반을 잃었다·”

이토록 처절한 후회는 지금까지 본 적이 없었다·

“그럼 지금까지 손주 때문에 복수하지 않은 겁니까?”

“아니 내 욕심 때문에 복수하지 못했다· 복수를 하려면 내가 가진 장부를 넘거야 하는데 그건 내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근간이자 재산이다· 내가 가진 재산을 모두 던져야 복수할 수 있었어· 그런데 그 재산이 뭐라고 지금까지 장부를 잡고 끝내 던지지 못했다·”

“그런데 지금은 달라진 건가요?”

“이제 죽을 날이 가까워 오니 희주가 눈에 밟혀서 죽을 수가 없다· 그 아이의 한을 풀어주지 않고서는 내가 눈을 감을 수가 없을 것 같아· 그런데 마음을 다잡고 검찰에 장부를 가지고 가던 날 새아기가 손주를 가졌다는 연락을 해왔다· 희주가 죽고 계속 내 가슴을 옥죄어 왔던 연화신녀

의 말이 다시 날 붙잡았다”

영훈은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어쩌면 그 복수라는게 자신이 생각한 그것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장부만 있으면 복수할 수 있는 게 맞는 겁니까?”

“흥! 난 검찰 따위는 믿지 않는다· 장부는 그 새끼들을 검찰로 불러 들이기 위한 미끼일 뿐이다· 그 악마같은 놈들은 지 자식새끼가 밖에서 죽는 걸 뉴스로 보게 될 게다·”

영훈은 그제야 조치연이 왜 업을 두려워 하는지 깨달았다·

“누군가를 죽이려고 하시는군요?”

“내 아이가 죽었다·”

“어르신!”

“내가 죽어 희주가 돌아올 수 있다면 수백 번도 더 죽을 수 있다· 그런데 내가 수백 번을 더 죽어도 희주는 돌아오지 않아· 난 내 자신을 용서할 수 없다· 그리고 그 악마 같은 새끼들도 용서할 수 없다· 그 년놈들이 내 딸을 때려 죽였어! 그것도 자식새끼들이 엄마를 때려 죽였다! 이게 사

람새끼들이냐!”

“···”

이번에는 영훈도 차마 반박을 할 수 없었다·

이게 무슨 말 같지도 않은 패륜인지···

“그러니 한 마디만 해주면 된다· 내가 모든 걸 다 안고 갈 테니 아이야 너는 한 마디만 해주면 된다·”

영훈은 조치연의 처절하고 한 맺힌 부탁에 잠시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어머니였다면 무슨 말을 했을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답은 하나였다·

“어르신의 뜻을 알았으니 미안하게도 답을 드릴 수 없습니다·”

“이놈이!”

버럭 화를 내려는 그에게 영훈이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제가 대신 복수할 수 있게 해주시면 사주를 봐 드리겠습니다·”

“뭐라?”

“자고로 한 번 부자로 살다가 가난을 겪게 되면 그 고통이 무엇보다 큰 셈입니다· 누군가의 죽음이 어르신 자손에게 해가 가지 않을 수 있다고 믿는다면 처음부터 업이라는 걸 믿으실 필요도 없습니다·”

“그 이야기는 곧 손주에게 이 업이 간다는 말 아니냐?”

“사람의 운명이 어디 인과응보만으로 흘러가덥니까?”

“고얀 놈··· 난 이대로 눈을 감을 수 없다·”

“그러니 제게 일을 맡기세요· 자신의 이익만 아는 부자들에게 무엇보다 큰 고통은 그 부를 잃어버리는 것입니다· 손주의 운명을 알고자 한다면 제 말을 들으셔야 합니다·”

“···”

조치연은 가만히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

그 모습에 영훈은 다시 한번 대단한 사람임을 느꼈다·

복수하고자 하는 마음이 극에 달했기에 저 욕심 많은 영감이 자신의 모든 걸 던지려고 마음 먹었을 것이다·

그런데 눈물 한 방울 보이지 않고 있었다·

눈물이 메말라서가 아니라 복수하고자 하는 열망이 슬품조차 눌러버린 것이리라·

한참의 시간이 흐른 뒤에 눈을 뜬 그가 말했다·

“우리 희주가 고등학교 때 친구를 하나 데리고 왔었다· 난 한눈에 그 아이가 가난하고 어렵게 살고 있음을 알았지· 그리고 그 아이가 희주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알았다· 내가 그랬거든· 지독한 가난 때문에 어려서 친구를 사귈 때도 부자인 친구만 골라서 사귀려 했었다· 그래서 단박에

알아보았지· 나와 비슷한 부류라고 생각했거든· 내가 희주에게 뭐라고 했을 것 같으냐?”

“그 친구와 만나지 말라고 하셨겠죠·”

“맞았다· 그랬지· 그때 처음으로 희주가 내 말을 듣지 않았다· 내 마음을 알아주는 친구라고 말이야· 난 거머리 같은 친구를 내 딸 옆에 붙여둘 수 없었어·”

“혹시 그 친구가 남자였습니까?”

“여자였다·”

“성격 유별나신 건 알고 있지만 생각보다 더 유별나시네요·”

“흐흐··· 맞아· 유별난 걸 넘어서 괴팍하고 고약했지· 결국 강짜를 부려서 그 친구를 못 만나게 만들었다· 처음으로 희주가 애비를 원망하더구나· 괜찮았다· 사람의 감정이란 본래 슬퍼졌다가도 또 좋은 일이 생기면 금방 잊어버린다고 생각했거든· 그때부터 잘못됐던 게야·”

“···”

“희주가 처음으로 손주를 낳아서 나에게 보여주러 왔을 때 아를 안고 그렇게 좋아했었다· 세상 그리 예쁠 수가 없다면서··· 그때가 imf때였나? 다른 사람들은 다들 힘들어 죽겠다고 나자빠지는데 지만 이러 좋아도 되는 거냐고 그리 말했다· 그런데 그리 좋아하던 아들이 커서 지 어미를

때려 죽였는데 난 아무것도 몰랐다는 게 말이 되나? 세상 사람들 돈 없다고 하찮게 보고 비웃었는데 알고보니 내가 제일 등신이고 내가 제일 천치였다·”

“···”

“너는 답을 알고 있는 인생이 재미 없다고 했지?”

“네·”

“이래도 재미 없어 보이나?”

“그래서 인생은 고통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저저··· 스님 한 명 앉아 있네· 절간에서 자랐나?”

“예·”

“허··· 그래? 진짜로 절간에서 자랐어?”

“서른 넘어서야 산에서 내려왔습니다·”

“네 인생도 평탄하지는 않구나· 흐음··· 내 대신 복수해줄 수 있다고? 누굴 상대해야 하는지 알고 그런 말을 하는 거야?”

“누가 됐든지는 상관하지 않습니다·”

“상대가 누군지 중요하지 않다?”

“재산이 많든 적든 타고난 인생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하긴··· 나 역시 그랬지· 한 가지만 더 물어보세· 내가 죽기 전에 그걸 볼 수 있을까?”

영훈은 가만히 그를 바라보다가 말했다·

“사주를 불러보세요·”

“내 사주?”

“네·”

조치연은 기대에 가득한 표정으로 자신의 사주를 나열했다·

영훈은 머릿속으로 그의 사주를 단번에 계산해내고는 말했다·

“볼 수 있을 겁니다·”

“내가 언제 죽을지 알겠어?”

“네·”

그는 입을 달싹거렸다가 이내 다물었다·

대단한 인내력이다·

자신이 언제 죽을지 알겠다고 하면 단박에 물어볼 것인데 그는 가까스로 그걸 참아내고 있었다·

영훈이 물었다·

“왜 안 물어보십니까?”

“내 하나 남은 염원을 너에게 바라고 있는데 언제 죽는 걸 알면 뭐해? 내가 눈감기 전에 그것들의 절망에 가득찬 눈을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난 충분히 만족한다·”

“다행입니다·”

“자 이제 원하는 걸 말해봐·”

“없습니다·”

“없다고? 왜? 내 대신 복수해준다며? 죽음을 앞둔 늙은이 소원 하나 들어준 셈 치려고?”

“사람이 죽는다는 걸 알고도 참고 볼 수만은 없어서 그럽니다· 아마 연화신녀도 그걸 바라지 않았을 겁니다·”

“연화신녀는··· 아니다·”

조치연은 이번에도 궁금한 걸 물어보려다가 다시 입을 다물었다·

상대가 자신의 궁금증을 풀어주려는 마음이 없다는 걸 알고 있기에 쓸데없는 말을 입에 올릴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영감님은 확실히 상대방의 마음을 잘 읽으시는군요·”

“어린 놈에게 칭찬 들으면 좋아할 것 같으냐? 됐다· 그것보다 대가가 필요치 않다고 하니 말해두마·”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안방으로 들어갔다가 잠시 후 거무튀튀하고 두꺼운 책자를 가지고 나왔다·

그는 그걸 영훈에게 툭 던지듯 내려놓고 말을 이었다·

“지금까지 정·재계에 내 손이 안 닿은 놈 많지 않다· 여기에 있는 녀석은 네가 잘 관리하기에 따라서 네 수족이 될 수도 있을 것이야·”

“이건 필요 없습니다·”

“왜 필요없어? 이것도 없이 잡겠다고?”

“이걸 가지고 있으면 영감님 말씀대로 수많은 사람의 약점을 잡게 되겠죠· 그래봐야 저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이게 정말 엄청난 힘이 될 거라면 영감님이 왜 고작 이걸로는 복수할 수 없다고 했겠습니까? 절 시험하려고는 하지 마세요·”

조치연은 허탈한 듯한 미소를 지었다·

“허허··· 넌 정말 내 머리 위에 있구나· 고작 서른 넘은 어린놈이 내 머리 위에 있어· 그러니 인생이 무슨 재미가 있을까?”

“다행히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서로 알콩달콩 사는 재미는 얻었습니다· 그거 하나 보고 살고 있습니다·”

“잘 지켜라· 내꼴 나기 쉽상인즉· 뭐··· 어련이 알아서 할까만···”

“장부는 영감님이 때 되면 알아서 검찰에 넘겨주시든지 하세요·”

“정말 이 안에 뭐가 들었는지 궁금하지 않아?”

“제가 꼭 알아야 할 게 있습니까?”

“내가 이 장부로 놈들을 잡을 수 없다는 건 장부의 가치가 떨어져서가 아니라 내가 유일하게 손을 대지 못하는 곳이 검찰이기 때문이다· 검찰이라는 족속들은 조금 잘 배운 머슴에 지나지 않지만 그래도 자존심이 하늘을 찔러서 나 같은 사채업자에게는 머리를 숙이지 않거든· 주인을 가

리는 종놈이라 할 수 있지·”

“딱히 없다는 말씀이시군요· 나중에 제가 꼭 알아야 할 게 있다면 따로 알려주시면 됩니다·”

“허··· 이런 싸가지 없는 놈 같으니라고··· 알았다· 내 정리해보고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건 복사해서 넘겨주마·”

“알겠습니다·”

소파에서 일어나는 영훈을 보고 조치연이 미간을 찌푸렸다·

“내 손주 사주는 보고 가야지·”

“일이 끝나면 봐드리겠습니다·”

“내가 거짓말하고 손이라도 쓸까봐 그러냐?”

“영감님은 충분히 그러실 수 있는 분이시니까요·”

“··· 귀신이구나·”

“아 깜빡할 뻔했는데 저에 대한 이야기는 어디가서도 해서는 안 됩니다·”

“원래 비밀무기는 혼자 알고 있어야 힘이 되지· 당연한 말이다·”

“그럼···”

영훈이 인사하고 가려고 할 때 조치연이 입을 열었다·

“전쟁에서 얻은 전리품은 전부 네 것이다· 다 가지거라·”

영훈은 열망에 가득찬 조치연을 뒤로 하고 집을 나왔다·

< 돈의 기억(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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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fice Worker Who Sees Fate

Office Worker Who Sees Fate

Score 8.5
Status: Completed Released: 2022
A child born to become a shaman with the fate of putting the world in chaos. To let go of his greed and refuse god, he’s trying to become an ordinary office worker. Choi Yeonghoon, the one who can see destiny through physiognomy (face fortune reading) and fortune telling. Will he succeed in becoming an ordinary office wor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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