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Office Worker Who Sees Fate Chapter 186

You can change the novel's language to your preferred language at any time, by clicking on the language option at the bottom left.

< 하나가 쓰러지고 하나가 일어나다(1) >

성북동의 그 저택·

조치연이 머물고 있는 이곳은 이전의 어두컴컴했던 분위기와는 조금 달라져 있었다·

“어서오세요· 차 드릴까요?”

전에는 일하는 사람조차 없더니 이제는 앞치마를 두르고 있는 아주머니가 반겨준다·

송병창 사장은 조금은 의외라는 눈빛으로 대답했다·

“네 아무거나 주십시오·”

“얘 아무거나 잘 먹으니까 대충 손에 잡히는 거 하나 갖다줘·”

“알겠습니다·”

아주머니가 부엌으로 가자 송 사장이 말했다·

“진즉 사람 두고 부리지 그러셨습니까· 전에는 아주 을씨년스러워서 이러다 고독사 뉴스 나오는 거 아닌가 했습니다·”

“이놈아 내가 자식도 없는 늙은이냐? 내가 귀찮다고 내쫓아서 그렇지· 하도 귀찮게 굴어서 다 내쫓은 거야·”

“그런데 갑자기 사람은 왜 또 들이셨습니까?”

“조금 더 살아보려고 그런다·”

“거 보십쇼· 하마터면 송장 치를 뻔했지 않습니까·”

“어째 아쉽다는 눈빛이다? 왜? 내 송장 치르고 저축은행 홀랑 까먹고 싶었냐?”

“무슨 말씀을 또 그렇게 하십니까· 제 말은 큰일날 뻔했다 그 말이지요· 어르신 정정하신 건 알지만 그래도 연세를 생각하셔야죠·”

“이제 내 저축은행까지 사 가고··· 좋냐? 네 누나는 재벌 그룹 회장인데도?”

“흐흐··· 좋습니다· 누님이 대기업 회장이 됐다고 하지만 원래 형제 자매는 사실상 남 아닙니까? 제 손으로 작지만 금융기업을 하나 쥐었다고 생각하니까 요새는 기뻐서 잠도 잘 오지 않더라구요· 그런데 이상하게 피곤하지도 않습니다 흐흐···”

“좋다니 다행이다· 그런데 왜 아침 댓바람부터 찾아오고 난리야?”

“제가 또 어르신 스케줄 꿰고 있지 않습니까· 낮에는 주무실 때도 있을 테니 아침이 더 편하시죠?”

“이래서 오래 한 사람은 멀리 하지를 못해· 설명할 게 없거든· 그래 용건이나 털어 봐·”

송병창 사장은 차를 한 모금 마시고 입술을 달싹이다가 말했다·

“방배동에 주차장으로 놀리고 있는 부지 있잖습니까?”

“있지· 그거 왜?”

“그건 혹시 파실 생각 없으십니까?”

슬금슬금 눈치를 보며 말하는 그를 보곤 조치연이 콧방귀를 끼었다·

“흥! 기껏 아침 댓바람부터 와서 한다는 말이 땅 내놓으라는 거였어? 저축은행 도장도 안 찍었어 이놈아!”

“아니 어르신··· 그 좋은 땅을 왜 주차만 받고 계십니까· 그럴 거면 제가 멋들어진 건물 하나 올려서 어르신 호인 ‘경운’ 두 글자 딱 박아 드리겠습니다·”

“누가 들으면 지금까지 경운빌딩 한번 안 올린 줄 알겠다·”

“본인이 박은 거랑 남이 박아 넣은 거랑은 좀 다르지요· 제가 엄청 크고 근사한 돌에 경운빌딩이라고 딱 박아 넣겠습니다·”

“그놈의 주둥이는 그만 털고 얼마나 주고 사가려고?”

“80억 어떻습니까?”

“80억? 이거 이거 나랑 몇 년 안 보고 살았다고 날 뒷방 늙은이 취급하는구나· 어디서 5년 전에도 안 먹힐 가격표를 들이밀어?”

“어르신~ 저 돈 없습니다· 저축은행 산다고 가진 거 다 턴 거 아시지 않습니까· 게다가 50억 더 얹어야 판다고 하셔서 진짜 쌈지돈까지 털었습니다· 그러니 80억에 넘겨 주세요· 솔직히 그 땅으로 주차타워 세워서 주차비만 받아먹고 계시니 그것보다는 80억이라도···”

“안 돼·”

“어르신~”

“20억 더 붙여· 그것도 너니까 이 정도로 그치는 거야· 생판 얼굴도 모르는 남이었으면 150억에 달라고 해도 내쫓았을 거야· 알지?”

“크흠··· 어르신이 시세 대비 2배는 받으셔야 남는 장사라고 항상 말씀하신 거 지금도 가슴에 새기고 있습니다·”

“가슴에 새기고 있다니 20억 더 붙이는 게 내가 얼마나 양보한 건지 이해가 되겠구나·”

“···”

송 사장은 할 말이 없어 고개를 숙였다·

그 모습을 빤히 보고 있던 조치연이 물었다·

“그것보다 기왕 온 김에 하나 물어보자·”

“네·”

“너랑 같이 왔었던 그 녀석 어떻게 알게 된 녀석이냐?”

“최 서방이요?”

“조카사위라고?”

그는 안 그래도 예뻐하는 조카사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함박웃음을 지으며 입을 놀리기 시작했다·

“네· 어찌나 똑똑하고 눈썰미가 대단한지 말도 못 합니다· 저도 이 바닥에서 사람 한두 명 본 게 아니지만 어르신을 제외하고 인간 자체에 놀란 건 우리 조카사위가 처음이었습니다·”

“어떻게 놀랐는데?”

“처음에 제가 아는 분을 통해서 취직자리를 구하러 왔었습니다· 중·고등학교도 안 나오고 검정고시 출신에다가 군대도 안 갔다 와서 이거 사람구실이나 제대로 할까 싶었죠· 게다가 생긴 건 또 조금 맹하다고 해야 하나?”

“그래 세상물정 모르게 생겼지·”

“네 딱 그랬습니다· 뭐든 맡겨만 달라는 순진한 표정을 짓는데 이거 사고 한번 치는 거 아닌가 싶어서 그래도 일 좀 한다는 친구 옆에 붙였는데 글쎄 일을 황당하게 처리해 오는 거예요? 아직도 기억이 나는데 여편네가 돈을 빌렸다가 나자빠진 상황이라 강제집행으로 넘겨야 했습니다·

그런데 우리 조카사위가 그 여편네 다른 남편을 찾아줘서 대신 갚게 한 거예요·”

“허어··· 그래?”

살면서 별의별 꼴을 다 봤던 조치연도 황당해한다·

“초심자의 운이라고 뒷걸음치다 용케 하나 걸렸나보다 했는데 그 뒤로도 몇 번을 더 황당한 방법으로 돈을 갚게 하는 겁니다· 아무리 뒤져봐도 쌀 한 톨 나올 것 없는 집에서 현금다발을 들고 오게 만든다거나 대신 빚을 갚을 사람을 기가막히게 찾아내는 식으로요· 우리 조카사위가 제 회

사에 딱 한 달을 다녔는데 그 한 달 동안 회수한 채권액이 역대 최고였습니다·”

“사람 속을 꿰뚫어 보았구나·”

“네· 진짜 심령술이라도 할 줄 아는 건가 싶었습니다· 자기는 곧 죽어도 스님은 아니었고 철학만 공부했다고 하는데 독심술이라도 배워 왔나 싶었죠·”

“그런데 어떻게 대기업에 들어간 거야? 요즘 취업이 그렇게 쉽게 막 되는 게 아니잖아?”

“제가 우리 조카사위 자랑을 누님한테 좀 했는데 한번 시험 삼아 데리고 갔다가 그대로 상무까지 달아버렸더라구요·”

“뺏겨서 아쉬웠겠네?”

“아쉽기는 한데 원래부터 한 달의 기한을 딱 정해놓고 그 이상 일을 안 하겠다고 했었습니다·”

“왜?”

“더이상 배울 것도 없고 재미없다고 하더라구요· 하··· 참··· 다른 놈이 그 말하면 무슨 헛소리냐고 할 텐데 당시 조카사위가 그런 식으로 나오니까 제가 말리지를 못했습니다· 우리한테는 그 어려운 일이 당시 조카사위에게는 너무나 쉬운 일이었으니까요·”

“신기한 놈이네· 그치?”

“그런데 왜 조카사위에게 관심을 보이십니까? 그때 무슨 얘기를 하셨길래요?”

“그놈한테 못 들었어?”

“네 말 안 해줄 거라고 하던데요? 한번 입 다물면 고집이 보통 아니라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말았습니다·”

조치연은 잠시 숨을 들이키고 생각에 잠겼다가 말했다·

“그냥 부탁 하나를 했다· 하고 나니 귀신에 홀린 것 같기도 하고 참 묘했어·”

“무슨 이야기를 하셨는데 그러십니까?”

“넌 몰라도 된다·”

“말도 안 해줄 거면서···”

송 사장이 입을 삐쭉거리자 조치연이 못 들은 척하며 다른 이야기를 했다·

“내 부탁 하나만 들어주면 그 땅 주마·”

“예? 정말이요?”

“그래· 그것도 80억이 아니라 60억에 주마· 그 정도면 공시지가다·”

“어 어떻게··· 어떻게 하면 될까요? 말씀만 하세요 어르신·”

“별거 없다· 그냥 네 조카 사위 옆에서 잘 지켜보고 있다가 요즘 무슨 일을 하고 누구랑 만나는지 나한테 알려주면 된다·”

송 사장은 쉽게 대답을 못하고 눈만 껌뻑거렸다·

조치연은 별것 없다는 듯 손을 휘저었다·

“쓸데없는 걱정 하지 말고! 내가 네 조카사위한테 일을 맡긴 게 있는데 그게 잘 되고 있는 건지 궁금해서 그런다·”

“얼마나 궁금하기에 그러십니까? 한두 푼도 아니고 40억을 퉁칠 만큼 궁금하신 겁니까?”

“마음 같아서는 40억이 아니라 그 땅 공짜로 줄 수도 있다·”

“지 진짜요?”

“근데 공짜로 주면 국세청에서 가만히 있겠어? 그러니 그 정도만 받는 거다·”

송병창은 숨을 크게 들이쉬다가 말했다·

“혹시 말입니다 혹시···”

“혹시 뭐?”

“혹시 희주 일을 맡기셨습니까?”

조치연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나와 그 아이의 일이다·”

“어르신 저 그 땅 포기하겠습니다· 그러니 우리 조카사위에게 맡기신 일 취소해주십시오·”

그의 부탁에 조치연이 버럭 소리질렀다·

“네가 뭐라고 취소를 해달라 말라 해!”

“어르신··· 세영이 얼마나 위험한 곳인지 잘 아시지 않습니까· 어르신도 감히 못 건드린 곳이지 않습니까!”

“내가 무서워서 못 건드렸는 줄 알아?”

“안 건드리셨죠· 어르신 재산 지키고자 안 건드리셨던 거 아닙니까·”

“잘 아는구나·”

“그런 세영을 왜 우리 조카사위에게 맡기시는 겁니까?”

“내가 맡긴 일이 아니다· 네 조카사위가 기어코 자기가 일을 해결해보겠다고 나섰다·”

송병창 사장은 그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말도 안 됩니다· 우리 조카사위가 착하기는 해도 무르지는 않았습니다· 남의 일에 쉽게 끼어들 친구가 아닙니다·”

“네가 방금 말했구나 무르지 않다고· 내가 강요하면 네 조카사위가 벌벌 떨면서 하겠다고 할 놈이냐?”

“···”

“아니지? 그래· 네 놈보다 열배는 강단 있는 놈이다· 강단이 있다 뿐일까? 죽음을 앞둔 내 머리 꼭대기 위에서 놀려는 놈이다· 인생이 지루할 만큼 통달해 보이는 놈이 내가 강요한다고 할 놈이라고 생각해?”

“그럼 왜···?”

“더 이상 알려 하지 마라· 이건 나와 그놈 간의 약속이고 계약이다· 난 놈이 그 계약을 충실히 행하고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행하고 있는지 궁금해 미칠 지경이다· 마음 같아서는 그놈 옆에 찰싹 붙어 있고 싶은 심정이야·”

조치연은 말을 쏟아내고 잠시 차로 목을 축이고는 부엌을 향해 소리쳤다·

“성수댁!”

“예 어르신·”

“오늘 점심은 차릴 필요없어· 내 나가서 점심하고 사우나 들렀다가 올 테니까 저녁만 준비해놓으면 돼·”

“알겠습니다·”

송 사장이 급히 말했다·

“연세도 있으시면서 무슨 사우납니까? 그러다 쓰러지세요·”

“나 아직 안 죽는다· 그리고 적당히 조절하면서 할 거야· 늙은이 몸에서 쉰내 나서야 어디 사람 만나고 다닐 수 있겠어?”

외부활동을 전혀 하지 않았던 조치연이 사람을 만나고 다닐 거라고 했다·

조치연이 한창 활동하고 다닐 때가 무려 십년 전이었다·

가슴에 심장을 바꿔 달기라도 했는지 그는 거침없이 몸을 움직이려 하고 있었다·

자신에게 바라는 것 역시 대단하고 은밀한 정보를 얻으려고 저러는 것도 아니라는 걸 알았다·

같은 회사에 다니는 것도 아니고 삼촌과 조카사위 사이에 자주 만나봤자 얼마나 자주 만나고 다닐까?

땅을 달라고 하니 적당한 핑계로 싸게 주며 혹시라도 귓동냥이라도 하게 되면 오늘처럼 잽싸게 달려와 풀어놓아 달라는 말이었다·

“알겠습니다· 뭐라도 알게 되면 말씀 드릴게요·”

“진즉에 재깍재깍 대답할 것이지 늙은이 입 아프게 자꾸 말시키지 마라· 나이 먹으면 말하는 것도 기운을 써야 해·”

“그런 것치고는 원래 말씀이 많으셨잖아요·”

“따박따박 말대답은··· 나갈 거니까 앞장서·”

“어디 가시려구요?”

“말했잖아 나가서 밥 먹는다고·”

그제야 상황 파악이 된 송 사장이 냉큼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뭐 드시고 싶으세요?”

“몸 보신 좀 해야겠다·”

“자고로 몸보신은 장어만한 게 없죠· 기운을 너무 과하게 올리면 안 좋다고 합니다· 장어가 딱 적당해요·”

“장어 좋네· 가자·”

앞장서서 발걸음을 옮기던 송 사장이 문득 생각이 났는지 물었다·

“그런데 사우나도 저랑 같이 가시려구요?”

“시끄러! 내가 너랑 발가벗고 씻으라는 거냐?”

“난 또··· 어르신보다 제가 더 껄끄러워요· 그럼 사우나 앞에 모셔다드리고 저는 가면 되죠? 수행기사는 끝나고 나면 부르실 거죠?”

“그래라· 대신 너 나랑 저녁에는 어디 좀 가야 한다·”

“크흠··· 저녁에요?”

“왜? 싫으냐?”

“아니 그게 아니라··· 이제 저도 나름대로 약속도 있고 밑에 직원들도 있고 하니까···”

“그래? 그럼 땅은 필요없다 이거지?”

송 사장은 냉큼 말을 바꿨다·

“약속이야 변경하면 되고 직원들이야 저 없으면 더 좋아하죠· 사장이 눈치 없이 자꾸 자리 지키고 있으면 뭐합니까? 흐흐··· 그런데 저녁에 어디 가시려구요?”

“장례식장에 좀 가야겠다·”

“장례식장이요? 갑자기 누구 장례식장이요?”

“이경호 회장· 네 조카사위 부탁도 있고 옛 인연도 있고 해서 가보련다·”

< 하나가 쓰러지고 하나가 일어나다(1) > 끝

If you have any questions, request of novel and/or found missing chapters, please do not hesitate to contact us.
If you like our website, please consider making a donation:
Buy Me a Coffee at ko-fi.com or paypal
Office Worker Who Sees Fate

Office Worker Who Sees Fate

Score 8.5
Status: Completed Released: 2022
A child born to become a shaman with the fate of putting the world in chaos. To let go of his greed and refuse god, he’s trying to become an ordinary office worker. Choi Yeonghoon, the one who can see destiny through physiognomy (face fortune reading) and fortune telling. Will he succeed in becoming an ordinary office worker?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