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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fice Worker Who Sees Fate Chapter 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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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얽히고설키다(3) >

청담동에 위치한 UA타워는 요즘 돈 좀 있는 사람들에게는 꽤 핫한 장소다·

새로 지어진 지 얼마 안 되어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내관에 상당히 유명한 피부과 성형외과가 입점해있으며 미슐랭에서 별점을 받은 음식점도 몇 개나 들어와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연희가 이곳 음식점에서 예술품처럼 아기자기하게 나오는 음식들을 보며 감동을 하는 건 아니었다·

그런 것에 감동하기에는 이미 너무도 많은 경험을 해왔으니까·

그건 연희 맞은편에 앉은 송은진 실장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들에게 미슐랭에서 별점을 받은 음식점에서 식사한다는 건 그저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에 불백을 먹을지 돈가스를 먹을지 고민하다 돈가스보다 더 당기는 불백을 선택한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검지의 손끝 한 마디 정도에 불과한 작은 쿠키 조각을 입에 넣은 연희는 얼굴이 시큰둥해지며 말했다·

“생각이 참 빨리도 바뀌었네요? 언제는 그 땅에 석유라도 매장돼 있는 것처럼 팔아달라고 하더니 그새 마음이 바뀐 거예요? 아니면 신도시 계획이 취소라도 된대요?”

송은진은 어색하게 머리를 귀 뒤로 넘기며 말했다·

“이미 정해진 신도시가 취소되는 거 봤어? 그냥··· 가격이 너무 비싸니까 아빠가 무리해서 추진하지 말자고 하셨어· 미안~”

“나한테 미안할 게 있나? 그냥 말만 나왔다가 들어간 거니 미안해하지 않아도 돼요· 근데 난 그냥 궁금하네· 어째 언니의 그 말이 조금····”

“왜? 안 믿겨?”

“그렇지 않아요? 지금까지 누군가에게 부탁 한 번 해봤다는 말을 못 들었던 언니가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나한테 땅을 팔라고 했다면 그만큼 말을 꺼내기 쉽지 않았을 텐데 이렇게 쉽게 말을 돌린다는 게 쉽사리 납득이 안가잖아요·”

“쉽게 꺼낸 거였어·”

은진은 아이스크림을 한 입 떠먹으며 뻔뻔하게 말했다·

아닌 걸 뻔히 아는데도 저렇게 말하니 연희도 더 할 말이 없었다·

“쉽게 꺼낸 거였구나· 그럼 어쩔 수 없고요· 어쨌든 그 땅에는 관심이 없다는 거죠?”

“없다기보단 가격을 조금 디스카운트 해준다면 훨씬 더 진지하게 고려해볼 수 있다는 말이지·”

연희는 미간을 찌푸리다 말했다·

“그건 안 될 말이니 없던 걸로 해요· 어차피 우리도 팔 생각도 없었던 땅이니까 괜히 미안해할 필요도 없어요·”

“그래 대신 오늘 식사는 내가 살게·”

“그럼 언니가 불렀는데 나더러 사게 하려고 했어요?”

“어머 넌 어쩜 결혼해도 변하지를 않니? 여전히 말이 독하다·”

“결혼한다고 내 성격 어디 가겠어요?”

그렇게 재미없는 식사를 마친 연희는 회사로 돌아와 영훈의 방으로 들어갔다·

“나 그랜드백화점 송은진 실장 만나고 왔어·”

“땅 팔라고 했었던 거기?”

“응·”

연희는 입을 씰룩이며 기분 나쁜 표정으로 소파에 털썩 앉았다·

재빨리 민희가 차를 내왔고 영훈이 상석에 앉으며 물었다·

“뭐라고 했길래 표정이 그렇게 별로야?”

“땅 필요 없대·”

“그래? 그래서 표정이 그런 거야?”

영훈은 귀엽다는 듯 미소지었다·

석 달 안에 땅을 팔아달라는 사람이 셋은 되어야 그 땅이 가치가 있다고 했는데 고작 한 명이 물어봐 놓고 다시 그 말을 취소했다고 하니 연희가 기분이 팍 상했음을 짐작했다·

“난 또 거기에 뭐라도 더 들어오는 줄 알았지· 그런데 거기서 발을 쏙 빼버리네·”

“그래서 김이 팍 새셨구나?”

“괜히 좋아했네·”

입을 삐쭉이는 걸 보며 영훈이 물었다·

“그런데 왜 마음을 바꿨데? 비싸서?”

“응· 여기서 깎아주면 살 생각이 있다는 듯이 말하는 거야· 웃겨 누가 보면 우리가 땅을 사달라고 애걸하는지 알겠어·”

“가격이라는 말이지?”

영훈이 고개를 갸웃했다·

“왜? 오빠가 들어도 거짓말 같지?”

“가격이 문제일 수도 있겠는데 왠지 느낌이 그게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은 들어· 난 처음부터 하남 신도시에 백화점을 넣겠다는 것도 이해가 안 됐거든·”

“내 말이··· 그래 봐야 8천에서 1만 가구 정도였나? 거기다 백화점을 넣기에는 땅값에 건물 올리는 비용 생각하면 너무 리스크가 큰 것 같잖아·”

“뭐가 잘 안 됐나?”

“국토교통부 쪽을 좀 파볼까?”

영훈은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그러지 마· 안 그래도 요새 정치인이랑 붙을 일이 많은데 행여 공무원이랑 가까이했다가 나중에 뒷감당이 안 될 수도 있을 것 같아·”

그녀는 아쉽다는 얼굴로 팔짱을 꼈다·

“에이··· 마음먹고 알아보면 뭐든 나올 것 같기는 한데···· 우리는 몰라도 혹시 HS건설 쪽에서는 뭔가 알고 있지는 않을까? 오빠 HS건설 쪽에 하남 땅에 대해서 물어본 건 없지?”

“없지· 지금 건설 쪽 사람들 해외 프로젝트 때문에 정신없어· 하남에 땅이 있는지조차 까먹었을걸? 그런데 내가 고작 하남에 가지고 있는 땅값이 오를 것 같냐고 물어보려고 그 사람들 불러 앉히는 게 조금 그래· 그렇다고 내가 물어봤는데 모른다고 하고 관심 딱 끊을 수도 없을 거 아니

야·”

“그렇겠지· 오빠가 물어보는데 알 때까지 파고들어서 보고하겠지·”

“당장 팔아야 할 만큼 그룹에 자금이 없는 것도 아니니까 그냥 지켜보자·”

“알았어· 오늘 바빠?”

“저녁에?”

“응· 나 낙지볶음 먹고 싶어· 점심에 프랑스 레스토랑 다녀와서 그런지 저녁은 매콤한 게 당겨·”

“미안해서 어떡하지? 저녁에 이형준 상무랑 약속이 있는데·”

연희의 쌍심지가 확 치켜 올라간다·

“또 그 인간? 누가 보면 형제인 줄 알겠어?”

“상황이 그렇게 돼서 그래· 우리 낙지볶음은 내일 먹자·”

“싫어· 난 오늘 먹고 싶은데····”

“그럼 내가 최대한 빨리 갈게· 저녁에 집에서 시켜 먹자·”

“언제 들어올 건데?”

“9시··· 아니다· 8시 반?”

“칫··· 알았어· 나 그때까지 음식 시켜놓고 기다리고 있을게· 빨리 와야 해· 나 배고파·”

“알았어·”

집에 빨리 들어오라고 채근하는 아내의 모습이 영훈은 그렇게 예뻐 보일 수가 없었다·

*

“무슨 재주야? 그걸 어떻게 춘천으로 바꿨어?”

야당인 통일평화당의 당대표인 곽태호 의원은 도무지 알 수 없다는 눈빛으로 도수연을 쳐다보았다·

곽태호 의원은 뜬금없이 정부의 바이오산업 벨트 선정지를 문제 삼고 나온 도수연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남에 신도시가 들어가는데 바이오산업 벨트까지 들어가면 다음 지방선거에도 또 여당을 밀어줄 거 아니에요? 그럼 그걸 두고 보고 있어야 할 이유가 있어요?”

그녀의 말이 틀린 건 아니었다·

다만 야당 국회의원이 반대한다고 그게 쉽게 방향을 틀 수 있는 문제였던가?

그런데 도수연 의원이 나서자 벌써부터 바이오산업 벨트 선정지가 하남이 아닐 수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었다·

곽태호 의원이 놀라서 그녀를 부른 이유였다·

“아니 그러니까··· 내 말은 어떻게 바꿨냐고·”

“뭘 어떻게 바꿔요? 경기도에 이렇게 사업을 다 밀어주니까 경기지역에 인구가 몰린다고 제가 합리적인 근거를 들면서 설득한 거죠·”

합리적인 근거를 들어서 설명하면 정부가 쉽사리 방향을 바꾸던가?

당연히 그렇지 않았다·

저 여우 같은 여자는 당대표인 자신에게 어떤 방법으로 이걸 해냈는지 털어놓을 생각이 없다는 걸 알았다·

“흐음··· 장 의원이 좋아하겠네?”

“코만 파고 있는데 호박이 알아서 굴러들어왔으니 좋겠죠·”

춘천이 지역구인 장현수 의원은 도수연 의원의 말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바이오산업 벨트 선정을 눈앞에 뒀으니 아마 지금쯤 뛸 듯이 기뻐하고 있을 게 뻔했다·

아마 선정이 확정되면 지역구 주민들에게 이게 다 자신이 손을 써서 가지고 온 거라고 온갖 생색은 다 낼 게 뻔했다·

“장 의원이랑 대화가 된 게 아니었고?”

“의논해야 할 거리가 아니잖아요· 되면 무조건 좋은 건데 뭘 의논을 해요?”

같은 당의 사람이라고 다 아군이 아니다·

이런 큰 이익을 앞두고 의논 한마디 없이 선의로 일을 처리한다?

곽태호 의원은 도수연 의원이 말하지 않은 무언가가 있다고 믿었다·

“그건 그렇지· 도 의원 말이 맞아· 다 우리 당이 잘 되자고 하는 일인데 말이야· 그럼 이게 어떻게 될 것 같아?”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잘 처리되지 않을까 해요·”

“춘천으로 지정되는 데 문제가 없다는 말이네?”

“글쎄요·”

묘한 미소를 짓는 도수연을 보며 곽 대표가 고개를 미미하게 끄덕였다·

저 천년 묵은 여우가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으니 거의 확정된 거나 다름없었다·

무슨 수작을 부렸는지 궁금하기 짝이 없었지만 일단 곽 대표는 궁금증을 참았다·

“그래· 내 그렇게 알고 있을게· 당에서 일단 최선을 다해 공론화 밀어볼 테니까 걱정 말고· 이미 다 된 일이지만 그래도 야당에서 여론을 움직이면 국토부에서도 여당 눈치를 덜 보잖아· 안 그래?”

도 의원은 피식 웃었다·

“뭐 그렇게 하세요·”

공론화 밀어본다는 게 다 된 밥에 숟가락 하나 올리겠다는 말이라는 걸 그녀는 모르지 않았다·

어려운 일이나 여론전까지 밀어붙이는 거지 굳이 다 된 일에 자기 이름을 앞세워서 할 게 뭐 있을까·

하지만 그녀도 어차피 곽태호 의원이 가만히 지켜만 보고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뭐라도 하나 입에 물려줘야 입을 다물고 있을 테니까·

그녀는 그걸로 만족하기로 하고 당 대표실을 나왔다·

그런데 그녀의 보좌관이 전화기를 들고 급히 따라붙었다·

“의원님 전화 한번 받아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그녀는 귀찮다는 듯 여전히 빠른 발걸음을 죽이지 않았다·

“그냥 성북동이라고만 하는데 누구냐고 물으니까 그렇게만 전해주면 의원님이 알아들으실····”

보좌관은 하던 말을 멈추었다·

도수연의 걸음이 뚝 멈추었기 때문이다·

“성북동? 혹시 음성이 나이 많은 남자야?”

“네 나이 지긋하신 영감님 목소리입니다·”

“내놔· 후··· 그리고 나 따라오지 마·”

그녀는 그렇게 보좌관을 두고 걸음을 빨리해 자신의 차로 내려갔다·

전화가 끊어질 걱정은 하지 않았다·

역시나 차에 올라타서 전화를 확인하니 전화는 끊겨 있지 않았다·

“여보세요?”

[흐흐··· 오랜만일세·]

“목소리 들으니 정정함이 여기까지 느껴지네요·”

[왜? 내가 빨리 죽기를 바랐나보이?]

“그럴 필요 있나요? 저야 당신이 죽든 말든 신경 쓰지 않는걸요·”

[그럼 전화 받는데 왜 그리 뜸을 들였나?]

“거리낄 건 없지만 내 신분 잊었나요? 나 법무부장관까지 지냈던 대한민국 국회의원이에요· 그런데 한낱 사채업자 전화를 공개된 자리에서 받으라는 건가요?”

[이거 고마워서 몸 둘 바를 모르겠구먼· 그럼 법무부장관까지 지냈던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그래도 내 전화를 받아줬다는 건 어찌 해석해야 하나? 무서워서는 아닐 테고 궁금해서?]

“네· 10년간 쥐죽은 듯이 살던 당신이 왜 갑자기 나타났는지는 궁금하네요·”

[내가 살아 있을 이유가 하나밖에 더 있남?]

도수연은 코웃음을 쳤다·

“흥! 이래서 사람은 안 변한다니까· 아직도 망상 속에 살고 계시나?”

[흐흐··· 이봐 도 검사· 아니지 아니지··· 이래서 늙으면 죽어야 한다니까· 흐흐··· 이봐요 도수연 의원님· 목소리에 여유가 없구먼· 항상 여유가 넘치셨던 분이 말이야·]

“내가 말했죠? 당신 지난 일 파내고 싶으면 목숨 걸어야 해· 그때는 죽을 용기도 없었는데 이제는 용기가 생기셨나 봐요? 요즘 저승사자가 꿈에 나타나요? 그러니까 이제 한번 해볼 만할 것 같아요?”

[저승사자는 아닌데··· 아니 글쎄 옥황상제를 봤지 뭐야·]

“그 옥황상제가 당신 원을 풀어준다고 하던가요?”

[에이··· 그것도 쉽지가 않아· 세상 일이 참 쉽지가 않더라고· 이 나이를 먹어도 쉬운 게 하나 없어·]

“10년 만에 나한테 연락한 이유가 농담 따먹기 하자는 건 아닐 테고 뭐 때문에 전화했어요?”

[얼굴이라도 한번 볼까 해서·]

도수연은 웃음을 터뜨렸다·

“아하하하하! 이 영감이 진짜 미쳤나봐? 사채업자 주제에 누구를 감히 만나자 말자 하고 있어· 이봐요 조치연 씨· 우리가 오랜만에 얼굴 마주 보면서 식사를 할 만큼 끈적한 사이는 아니잖아·”

[그런가? 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내가 오해했구먼· 그런데 우리 도 의원이 머리가 굉장히 좋았는데 세월이 그 좋은 머리를 낡게 만들었나? 내가 10년 동안 집에서 똥오줌만 가리고 죽이나 먹으면서 여생을 보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도수연은 엄지를 입에 물고 깨물었다·

긴장하면 나타나는 그녀의 버릇이었다·

잠시 고민하던 그녀가 말했다·

“만나서 뭘 하자는 거예요?”

[이보오 도 의원· 세상은 참 신기하단 말이야· 빌어먹을 만큼 넓어서 헤어지면 평생 안 보고 살 것 같은데 생각지도 못한 막다른 곳에서 마주치게 만들지·]

“본론만 말해요·”

[누가 우리 도 의원을 만나고 싶어해· 나도 그 이유를 몰라· 단순히 청탁을 하려는 건지 도 의원의 팬인지 그저 눈에 한번 들려고 그러는지 말이야· 물어보지도 않았다네· 흐흐흐··· 내가 왜 안 물어봤는지 아나?]

“·······”

[물어볼 필요가 없었던 거야· 신이 나를 너에게 인도하는데 내가 이유를 알아서 뭐 하겠는가? 응? 하하하!]

그 찢어질 듯한 웃음소리가 그녀의 신경을 온통 곤두서게 만들었다·

< 얽히고설키다(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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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fice Worker Who Sees Fate

Office Worker Who Sees Fate

Score 8.5
Status: Completed Released: 2022
A child born to become a shaman with the fate of putting the world in chaos. To let go of his greed and refuse god, he’s trying to become an ordinary office worker. Choi Yeonghoon, the one who can see destiny through physiognomy (face fortune reading) and fortune telling. Will he succeed in becoming an ordinary office wor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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