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Office Worker Who Sees Fate Chapter 192

You can change the novel's language to your preferred language at any time, by clicking on the language option at the bottom left.

< 얽히고설키다(4) >

강남 도산대로에 위치한 고급지고 조용한 술집에서 형준은 고독하게 술을 들이키고 있었다·

멀리서 다가온 영훈이 그의 맞은편에 털썩 앉기 전까지 그의 얼굴은 세상의 고민을 혼자 다 짊어진 표정이었다·

“뭘 그리 죽상을 하고 있습니까?”

“어? 왔어? 술 뭐 마실래?”

“저녁도 안 먹고 무슨 술이에요? 저 빈속에 술 안 마시지 않습니까·”

“그럼 식사하러 옮길까?”

“아니에요· 빨리 들어가야 합니다· 와이프가 낙지볶음 시켜놓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형준이 똥 씹은 표정이 되었다·

“졸라 한결 같네· 너는 어떻게 해가 지나도 재수 없는 게 줄어들지가 않냐·”

“타고난 재주죠· 민희 씨랑은 잘 안 돼 갑니까? 왜 혼자 청승 떨고 있어요?”

“이렇게 술 마시는 것도 이제 얼마 안 남았다· 걔가 그러더라· 앞으로 룸싸롱 가다가 걸리면 손모가지 잘라버린다고· 어우··· 내가 과장한 게 아니야· 진짜 그렇게 말했어· 무슨 말을 그렇게 험하게 하냐?”

“그래도 여긴 룸싸롱은 아니잖아요?”

“젊은 여자가 와서 서빙해주는 것도 안 된대· 그럼 여기도 이제 끝이지·”

“싫으면 헤어지세요·”

형준이 무슨 소리냐는 듯 눈을 흘긴다·

“뭔 말 같지도 않은 소리야? 내 생전에 우리 아버지 앞에서 그렇게 눈 똑바로 보면서 할 말 다 하는 여자는 본 적이 없어· 아버지도 걔 앞에서는 어찌할 바를 모르시더라· 크크크··· 나 대신해서 아버지랑 싸워줄 여자가 있다니 정말 상상도 못 했다·”

영훈은 아직도 이세준 부회장을 아버지라고 부르는 형준을 보며 내심 안타까움을 느꼈다·

형준은 욕심이 많고 야심도 있는 사람이지만 그렇다고 정이 없는 사람은 아니다·

자신을 내치려는 아버지가 언제라도 마음을 돌린다면 그 역시 언제라도 마음을 돌려 다시 가족으로 아버지를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었다·

사외이사들을 포섭하며 반란을 준비했지만 아버지 앞에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당하고 있어 민희가 나설 수밖에 없게 만든 건 아직도 이세준 부회장을 아버지로 생각하고 있어서일 거다·

꾸중을 듣는 아들처럼 감히 대항하지 못하는 마음이 한구석에 계속 차지하고 있었던 게 분명했다·

“잡혀 사는 것도 감내하겠다는 태도네요?”

“그깟 잡혀 사는 게 대수야? 어차피 지금까지 원 없이 놀았어· 좀 잡혀 사는 것도 나쁘지 않지· 그리고 다들 이렇게 산다며? 그리고 너도 잡혀 살잖아·”

“전 잡혀 산다기보단··· 서로의 의견을 존중해주는 거죠·”

“지랄··· 누가 봐도 잡혀 사는구만·”

“크흠··· 그래서 어떻게 돼 가는 겁니까?”

형준은 온더락 잔에 담긴 술을 마시곤 입가를 훔치며 말했다·

“작은 아버지 마음이 아직 오락가락해· 분명 욕심은 나는데 우리 아버지 눈에 벗어날까 아직도 전전긍긍이야· 아는 거지· 이건 반역이나 마찬가지고 반역에 실패하면 지금 가진 것도 몽땅 뺏기게 될 수도 있다는 거·”

“에이~ 뭘 또 그렇게 비약적으로 표현합니까? 알아보니까 가진 재산만 수백억이던데요·”

“야 말이 그렇다는 거야· 수조 원짜리 재벌기업에 비하면 수백억 정도는 거지나 마찬가지지·”

“예~ 알겠습니다· 어쨌든 사춘기 소녀 마냥 아직도 마음이 살랑이신다? 작은어머니는요?”

형준은 작은어머니를 떠올리곤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

“작은어머니는 지금 전의에 불타올라 계시지· 지금 당장 전쟁을 선포하고 ‘진군하라!’를 외치고 계신다· 지금까지 어떻게 참고 사셨는지 몰라·”

“그럼 이세명 사장님만 문제인 거네요?”

“어· 작은아버지 마음만 확실하게 돌리면 일단 신영손해보험이랑 신영자산운용은 확실하게 손에 들어와· 신영자산운용 사장이 작은아버지하고 둘도 없는 친구거든· 그룹 지분력도 상당히 올라가고· 해볼 만한 싸움이 되는 건 확실해·”

“알겠습니다· 그럼 이세명 사장님하고 약속 좀 잡아주세요·”

“네가 한번 설득해보게?”

“네·”

“나야 좋지· 그런데 너 조심해라· 작은아버지가 우리 아버지 앞에서는 고양이 앞에 쥐처럼 굴지만 다른 사람 앞에서는 싹 달라져·”

“만나보면 알겠죠·”

“좋아· 조만간 약속 잡을게·”

“그럼 전 일어납니다·”

“벌써 가게?”

“말했잖아요 연희가 집에서 낙지볶음 시켜놓고 기다린다고·”

“그래· 가라·”

“상무님도 그만 청승 떨고 들어가세요·”

“갈 데가 없어· 갈 데가····”

허탈한 얼굴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그를 보며 영훈이 미간을 찌푸렸다·

“갈 데가 왜 없습니까? 사모님 돈 없어요? 지금쯤이면 집 구했어야지·”

“후··· 우리 엄마가 이왕 집을 새로 장만할 거면 마음에 드는 곳으로 가야겠단다· 그래서 일주일 만에 한남동 집 계약하고 지금 인테리어 중이야·”

“인테리어요?”

“그래 이 와중에도 인테리어는 포기할 수가 없으시단다· 졸라 웃기는 게 동생들도 거기에 동조하더라니까? 그래서 지금 다들 호텔에서 숙식하고 있잖아· 나도 오늘 자려면 호텔 들어가야 해·”

“속옷은 어떻게 갈아입고 옷은 어떻게 합니까?”

“속옷은 매일 사지· 그리고 호텔 로비나 1층에 양복점 있어· 거기에서 대충 맞는 거 사 입어·”

“와··· 그게 재벌들 스웩입니까?”

“새끼 너도 재벌이야· 돈을 안 쓰니까 어떻게 쓸지를 몰라서 그런 거지·”

“어쨌든 전 이만 가요· 정 심심하면 민희 씨를 불러보든가·”

“안 온단다··· 어찌나 바쁘신지 말도 못 해· 그러니까 적당히 부려먹어· 저렇게 밤낮으로 일하다가 쓰러지면 어쩌려고 그래?”

“·······”

영훈은 대답 없이 못마땅한 눈초리로 그를 쏘아보고는 얼른 가게를 나왔다·

막히는 도로를 겨우 통과해 집에 도착하니 정확히 8시 반·

연희는 신발을 벗고 들어오는 영훈의 품에 달려와 쏙 안겼다·

“5분만 더 늦었으면 가만히 안 뒀을 텐데 안 늦었네?”

“오면서 신호빨 잘 좀 받게 해달라고 기도하면서 왔잖아·”

“오~ 기도빨이 좀 받았나 봐?”

“아니 기도빨 받았으면 10분은 더 일찍 왔을걸? 이래서 내가 무교라니까·”

“크큭··· 난 그래서 종교를 가져볼까 봐· 혹시 알아? 내가 종교를 가지면 그 어설픈 기도빨이 좀 먹힐지? 나 배고파· 얼른 씻고 나와·”

연희는 영훈의 엉덩이를 툭툭 치며 안방으로 보내고 배달 온 낙지볶음을 익히기 시작했다·

씻고 옷을 갈아입고 나온 영훈이 식탁에 앉았을 땐 낙지볶음이 적당히 맛있게 익은 상태였고 두 잔에는 화이트와인이 절반 정도 따라져 있었다·

매콤한 낙지볶음 냄새와 향긋한 와인향이 코끝을 맴돌았다·

절로 식욕이 돌아 젓가락을 집는데 연희가 말했다·

“오빠 그런데 맥스한테 선물 받아놓고 제대로 감사 인사도 못 했잖아·”

“못 하지는 않았지 않아? 동영상으로 감사 인사까지 찍어 보냈잖아·”

“에이··· 그건 정말 감사 인사인 거고· 답례를 해야지·”

“그래? 음··· 뭐가 좋을까?”

“뭐가 필요한지 물어보는 게 좋지 않을까?”

“전화로?”

“전화로 물어보는 건 성의 없지·”

저러면서 은근슬쩍 눈치를 보는데 그녀의 의도를 알아채지 못할 수가 없었다·

“하하 여행 가고 싶다고?”

“한 번만 가자· 딱 1주일만·”

저렇게 말하는데 회사일이 바쁘다고 하면 아마 회사일 혼자 하냐고 타박할 게 분명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영훈도 여행이 고프긴 했다·

“그럼 어디로 갈까?”

“잠깐만~”

그녀는 식사를 하다 말고 옆으로 와서 아이패드를 작동시킨다·

아무래도 저녁 식사가 길어질 것 같은 느낌이다·

*

남산에 위치한 하야트 호텔 로비를 잠시 돌아보던 한주연은 카페에 앉아 있는 남성을 발견하고는 웃으며 다가갔다·

“혹시··· 차형석씨?”

말끔하고 단정한 인상의 남자는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난다·

선한 눈망울에 하얀 피부 그리고 단정한 옷차림이 누가 봐도 귀공자처럼 보이게 했다·

“네 차형석입니다· 한주연 씨?”

“네· 오래 기다리셨어요?”

“아닙니다· 금방 왔습니다· 앉으세요·”

한주연은 그의 첫인상부터 마음에 들었다·

이미 소문은 들어 알고 있었다·

세영그룹에서 유난히 바르게 큰 청년이라던가?

어려서부터 외국으로 유학 가서 그랬는지 사고 한번 친 적 없고 한국으로 들어와서도 룸싸롱 한 번 간 적 없다는 말까지 돌았다·

설마 그렇겠냐고 생각했지만 한주연은 그의 첫인상을 보자마자 소문이 맞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만나본 남자만 열 손가락을 다 이용해 몇 번을 돌릴 정도였기에 첫인상만 봐도 어떤 남자인지 느낌이 왔다·

이마에 ‘착한 남자’라는 증표를 박아 넣어도 이상하지 않을 사람이 바로 눈앞의 남자임을 그녀는 직감했다·

세상에 재벌가인데 착하기까지 하니 이보다 더 좋은 신랑감이 어디 있을까?

한주연은 현진중공업 김태민 회장에게서 떠난 건 정말 잘 한 선택이었다고 다시 한번 스스로를 칭찬했다·

“선 많이 보셨어요?”

주연의 물음에 차형석이 황급히 두 손을 저었다·

“아닙니다· 선은 처음이에요·”

“정말요?”

“네· 전에는 여자에 관심이 많지 않기도 했고 솔직히 선보다 자연스럽게 만나는 걸 더 선호했거든요·”

“그럼 혹시 여자친구 있으신···?”

“아유 아닙니다· 그러면 안 되죠· 여자친구는 없습니다· 헤어진 지 꽤 됐어요·”

“그런데 어떻게 하다가 선 자리까지 나오셨어요?”

“자연스러운 만남에 한계를 느꼈거든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 상대방은 제 배경을 보고 괜히 위축되는 경우도 있고 절 이용하는 경우도 있고···· 아직 많이 살지는 않았지만 사랑이 참 어렵습니다· 그래서 이럴 바에는 선도 나쁘지는 않겠다고 생각했어요·”

“아··· 그러셨구나· 유학을 오래 다니셨다고 들었어요·”

“고등학교 때까지 한국에 있다가 계속 미국에서 살았어요·”

말투만으로도 주연은 더욱 그에게 호감이 갔다·

회의나 거래 상대가 아닌 여자에게 차분하게 자신의 생각을 논리정연하게 설명하는 모습은 조금 낯설기까지 했다·

재벌들에게 있어 여자란 자신의 힘을 더 늘려줄 파트너거나 놀잇감 둘 중 하나인 경우가 대부분이니까·

그래서 저렇게 선한 눈으로 차분히 설명하는 모습이 한주연에게는 더없이 좋게 보일 수밖에 없었다·

“뭔가 반칙 같지만 전 형석 씨랑 달리 선을 몇 번 봤어요·”

“괜찮습니다· 오히려 둘 다 경험이 많지 않은 것보다는 한 명이라도 경험이 많은 게 좋죠·”

“선 경험이 많으면 가르쳐줄 게 있다고 생각해요?”

“적어도 어설프게 애프터 신청하는 걸 보는 게 한두 번은 아닐 테니까 그 부분은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하 형석 씨 되게 재밌네요·”

“감사합니다·”

잠시 말이 끊겼고 차형석은 긴장했는지 차로 목을 축였다·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한주연이 입을 열었다·

“솔직히 전 사람보다 가진 배경을 많이 봤어요· 주변에서 많이 보셨을 테고 부모님한테 이야기도 많이 들으셨을 거예요· 우리 정도 위치면 마치 옛날 귀족들처럼 결혼이라는 걸 마음대로 할 수 없잖아요·”

“그렇죠·”

“그래서 포기하며 살았어요· 어떤 상대를 만나든 사람이 조금··· 마음에 안 들더라도 가진 배경을 보고 만나야겠다고 생각했는데 형석 씨는 사람이 괜찮아 보여요·”

형석의 얼굴이 빨개진다·

“하하··· 감사합니다·”

“그래도 묻지 않을 수 없어요· 난··· 내 결혼이 그저 내 행복만을 위해 할 수 없다는 걸 알거든요· 지금 세영개발에서 실장으로 근무하신다고 들었어요·”

“네 그렇습니다·”

“세영개발만 관심 있으신 건가요?”

차형석은 다시 차로 입술을 축이고 숨을 고른 다음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시겠지만 세영그룹에서 가장 많은 재산을 가지고 있는 게 세영개발입니다· 신문이나 방송이 매력적이긴 하지만 요즘 어린 친구들이나 저희 또래만 해도 신문이나 TV 안 보잖아요· 물론 그렇다고 해서 제가 신문이나 방송 쪽에 힘을 쓰지 못한다는 건 아닙니다· 가족이니까요·”

“사실 그래요·”

“예전에는 세영그룹의 중심이 신문과 방송이었다면 지금은 다릅니다· 그룹 핵심 자산 대부분이 세영개발에 모여 있거든요· 그래서 아버지가 신문과 방송을 고모에게 주고 개발을 가져온 겁니다· 그리고 전 형제가 없고 누나 하나 여동생 하나가 있는 데다가 아버지가 무척 보수적이신

분이라 세영개발 가지고 큰 분란은 없을 겁니다·”

완벽했다·

“미안해요· 불편한 이야기를 하게 만들어서·”

“아니에요· 이걸 먼저 확실하게 하지 않으면 나중에 불편한 상황이 생길지도 모르니까····”

“고마워요·”

형석은 부끄러운지 빨개진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한주연은 눈앞의 남자가 넘어왔다는 걸 알았다·

남자와 이런 자리를 가지면서 단 한 번도 애프터를 받아보지 않은 적이 없던 그녀였지만 이번만큼은 차형석이 자신을 마음에 들어한다는 것에 희열을 느꼈다·

이번만큼은 절대 실패하지 않으리라 마음 먹었다·

대한민국에 정·재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는 세영그룹·

그중 장남의 맏이와 결혼한다는 건 세영그룹이 가진 영향력을 뒤에 업는 것이리라·

이 남자야말로 용이 아닐까 그녀는 생각했다·

< 얽히고설키다(4) > 끝

If you have any questions, request of novel and/or found missing chapters, please do not hesitate to contact us.
If you like our website, please consider making a donation:
Buy Me a Coffee at ko-fi.com or paypal
Office Worker Who Sees Fate

Office Worker Who Sees Fate

Score 8.5
Status: Completed Released: 2022
A child born to become a shaman with the fate of putting the world in chaos. To let go of his greed and refuse god, he’s trying to become an ordinary office worker. Choi Yeonghoon, the one who can see destiny through physiognomy (face fortune reading) and fortune telling. Will he succeed in becoming an ordinary office worker?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