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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fice Worker Who Sees Fate Chapter 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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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전포고(3) >

높은 담벼락을 마치 성처럼 둘러쌓은 이 저택 안 한 명의 남자와 한 명의 여자는 커다란 소파에 몸을 파묻고 독한 술을 마시고 있었다·

남자는 손톱을 다듬으며 가끔 술을 홀짝였고 여자는 그런 남자를 본척만척 창밖을 내다보며 술을 마셨다·

오랜 침묵이 흐르고 남자가 입을 열었다·

“믿을 수가 없군· 그 영감탱이는 독할지언정 어리석지는 않아· 이길 수 없는 싸움은 하지 않는 인간이야· 오랜만에 찾아와서 이런 재미없는 이야기를 하니 실망이야·”

보이기로는 고작 마흔 정도로 보이는 장년의 남자는 도수연을 영 못마땅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도수연 역시 그런 남자를 그리 탐탁치 않은 얼굴로 바라보며 대답했다·

“그럼 내가 지금 한가하게 당신이랑 농담이나 하려고 여기까지 온 줄 알아요?”

“이봐 도수연 의원님· 말이 되는 소리를 해· 그거 세상에 내보인다고 곧이곧대로 믿을 사람이 있을 것 같아? 그리고 그걸 그 인간이 모를 것 같아? 깔려고 했으면 그때 했어· 지금에 와서 뭐가 달라졌다고 그 지랄을 해?”

“상상력이 부족하시네· 그러니까 상상을 해보라고· 이 늙다리가 갑자기 왜 그러는지· 상상력이 부족하면 아랫사람을 시켜 알아보기라도 하던지· 세상이 많이 변했어· 세영일보 말빨이 10년 전하고 똑같이 먹히는 줄 알아? 정신 좀 차리세요 회장님·”

도수연의 이죽거림에 남자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었다·

“말조심하지? 의원 나리 되더니 할 말 안 할 말 구분이 안 되나? 면책특권 있다고 하늘 높은 줄 모르네?”

“세영그룹이 지금도 하늘이라고 생각하시나 본데 그게 착각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증명해 보여요· 난 조치연 그 늙다리가 다시는 내 눈앞에 나타나지 않았으면 하거든요? 또 한 번 내 앞에서 그 늙다리가 주둥아리 놀리는 꼴 보게 되면 당신도 가만 안 둬·”

“허··· 뭐라고?”

분노가 치민 남자를 보며 그녀는 눈 하나 깜짝이지 않고 더 쏟아냈다·

“잘 들어요· 나 대한민국 제1야당인 통일평화당 국회의원이야· 게다가 법무부장관도 역임했던 나야· 지금도 내 새끼들이 검찰에 쫙 깔려서 내 말 한마디면 안 될 것도 되게 만들고 될 것도 안 되게 만들어· 그런 내가 무서워하는 게 딱 하나 있거든? 그게 내 가족 건드리는 것들이야· 내 가

족 건들면 다 죽어· 그게 누구라도 마찬가지야· 그러니까··· 무슨 말인지 아시죠?”

그녀는 술잔을 내려놓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화가 가라앉지 않아 핏발 선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남자에게 그녀가 자신의 가방을 집어 들며 마지막으로 말했다·

“당신이 저지른 일이니까 이제 당신이 마무리하세요· 그만큼 똥 치워줬으면 한 번쯤 청소할 때 됐잖아? 사람이 양심이라는 게 있어야지···”

도수연이 그렇게 저택을 나가자 분을 참지 못한 남자가 술잔을 벽에 집어 던졌다·

귀를 찢는 소리와 함께 크리스탈로 된 유리잔이 사방에 흩날리고 얼마 안 있어 익숙하게 몇 명의 사람들이 청소를 시작했다·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는지 무척이나 능숙하고 조용하게 처리되는 모습이었다·

남자는 한동안 씩씩거리며 주먹을 폈다 쥐었다 하다가 갑자기 들려온 아들의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또 컵 깼어요? 화 좀 줄여요 아버지·”

한주연과 맞선을 보았던 차형석이 빙그레 웃으며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마신다·

“언제 내려왔어?”

“방금· 내가 일하는 아저씨한테 들어보니까 한 달에 한 번씩 구매한대 그 컵· 아버지 항상 그 브랜드만 드신다고 그것만 산다고 하던데 그 회사는 우리 아버지한테 상 줘야 하는 거 아니에요?”

“선본 건 어떻게 됐냐?”

“음··· 예쁘던데요?”

“걔가 예쁘기로는 유명하다더구나·”

“저번에 결혼했다는 HS그룹 외동딸이 그렇게 예뻤다던데··· 아쉽긴 해요·”

“왜? 조금 부족해?”

“섹시한 맛은 있는데 청순한 맛이 좀 부족해· 가슴도 좀 작아 보이고· 난 가슴이 작으면 아무리 예뻐도 좀···”

“결혼할 여자다·”

“알아요 배경이 괜찮으면 되는 거· 그래도 기왕지사 예쁘면 더 좋은 거 아니에요? 아··· 사진 보니까 걔가 진짜 죽이던데· 완전히 연예인 뺨치더라니까요? 하필 결혼해가지고는···”

“GK그룹의 그 아이는 너 마음에 들어하는 것 같아?”

형석은 피식 입꼬리를 올렸다·

“당연하죠· 한눈에 뻑 가던데요? 하여튼 여자들이란···”

“잘 잡아라· 그 정도 배경에 후계도 마땅치 않은 곳 없다·”

“알아요· 그런데 아까 도수연 의원 맞죠? 많이 컸네? 아빠 딱까리 아니었어요?”

“도수연이가 검사였을 때도 내 딱까리는 아니었다 이 녀석아· 서로 이해관계가 맞았을 뿐이지·”

“그거나 그거나··· 그리고 검사 치고 아빠 입김 안 통하는 사람 있어요? 다들 우리말에 휘둘리는 인간들 아닌가?”

“행여 그 말 검사들 앞에서 하지 말아라·”

차형석은 물컵을 들고 아버지 곁에 와서 웃으며 말했다·

“아버지는 제가 아직도 어린애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나 바보 아니에요·”

“그럼 됐고·”

“그런데 HS그룹의 사위라는 사람 말이에요···”

“왜?”

“아니··· 그냥 궁금해서· 재벌도 아니라던데 도대체 무슨 재주로 그 여자를 꼬셨는지 궁금하잖아요· 난 그래요· 지 분수도 모르고 감당하지도 못할 걸 넘보는 것들은 한번 혼을 내주고 싶어요·”

“경거망동하지 말아라· 여자랑 놀고 싶으면 천한 것들 데리고 놀아· 괜히 말 나오게 하지 말고·”

“알아요· 그냥 심심해서 그런 거예요· 재밌잖아· 아버지 말대로 아무짓도 안 해요· 걱정 마세요·”

차형석은 그렇게 다시 자기 방이 있는 2층으로 올라갔다·

세영그룹 회장인 차명준은 올라가는 아들을 보며 걱정을 접었다·

저런 걱정을 하기에는 지금 발등에 떨어진 불똥이 진짜 불인지 확인해야 했다·

그는 전화기를 들었다·

*

천보윤 의원은 보좌관이 그간 은밀하게 알아본 자료들이 적힌 종이를 보며 손을 부르르 떨었다·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막상 증거를 눈으로 확인하니 앞이 깜깜해졌기 때문이다·

이혼까지 생각한다고 말은 했지만 정치인이 아니라고 해도 이혼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이제는 정말 이혼을 해야 할 것만 같으니 눈앞이 깜깜해질 수밖에·

“이혼해야 겠지?”

천 의원의 물음에 보좌관이 무거운 얼굴로 대답했다·

“아무래도···”

“그냥 묻을 수는 없겠지?”

“큰일을 하시려고 하면 나중에 드러날 일입니다·”

지금까지야 청문회 따위의 처절한 인사검증의 절차를 거치지 않았기에 문제가 되지 않았을 뿐이었다·

야당에서 마음먹고 털어대면 분명 나올 수밖에 없는 문제들이었다·

“후··· 알겠어· 변호사 알아봐·”

“알겠습니다·”

“도수연 쪽은 어때? 요즘 갑자기 너무 조용한 거 아니야?”

당장이라도 여당을 향해 행자부 장관 외에 다른 뉴스들을 터뜨릴 것 같더니 요 며칠 잠잠했다·

“통일평화당에서도 후속타를 연달아 터뜨릴 것 같더니 갑자기 도수연 의원 쪽에서 추가 기자회견을 잡지 않아 당황하는 눈치입니다·”

“그래?”

“네· 보좌관 라인 통해서 알아보니 통일평화당 내부에서도 이 기세를 타지 않고 왜 미적대냐는 말들이 돈다고 하는데 도수연 의원 사무실에서는 별다른 반응이 없습니다· 오죽하면 어제 도수연 의원 얼굴을 본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여행간 게 아니냐는 말들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여행갔을 리는 없고··· 뭔가 더 큰 걸 터뜨리기 위해서 한방 준비하는 거 아니야?”

“그게 문제인데 통일 평화당 쪽에서도 이쪽에 무게를 실으면서 조금 더 지켜보자는 말들입니다·”

천보윤 의원은 말은 안했지만 혹시 HS그룹에서 움직인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음··· 저기 말이야· HS건설이 가진 땅 있나?”

“땅이요?”

“그래 땅·”

너무 노골적인 질문에 보좌관은 잠시 당황했지만 이내 차분히 대답했다·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빨리 알아봐·”

그거 알아보는 거야 어려운 일이 아니니 30여 분만에 결과를 가지고 왔다·

“대부분 소유한 부동산은 건물 형태고 땅이라고 불릴 만한 나대지는 세 군데가 확인됐습니다· 그중에 확실히 눈에 띄는 게 하남시에 위치한 만 평 규모의 땅입니다·”

“만평? 꽤 되네?”

“네·”

“3기 신도시에 들어가는 위치야?”

“애매하게 걸쳐 있기는 한데 풍선효과를 그대로 받는 지역입니다· 사실상 신도시는 아파트가 지어진다고 보면 그 땅에 뭘 올려도 좋을 곳이라고 보입니다·”

“허··· 앉아서 번 게 얼마야? 도와줄 것도 없네?”

“그러게나 말입니다· 확실히 되는 집안은 뭘 해도 되는 것 같습니다· 만약 바이오 산업 벨트까지 같이 들어갔으면 어마어마 했을 것 같습니다·”

“바이오 산업 벨트? 그거 하남에 들어가는 거 아니었어?”

천 의원이 고개를 갸웃했다·

“아직 확정된 건 아닌데 국토부 친구에게 들었는데 바이오 산업 벨트를 춘천으로 옮긴다는 말이 있습니다·”

“춘천? 갑자기 무슨 춘천이야? 이건 야당 쪽에서도 하남에 들어가는 거에 별다른 말 없었던 거잖아?”

“네· 저도 처음에 듣고 반신반의 했었습니다· 그런데 그 친구가 거의 굳어진 것 같다는 말이 나온다고 해서···”

“그래? 왜 갑자기 옮겼다고 해?”

“그것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그 친구가 말하길 야당 쪽에서 손을 쓴 것 같다고 합니다·”

“확실하지는 않은 거지?”

“그렇습니다· 아직 정확한 소스는 아닙니다·”

천보윤 의원은 혀로 입술을 축였다·

뭔가 촉이 오고 있었다·

이건 보이지 않은 뭔가가 수면 아래에서 치열하게 움직이는 중이라고·

“국토부 장관하고 약속 좀 잡아봐·”

“알겠습니다·”

천보윤 의원은 드디어 HS그룹의 최영훈 상무에게 위신을 세울 기회를 찾았음을 알았다·

*

쏴아아!

폭우가 내리고 있었다·

한 걸음도 내딛기 힘들 정도로 세차게 내리는 비를 보며 영훈의 마음이 반대로 평온해짐을 느꼈다·

저 장대비를 뚫고 움직여야 하는 사람들에겐 폭우가 세상 원망스럽겠지만 영훈에게 폭우는 요즘 어지럽던 자신의 마음을 씻어주는 것처럼 느껴졌다·

조치연의 악의와 세영그룹의 악행을 들으며 영훈의 마음은 계속 어두워져 갔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무서워져 갔다는 게 맞았다·

조치연의 문제는 HS그룹의 문제도 아니었고 자신의 문제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나섰다·

만약 이번과 비슷한 일이 또 생기면 그때도 나서게 될까?

매몰차게 거절할 수 있을까?

확신할 수 없었다·

점쟁이가 되지 않겠다고 했는데 결국 조치연 앞에서 운명까지 봐주었다·

돈을 받지 않았으니 문제 될 건 없었지만 이러다 언제 자신이 돈을 받겠다고 할지 그게 두려웠다·

“여기 계셨군요·”

이십대 후반으로 보이는 여자가 영훈의 맞은편에 앉았다·

그룹 본사의 1층 대형 커피숍에 앉아 있었기에 회사 사람이라면 일단 자신에게 인사를 하기 마련이었다·

그런데 그녀의 목에는 사원증도 없었고 아는 얼굴도 아니었는데 자신을 보고 아는척을 하고 있었다·

“누구시죠?”

“안녕하세요· 세영일보 왕가희 기자입니다·”

“이름이 흔치 않으시군요?”

“네 왕이라는 성씨가 흔치 않죠? 그래서 저를 많이 기억하시더라구요·”

그녀가 명함을 영훈에게 들이밀었다·

남들이 그녀를 기억하는 이유가 성씨만은 아닐 것이다·

기자 치고는 유독 아름다운 얼굴을 하고 있었으니까·

영훈은 그녀가 내민 명함을 가만히 지켜보다가 말했다·

“절 찾아오셨나요?”

“네· 비서실에 문의하니까 안 계신다고 하셔서 일단 1층에서 무작정 기다리겠다고 마음 단단히 먹고 있었거든요? 아휴 비가 이렇게 쏟아져서 망했다고 생각했는데 여기에 딱 상무님이 계신 걸 보고 어찌나 기쁘던지··· 오늘 운이 무척 좋은 거 같아요·”

“무슨 이유로 절 찾으셨죠?”

설레발을 떠는 그녀에게 용건이나 말하라는 듯이 묻자 왕가희는 조금 서운한 표정으로 말했다·

“소문으로는 굉장히 따뜻하시다고 들었는데 생각보다 냉정하신데요?”

“···”

“죄송합니다· 그럼 상무님이 원하시는 대로 바로 본론으로 들어갈게요· 다름 아니라 지금 떠오르는 HS그룹 회장님의 외동딸과 결혼하셨잖아요? 두 분의 러브스토리를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무척 많으시거든요· 그래서 두 분의 러브스토리를 취재해볼까 해서요· 아무래도 여긴 보는 눈

이 많으니까 어디 조용한 곳에 가서 대화를 했으면 하는데···”

“조용한 데요?”

“네· 그래야 조금 민망한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꺼낼 수 있잖아요·”

영훈은 고개를 갸웃했다·

“진짜 제 러브스토리가 궁금해서 오신 겁니까?”

“그럼요·”

“훗···”

영훈이 비웃자 그녀의 얼굴이 굳어졌다·

“왜 그렇게 웃으세요?”

“당신 기자 아니잖아요· 사기꾼으로 신고하기 전에 그만 나가도록 하세요·”

영훈은 그렇게 그녀를 비웃고는 커피숍을 나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왕가희는 너무 놀라 얼굴이 하얗게 됐지만 이내 굳은 얼굴로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 선전포고(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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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fice Worker Who Sees Fate

Office Worker Who Sees Fate

Score 8.5
Status: Completed Released: 2022
A child born to become a shaman with the fate of putting the world in chaos. To let go of his greed and refuse god, he’s trying to become an ordinary office worker. Choi Yeonghoon, the one who can see destiny through physiognomy (face fortune reading) and fortune telling. Will he succeed in becoming an ordinary office wor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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