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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fice Worker Who Sees Fate Chapter 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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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을 토해내는 여자(4) >

조치연을 보내고 난 뒤 영훈의 머릿속은 혼란 그 자체였다·

가서 만나보고 싶기는 한데 어머니의 밑에 있던 제자가 그녀라는 말이 자꾸 마음에 걸렸다·

혹시나 어머니와 악연이 있던 사람이라면?

반대로 어머니와 친분이 돈독했던 사람이라면 어떻게 대처해야 옳은 건지 판단을 내리지 못했다·

하지만 고민은 오래 가지 않았다·

앉아서 오랜 시간 고민한다고 정답이 나올 문제가 아님을 알기 때문이다·

영훈은 점심시간 이후에 회사로 들어간다고 보고하고 삼청동으로 향했다·

호텔과 삼청동 간의 거리는 멀지 않았다·

삼청동 깊숙이 들어가 그 유명하다는 항아리 수제비 집을 지나서 5분여를 걸으니 제법 깔끔한 하얀 간판에 화옥당이라는 글자가 쓰여있는 집이 눈에 들어왔다·

마음의 준비를 하며 집에 들어선 영훈은 곧바로 자신이 실수했음을 깨달았다·

“예약은 하셨어요?”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십여 명의 사람들·

그리고 하얀 옷을 입고 수첩을 들고 나오는 젊은 남자를 보니 너무 아무 준비 없이 찾아왔다는 걸 깨달은 거다·

“아니요·”

“그럼 조금 기다리셔야 하는데··· 혼자 오셨어요?”

그 젊은 남자가 영훈의 위아래를 쭉 훑는다·

손목에 걸린 천만 원 넘는 시계와 깔끔한 정장을 입은 자태(?)에 눈을 빛내는 걸 보니 대어가 잡힌 듯한 표정이다·

연희가 남자는 무엇보다 시계가 중요하다며 필요 없다는 데도 부득불 몇 가지 사주었는데 그중 제일 좋은 것을 하고 나온 게 다행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젊은 남자의 시선은 부담스러웠다·

“네 오래 기다려야 할까요?”

“점심은 지나셔야 신녀님하고 말씀을 나누실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이렇게 한정없이 시간을 보낼 수는 없다는 생각에 그냥 가려는데 차분히 앉아서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제는 연희와 제법 오래 부대끼고 살아서 그런지 명품이라는 걸 분간할 줄 아는 눈이 생겼는데 기다리는 사람 중 몇몇은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초고가 가방을 손에 쥐고 있었다·

문득 저들 중에 자신을 아는 사람이 있었다면 지금 얼마나 곤란한 상황에 맞닥뜨렸을지 상상해보았다·

HS그룹 외동딸의 사위가 요즘 핫하다는 점쟁이를 만나러 혼자 온 상황이라니····

이 모습을 어떻게 설명해야 얼간이 취급을 받지 않을 수 있을까?

결론은 절대 걸려서는 안 된다는 것·

결국 영훈은 이름을 적어놓고는 구석지고 음영이 깊게 진 나무 아래로 들어가 플라스틱 의자에 몸을 맡기곤 눈을 감았다·

“점심 때 되면 근처에서 식사라도 하고 오세요·”

“예····”

친절한 직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데 문자 하나가 도착했다·

[상무님 점심에 잠깐 외부에 다녀와도 될까요?]

요새 한창 바쁜 민희였다·

[OK]

짧은 대답을 보내준 영훈은 잠시 후 의자를 뒤로 돌려 사람들이 얼굴을 못 보게 하고는 다시 눈을 감았다·

*

형준은 부리나케 달려온 민희의 손을 잡고는 가슴을 진정시켰다·

“거 봐요 내 말이 맞을 거라고 했죠?”

“최영훈이 밑에서 배워서 그런건가? 너도 어째 최영훈처럼 말한다?”

사람을 잘 본다는 영훈의 말이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됐지만 이제 형준은 그 말이 그 어떤 말보다 무섭게 다가왔다·

“저는 상무님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리고 상무님은 제가 사람을 보는 그런 것과는 결이 달라요·”

“어떻게 다른데?”

“그냥··· 그냥 보면 알아요· 저는 한참 지켜보고 나서 어느 한쪽에 베팅하는 느낌이라면 상무님은 그냥 알아요 귀신처럼·”

“졸라 무섭네··· 들어가자·”

형준이 민희의 손을 잡고 들어가자 이세명 사장과 그의 부인 그리고 변호사로 보이는 사람이 같이 앉아 있었다·

인사치레가 오가고 둘이 조심스럽게 자리에 앉자 이세명 사장이 말했다·

“사람이 재주 하나씩은 있다고 하더니 네가 제법 사람을 볼 줄 알더구나?”

민희는 머리를 귀 뒤로 쓸어넘기고는 고개를 숙였다·

“그냥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어쨌거나 한 핏줄인 형제 사이 갈라놔서 기쁘겠다·”

“형제 사이를 갈라놔서 기쁜 게 아니라 형준 씨가 살아날 구멍을 찾게 돼서 기뻐요·”

“말은 청산유수구나·”

형준은 민희가 곤란해할까 봐 얼른 나섰다·

“마음을 바꿔주셔서 감사합니다· 작은아버지도 그렇고 작은어머니도 그렇고 솔직히 같은 자식인데 재산 공평하게 나누는 게 맞는 거 아닌가요?”

이세명 사장의 아내인 안명자가 탁자를 탁! 치며 호응했다·

“그렇지! 내 말이 그 말이야· 나는 뭐 자식 안 키워봤나? 내 자식 누구는 조금 잘났고 누구는 조금 못났지만 그중에 안 아픈 손가락이 어딨어? 조금 잘났으면 남들이 시샘할까 봐 걱정되는 게 부모고 조금 못났으면 남들이 무시할까 봐 걱정하는 게 부모야· 그런데 조금 잘났다고 재산 몰

아주고 못난 자식 무시하는 게 부모가 할 짓이야? 난 그렇게 생각 안 해· 이건 우리가 당연하게 가져야 할 권리라고·”

“맞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솔직히 작은아버지가 회사를 운영하면서 크게 실수했던 일이 뭐 있습니까? 잘 하셨잖아요?”

“내 말이····”

그녀는 적극 공감한다는 듯 가슴을 치며 고개를 끄덕인다·

“오히려 저희 아버지가 리먼 사태 때 해외 투자한다고 엄청나게 손실 봤지 않습니까? 그때 손실 본 금액만 조 단위인데 누가 아버지한테 손가락질 한번 했습니까?”

“그럼 그럼····”

“회사를 경영하다 보면 실수할 수도 있는 거니 누가 뭐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할아버지 돌아가시면서 오히려 아버지에게는 재산을 다 물려주고 작은아버지에게는 손톱만큼도 안 물려준다는 건··· 그건 아무리 생각해도 상식적이지 않습니다·”

“내 말이 그 말이다·”

“저는 이번 일로 참 많은 걸 느꼈습니다· 저희 어머니가 저런 분이셨는지 몰랐고 그래서 제 아버지가 친아버지가 아니라는 걸 이제 알았지만 그래도 전 마음으로는 아직 아버지가 제 친아버지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안명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형준의 손을 꼬옥 잡아준다·

형준은 짐짓 슬픈 얼굴로 계속 말을 이었다·

“저를 호적에서 파낼 법적 절차를 밟으신다고 대한민국에서 최고로 잘 나간다는 로펌 잡아서 일을 진행하시는 걸 보면서 참 하늘이 원망스럽다는 생각도 했는데 그렇다고 제가 신영금융에서 일하고 쌓아온 경력까지 사라지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네 말이 백번 맞지·”

“그래서 전 이세준 부회장님의 아들이 아니지만 그래도 신영금융의 일원으로 계속 남을 생각입니다·”

“우리가 도와줄 거야· 남편이 널 적극 밀어줄 거니까 아무 걱정하지 마· 그렇지?”

부인의 물음에 이세명 사장은 크게 한숨을 내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내가 도와주마·”

“감사합니다·”

결국 원하던 걸 이루었다·

이세명 사장이 가지게 될 그룹의 상당한 규모의 지분이 뒷받침된다면 이제 싸움은 훨씬 유리하게 진행될 게 분명했다·

“그럼 각자 도장 꺼내고 진행할까?”

안명자의 말에 동행한 변호사가 서류를 꺼내 들었다·

오늘 서로 간의 협의는 단순한 약속이 아닌 법으로 확정되어 그 누구의 배신도 용납하지 않을 터였다·

*

점심시간 지나서야 만날 수 있다더니 그 말 그대로 점심시간이 한참 지나 2시가 되어서야 직원이 영훈을 부르러 왔다·

그 유명하다는 항아리 수제비로 점심을 때우고 오랜만에 낮잠을 즐기던 영훈은 잠시 정신을 차리고 나서 그 직원을 따라갔다·

이미 예전 명우도사를 만나며 이곳의 분위기를 한번 경험했기에 영훈은 문을 열자 보이는 점집 특유의 오컬트적인 분위기에 신기해하지 않았다·

다만 화옥신녀라 추측되는 그녀의 얼굴을 자세히 보았을 뿐이다·

“김영민이라고?”

“네·”

영훈은 일부러 이름을 속였다·

어차피 신분을 조회할 것도 아니고 그냥 사람을 알아보려고 온 것이기에 진짜 이름을 불러주어야 할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 점쟁이 처음 봐? 뭘 그렇게 첫눈에 반한 것처럼 쳐다봐?”

“신기해서 그렇습니다· 사실 신점은 처음 보거든요·”

“그래?”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갑자기 부채를 들어 영훈의 어깨를 후려쳤다·

영훈이 깜짝 놀라는데 그녀가 이내 호통을 친다·

“여기가 어디라고 거짓말을 해! 장군님이 모를 것 같아? 건방지게··· 감히 날 시험하려고 해?”

“제가 시험하려고 왔다고요?”

“솔직히 말해· 어디 방송국이야? 카메라 숨겨 가지고 온 거 아니야?”

그녀는 매서운 눈초리로 영훈의 몸을 훑어본다·

“전 방송국 사람이 아닙니다·”

“그래? 이상하네? 분명히 장군님이 널더러 점을 보러 온 게 아니라고 하는데····”

용하긴 용하다·

그렇게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생각에 잠긴 그녀는 어느 순간 눈을 홱 치켜뜨고는 영훈을 노려보았다·

“너··· 나 어디서 봤어?”

“아닙니다·”

“난 왜 네가 낯이 익지? 나도 널 처음 본 게 맞는 것 같은데··· 이상하게 낯이 익네?”

“착각하신 것 같군요·”

그녀는 잠시 영훈을 노려보다 상체를 뒤로 젖히고 말했다·

“맞네· 장군님의 말이 맞았네· 너 점보러 온 게 아니구나?”

“왜 그럴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뭘 이유를 물어? 아니니까 아닌 거지· 그리고 장군님이 그러시는데····”

순간 그녀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리고 이내 새파랗게 질린 그녀는 침을 꼴깍 삼키더니 자신도 모르게 주춤 엉덩이를 뒤로 뺀다·

“왜 그러십니까?”

“너··· 뭐야?”

“네?”

“장군님이··· 네가 날 잡아먹을 거라고 하시는데?”

이쯤 되니 그녀의 장군님이 누군지 궁금해지기까지 한다·

영훈은 같이 놀아줄까 하다가 이내 어머니가 떠올라 장난은 그만 치기로 마음 먹었다·

“일단 알았습니다· 볼일 끝났으니 이만 일어나도록 할게요·”

오늘은 그녀의 성정이 어떤지 보러 온 것일 뿐이었다·

그녀의 인생사를 알고 있고 워낙 특이한 직업을 가지고 있기에 알면 좋겠지만 그렇다고 꼭 사주까지 알아야만 하는 것은 아니었다·

인당은 곧 마음의 그릇이라 그녀처럼 인당이 좁은 사람은 마음이 좁아 대범하지 못하다·

게다가 인당은 사람의 기와 정신이 집약된 곳이기에 이곳의 색이 변하면 운명의 향방이 대략 보이는데 그녀는 인당에 푸른 기가 스며들고 있어 곧 있으면 그녀에게 큰 악재가 닥칠 것처럼 보였다·

그뿐이랴?

주름이 많고 양쪽 입 끝이 아래로 처져 있어 하고 싶은 말은 참지 못하고 들어온 복을 걷어차는 형국이다·

그래도 코와 광대가 좋아 남들보다 돈 걱정은 하지 않을 운명일 것인데 그 욕심이 자신의 운명을 절벽으로 내몰고 있다고 할까?

아마도 저 입이면 굳이 손을 대지 않아도 알아서 계속 떠들고 다니다가 크게 치도곤이 날 것 같았다·

그러니 굳이 그녀와 더 이상 대화를 섞을 이유도 없었다·

그런데 순간 그녀가 비명을 지르듯 소리쳤다·

“맙소사! 누군지 알았어! 언니의 아들이구나! 언니의 아들이었어! 그 눈매며 그 표정····”

영훈은 사시나무 떨듯이 떨고 있는 그녀를 무심하게 바라보았다·

“뭘 착각하신 게 아닌가 싶습니다·”

“장군님이··· 장군님이····”

“상담은 받은 게 없으니 복비는 내지 않겠습니다·”

그런데 그녀의 표정이 무섭게 가라앉으며 말했다·

“날 찾으면 뭐? 혹시 나 원망하니? 오라버니가 내 탓 해?”

“·······”

“너 어떻게 살았는지 관심 없고 네 엄마 그렇게 된 거 내 탓 아니다·”

그녀는 아니라는 영훈의 말을 전혀 믿지 않고 있었다·

오히려 만나면 하고 싶은 말이 있기라도 한 듯 계속 중얼거렸다·

“업이다· 자기만 돋보이려고 자기만 잘나서 남 무시했던 업이야· 내가 그렇게 신내림굿을 해달라고 사정해도 기어코 안 해주더니 죽을 때가 돼서야 해주더구나· 행여 오라버니 원망 마라· 오라버니가 언니 수발 다 받아줬다·”

“돈 때문이었겠죠·”

감정의 고저 없이 착 가라앉은 목소리에 그녀가 움찔한다·

“세상사 모든 일에 돈 아닌 게 어딨어? 사랑을 해도 돈이고 자식을 키워도 돈이야· 먹고 사는 일이 다 돈인데 나 혼자 잘났다고 고고하면 주변 사람 고달파져· 그게 네 엄마였어·”

“돈에 휘둘려서 사람 겁주지 않고 사셨다는 말 같습니다· 다행이네요·”

“허····”

“그리고 어머니를 만난 적 없지만 당신 신내림굿을 왜 안 해주려고 했는지는 알 것 같습니다·”

“뭐?”

“당신은 코로 벌어서 입으로 나오는 상입니다· 입을 다물고 있어야 재산이 쌓이는데 신내림을 받아 사람을 상대하니 재산이 쌓일 수가 있나· 게다가 마음이 좁아 곁의 사람이 잘되는 꼴을 못 보니 어머니가 당신을 곁에 두면서 얼마나 힘들었을지 알 것 같습니다·”

“네가 뭘 안다고····”

“그 끝이 멀지 않았으니 더는 죄짓지 말고 조용히 입 닫고 사세요· 그나마 지킬 거라도 있다면요· 명심하세요 멀지 않았다는 거·”

영훈은 자신의 미간을 가리키고는 방을 나가버렸고 그녀는 할 말을 잃은 채 부르르 떨었다·

< 복을 토해내는 여자(4)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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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fice Worker Who Sees Fate

Office Worker Who Sees Fate

Score 8.5
Status: Completed Released: 2022
A child born to become a shaman with the fate of putting the world in chaos. To let go of his greed and refuse god, he’s trying to become an ordinary office worker. Choi Yeonghoon, the one who can see destiny through physiognomy (face fortune reading) and fortune telling. Will he succeed in becoming an ordinary office wor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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