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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fice Worker Who Sees Fate Chapter 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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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집이나 저 집이나···(1) >

이세준 부회장과 이세명 사장 이렇게 두 형제가 형제의 난을 선포하고 있을 그 시각·

영훈은 박병호 부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아직 정규직으로 채용되지 않았던 인턴기자라고 합니다·”

“인턴이요? 그럼 세영일보 직원은 맞는 거네요?”

“그렇습니다·”

“허····”

영훈은 박병호 부장의 설명에 미간을 찌푸렸다·

“원래 인턴 기자가 그런 것도 취재하러 다닙니까? 재벌 데릴사위 러브스토리 따위요·”

박 부장이 입가에 그려지는 미소를 겨우 참으며 말했다·

“워낙 조회 수에 목매는 사람들이니까요· 그보다 더한 것도 찾아다니는 사람들입니다· 특히 인턴이라면 정규직이 되기 위해 더 무리할 수도 있습니다· 뭐··· 그래도 간이 크긴 합니다· 감히 상무님을 단독으로 취재하려고 했으니····”

“위에서 시켰을 가능성은요?”

“그랬을 수도 있습니다· 솔직히 가능성은 위에서 지시했다는 쪽이 훨씬 큽니다· 대학을 막 졸업한 인턴 정도면 업무 익히기에도 정신이 없을 텐데 감히 대기업 사옥에 들어와서 경영진을 취재하려는 생각 따위는 못 하는 게 일반적이니까요·”

“흐음··· 이걸 누가 지시했는지는 알아보기 힘든 거죠?”

“드라마에 나오는 첩보원들처럼 비밀 감청이라도 하면 모를까 그 정도를 알아낼 수는 없습니다·”

“아무래도 찜찜한데····”

“생각해 보니 저도 좀 그렇습니다· 우리가 세영그룹 조사에 들어간 지 얼마 안 돼서 딱 이런 일이 일어난다는 건 뭔가 석연치 않습니다· 게다가 기자 개인 인스타를 확인해보니 상당히 미인이더라고요· 만약 그쪽에서 안 좋은 마음으로 접근해서 상무님이 인터뷰를 허락하기라도 했다면

무척 곤란한 일을 겪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영훈은 고심하기 시작했다·

만약 조치연과 자신과의 관계를 알고 그랬다면 고작 이렇게 가벼운 방법으로 처리하려고 할까?

이건 너무 조잡스러운 방법이라 망신은 줄 수 있겠지만 그 이상 곤란을 주기는 힘들 게 분명했다·

조치연이 가진 장부의 위험성을 고려해볼 때 차라리 인터뷰를 미끼로 조용한 데로 끌고 가 납치를 한다거나 죽이려 한다는 게 더 설득력이 있어 보였다·

그런데 그건 또 세영그룹이 너무 쉽게 드러나 버린다·

그럼 도대체 이게 뭐 하려는 수작인지····

“세영그룹에 대해서 더 알아 온 건 있나요?”

“세영그룹은 본래부터 큰 부침이 없는 기업입니다· 오래됐지만 그만큼 워낙 기반이 탄탄하고 정·재계에 미치는 영향이 대단했기에 별다른 사건 사고가 없기로 유명했죠· 여기서 사건 사고는 그룹의 경영권에 문제가 생길 만한 여지를 말한 겁니다·”

“그래서요?”

“십여 년 전 그 일이 있고 나서 세영그룹은 경영자 일가의 대외적인 사생활 공개를 극도로 꺼려왔습니다· 상무님께서 전에 말씀하셨던 10년 전에 있었던 일을 알아내기 위해 은밀히 검찰 쪽을 뒤지려고 했는데··· 쉽지 않았습니다· 검찰 쪽 사람들은 아예 10년 전 사건을 입에 올리려고도

하지 않았습니다·”

“전부 다 그러지는 않을 거 아니에요?”

“당연합니다· 그런데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고 싶은 사람인지 분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무작정 파고 들어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요·”

“흠··· 일단 알겠어요·”

처음부터 쉬울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막상 일하려니까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다·

게다가 뜬금없이 왕가희라는 기자가 튀어나온 게 계속 마음에 걸렸다·

뭔가를 놓치고 있는 기분이었다·

*

송은채 회장은 불과 몇 년 전에 비해 많은 것들이 변화됐음을 체감하고 있었다·

결혼하고 평생 주부로 살 줄 알았는데 예상치 못하게 남편이 아프게 됐고 갑자기 매출이 조 단위가 넘는 기업의 사장을 맡게 되면서 인생이 바뀌게 됐다·

이제 조선 호텔 건설 상사와 추가로 일본의 니폰유센이라는 해양운송업체 인수를 목전에 두면서 명실상부 새로운 재벌 그룹을 이끌게 됐다·

당연히 그녀의 주변이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지금도 그랬다·

국무총리가 주최한 기업간담회에 참석한 그녀는 재벌 총수들 사이에서 홀로 여성으로서의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었다·

사진을 찍어도 여성을 좋은 자리로 이동하게 배려해주고 주목을 받아야 하는 시점에서는 송은채 회장에게 마이크를 넘기기도 했다·

다른 사람들은 그런 그녀가 운이 좋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실은 그녀에겐 이 모든 시간이 고역이었다·

그녀는 지루한 게 딱 질색이었으니까·

다만 필요한 일임을 알기에 자리를 묵묵히 지키고 있는 것일 뿐이었다·

“요즘 가장 유명하신 분이 왜 그렇게 표정이 좋지 않으슈?”

말을 걸어온 이는 우명그룹의 김태현 회장이었다·

현재 HS건설과 해외 협력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기에 두 그룹 사이는 더없이 친한 사이로 보여지고 있었다·

내부적으로는 다른 시각이 존재했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내 표정이 그렇게 별로인가요? 노력한다고 했는데 역시 연기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닌가 봐요· 그것보다 뭐 하고 싶은 말 있어요?”

“내 얼굴에 그렇게 쓰여있나?”

“네 그래 보여요·”

김태현 회장은 어깨를 으쓱이더니 말했다·

“현진중공업은 어찌하려오?”

“그걸 왜 제게 물어요?”

“바람 앞의 등불 아니오? 배를 만들어야 할 회사에서 수주도 못 하고 빚만 잔뜩 쌓여서 언제 쓰러질 줄 모르는데 저거 그냥 두려고 그럽니까?”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고 있는 그를 보며 송은채 회장이 고개를 돌렸다·

“남의 집 숟가락이 몇 갠지 그렇게 잘 아시면 가서 물어보세요· 어떻게 하려고 하는지· 왜 그 집에 관심도 없는 저에게 이러세요?”

“에이··· 그 관심 있는 집 친척 아니오? 그 집에 그걸 물었다간 귀싸대기라도 한 대 맞을 것 같으니 가까운 친척에게 한번 물어보려는 게지·”

“저에게는 안 맞을 것 같은가 봐요?”

김태현 회장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그녀의 말인 즉슨 현진중공업을 건들지 말라는 얘기를 거칠게 답한 것과 다를 바 없으니 말이다·

“이거 송 회장 그렇게 안 봤는데 여장부시네·”

“이거 왜 이러세요? 내가 얼마나 여린데· 그런데 주변에서 손톱이 좀 날카롭다는 말은 해요·”

“이보쇼 송 회장· 내 인도 공항 건도 있고 HS그룹과는 잘 지내고 싶소만··· 그렇게 손톱 날카롭게 세우고 달려들면 무섭기보단 당황스러워요· 내가 지금 싸우자고 이러는 게 아니잖소?”

“그래서 뭐요? 제 시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외손주에게 넘긴 거 털어먹겠다는데 내가 웃으면서 그러라고 하길 바라세요?”

“솔직하게 말해봅시다· 그거 원래대로라면 친손주가 가져야 하는 거 아닙니까?”

“허··· 재미있으시네· 저희 시아버지한테 제가 모르는 친손주가 있었나요? 죽은 남편이 바람이라도 피웠다는 거예요?”

김태현 회장은 그녀의 가시 돋친 말에도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그 말이 아닌 걸 알 텐데 그러시오? 처음부터 현진중공업은 송 회장 남편에게 갔어야 할 것 아니었나? 엄연히 친아들이 있는데 친아들에게는 그룹의 애물단지였던 상사를 맡기고 외손주에게는 그룹 핵심 브레인인 경영기획본부장을 맡겨 버린다···· 난 이해할 수가 없는데 우리 송 회장

님은 이해가 되시나 보오?”

“그 우리라는 단어 방금 굉장히 거슬렸네요·”

“하하 거슬렸다면 미안했소이다·”

김태현 회장은 웃으며 사과했다·

그는 웃음을 보일 수 있었다·

송은채 회장이 동요하고 있음을 확신했으니까·

흔들리는 그녀의 눈동자는 그의 잽이 그녀의 약점을 제대로 때렸음을 반증하고 있었다·

“그래서 뭘 물어보고 싶은 거예요?”

“현진중공업 저대로 두면 쓰러질 거요· 부채비율이 높아서 대출도 안 되고 올해 초에 했던 유상증자로도 요즘 애들 말로 답이 안 나오는 상황인 거 회장님도 알고 있지요?”

“자꾸 말 돌리지 말고 핵심을 말해보세요·”

“손잡읍시다·”

그녀의 눈이 다시 한번 흔들렸다·

그 모습에 김태현 회장이 재차 그녀를 흔들었다·

“손잡고 현진중공업은 송 회장이 가져가시오· 순리대로라면 어차피 당신 손에 있어야 할 것 아니오?”

“그럼 그쪽은요?”

“부스러기면 족하오·”

현진중공업 그룹에서 현진중공업만 딱 HS그룹이 떼 가고 나머지 계열사만 가져가겠다는 뜻이었다·

그 계열사 매출만 해도 수조 원에 달하니 부스러기라고 말하기 민망할 것인데 그는 진심으로 부스러기만 가져가겠다는 듯 은근한 미소만 짓고 있었다·

그런데····

“관심 없어요·”

적어도 고민이라도 할 것 같던 송은채 회장이 딱 잘라 거절했다·

이번에는 김태현 회장도 놀란 눈빛으로 변했다·

“이거 송 회장님 취향이 어떤 건지 종잡을 수가 없소· 내가 분명 송 회장이 딱 마음에 들 만한 걸 제시한 것 같은데 이리 매정하게 거절하니··· 내가 착각한 게 분명한 것 같은데 맞습니까?”

“맞아요·”

“그럼 미안하게 됐소·”

김태현 회장은 언제 미소를 지으며 말을 건넸냐는 듯 쌩하니 상체를 돌려버렸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우명그룹이라는 거대 재벌 총수의 싸늘한 모습에 흠칫 놀랄 법도 하건만 송은채 회장은 표정 하나 흔들리지 않고 다시 시선을 정면으로 두었다·

반면 김태현 회장은 방금 전의 화난 모습과는 달리 고개를 돌린 그의 얼굴은 의외로 평온했다·

아니 평온한 정도가 아니라 은은한 미소까지 피어나고 있었다·

그는 조금 전의 낚시가 완전한 실패가 아니었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

퇴근 무렵이 됐을 때 영훈은 송은채 회장의 호출을 받았다·

“부르셨어요·”

“내가 항상 오전에만 찾았지 이렇게 다 늦은 시간에는 잘 안 불러서 궁금했지?”

“사실 그랬습니다·”

“음····”

송은채 회장은 영훈을 불러놓고도 쉽사리 입을 열지 못했다·

영훈은 그런 그녀를 침착하게 기다려주었다·

“아까 국무총리가 주최하는 행사에 잠깐 다녀왔었어·”

“네 비서한테 들었습니다·”

“거기서 우명그룹 김태현 회장을 만났어· 요즘 좀 가까이한다고 나랑 그 인간을 옆에 딱 붙여놨더라고· 센스가 있는 건지 없는 건지···· 흠··· 그런데 그 인간이 글쎄 나더러 현진중공업에 관심 없냐고 운을 띄우더라고·”

“현진중공업이요?”

“응· 바람만 훅 불어도 쓰러질 것 같으니 누가 채가기 전에 먼저 줍자는 얘기였어·”

현진중공업 사정이 갈수록 안 좋아진다는 건 업계 사람 중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였다·

수주가 턱없이 부족한 것은 아니었지만 기존에 받아놨던 부채가 너무 많았고 배를 만들어서 판 수익 대부분을 빚잔치에 쓰는 중이었다가 외부 공격을 방어한다고 주가마저 폭락시켰다·

당시에는 기가 막힌 판단이었다고 생각됐지만 시간이 지나면 회복되리라고 생각했던 주가가 영 힘을 못 쓰고 있었다·

현진중공업이 살아나려면 또 다른 기업의 지원이 절실했다·

“흔들리신 겁니까?”

“솔직히 그래·”

“그렇군요·”

“만약 누가 나한테 다른 회사를 준다고 했다면 코웃음 치면서 신경도 쓰지 않았을 거야· 삼전전자를 가질 수 있는 기회를 준다고 해도 거절했을걸? 우리 최 상무가 먼저 건의한다면 모를까· 이 바닥에 백 프로 선의를 가지고 덤벼드는 사람이 어딨어· 안 그래?”

“맞습니다·”

“그런데 하필 현진중공업이야· 그것도 아직도 내 가슴에 응어리져 있는 시아버지를 가지고 흔들어대네· 사실 따지고 보면 그의 말이 맞아· 아니 원래부터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는 게 정확한 표현일 거야· 현진중공업· 그걸 왜 외손주에게 줘? 주려면 당연히 아들에게 줬어야지·”

“·······”

영훈은 쉽사리 대답하지 못했다·

이건 자신이 감히 뭐라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니까·

송은채 회장이 시집와서 지금까지 수십 년 세월 동안 응어리진 마음을 어떻게 쉽사리 평가할 수 있을까·

“몇 번이고 이해해보려고 했었어· 그래 이유가 있었겠지· 우리가 그렇게 미웠나 보지· 우리 딸이 그렇게 당신의 마음을 아프게 했었을 수도 있겠지···· 아파도 내가 더 아팠고 내 남편이 더 아팠어· 우리 연희가 더 아팠다고·”

“그러셨을 겁니다·”

“현진중공업· 솔직히 그만한 기업 인수하든 안 하든 내가 지금 살아가는데 무슨 큰 도움이 되겠니? Nodri Clare가 벌어들이는 돈이 현진중공업이 벌어들이는 것보다 많은데 말이야· 그런데 내가 알면서도 가지고 싶다고 하면 내 욕심인 거니?”

“욕심은 아닙니다· 이건 미련에 가깝습니다·”

송은채 회장은 입을 다물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아직 해가 떨어지지 않은 창밖의 풍경은 밝고 화창했다·

잠시 도시의 풍경을 바라보던 송 회장이 말했다·

“그래 미련이겠지? 하··· 우리 시아버지는 돌아가셨는데 또 이렇게 내 마음을 아프게 하시네·”

“시간이 지나면 무뎌질 겁니다·”

“미안해· 우리 최 상무 앞에서 내가 못난 꼴을 보였네·”

“아닙니다· 그러실 수 있습니다· 단순히 더 가지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닌 걸 알고 있습니다·”

“알아주니 고마워· 나가 봐· 오늘 연희랑 데이트 있다며?”

“네·”

영훈은 그렇게 고개를 숙이고 회장실을 나왔다·

회장실을 나올 때까지만 해도 평온한 표정이던 그는 기조실로 돌아오자마자 민희를 찾았다·

“우명건설 김창훈 상무와 약속 좀 잡아줘요·”

“알겠습니다·”

영훈은 끓어오르는 화를 차분히 가라앉히려고 노력했다·

안 그래도 생각할 게 한 무더기인데 엄한 놈이 회장님 마음까지 흔들어대고 있으니 짜증이 안 날 수가 없었다·

자기네 집 서까래 썩어가는 것도 모르고 남의 집이나 탐내고 있으니····

< 이 집이나 저 집이나···(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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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fice Worker Who Sees Fate

Office Worker Who Sees Fate

Score 8.5
Status: Completed Released: 2022
A child born to become a shaman with the fate of putting the world in chaos. To let go of his greed and refuse god, he’s trying to become an ordinary office worker. Choi Yeonghoon, the one who can see destiny through physiognomy (face fortune reading) and fortune telling. Will he succeed in becoming an ordinary office wor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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