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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fice Worker Who Sees Fate Chapter 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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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세 역전(3) >

오지환 부장은 자원사업부로 내려오고 나서 자신의 자리에 콕 처박혀 앉으며 고개를 숙이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좆됐다 좆됐어···”

이건 좆된 게 틀림없었다·

아무리 자기가 그룹 실세 중의 최고 실세인 최영훈 상무와 친하다고 해도 니폰유센 전무급 이상 자리를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할까?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건 윤정환 상무가 바보 멍청이나 다름없는 거다·

최영훈 상무 끈을 잡았다고 하도 촐랑거리며 다녔더니 미운털이 단단히 박혀 버린 게 틀림없었다·

이제 윤 상무의 저 비밀스러운 명령(?)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해외자원사업부 전체 프로젝트 중에 먹을 게 많고 보여줄 게 많은 건 전부 다른 팀으로 배정될 거다·

아마 뭐 빠지게 해도 이익이 많지 않은 계륵 같은 사업만 주구장창 내려올 게 뻔했다·

그렇게 되면 아무리 최영훈 상무와 가까이 있다고 해도 실적이 뒷받침되지 못하니 결국 승진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왜 그래?”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온 최동출 부장이 슬쩍 물어본다·

“몰라· 하여튼 좆됐어·”

“윤 상무가 꼬장 피웠어?”

“어 그것도 무지막지하게 큰 똥을 안겨줬다· 이걸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감이 안 올 지경이야·”

“졸라 궁금한데 말 못하는 거지?”

“응 내 컴퓨터 하드에 뭐가 들었는지는 알려줄 수 있어도 이건 안 돼·”

“네 하드에 있는 것보다 내 하드에 있는 게 더 재미있을 것 같아서 그다지 궁금하지는 않다· 어쨌든 수고~”

최동출 부장은 더이상 캐내려 해 봐야 입만 아프다는 걸 알고 일단 뒤로 물러섰다·

물론 오지환 부장을 향해서 안테나를 바짝 세웠음은 두말할 나위 없었다·

딱히 이유가 있는 건 아니다·

그냥 무료한 회사 생활의 한줄기 활력소라고나 할까?

한편 오지환 부장은 치열하게 머리를 굴렸다·

그리고 잠시 후 이 상황에 조금이라도 실마리를 줄 수 있는 사람은 한 명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그는 즉시 전화를 걸었다·

*

“왔어? 차 많이 막혔지?”

오지환 부장은 환하게 웃으며 민희를 반겼다·

“왜 여기까지 오라고 하셨어요?”

을지로가 아닌 다리 건너 반포로 약속장소를 잡은 오 부장은 멋쩍게 웃었다·

“아무래도 사람들 눈을 피하려고· 그러게 내가 태워준다니까·”

“그러다 부장님 차에 타는 거 누가 보면 여기까지 온 게 다 무슨 소용이에요? 어차피 전 전철타고 다녀서 퇴근시간이라고 해도 크게 상관없어요· 그런데 무슨 일 있으세요?”

“왜? 무슨 일 있어 보여?”

“조금 그래 보여요· 약속 잡으실 때 목소리도 그랬고· 요즘 저희 상무님이랑 같이 일하면서 뭐 불편한 점이라도 있으셨어요?”

“아니~ 상무님이랑은 불편한 거 하나도 없지· 오히려 너무 편하게 해주셔서 어떨 때는 내가 뭘 해야 하는가 싶다니까?”

“저희 상무님이 업무지시를 하나하나 디테일하게 내려주시는 분은 아니라서 그런가 봐요·”

디테일하게 내려주기 싫어서가 아니라 영훈은 업무를 디테일하게 알지 못한다·

지금도 매일 따로 개인 교습(?)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아래에서부터 차근차근 업무를 경험한 직원들에 비하면 많은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상무님의 스타일이시니까· 난 그거에 관해서는 불만 없지· 아 뭐 좀 마시자·”

오지환 부장은 잽싸게 움직여 음료 두 잔을 들고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궁금한 표정으로 빨대를 쪼옥 빨고 있는 민희에게 입을 열었다·

“상무님께서 아직 니폰유센 대표 자리를 누구에게 맡길지 생각해두시지 않은 모양이야·”

“정신없어서 미처 생각하지 못하셨을 거예요·”

민희는 영훈이 얼마나 바쁜지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그녀에게도 말하지 않고 은밀하게 직원들을 움직여 알아보고 있는 것도 있으니 영훈이 니폰유센의 새 경영자를 생각하고 있을 여유가 없음은 자명했다·

“혹시 상무님 심중에 윤정환 상무님이 있으신지 알아볼 수 없을까?”

“윤정환 상무님이요? 음···”

민희는 팔짱을 끼고 생각에 잠겼다·

자신이 알기로 오지환 부장은 일정 이상의 선은 분명히 지키는 사람인데 이건 뭔가 이상했다·

하지만 그냥 알아보는 정도로 그를 평가하기 이르다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가볍게 여쭤볼게요· 그런데 그냥 가볍게 물어보는 걸 원하시는 거예요? 아니면 윤정환 상무님이 니폰유센의 대표가 되었으면 하시는 건가요?”

“솔직히 말하면 윤정환 상무님이 니폰유센 대표로 갔으면 해·”

바로 민희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그 모습에 오 부장이 얼른 말을 덧붙였다·

“꼭 사장이 아니어도 괜찮아· 전무 급으로만 가줬으면 하는 마음이거든·”

“윤정환 상무님이 시키셨어요?”

시키긴 시켰지만 이걸 진짜 시켰다고 할 수는 없었다·

설사 절대 비밀을 지켜줄 사람이 물어본다고 해도 사실대로 말할 수도 없었다·

증거도 남지 않은 일에 섣불리 입을 열었다간 본인 혼자만 다칠 뿐이라는 걸 오 부장은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이게 상황이 조금 복잡해· 민희 씨가 생각하는 게 뭔지 알겠는데 오히려 그 반대야·”

“어떻게요?”

“윤정환 상무님은 날 찍어내려고 하고 있단 말이야· 내가 이 회사에서 계속 능력을 펼치고 있으려면 윤 상무님 밑에서는 안 된다고·”

“···”

“이해 안 된다는 거 알지만 지금 내 상황이 그래· 골치 아플 거라는 걸 알고 있어서 나도 민희 씨한테 크게 뭘 해달라고 하는 건 아니야·”

“그럼요?”

“그냥 윤정환 상무도 생각하고 있냐고 슬쩍 물어만 봐주면 돼· 그리고 나면 내가 알아서 처리할 거고·”

아무리 김민희라는 여자가 최고 실세의 비서라고는 하지만 멍청한 여자는 아니었고 게다가 그녀가 힘써 노력한다고 해도 한계가 분명했다·

어차피 최영훈 상무에게 윤정환 상무라는 사람이 후보일 수도 있다는걸 인지시켜주는 것이 목표였기에 이 이상 그녀에게 뭘 부탁할 생각은 없었다·

“윤정환 상무님을 일본에 보내버리고 싶으신 마음은 알겠는데 그 정도만 가지고 될까요?”

심각하게 부탁하는 것 치고는 너무 가벼운 일이었다·

“날 걱정해서 하는 말은 아닐 테고?”

“그냥 궁금해서 그래요· 부장님이 이 위기를 어떻게 벗어나실지··· 봐서는 윤정환 상무님에게 무작정 엎드려서 돌파할 생각은 아니신 것 같아 보이는데···”

오지환 부장은 인상을 팍 쓰고는 말했다·

“우리 상무님이 말이야· 진짜 무서운 분이시거든· 한번 찍히면 이유가 없어· 되돌릴 수도 없고· 아무리 부하 직원이 살살거리면서 손을 비벼도 쉽게 웃어주지도 않던 분이셔·”

“소문을 듣긴 했는데 그 정도일 줄은 몰랐네요·”

“뭐··· 그렇다고 사회생활 자체를 아예 못하시는 분은 아니신데··· 유독 아랫사람들에게 그래· 특히 고승현 상무님 때문에 더 심해지기도 하셨고· 그래서 날 고승현 상무처럼 자기를 밟고 올라설 인물이라고 도장을 찍으신 것 같아·”

“아··· 기분 나쁠 만하겠어요·”

“그래· 나도 솔직히 그 기분 모르는 건 아니야· 그래서 방법이 필요한 거고· 최선의 방법은 니폰유센 전무급 이상으로 영전시켜드리는 거지·”

“서로 윈윈이다 이거군요· 그런데 윤정환 상무님이 니폰유센에 갔다가 돌아오셨을 때는 부장님이 최소한 돌아온 윤 상무님 이상으로 커 있어야 하지 않아요?”

“당연히 그래야 하는데 그건 나중 일이잖아· 몇 년 후에 벌어질 일을 지금부터 걱정할 필요가 없지·”

“좋은 마음가짐이네요·”

“민희 씨 우리 친하잖아· 이 정도 부탁이 그렇게 힘든 건 아니지?”

“알았어요· 어렵지 않은 부탁이니까 한번 해볼게요·”

민희는 겉으로는 쿨하게 대답하면서도 그의 부탁을 고스란히 들어줄 생각은 없었다·

“고마워· 그 이후 일은 내가 어떻게든 해볼게·”

*

김도훈 우명솔라 사장은 사장단 회의에서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다·

“김창훈 상무가 성과가 꽤 있잖아· 내 아들이어서가 아니라 다들 칭찬도 자자하고 눈에 보이는 성과도 상당해서 우리 우명지주의 주식을 좀 주려고 해·”

아버지인 김태현 회장의 폭탄선언에 회의에 참석한 사람들이 순간적으로 김도훈의 안색을 살폈다·

누가 봐도 불편해 보이는 안색이었고 당황한 마음을 애써 감추려 하는 게 역력했다·

분명 김태현 회장도 그걸 알아챘음에도 모르는 척하며 재차 말을 이었다·

“요즘 재벌들이 세금 안 낸다고 국민들이 하도 욕하잖아? 전략실에서는 이번에 세금 낼 만큼 내고 창훈이 욕 안 먹게 하라고·”

“알겠습니다·”

어느 정도나 창훈이에게 갈지 말하지 않았음에도 전략실장이 기다렸다는 듯 대답하는 걸 보면 이미 이야기가 됐음은 틀림없었다·

도훈은 여기서 계속 넋놓고 가만히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회장님 김창훈 상무가 실적 괜찮고 요즘 일 잘한다고 칭찬을 받기는 하지만 아직 인도 추가 신공항 PM 수주가 확정된 것도 아니고 요즘 재벌 세습 때문에 안 그래도 말이 많은데 이 상황에 주식을 넘겨서 세상 사람들 이목을 끌어모으는 건···”

김태현 회장이 그의 말을 끊었다·

“아 그건 알고 있어· 말들이 나오긴 할 거야· 그래서 창훈이 녀석이 애비만 믿고 헐렁하게 일하면 주식 한 주 안 넘기려고 했어· 오 사장도 알지?”

우명건설 오경민 사장이 바로 대답했다·

“그럼요· 누누이 말씀하셨죠·”

“요즘 국민들도 다 알아· 어느 자식이 능력이 있고 어느 자식이 지 애비 믿고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놈인지· 재벌 세습 다 욕하지만 오로지 세습된다는 이유만으로 욕하는 게 아니다· 능력이 없는 놈이 부모 잘 만난 이유만으로 그 많은 재산과 기업의 존망을 결정짓는 자리에 올라간다는

게 문제라는 거야· 봐라· 90년 대 이후로 건설경기가 좋았던 적이 몇 번이나 있냐? 그런데 창훈이가 우명건설 상무 맡고 나서 매출이 얼마나 늘었어?”

“아버지 해외 건설 수주는 그전에도 무수히 따냈었습니다·”

“저가 수주로 제 살 깎아 먹기였지· 작년에 따냈던 인도 신공항 PM에서 벌어들인 수익만 얼마야? 오 사장? 얼마라고 했지?”

“천억이 조금 넘습니다·”

“그래· 지금까지 해외건설 수주로 천억 넘는 이익을 낸 사례가 몇 번이나 돼? 게다가 우명종합기계에서 인도로 수출한 중장비 매출액만 백억 대가 넘는다· 심지어 뉴스에까지 나왔어· 그 정도면 다들 창훈이 능력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할 거다· 다들 그렇지?”

“맞습니다·”

“그럼요·”

단 한 명도 거부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룹 총수의 의지가 확고했고 무엇보다 보여준 능력이 있으니 반대할 명분도 없었다·

다만 그룹 황태자나 다름없었던 우명솔라 김도훈 사장의 얼굴이 흙빛이 되어 가는 걸 보며 그룹의 운명이 요동치게 될 걸 걱정했을 뿐이었다·

“좋아· 이걸로 회의 끝내지·”

김태현 회장은 그대로 회의실을 빠져나갔다·

조금씩 달아오르는 김도훈 사장의 얼굴 때문에 자리에 참석한 사장들은 누가 쫓아오기라도 하는 것처럼 얼른 자리에서 도망쳤다·

아무도 없는 회의실에서 홀로 분을 삭이던 도훈은 자리에서 일어나 회장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 뒤를 따르는 비서실장의 얼굴에 땀방울이 솟을 정도로 긴장된 상황·

도훈이 회장실로 들어서자 김태현 회장은 오길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상석에 앉아 손짓을 했다·

“앉아라·”

“네·”

“놀랐지?”

“솔직히 그렇습니다·”

“그럴 거야· 이해한다·”

“아버지···”

도훈이 뭐라고 입을 열려고 할 때 김태현 회장이 선수쳤다·

“알고 봤더니 글쎄 나도 모르는 사이에 네 동생이 자라고 있었다·”

“네?”

“애 엄마는 죽고 할머니랑 같이 살고 있더구나·”

“···”

“그래서 그 아이를 호적에 올려서 키우려고 한다·”

순간 도훈은 깜짝 놀라 소리쳤다·

“아버지 안 돼요!”

“안 되는 거냐?”

“어머니가 용납하지 않으실 거예요·”

“네가 도와주면 안 되겠니?”

도와주면 안 되겠냐니···

방금 전에도 그룹을 하나가 아니라 둘로 쪼갠다는 걸 돌려 말씀하고 온 참이다·

그런데 호적에 올리는 순간 수조 원짜리 그룹이 두 쪽이 아니라 세 쪽으로 갈라질 수도 있었다·

아이가 어리다고는 하지만 아무리 어려봐야 아버지가 당장 돌아가실 것도 아니고 다 큰 성년이 돼서 공부까지 어느 정도 하고 나면 그 뒷감당을 어떻게 하시려고 이런단 말인가?

이건 안 될 말이었다·

“아버지 호적에는 올리지 않고 그냥 도와주면 안 될까요?”

“호적에는 올리지 말고 그냥 도와만 주자··· 그럴까?”

김태현 회장의 되물음에 도훈은 순간 대답을 하지 못했다·

정말 아버지의 피가 섞여 있다면 지금이 아니라고 해도 언제가 됐든 그 아이는 화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 아이를 죽일 수도 없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와중에 김태현 회장이 쓴웃음을 지었다·

“그렇구나· 잘 알겠다·”

아버지는 체념한 듯 고개를 끄덕였고 도훈은 안심했다·

그런데 이어진 아버지의 말에 도훈은 찬물을 뒤집어쓴 것처럼 정신이 확 들었다·

“창훈이에게 주식을 주지 말라는 말을 하려고 온 거라면 미안하지만 그건 어려울 것 같다· 너도 똑똑하지만 창훈이도 나름 그룹을 이끌어갈 만한 능력을 보여주고 있으니까·”

우명건설이 아니라 그룹이라는 단어를 썼다·

“아버지···”

“둘이 잘 경쟁해봐· 그렇게 서로 성장하는 거고 회사에도 도움이 될 거다· 그만 나가봐·”

김태현 회장은 할 이야기 다 했다는 듯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등을 돌렸다·

< 전세 역전(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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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fice Worker Who Sees Fate

Office Worker Who Sees Fate

Score 8.5
Status: Completed Released: 2022
A child born to become a shaman with the fate of putting the world in chaos. To let go of his greed and refuse god, he’s trying to become an ordinary office worker. Choi Yeonghoon, the one who can see destiny through physiognomy (face fortune reading) and fortune telling. Will he succeed in becoming an ordinary office wor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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