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Office Worker Who Sees Fate Chapter 231

You can change the novel's language to your preferred language at any time, by clicking on the language option at the bottom left.

< 조력자(1) >

고이케 유리코는 한국말이 능숙했다·

간단한 인사말인데도 매우 정확한 발음이라 그녀가 한국말을 꽤 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한국어를 잘 하시는군요?”

“어렸을 때부터 한국을 자주 오갔어요·”

“신영금융과 관련이 깊어서 그랬나요?”

“그건 아니에요· 그냥 한국의 분위기가 좋았어요· 솔직하고 활기차고··· 무엇보다 지루하지 않아서 좋았어요· 그런데 최영훈 씨는 분위기가 참 특이해요·”

“제가요?”

“네 말로 설명할 수 없지만 특이해요· 오해하지 말아요· 나쁜 뜻은 아니에요·”

그녀는 묘한 미소를 지으며 다소곳이 차를 마셨다·

영훈은 잠시 옆에 앉은 형준을 바라보았다·

그가 입모양으로 ‘왜?’라고 물었고 영훈은 다시 고이케 유리코에게 시선을 돌렸다·

어려운 여자다·

영훈은 처음으로 사람을 상대하며 벽에 막힌 기분을 느꼈다·

“한국에서의 생활을 어떠십니까?”

“좋아요· 여전히 활기차고 정신 없는 서울의 분위기를 느끼고 있다보면 나도 모르게 시간이 빨리 가는 느낌이 들거든요· 그런데 궁금한 게 있어요·”

“말씀하세요·”

“두 분은 어떤 사이에요?”

“친구라고 하면 너무 가깝고 업무적인 파트너보다는 조금 더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아··· 흥미롭네요· 사실 궁금했어요· 이형준 상무가 약속을 잡고 한 사람이 더 올 거라는 말을 했을 때 난 신영은행장이 이 자리에 나올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HS물산? 무슨 이유로 당신을 불렀을까 싶었어요·”

“다른 이유가 있겠어요? 당신의 도움을 받고 싶어서 그런 거죠·”

“솔직하군요?”

“당신에게는 솔직해야 할 것 같아서 그렇습니다·”

“어머 방금 굉장히 로맨틱한 말이었던 거 알아요?”

영훈은 살짝 당황하다가 말했다·

“그런 뜻은 아닙니다· 게다가 전 이미 결혼한 유부남이기도 하구요·”

“사람을 헷갈리게 하는 재주가 있군요?”

“하하 그런가요?”

“그런데 왜 저한테는 솔직해야 할 것 같다고 생각했나요?”

“거짓말을 하는 사람을 싫어할 것 같아서요·”

순간 그녀의 눈빛이 반짝였다·

누구나 거짓말하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 그걸 특징이라고 찍어내는 경우는 많지 않다·

“거짓말인지 아닌지 알아낼 방법이 없을 수도 있지 않나요?”

영훈은 그녀의 눈을 한동안 빤히 바라보다가 딴소리를 했다·

“예전에 어떤 아주머니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 아 아주머니는 주부를 말하는 거예요·”

“알아요· 저 한국말 잘해요·”

“그렇군요· 그 아주머니가 자기는 어렸을 때 참 눈치가 없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했습니다· 어딜 가도 분위기 파악 못하고 이상한 이야기로 분위기를 망친 적이 많았다는 거예요· 그런데 결혼하고 애를 키우면서 많이 바뀌었답니다·”

“결혼하면 없던 눈치가 생긴다는 건가요?”

“비슷하지만 맥락이 다릅니다· 남편이 허구헌날 늦게 들어와서는 친구 핑계를 대고 회사 핑계를 댔다고 해요· 그리고 자식 새끼는··· 아 자식들을 간혹 그렇게 부릅니다·”

“알아요·”

“미안해요· 내가 자꾸 흐름을 끊는군요· 그리고 자식들은 참고서를 산다고 학원비를 내야 한다고 핑계를 댔다고 해요· 그게 핑계였던 건지는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알았다고 합니다· 남편의 핑계는 바람을 피기 위한 것이었고 자식의 핑계는 돈을 모아서 게임기를 사기 위함이었던 것을

한참 뒤에야 알았다고 해요·”

“그것 참 안 됐군요·”

“둔하기 그지없던 그녀는 어느새 세상 누구보다 날카로운 감각을 지닌 여자가 되어 있었던 겁니다· 안타까운 일이죠·”

영훈의 말이 끝났을 때 세상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있던 그녀의 표정이 놀랍게도 얼음처럼 굳어 있었다·

“한국 속담 중 ‘말 속에 뼈가 있다’는 말을 들었어요· 최영훈 씨의 말이 꼭 그런 것 같군요?”

“그랬나요?”

“혹시 내 뒷조사를 해보셨나요?”

“도움을 받아야 할 분이니까요· 도움을 받으려면 뭐가 부족지 알아봐야 도움을 받을 수 있을 테니까 실례인 줄 알면서도 조금 알아봤습니다·”

형준은 황당한 표정으로 영훈을 돌아보았다·

자신도 모르게 언제 저 여자에 대해 뒷조사를 했는지 놀랐다는 표정인데 당연하게도 영훈은 고이케 유리코에 대해 뒷조사를 한 적이 없다·

그럴 정신도 없었고 그래야 할 이유도 없었다·

다만 뒷조사를 하지 않았다고 말하면 그녀를 잘 알고 있는 이유가 설명되지 않기 때문에 뒷조사를 했다고 말한 거다·

“많이 실례되는 거예요·”

“그 부분에서는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고이케 유리코는 기분이 많이 나쁜지 팔짱을 끼며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영훈은 그녀의 그런 기분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다·

결코 드러내고 싶지 않은 과거일 테니까·

“그래서 내가 부족한 게 뭔지 찾았나요?”

“아니요· 못 찾았습니다· 부족한 게 없으시더군요 한 가지 빼고는···”

“그게 뭐죠?”

영훈은 그녀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다시 딴 소리를 시작했다·

“신영금융은 지금 중요한 기로에 서 있습니다· 최대 지분을 가진 이세준 부회장은 각종 비리혐의로 검찰에 소환될지도 모르는 상태인데다가 그룹 계열사 매각을 준비하고 있어요· 계열사 직원들은 불안해하고 있고 이 사태가 빨리 마무리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

“여기 이형준 상무가 이 사태를 마무리 할 수 있는 최고의 적임자라고 말씀드리는 건 아니에요·”

“그럼요?”

“그나마 이 혼란스러운 상황을 잘 마무리 할 수 있는 좋은 선택지라는 걸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최고의 적임자는 아니지만 그나마 선택할 수 있는 좋은 카드라는 건 이해하겠어요· 그런데 난 이세준 부회장님에 대한 배신은 생각하지 않고 있어요· 게다가 계열사 매각 뉴스는··· 솔직히 믿음이 가지 않는 걸요?”

여기서 형준이 끼어들었다·

“그렇지 않습니다· 신영손해보험과 신영투자증권은 아버지인 이세준 부회장 입장에서 눈엣가시나 다름없습니다· 특히 신영손해보험은 신영은행 신영생명 등 계열사 지분을 상당히 가지고 있습니다· 만약 계열사 지분을 정리하지 않고 그대로 둔다면 이세준 부회장 입장에서 언제 터질

지 모르는 화약고를 안고 있는 셈이 되는 겁니다·”

“당신이 이세준 부회장을 이긴다면 그럴 일이 없을 거라는 말인가요?”

“맞습니다· 신영손해보험 사장님은 저와 손을 잡았고 저를 양자로 들이기로 약속했습니다·”

“이야기를 듣긴 했지만··· 참 놀라운 일이에요·”

“그룹을 안정시키기 위해서입니다·”

더 정확히는 그룹의 안정이 아니라 그룹을 가지고 싶은 마음이라는 걸 그녀도 형준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이형준의 말을 신뢰하지 않았다·

가식적이니까·

차라리 신영금융그룹을 내가 가진다면 계열사 어떤 것도 매각하지 않을 거라고 선언했다면 그를 믿을지도 모른다·

“그렇군요·”

고이케 유리코는 그저 고개만 끄덕였을 뿐이고 그 뒤로 어떤 말도 덧붙이지 않았다·

형준이 답답한지 차를 벌컥벌컥 마셨다·

영훈은 형준의 설득이 먹혀들지 않을 거라는 걸 그녀의 사주를 확인하고 나서 알았다·

그래서 어려운 여자라고 판단했다·

그녀는 돈이 많았고 누군가에게 빚지는 걸 싫어하는데다가 감언이설로 자기를 꼬시는 걸 무척 싫어하는 여자였다·

그러니 말로 설득한다고 될 리가 있나·

“당신은요?”

형준의 말이 끝나고 그녀는 고개를 영훈에게 돌렸다·

너는 날 어떻게 설득할 것인지 물어보는 거다·

영훈은 잠시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신영손해보험을 드리겠습니다·”

순간 형준이 고개를 홱 돌렸다·

무슨 소리냐는 눈빛을 레이저 쏘듯이 쏘아 보냈지만 영훈은 모른 척하며 고이케 유리코만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전혀 생각하지 못한 제안에 미간을 찌푸렸다·

“그게 무슨 말인가요?”

“당신을 설득할 생각은 없습니다· 거래를 하자는 말이죠·”

“···”

“싫다면 우리도 깨끗하게 물러나겠습니다· 신영손해보험을 원하는 다른 사외이사가 적어도 남은 네 명 중에 한 명은 있을 테니까요·”

“방금 전에 신영손해보험 사장님과 손을 잡았다고 하지 않았나요? 이형준 상무를 양자로 들일 거라고 했던 걸 똑똑히 들었는데요?”

“말은 그렇게 합니다· 형의 자식이니 내 자식이나 마찬가지다··· 개소리죠· 내 자식은 내 자식이고 형제의 자식은 형제의 자식입니다· 게다가 형제의 피 한 방울 안 섞인 자식인데 피 한 방울 안 섞인 자식을 밀어준다? 이세준 부회장을 정리한 후 가장 먼저 이형준 상무를 공격할 사람이

바로 신영손해보험 사장일 겁니다·”

그녀는 차를 마시며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이형준 상무는 동의하지 않을 것 같은데요?”

“동의할 겁니다·”

“어떻게 그렇게 확신하죠?”

“그게 최선의 방법이라는 걸 이해한다면 동의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신영손해보험 이세명 사장을 배신할 사람이라면 날 배신하지 않을걸 어떻게 믿을 수 있나요?”

“믿지 마세요· 그리고 계약서를 쓰세요· 그럼 문제 없지 않을까요?”

“···”

“필요 없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군요· 오늘 즐거웠습니다·”

영훈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그녀가 처음으로 평정을 잃었다·

“잠시만요·”

“필요 없지는 않은 모양이군요?”

“신영손해보험은 꽤 탄탄한 회사라고 들었거든요· 그리고 난 바보가 아니랍니다· 하나의 표와 하나의 회사를 주고 받는 건 나에게 큰 이득이라는 걸 알고 있어요·”

“다행입니다·”

“그런데 궁금하네요· 보통은 그냥 도와달라 자길 밀어주면 내 지분 가치가 얼마나 올라갈거다 등의 소리를 하면서 날 설득하려고 할 텐데··· 회사를 준다는 식의 거래를 할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어요·”

“당신에 대해 많은 걸 알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딱 두 가지는 알 것 같습니다· 겉으로 보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이는 사람이라는 것 그리고 다른 하나는 사람을 못 믿을 거라는 것·”

그녀는 놀랍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

“그걸 어떻게···?”

“다른 사람을 못 믿는 사람들이 간혹 있습니다· 가족 이외에는 절대 남의 말을 믿지 않지요· 그럴 때는 설득을 하려 하면 할수록 더 경계심을 갖게됩니다· 제 아무리 좋은 의도라고 해도 말이죠·”

“···”

“신영손해보험이 큰 회사라고는 하지만 어차피 지금 이형준 상무는 빈 손이나 다름없습니다· 남의 손에 있는 회사를 당신에게 준다 한들 남의 손에서 남의 손으로 가는 것이죠· 내 손에 있지도 않은 걸 내 손에 있는 것처럼 아까워해서 일을 그르치면 욕심이 눈을 흐리게 하는 셈입니다·

그런 사람과는 같이 일해선 안 되겠죠?”

“방금 이형준 상무가 굉장히 아까워했던 것 같은데요?”

“제가 방금 흐린 눈을 밝게 틔워줬으니 시야가 깨끗해졌을 겁니다·”

형준은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네네 그럼요·”

고이케 유리코는 재미있다는 듯 미소 지었다·

“정말 좋은 친구 사이군요· 아 친구처럼 가까운 사이인 거죠?”

“맞습니다·”

“부러워요· 주변에 믿을 만한 사람이 있다는 건 정말 축복이거든요·”

“그 많은 재산을 나이 어린 여자 혼자 물려받았으니 주변에 얼마나 탐내는 사람이 많았겠습니까· 당연한 겁니다· 인간들을 다 불신할 이유가 없어요·”

“말처럼 쉽지 않던걸요?”

영훈은 머리를 긁적이며 말을 꺼낼까 말까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재물은 사람의 눈을 흐리게 만듭니다· 그리고 재물은 사람의 마음을 병들게 하지요· 본래 태어나기를 외로움을 잘 타지 않고 혼자가 편한 사람이라면 지금 당신처럼 살아도 무방할 겁니다· 하지만 사람을 좋아하고 대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언제고 그 외로움이 당신을 병들게 할 수

있습니다·”

“당신은 정말 이해할 수 없군요· 어떤 확신을 하고 있길래 그렇게 단정 짓고 말하는 건가요?”

“그냥 내 이야기가 아니라 주변 이야기라고 생각하세요· 걸러 들으시면 됩니다·”

그녀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일단 넘어가기로 했다·

“그럼 걸러서 내 주변에 그런 사람이 있다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가족을 만드세요·”

“결혼을 하란 말인가요?”

“가족은 믿을 수 있을 테니까요·”

“남자는 믿을 수 없어요·”

“돈이 없는 남자는 믿을 수 없겠지만 적어도 당신의 재산에 관심이 없을 정도로 돈이 많다면 그 남자는 믿을 수 있지 않을까요? 게다가 꽤 건실한 사람이라면요·”

그녀가 미간을 찌푸렸다·

“그런 남자가 있나요?”

“자고로 옛말에 중매를 잘못 서면 뺨이 석 대고 중매를 잘 서면 술이 석 잔이라고 했습니다·”

고이케 유리코는 황당하면서도 왠지 허풍처럼 들리지는 않았다·

처음 만난 남자가 사람을 잘 못 믿는 자신에게 남자를 소개시켜준다고 한다·

다른 사람이라면 코웃음을 쳤겠지만 이상하게 돌아가신 할아버지만큼이나··· 아니 그 이상으로 자신을 잘 아는 저 남자라면 왠지 믿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사람이라면··· 내가 믿을 수 있을 만한 사람이라면 단순히 술 석 잔으로 감사 인사를 끝내지는 않을 거예요·”

그 말에 형준이 똘망똘망한 눈망울로 냉큼 나섰다·

“그럼 신영손해보험은···?”

“그건 거래잖아요· 남의 손에 있는 거구요· 아직 시야가 흐리신가요?”

“아 예··· 아닙니다· 크흠···”

형준은 시무룩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 조력자(1) > 끝

If you have any questions, request of novel and/or found missing chapters, please do not hesitate to contact us.
If you like our website, please consider making a donation:
Buy Me a Coffee at ko-fi.com or paypal
Office Worker Who Sees Fate

Office Worker Who Sees Fate

Score 8.5
Status: Completed Released: 2022
A child born to become a shaman with the fate of putting the world in chaos. To let go of his greed and refuse god, he’s trying to become an ordinary office worker. Choi Yeonghoon, the one who can see destiny through physiognomy (face fortune reading) and fortune telling. Will he succeed in becoming an ordinary office worker?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