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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fice Worker Who Sees Fate Chapter 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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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력자(2) >

고이케 유리코가 떠난 직후 영훈과 형준은 근처 조용한 카페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볼일이 급한 아이처럼 안절부절못하다 영훈이 음료를 들고 자리에 앉으니 기다렸다는 듯 입을 열었다·

“갑자기 무슨 중매야? 무슨 생각이 있는 거야?”

영훈은 조각 케이크를 포크로 잘라 입에 넣고는 잠시 음미하다가 말했다·

“대개 돈이 없는 사람들은 돈이 많은 사람들을 보고 우리가 모르는 그들만의 불행한 사정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는 합니다· 그 말이 완전히 틀린 것도 아니죠·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내 앞에 있으니까·”

“갑자기 가만히 있는 나는 왜 붙들고 늘어져?”

“그냥 말이 그렇다는 겁니다· 그런데 대부분 돈이 많은 사람들은 상무님 같은 불행한 사연보다는 상당히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이 훨씬 많지요·”

“거의 그렇지· 내 주변 친구 중에 나처럼 상속문제 없는 놈들은 세상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거든·”

“그렇게 행복하게 사는 사람 중 몇몇은 자라면서 가진 재산 때문에 가까운 사람에게 몇 번의 배신을 당하기도 합니다· 그 과정을 너무 어릴 때 겪게 되면 간혹 모든 사람을 불신하는 지경에 이르게 되기도 하죠·”

“심리학 이야기냐?”

“심리학은 잘 모르지만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네요· 전 사람의 인생을 이야기하는 겁니다·”

“계속해봐·”

“제가 알아본 고이케 유리코 씨는 어려서부터 공주처럼 자라왔다고 들었습니다· 부족한 것 하나 없고 손가락 하나만 까딱거리면 원하는 건 뭐든지 얻을 수 있는 공주와 같았던 삶이었더군요·”

“돈이 많은 집안이었으니까 그렇게 살았겠지·”

“그런데 의외로 굴곡이 많았더군요·”

“그래? 어떤?”

그건 모른다·

사주에 초년운이 무척 좋지만 스무 살이 넘어가면서 무수한 구설수와 관재수가 얽혀 있다는 것만 알 뿐·

특히 가까운 사람들과·

“그건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우리끼리 그 정도는 말해줄 수 있는 거 아니야?”

“남의 사생활을 뭘 그렇게 알려고 하십니까? 넘어가세요·”

“에이 씨··· 뭐 어쨌든 그래서?”

“말했듯이 그녀는 사람을 잘 못 믿을 수밖에 없는 성장 과정을 지나왔습니다· 그러니 살살 달래서 내 편 좀 들어달라고 하면 그게 아무리 그녀에게 좋은 결과로 온다 한들 콧방귀나 안 뀌면 다행일 겁니다·”

“그래서 회사를 준다고 한 거야?”

“네· 최소한 그 정도는 되어야 그녀도 무작정 거부하지 않고 생각이라는 걸 해볼 수 있을 테니까요·”

“그래도 그건 너무 크지 않았어?”

“그럼 다른 방법 있습니까?”

형준은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아니지 없지· 에이··· 한 표만 딱 얻으면 되는데 그 한 표가 이렇게 비쌀 줄 누가 알았어?”

“반대로 생각하면 지금까지는 너무 싸게 얻은 것일 수도 있습니다·”

“넌 어떻게 그렇게 딱 칼같이 정리하냐? 난 그게 궁금해· 사람이 기계가 아닌데 선을 딱 지키는 비결이라도 있냐?”

영훈은 어깨를 으쓱였다·

“없습니다 그런 거·”

“그럼 그냥 아는 거야?”

“네· 다만 한 가지 팁이라면 기준을 내가 아니라 상대방으로 잡을 뿐입니다· 사람마다 각자 넘으면 안 되는 선이 있죠·”

“그걸 어떻게 알아?”

“그걸 아니까 저와 상무님이 다른 겁니다· 다른 사람들은 컵에 물이 반쯤 남아 있다고 가정하면 고이케 유리코는 처음부터 물이 가득 찬 컵이라고 판단한 겁니다· 그러니 그 컵에 물을 담으려고 하지 않았던 거고요·”

“거참 신기하네· 좋아· 그럼 중매 이야기를 해봐·”

“고이케 유리코 씨는 가족이 없습니다· 친구도 없죠· 그럼 얼마나 외롭겠습니까?”

형준은 황당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래서 중매해준다는 말을 했다고? 외로워 보여서?”

“네·”

“미친 거야?”

영훈은 그저 피식 미소 지었다·

그는 어이없다는 투로 계속 물었다·

“그러다 그 여자가 됐다고 하면 어쩌려고 그랬어? 졸지에 처음 본 여자 중매해주겠다고 하다 까인 멍청한 놈 되는 거잖아?”

“그럴 수도 있겠죠·”

“그건 아예 생각을 안 한 거야?”

“거절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왜?”

“외로웠을 테니까요·”

“허····”

“생각해보세요· 상무님이 한창 솔로일 때 누가 여자 소개해 준다고 하면 싫다고 했을 것 같습니까?”

“아니? 당연히 좋다고 하지·”

“마찬가지예요·”

“야 고이케 유리코 정도 되는 여자가 그런 질 낮은 미팅이나 하겠냐? 주변에 남자가 얼마나 꼬일 텐데?”

“아닐걸요?”

“어째서?”

“저 여자는 쉽사리 다른 사람 못 믿을 테니까요· 그런데 그럴 때 있지 않습니까? 누군가 급하게 사람을 써야 하는데 아는 사람은 없고 믿을 만한 누군가가 소개해 준다고 하는 상황·”

“그래서 저 여자가 꼴랑 처음 만난 널 믿을 만하다고 여겼다는 거잖아?”

“아마도 그렇겠죠?”

“넌 아마 현진물산에 입사하지 않고 다단계에 발 들였으면 조희팔 저리 가라 했을 거야·”

“칭찬이십니까?”

“칭찬이지· 칭찬이지 말고· 크흠··· 됐고 누구를 소개해 주려고 그래? 설마 나는 아니지? 난 이미 임자 있어·”

영훈이 코웃음을 쳤다·

“무슨 김칫국을 그렇게 급하게 드십니까?”

“내가 아니었어?”

“뭐예요? 진짜 기대했어요?”

“그건 아니고··· 난 네가 날 생각하면서 그렇게 말하는 줄 알았지· 그래서 어떻게 거절하면 좋을까 생각했었는데?”

“구라인 거 다 압니다·”

“크흠··· 그래서 내가 아니면 누군데?”

“상무님은 아실 거 없어요· 어쨌든 상무님은 아니니까 김칫국 들이키지 마시고 가서 작전이나 잘 짜세요· 고이케 유리코 씨가 손들어주면 이기는 건 맞죠?”

“그럼· 마석대 은행장님하고 작은아버지랑 상의해서 이사회 일정 잡아야지·”

“잘 하세요· 난 더는 도와줄 수 없습니다· 이게 한계예요·”

“이것만 해도 큰 도움 됐다· 고마워·”

“고마워하세요· 전 잊지 않습니다· 내가 도움 준 거·”

잊지 않는다는 말에 형준이 무섭다는 듯 어깨를 움츠린다·

“어이구 무서워라· 알아· 네 성격 내가 모르냐? 난 받았으면 꼭 갚는다·”

영훈은 그의 대답에 미소 짓고는 남은 커피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

“회장님 이번엔 쉽게 빠져나가지 못합니다·”

김상철 검사의 말이 조사가 끝난 이후에도 계속 차명진 회장의 머릿속을 헤집어놓고 있었다·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말은 들었지만 새파랗게 어린 평검사 새끼가 자신을 잡아 처넣겠다고 대놓고 으르렁댈 줄은 전혀 몰랐다·

검찰총장은 아예 연락도 받지 않고 있었고 그의 손이 닿는 검사들은 두손 두발 다 들면서 이번 수사팀의 의지가 너무 확고해 전혀 손 쓸 수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

뭔가 수를 써야 하는데 자식 새끼는 변호사만 떨렁 보내놓고 찾아와 보지도 않고 있었다·

어이가 없고 황당하면서도 이대로 풀려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과 두려움이 그를 옥죄고 있었다·

게다가 평생 푹신한 회장 전용 의자에만 앉아 있던 그는 딱딱하고 불편한 자세를 요구하는 조사실의 철제 의자가 극도로 혐오스러웠다·

이딴 의자 말고 제대로 된 의자를 가지고 오라고 소리쳤지만 그 누구도 요구에 응답해주지 않았다·

심지어 동석한 변호사의 요구에도 다른 사람들도 다 똑같이 저 의자에서 조사를 받았으니 특혜를 바라지 말라는 말에 둘 다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세영그룹 회장의 말이 평검사의 귓구멍에도 안 박히는 상황·

차 회장이나 대한민국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든다는 최고 로펌에서 나온 변호사나 둘 다 이 상황이 한 편의 연극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둘이 이 일을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하는 사이 문이 열리고 다시 김상철 검사가 들어섰다·

그는 서울대 출신이자 현재 서울지검장과 같은 기수인 까마득한 선배에게 고개를 까딱이며 말했다·

“변호사님은 잠시 자리를 비워주셨으면 하는데요·”

“전 정당하게····”

김상철 검사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도 안 된다는 투로 항변하는 박찬열 변호사의 말을 끊었다·

“정당한 거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옆에서 같이 이야기하는 걸 회장님이 싫어하실 것 같은데····”

“네?”

“조치연 씨가 마지막으로 회장님과 대화를 하고 싶다는데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싫으시면 거부하셔도 상관없고요·”

아무리 세상 무서운 게 없이 살았던 차명진 회장이지만 그래도 단 한 명 껄끄러운 사람이 있다면 그게 바로 조치연이다·

죽은 아내의 아버지인 데다가 유일하게 자신의 치부를 제대로 알고 있으며 또한 자신에 대한 원한이 하늘에 닿은 사람이 바로 그니까·

만약 이런 상황이 아니었다면 차명진 회장은 죽기 전까지 조치연과 마주보는 일을 피해왔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피한다는 걸 생각할 수 없었다·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하는 상황이 바로 지금이니까·

“만나지· 자네는 나가 있게·”

“그래도 되겠습니까?”

“괜찮아· 언제고 한 번은 만나야 할 사람이야·”

차 회장은 애써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변호사가 자리를 비우면 그만큼 불안해지는 건 맞지만 그렇다고 조치연과의 대화에 그를 합석 시킬 수는 없었다·

박 변호사가 예전 그 일을 모르고 있어서가 아니다·

둘 사이에 흐르는 저열한 감정과 대화를 들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상철 검사는 당연한 결정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박찬열 변호사에게 말했다·

“심심하실 텐데 저랑 커피 한잔이라도 하시죠· 싫으시면 검사장님 불러드릴까요?”

“됐어· 그런데 자네 부장검사는 왜 코빼기도 안 비추지? 요즘 검찰 수준 많이 떨어졌구만·”

박 변호사는 이런 싸가지 없는 놈은 처음 본다는 듯 경멸스러운 표정으로 그를 쓱 쳐다보고는 지나쳤다·

김상철 검사는 부아가 치밀었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그렇게 발걸음을 옮기던 박 변호사는 통로 의자에 앉아 가만히 눈을 감고 있는 노인네 앞에 뚝 멈춰 섰다·

“안녕하십니까· 법무법인 태양의 박찬열입니다· 이건 제 명함입니다· 언제고 한번 연락드리겠습니다·”

조치연은 눈을 뜨고 그가 내민 명함을 받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시게·”

“네····”

그런데 박 변호사가 숙인 고개를 들기도 전에 조치연이 명함을 바닥에 휙 던지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모습에 박 변호사가 조치연의 소매를 붙잡았다·

“영감님·”

“왜?”

“오래전 일을 마음에 품고 지내봐야 가슴만 아프지 않겠습니까· 가슴에 묵은 한이 깊다고 하나 이렇게 시끌벅적하게 하지 않아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일입니다·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조치연은 비웃었다·

“흥! 네까짓 게 뭘 도와? 그래 봐야 차명진이가 부리는 종놈 주제에?”

박찬열 변호사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영감님 말씀이 심하십니다·”

“네 놈이 날 도와? 날 도울 생각이 있었다면 검사일 때 돕지 그랬냐? 나보다 어린놈이 기억력이 그리 떨어지나? 네가 검사 시절에 내 사건을 어떻게 대했는지 생각이 나지 않아?”

“당시에는 제가 이 사건을 담당하지····”

“지랄하고 있네·”

“예?”

“지랄한다고 했다· 네가 내 사건 어떻게 막았는지 내 아주 잘 알고 있어· 너 그리고 도수연이· 너희 둘 아주 잘 알고 있다·”

조치연은 당황하는 박 변호사를 한껏 비웃어주고는 그를 지나쳤다·

그리고 그 모습을 한걸음 떨어져서 지켜봤던 김상철 검사가 입을 열었다·

“아우··· 선배님 경력이 화려하셨다고 들었는데 대단하십니다· 세영그룹 차명진 회장님과 오래전부터 인연이 있으셨네요· 지금 현직에 계셨으면 제가 참 배울 게 많았을 것 같습니다·”

박찬열 변호사는 급이 안 되는 사람과는 아예 말도 섞으려 하지 않는 사람이다·

하지만 김상철 검사의 말에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내가 현직에 있었으면 자네는 나한테 말도 걸지 못했어·”

“아유~ 그럼요· 하늘 같은 선배님이신데··· 아 그렇다고 같은 학교 선배님이라고 한 건 아닙니다· 학교 다른 건 저도 알고 있습니다·”

“분수를 아니 다행이군·”

“그럼요· 지방대 출신인 제가 차명진 회장 같은 사람 눈에 들었겠습니까? 차 회장 뒷구멍 핥아주는 것도 선배님 정도 학벌이 되지 않으면 감히 상상도 못 하지 않습니까·”

“뭐 이 새끼야?”

급기야 박 변호사 꼭지가 돌아 김상철 검사에게 몸을 돌렸다·

하지만 김상철 검사는 뭘 그리 흥분하냐는 듯 말했다·

“나쁜 뜻 아닙니다· 그것도 능력 아닙니까? 전 선배님을 대단하다고 생각해서 말씀드린 겁니다· 저는 선배님 발끝의 때도 못 쫓아갑니다· 하하하!”

“이 새끼··· 네 부장검사도 내 앞에서는····”

“알죠 알죠···· 다 압니다· 저도 바보 아니에요· 어쨌든 앞으로 계속 보게 될 텐데 잘 부탁드립니다·”

김상철 검사는 분노로 몸을 부들부들 떠는 박 변호사에게 허리를 90도로 숙이곤 몸을 돌렸다·

자신을 향한 경멸의 눈초리·

김상철 검사는 잘 알고 있었다·

진심으로 자신을 발끝의 때만큼도 여기지 않고 있다는 걸·

그래서 보고 싶어졌다·

자신이 이번 사건으로 국민에게 눈도장을 찍고 정치인으로 화려하게 데뷔할 때 저 인간의 표정이 어떻게 바뀌게 될지 말이다·

< 조력자(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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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fice Worker Who Sees Fate

Office Worker Who Sees Fate

Score 8.5
Status: Completed Released: 2022
A child born to become a shaman with the fate of putting the world in chaos. To let go of his greed and refuse god, he’s trying to become an ordinary office worker. Choi Yeonghoon, the one who can see destiny through physiognomy (face fortune reading) and fortune telling. Will he succeed in becoming an ordinary office wor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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