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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fice Worker Who Sees Fate Chapter 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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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전(3) >

재숙은 막 집으로 들어오면서 들은 이야기에 뒤를 홱 돌아보았다·

“연락처 교환을 안 했다고?”

“응·”

“왜? 형준이 별로야?”

“아니 의외로 괜찮던데?”

오늘 자리에 오기까지 재숙은 꽤나 오랫동안 다은을 설득해야 했다·

다은이는 만나야 할 상대를 듣자마자 거부했었기 때문이다·

재벌 가문의 20대 초중반 여자들끼리는 그룹의 규모를 떠나 대부분 친분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 친분의 깊이가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적어도 이 바닥에서 일어나는 지저분한 소문 정도는 충분히 대화의 소재로 사용할 정도는 되었다·

그렇기에 예전 형준이 많은 여자를 만나고 다녔으며 망나니들처럼 지저분하게 놀지는 않았어도 젠틀하다고 표현하기는 힘들 정도로 많은 소문이 있었음은 알고 있었다·

손꼽히는 재벌가 아가씨이기는 해도 아직 졸업도 하지 않은 그녀였기에 무작정 조건만 보고 결혼하고 싶지 않은 게 당연했다·

기왕이면 잘 생기고 젠틀하며 자신이 가진 배경이 있으니 자신만 바라보는 순정파였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던 거다·

그러니 신영금융 이형준이라는 이름을 듣자마자 거부했던 건데 무려 2시간 동안의 기나긴 설득 탓에 마음을 돌렸던 그녀였다·

그런데 의외로 괜찮다니?

연락처를 교환한다고 해도 어거지로 했을 줄 알았는데 재숙은 그것도 의외였다·

“괜찮았는데?”

“그 오빠 나오기 싫었던 것 같던데?”

“응?”

재숙의 얼굴이 찌푸려졌다·

나오기 싫었다는 말 자체가 이해가 안 됐던 것이다·

“나오기 싫었는데 아줌마 때문에 억지로 나왔나봐·”

“하하 그게 무슨 소리야? 신영금융 대표가 왜 우리를 만나기 싫어해? 네가 잘못 안 거야·”

대한민국 최고 재벌 그룹이자 글로벌 기업인 오성그룹의 막내딸을 만나기 싫어하는 남자가 있을까?

재숙은 단연코 없다고 믿었다·

“아닐걸?”

그런데 다은은 거실 소파에 털썩 앉으며 단언했다·

나이는 어리지만 부회장인 아버지가 인정할 정도로 똑 부러지고 명석한 모습을 보여온 그녀였기에 재숙은 다은의 옆에 앉으며 물었다·

“진짜야? 진짜 그렇게 느꼈어?”

“응 그런데 웃기더라·”

“뭐가?”

“말하는 게·”

“어떻게 말했는데? 넌 좀 자르지 말고 끝까지 말해· 엄마 속 터지게 하지 말고·”

다은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하여간 성격 급하긴··· 아까 엄마가 계산한다고 나가고 아줌마도 나가니까 글쎄 나더러 미안하다고 하는 거야· 자기 때문에 억지로 떠밀려서 온 거 아니냐면서·”

“그래서?”

“난 아니라고 괜찮다고 그랬지· 혹시나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는 거니까· 그런데 또 그러는 거야· 아줌마가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어서 괜히 무리를 한다고· 그때 딱 느꼈지· ‘아··· 이 오빠가 지금 번호 따기 싫어서 수작을 부리는 구나’하고 말이야·”

“그게 연락처 받기 싫어서 그런 거라고?”

“느낌이 딱 왔어· 그리고 그 말을 한 다음에 내 반응도 보지 않고 그대로 아줌마 가방 챙겨서 일어나던데?”

“허··· 걔 웃기네? 지가 뭔데?”

“그러니까· 나 오늘 제대로 까였잖아·”

재숙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아줌마! 맥주 남은 거 있죠? 안주랑 챙겨서 갖다주세요·”

“네~”

그렇게 주방에 일을 시킨 그녀는 답답한지 거실 창문을 열어젖혔다·

그리고 다시 자리에 앉아 가정부가 가져다준 맥주캔을 따고 벌컥벌컥 들이켰다·

“엄마도 와인보다 맥주가 낫지?”

“미쳤니? 좋은 와인이 얼마나 맛있는데? 시원한 맛으로 먹는 거지· 그래도 답답할 때 이보다 좋은 게 없어· 그런데 걔 뭐지? 감히 우리 다은이를 까?”

“난 재밌던데?”

“까였는데 재밌니?”

“신선하잖아? 맨날 앞에서 절절매는 남자만 보다가 돗자리 걷어차고 갈 길 가는 남자· 신선하긴 했어·”

“그거 작전 아니니?”

“작전이면 그것 대로 신선하고· 그런데 아직 내 앞에서 그런 식의 작전을 펼친 남자는 없었어· 아닌 척 관심 없는 척하지만 결국 자리가 만들어지면 어떡해서든 내 눈에 들려고 했거든·”

“그럼 진짜 관심이 없는 거라고? 신영금융이 오성그룹을 관심에 두지 않는다고 하면 네 아빠가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다·”

“아마 아빠도 재미있어 하지 않을까?”

“재밌기도 하겠다·”

재숙은 눈을 흘기더니 안주로 나온 반건조 오징어를 질근질근 씹다가 또 외쳤다·

“아줌마! 여기 고추장이랑 마요네즈!”

*

[나 형준이 엄마다· 점심 시간에 회사 앞에서 좀 보자·]

민희는 어떻게 알았는지 자신에게 온 문자를 보고 한숨을 쉬었다·

하긴 재벌 사모 정도 되면 다른 회사 직원 핸드폰 번호 알아내는 게 큰 어려움을 아닐 것이다·

그런데 안 좋은 기분이 표정에 그대로 드러났는지 스케줄 보고를 하러 들어갔다가 최영훈 상무의 예상치 못한 질문을 받아야 했다·

“뭐 안 좋은 일 있어요?”

“네? 아니에요·”

“있는 것 같은데? 회사 일이면 이야기하고 아니면 괜찮아요·”

회사일이 아닌 사적인 문제였기에 아니라고 말하려다가 이내 민희는 마음을 돌려 먹었다·

“실은··· 이형준 대표이사 어머님이 만나자고 해서요·”

그것까지만 말했는데 최영훈 상무의 얼굴에 미소가 감돌앗다·

“아··· 알겠네·”

“무슨 문제인지 아시는 거세요?”

“대충 짐작이 가요·”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본래 민희의 사주는 남편복은 있어도 시부모 복은 없는 사람이었다·

더 정확히는 복이 없다기보단 사이가 좋지 않을 사주였다·

말실수로 인해 서로의 사이가 멀어지며 각종 부동산 문제와 돈 문제로 끊임없이 싸울 사주라고 할까?

그런데 이런 사주는 그다지 특별한 사주가 아니었기에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었다·

시댁과 사이가 좋지 않은 며느리 처가와 사이가 좋지 않은 사위·

어느 한쪽에서 노력한다고 쉽게 좋아질 수가 없는 것이기에 사주에 나와 있는 것이라 이걸 끊어내기 위해서는 이혼을 하던가 아니면 평생 안 보고 살도록 마음을 독하게 먹어야 했다·

“하아···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내가 민희 씨를 이형준 당시 상무와 만나보라고 한 건 둘이 잘 맞을 것 같아 보였기 때문이었지 단지 그의 재력이 엄청나서가 아니었습니다·”

“알고 있어요·”

“아니요·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다 모르고 있어요·”

“네?”

어리둥절해하는 민희에게 영훈이 다시 또박또박 말했다·

“둘이 잘 맞을 것 같다· 이 말은 둘이 만나면 서로 화합하고 사랑하며 미래가 더 좋아질 수 있다는 말이에요· 누구 한쪽이 일방적으로 덕을 보는 관계는 좋은 관계가 될 수 없습니다· 그 말인즉슨 이형준 상무가 단지 좋은 사람이라서 추천한 게 아니라는 말이에요·”

“그럼···?”

“이형준 상무의 재력에 눌리지 말아요· 서로 안 맞으면 헤어지면 그만이고 그깟 돈 부족하면 벌면 되지· 안 그래요?”

미소를 짓는 영훈의 얼굴을 보며 민희는 그가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지 깨달았다·

“감사합니다· 이해가 됐어요·”

영훈이 굳이 더 자세히 설명하지 않은 이유는 그럴 필요가 없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방향을 정해주면 알아서 문제를 해결할 사람이 바로 그녀다·

“잘 됐네요· 그럼 나가보세요·”

“네·”

민희는 방을 나와 차분히 자신의 일에 집중했다·

시간이 흘러 점심시간이 되자 회사에서 조금 떨어진 커피숍으로 갔다·

대형 프렌차이즈 커피숍인 그곳은 아직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제법 한산했고 가장 안쪽 자리에서 우아하게 커피를 마시고 있는 중년 여성을 찾을 수 있었다·

“안녕하세요·”

“왔니? 앉아라·”

민희가 맞은편에 앉자 윤경원이 그녀의 옷차림을 슬쩍 훑으며 말했다·

“밥을 먹자고 하면 먹다 체할까봐 여기서 보자고 했다· 괜찮지?”

“전 어지간해서는 잘 안 체하는 성격이라 기왕이면 식사까지 해도 좋았을 텐데 아쉽네요· 식사 시간이 빠듯하니 어머님이 빨리 말씀하셔야 하는데 괜찮으시겠어요?”

경원의 손에 힘이 들어가 자연스럽게 주먹이 쥐어질 뻔하다 말았다·

“너 말 참 잘하는구나?”

“칭찬해주셔서 감사해요·”

“칭찬으로 들렸니?”

“어머님 화 나셨어요? 왜 그렇게 날을 세우고 계세요?”

“그 어머님 소리···!”

경원은 소리를 지르려다가 주변 사람들을 의식하고 빠르게 목소리를 가라앉혔다·

“그 어머님 소리 입에 담지 마· 내가 왜 네 어머님이니?”

“아주머니라고 부르기 그래서요· 그래도 형준 씨 어머님이신데···”

“너 도대체 가정교육을 어떻게 받았니? 부모님이 기본적인 예절교육은 안 가르쳐 주셨니? 하긴··· 어렸을 때 이혼했다고 하더니 이래서 집안을 보고 여자를 들여야 하는 건데···”

경원은 민희를 비웃었다·

어지간한 여자라면 울음을 터뜨릴 만큼 화가 날 상황·

민희 역시 화가 나는 건 맞지만 그녀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화를 억누를 여자는 아니었다·

“저희 부모님이 이혼하셨다는 걸 아셨으면 제 뒷조사를 많이 해보셨나봐요?”

“그럼 내가 가만히 있을줄 알았니? 잘 알아봤지 뭐야·”

“하긴 그래요· 어머님의 말씀이 맞아요· 가정교육이 중요한데 저희 어머니는 제가 어렸을 때 집을 나가셨더랬죠· 혹시 이유가 뭔지 아세요?”

“뭐?”

“그건 모르셨군요· 바람 나셨어요· 남편이랑 자식들 놔두고 누군지도 모를 남자랑 바람나서 집을 나가셨어요· 이런 가정에서 자랐으니 가정교육이 제대로 됐을 리가 없겠죠?”

“···”

“그런데 참 희한해요· 형준 씨는 가정교육을 못 받은 티는 안 나던데· 바람은 피웠는데 집을 안 나가셔서 그런 건가요?”

“이런 미친년이···”

경원은 부들부들 떨었다·

너무 화가 나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 오는데 지금이 바로 그랬다·

민희는 그런 그녀를 보며 차분히 말을 이었다·

“형준 씨 대표이사고 어머님 되시는 분이 여자친구 후려갈겼다는 기사 나가는 거 보고 싶지 않으시면 화가 나더라도 그 두 손 가만히 두고 조용히 들으세요·”

“뭐?”

“전 바람난 어머니에 대한 기억이 좋지 못해요· 아직도 원망스럽고 용서할 수 없죠· 그런데 제 시어머니 되실 분이 예전에 바람을 피우셨고 지금도 피우고 있다면 전 그냥 두고 볼 수 없어요·”

“그게 무슨···!”

“종로 리치칼튼 호텔· 거기 윤재수 작가랑 자주 왔다 가셨죠?”

경원의 동공이 큰 파도를 만난 돗단배처럼 흔들렸다·

“···”

“윤재수 작가를 오랫동안 후원하셨더라구요· 그림도 많이 사셨고· 또··· 이쯤에서 그만할게요· 별로 입에 담고 싶은 말은 아니라서·”

민희는 음료수 대신 가져온 물을 한 모금 마시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저를 돈에 미쳐서 앞길 창창한 아들에게 엉겨붙은 거머리처럼 생각하시겠지만 솔직히 전 형준 씨의 재력 때문에 만난 건 아니었어요· 재력이 플러스 요인이 되는 건 맞지만 그게 전부는 결코 아니에요·”

“거짓말·”

“그렇게 믿고 싶으시겠지만 아니에요· 왜냐하면 전 능력 있거든요· 그리고 능력이 있으면 자신의 삶을 어떻게 바꿔나갈 수 있는지 그 누구보다 가까이서 지켜봤거든요·”

고작 사람을 잘 본다는 능력 하나·

그 능력 하나로 재계를 뒤흔든 사람이 최영훈 상무다·

그런 사람을 지금껏 보좌하면서 그녀가 본 건 그 어떤 재력가와 권력자 앞에서도 움츠러들지 않는 상사의 모습이었다·

영어도 제대로 못하고 업무처리도 하나하나 배워온 상사는 결코 자신이 남들보다 부족하거나 못 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남들보다 뛰어난 한 가지 능력이 있으니까·

그렇다면 자신도 그래야 마땅했다·

“말 잘하는 거 칭찬 아니라고 하셨지만 전 그걸 제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먹고 사는데 지장 없을 만큼 제 능력에 자신을 가지고 있어요·”

“허··· 잘났구나?”

“감사해요·”

“너 내가 조용히 끝내려고 했는데 가만두지 않아· 두고 봐라·”

그렇게 경원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날 때 민희가 나직이 말했다·

“앉으세요·”

“뭐?”

“말 안 끝났어요· 앉으세요·”

“너 미쳤니?”

“아까도 말했지만 전 제 시어머니가 다른 남자랑 호텔에서 같이 있는 거 두고 보지 않아요· 차라리 정신병원에 넣고 말지·”

민희의 마지막 말이 경원의 머리를 때렸다·

“이런 미친년··· 너 내가 가만 있을 것 같니?”

“제가 형준 씨와 결혼하려는 것 막고 싶으시죠? 최선을 다하세요· 최선을 다하셔야 할 거예요· 그렇게 못 하겠으면 이제부터 달라지셔야 해요· 지금까지 누리고 있던 모든 걸 앞으로도 계속 누리고 싶으시다면요·”

민희는 너무 화가 나고 어이가 없어서 어쩔 줄 모르는 그녀에게 살짝 고개를 숙이고 그대로 가게를 나가버렸다·

< 내전(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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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fice Worker Who Sees Fate

Office Worker Who Sees Fate

Score 8.5
Status: Completed Released: 2022
A child born to become a shaman with the fate of putting the world in chaos. To let go of his greed and refuse god, he’s trying to become an ordinary office worker. Choi Yeonghoon, the one who can see destiny through physiognomy (face fortune reading) and fortune telling. Will he succeed in becoming an ordinary office wor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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