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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fice Worker Who Sees Fate Chapter 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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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으로 수심을 재다(3) >

최일곤 사장과 강대성 실장은 커다란 접시에 담긴 회를 앞에 두고 젓가락을 들지 않은 채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무슨 생각일 것 같아?”

최 사장의 물음에 대성이 대답했다·

“고무신을 거꾸로 신으려는 게 아닐까요? 너무 뻔한 예상이긴 히지만요·”

“뻔하다는 건 그만큼 가장 합리적인 가정이라는 거지·”

“사장님도 저와 같은 생각이신가요?”

“지금까지 수많은 하청업체와 거래를 해봤다· 그중 가끔은 무리다 싶을 정도로 강압적인 요구도 있었지· 처음에는 강하게 거부하던 그들도 결국 우리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했어· 뭐 몇몇 끝까지 저항한 회사들도 있었지만 지금까지 살아남은 업체는 없다·”

설명은 길었지만 대충 같은 생각이라는 말이었다·

“그렇겠네요· 신영금융이 큰 금융그룹이긴 하지만 우리 오성의 압박을 견디기에는 힘에 부칠 것 같습니다· 솔직히 HS그룹의 최영훈이라는 자가 아버지 앞에서는 호기롭게 큰소리를 떵떵 쳤지만 압박을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게 그렇게 쉽게 넘길 수는 없는 일이겠죠·”

“난 그 최영훈이라는 사람을 부회장님이 그렇게 높이 평가하는 걸 아직 이해할 수 없다· 부회장님이 사람을 잘 보시기는 하시지만 아직 젊다며?”

“이제 서른 중반입니다·”

“서른 중반이면 아직 애송이 티도 벗지 못했을 나이야· 간혹 나이를 초월할 만큼 대단한 능력을 보이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건 이과적 능력에서나 가능해· 사람을 상대하고 대국을 분석하는 통찰력은 단순히 머리가 똑똑하다고 생기는 게 아니야·”

“네·”

대성은 최 사장의 말에 완전히 동의할 수 없었다·

그날 아버지 앞에서 보여준 최영훈의 분위기는 단순히 자기 잘난 맛에 날뛰는 철부지로 볼 수는 없었으니까·

하지만 굳이 그의 말이 틀렸다고 하지 않았다·

지금 그런 걸 따질 상황도 아니었고 오늘 만날 이형준 대표의 말에 따라 최영훈이 그저 허풍쟁이일지 아닐지가 판가름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약속 시간인 7시에서 5분이 모자랐을 때 문이 열리며 이형준 대표가 들어섰다·

“아이고~ 죄송합니다· 많이 기다리셨죠?”

리츠 칼튼 호텔에서 봤을 때 잔뜩 굳어있었던 그는 오늘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밝게 웃으며 나타났다·

“아닙니다· 나 오성 최일곤입니다·”

“예 사장님· 만나서 영광입니다· 주변에서 글로벌사업지원팀이 오성그룹의 핵심이라고 이야기를 하던데 오늘 이 자리에서 뵙게 될줄은 몰랐습니다·”

“그냥 소문일 뿐입니다· 여기는 전에도 인사 나누셨다고 들었는데요·”

“맞습니다· 또 뵙습니다·”

“네· 연락주셔서 감사합니다·”

대성의 말에 형준이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이거 연락을 안 드릴 수가 있어야지요· 한편으로는 대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정도 끈기가 있으니 뭘 해도 국내 최고 세계 최고가 될 수 있겠구나 하구요·”

“과찬입니다· 앉으시죠·”

“네·”

형준이 자리에 착석하자 대성이 서둘러 각자의 잔에 술을 따랐다·

강대성 정도 되면 어디 가서 술잔을 내밀었으면 내밀었지 술을 따라주는 상황은 나오지 않을 텐데 오늘은 로열패밀리라는 걸 생각할 때가 아니었다·

형준은 편안하게 술을 목으로 넘기곤 웃으며 말했다·

“강대설 실장님 말고 다른 분이 오실 줄은 몰랐는데 게다가 같이 온 분이 최일곤 사장님일 줄은 몰랐습니다· 이거 제가 뭐 대단한 사람이라도 된 것 같네요·”

“대단한 사람이죠· 신영금융 대표 아닙니까?”

“하하 이거 제가 대표를 단지 얼마 안 돼서 아직 모든 게 얼떨떨합니다· 일단 드시죠· 음식 앞에 두고 계속 대화만 나누려니 출출해서···”

“그러세요· 드십시다·”

최일곤 사장은 젓가락을 들어 회 한점을 입으로 가져가면서 시선을 형준에게서 떼지 않았다·

대표이사에 오르기까지 꽤나 어려운 상황을 겪었고 그 당시부터 상당히 냉정한 성격이었다고 들었는데 오늘은 지금까지 듣던 이야기와는 달라보였다·

그 이야기는 곧 지금까지 알려진 이야기가 잘못된 정보였거나 꾸며낸 모습이라는 거고 그게 아니라면 오늘 원하는 대답을 듣지 못할 수도 있다는 말이었다·

형준은 마치 점심을 먹지 않은 것처럼 정신없이 회를 먹고는 사케로 입가심을 하고 슬며시 웃었다·

“하하 이거 너무 정신없이 먹었나 봅니다·”

“아닙니다· 잘 드시니 보기 좋은데요·”

대성이 손을 저으며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말하자 형준이 멋쩍게 웃었다·

“그렇게 봐주시면 감사하죠· 그럼··· 우리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해볼까요?”

“그러죠·”

“사실 오늘 뵙자고 한 게 다름 아니라 전에 펜실베니아에 있는 오성전자 직원들의 급여와 은퇴 투자자산을 우리 신영은행과 연계해주실 수 있다고 들었는데 맞습니까?”

대성은 얼씨구나 하는 마음으로 대답했다·

“맞습니다·”

“잘됐네요· 솔직히 꽤 오랜 기간 동안 영업에 주력했는데도 성장세가 두드러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계속해서 조금씩 고객과 잔고가 늘어나고는 있지만 성장하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하기에는 부끄러운 수준이죠· 이럴 때 같은 나라끼리 잘 도와서 함께 성장하면 좋은 거 아니겠습니까·”

“물론입니다· 옳은 말씀이에요·”

최일곤 사장은 섣불리 맞장구를 치는 대성을 말리려다가 그만두었다·

이미 내뱉은 말이었고 대성은 첫째에게 밀리고 있기는 해도 이제는 엄연히 후계자 중 하나로 밀어주고 있는 상황이었다·

말하는 중에 끊는 건 대성을 도와주는 게 아니라 그 권위를 오히려 깎아내리는 게 될 뿐이었다·

“감사합니다· 하하하! 이렇게 쉽게 승낙하실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말이죠 하하하!”

호탕하게 웃음을 터뜨리는 그를 보고 대성이 말했다·

“그럼 우리 다은이와 만나보기로 마음을 정하신 겁니까?”

순간 형준이 화들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네? 그게 무슨···”

“다은이와 만나실 생각으로 그런 말씀을 하신 게 아닙니까?”

“아··· 이런··· 당황스럽습니다· 저는 그때 강재식 부회장님과 최영훈 상무와의 대화에서 저의 결혼 문제는 끝냈다고 생각했었는데요· 그때 부회장님도 제 결혼에 대해서는 더이상 언급 안 하셨지 않습니까?”

대성은 열이 확 오르는 걸 느꼈다·

“저기 이형준 대표님·”

“네 말씀하세요·”

“오성그룹이 자선단체도 아니고 그 많은 직원의 급여와 은퇴자금을 그냥 신영은행에 맡긴다고 하겠습니까? 그렇게 순진하신 분 아니시잖아요?”

“공짜로 받을 생각은 없습니다· 우리가 은행만 가진 것도 아니고 크게 보면 우리쪽에서 도와드릴 수 있는 부분이 많을 거라고 생각하니까요· 그런데 저는 그 조건이 이미 끝난 이야기인 결혼을 다시 끌고와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강대성은 말도 안 된다는 듯 목소리를 높였다·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까? 우린 신영금융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아요· 그런 조건으로 우리가 신영에게 그런 큰 도움을 줄 거라고 생각하는 겁니까?”

분명 이 부분에서 형준이 찔끔하리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그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우리 도움이 필요 없으시다구요? 그럼 왜 다은 씨와 절 만나게 하려는 겁니까? 신영이 필요 없다면서요? 그냥 꿀꺽하고 싶으신 겁니까? 그런 거예요?”

오히려 대성이 한방 맞아서 흠칫했다·

순식간에 외통수에 몰려버린 상황에 최일곤 사장이 나섰다·

“서로 흥분한 것 같으니 우리 술이라도 한 잔 하면서 가라앉히지·”

“···”

형준은 대답 없이 술잔에 담긴 술을 마시곤 최 사장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넌 어떤 이야기를 할 거냐고 묻는 표정이었다·

최 사장은 일이 쉽게 흘러가지는 않겠다고 느끼며 말했다·

“이 대표가 오해를 하고 있네· 꼭 상대방이 탐나야지만 결혼을 하던가? 지금까지 기업들 사이에 이루어진 혼사들 하나하나 생각해보면 어느 한 쪽이 한 쪽을 잡아먹었던 적은 극히 드무네· 오히려 서로 상부상조하면서 같이 성장했지· 부회장님은 그런 의미로 이 대표가 우리와의 혼사를

긍정적으로 생각해봐 달라는 거였어·”

“상부상조 좋습니다· 전 충분히 오성그룹과 손 잡을 생각이 있어요· 아까도 말했지 않습니까? 오성그룹에게 충분히 혜택을 중 용의가 있다구요·”

“자고로 옛날부터 사람의 말은 흘러가는 물과 같아서 쉽게 믿지 못해· 그래서 그 결속의 증표로 혼인을 올렸네· 혼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신의의 표현으로 혼인을 하는 거였지· 지금도 마찬가지네·”

“아니 아니··· 그건 아니죠·”

형준이 아예 입꼬리를 한쪽으로 올리며 손을 저었다·

이쯤 되니 냉정함을 유지하고 있던 최일곤 사장의 이마에 힘줄이 꿈틀거렸다·

“뭐가 아니라는 건가?”

“지금 같은 상황에는 맞지 않는 비유라는 겁니다· 우리가 뭐 오성의 등뒤에 비수를 꽂을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오성이 어디 하나 의지할 곳 없는 회사도 아닌데 굳이 혼사까지 갈 필요는 없지요· 오히려 절 사위 삼아서 신영을 오성의 하수인처럼 부려먹겠다는 뜻 아닙니까?”

“자네 말을 너무 막하는군·”

“그게 아니면 서로 상부상조하면 될 일인데 왜 이렇게까지 혼사에 집착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미 부회장님이 그때 언급하지 않고 끝낸 일인데 애들도 아니고 언제까지 이 일로 물고 늘어질 겁니까?”

“애들? 자네···”

“그리고 사장님 자네 자네 하시는데 저 엄연히 신영금융 대표입니다· 제 밑에 직원이 몇 명 있는지 알고 계십니까? 사적인 이야기를 할 때야 모르지만 공적인 이야기를 할 때도 아랫사람 부리듯 하대하시면 곤란합니다·”

최일곤 사장은 자신이 너무 안일하게 이 자리에 나왔음을 깨달았다·

애초부터 이형준 대표는 이럴 목적으로 약속을 잡은 게 틀림없었다·

“크흠··· 그건 미안하게 됐네 이 대표·”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어쨌거나 전 오성그룹과 손을 잡고 상부상조하며 그룹을 성장시킬 생각이 있습니다· 그러니 이제부터 끝난 이야기는 접고 미래만 생각하는 게 어떻습니까?”

대성은 한참 동안 최일곤 사장과 이 대표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신의 실책을 반성했다·

그리고 표정을 굳히며 말했다·

“그러니까 ‘신영은행 미국 지부에 계좌를 연결해달라 하지만 결혼은 안 된다’ 이 말이시죠?”

“맞습니다·”

“부회장님께서 허락하실 거라 생각하십니까?”

형준이 미간을 찌푸리며 힐난하듯 되물었다·

“전권을 가지고 나온 게 아니었습니까?”

이 또한 강대성과 최 사장의 예상을 벗어났다·

이러면 앞으로 이형준 대표와 만날 때 적어도 해당 업무에 대한 전권을 가지고 있지 못하면 만나자고 말도 못 꺼내게 되었다·

아무리 신영금융 대표라고 해도 오성그룹 강재식 부회장을 만나지 않고서는 대화도 하지 않겠다는 식의 태도를 취한다는 건 있을 수 없지만 적어도 이 자리에 낄 능력도 없는 놈이 되고 말았다·

대성은 판을 엎었으면 엎었지 망신을 당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다은이와 결혼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을 때부터 이렇게 될 거라고 예상했는지도 모른다·

“허··· 고작 신영금융 대표 주제에 아버지랑 맞먹겠다는 건가요?”

“말이 심하시네요? 그리고 부회장님이 아니라고 해도 여기 최 사장님도 같이 계신데 그 정도 권한도 못 가지고 있으면 저는 누구랑 대화해야 하는 겁니까? 뭐 알겠습니다· 더 이상 이야기하면 서로 싸움밖에 안 되니 저는 이만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부회장님께 잘 말씀드려 주십시

오·”

마지막 말도 어찌 들으면 비꼬는 것처럼 들릴 수 있는 말·

대성은 형준이 나가자마자 탁자를 내려치며 분노했다·

“저 새끼가 미쳤나!”

“진정해· 일단 사람들이 들을 수 있으니까 일어나자고·”

“후··· 알겠습니다·”

“괜히 저러는 게 아닐 거다· 이건 부회장님에게 직접 보내는 싸인이니 일단 보고하고 지시를 받아·”

“우리가 실수한 게 있을까요?”

최일곤 사장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대성이 ‘제가’라고 하지 않고 ‘우리가’라고 한 건 이제 너와 난 공동체 운명이니 적당히 빠질 생각하지 말고 최대한 머리를 굴려보라는 보이지 않는 압박이었다·

여지껏 한발 물러서서 관망만 하던 녀석이 처음으로 날을 보인 게 최 사장 입장에선 그리 나빠 보이지 않았다·

“실수했지 많이· 처음부터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다· 잘못을 했으니 벌을 받아야 하는 건 당연한 일· 가서 보고부터 해·”

“알겠어요·”

그렇게 참담한 표정으로 가게를 나온 대성은 집으로 돌아가 아버지에게 해당 내용을 보고하기 위해 서재에 들어갔는데 하필 그 자리에 형인 강만성이 자리하고 있었다·

“형?”

“나 신경쓰지 마·”

강만성은 대성을 쳐다보지도 않고 자신이 들고 온 보고서를 살펴보았다·

“이형준 대표 만났지? 뭐라고 해?”

강재식 부회장이 형은 신경쓰지 말라는 듯 턱을 치켜들며 물었다·

대성은 머리를 긁적이다가 이형준 대표와 있었던 일을 늘어놓았다·

이야기를 끝냈을 때 입을 연 사람은 아버지가 아니라 뒤에 앉아 자신의 일에 몰두하고 있던 형이었다·

“미친··· 그 새끼 정신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야? 아버지 가만 놔두실 거 아니죠? 건방진 새끼···”

그런데 어처구니 없다는 듯 말하던 형의 말투에서 점점 힘이 빠졌다·

곤혹스러운 표정의 아버지를 보고 단순히 처리할 일이 아님을 눈치챘기 때문이다·

“곤란하게 됐구나· 곤란하게 됐어·”

“아버지?”

“그 어린놈의 말이 사실이었어· 신영금융 대표가 정말로 그놈 손에 꽉 잡혀 있는 게 분명해· 만성아·”

“네?”

“지금 어느 못된 망아지가 애비를 무척 곤란하게 하고 있다· 대성이는 영 힘들어하고 있는 듯하니 네가 한번 해결해볼 테냐?”

만성은 대성을 힐끗 보며 피식 웃었다·

“아버지 대성이한테 너무 힘든 거 시키지 마세요· 힘든 건 저한테 시키세요·”

환하게 웃는 그를 보며 아버지가 묘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 믿어보마·”

< 눈으로 수심을 재다(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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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fice Worker Who Sees Fate

Office Worker Who Sees Fate

Score 8.5
Status: Completed Released: 2022
A child born to become a shaman with the fate of putting the world in chaos. To let go of his greed and refuse god, he’s trying to become an ordinary office worker. Choi Yeonghoon, the one who can see destiny through physiognomy (face fortune reading) and fortune telling. Will he succeed in becoming an ordinary office wor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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