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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fice Worker Who Sees Fate Chapter 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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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투(5) >

“전에도 말했지만 내 생각은 변함없습니다·”

천승모의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

다은의 아름다운 외모와 그녀에게서 풍기는 좋은 향기는 머리를 아찔하게 했지만 행여 자신 때문에 아버지의 정치 인생에 오점이라도 남을까 두려웠다·

지금까지 사회생활을 하며 듣는 것도 많고 본 것도 많은 그였다·

오성그룹이 대통령 후보가 될지 모르는 아버지의 아들인 자신을 가지고 뭔가 하려고 하고 있음을 그는 모르지 않았다·

“왜 그렇게 싫은 건데요?”

“나 오늘 두 번째 보는 거 아닙니까? 그런데 나랑 결혼하자는 게 말이되는 겁니까? 그래요· 결혼했다고 칩시다· 그 다음에 우리 아빠가 대통령이 되었다고 치자구요· 그럼 아버지가 퇴임한 뒤에는? 그때 이혼하면 되는 겁니까? 그런 계획이에요?”

어딘가 모르게 뾰죡하게 모난 그의 음성·

다은을 향한 적대감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녀가 미워서가 아니었다·

행여 넘어갈지도 모른다는 의식이 만들어낸 일종의 방어기제였다·

반대로 다은은 답답해했다·

이제 시간이 얼마 없는데 이 남자는 철저하게 벽만 치려고 하고 자신의 말은 들으려고 하지 않으니까·

무슨 말을 해도 믿으려 하지 않을 게 눈에 보였다·

“그럴 생각 없어요·”

“흥! 내가 그 말을 믿을 것 같습니까?”

여전히 벽을 세운 그를 보며 다은이 작게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잔뜩 굳어있는 그의 손을 가만히 감싸 쥐었다·

“일단 내 말을 들어봐요·”

순간 움찔한 승모는 맹수의 위협에 얼어붙은 초식동물처럼 바짝 굳어버렸다·

갑자기 심장이 마구 날뛰기 시작했고 손을 빼야 할지 그냥 두어야 할지 정신이 혼란해지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다은이 이때다 싶어 말을 이었다·

“나 그렇게 못된 생각을 가지고 당신 만나러 온 거 아니에요· 그렇다고 당신을 보고 첫눈에 반했다고 거짓말을 하는 것도 아니구요· 난 어차피 결혼을 해야 하는데 내가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할 수 없다는 건 알아요· 그럼 내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

“네? 그걸 왜 저한테···”

“원래 아빠는 다른 사람을 찍어서 그 남자와 결혼하라고 했어요· 신영금융그룹 이형준 대표요· 알죠?”

“알고는 있는데···”

모를 리가 있나·

대한민국에서 신영은행 통장 하나 정도는 다들 가지고 있을 테니 모를 수가 없다·

게다가 얼마 전에 벌어졌던 경영권 분쟁은 꽤나 떠들썩했고 경제에 관심이 많은 그는 해당 분쟁의 전말을 기사에서 꼼꼼히 살펴봤을 정도였다·

“그 남자와 결혼하래요· 그런데 그 남자 여자가 있었어요· 사랑하는 여자가 있었던 거예요· 그래도 그 남자랑 결혼하라고 하는 거 있죠?”

“그건 말도 안 되는 일 아닙니까?”

승모는 갑자기 목소리를 높였다·

그 짧은 시간에 그녀의 처지에 감정이 이입된 거였다·

따스하고 부드러운 그녀의 손길을 느끼는 순간부터 사실 그의 머릿속은 고장난 기계처럼 제대로 굴러가지 않고 있었다·

온 몸의 신경이 전부 손에 쏠려있었으니까·

“그래요·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우리는 그래야 해요· 그게 상식이거든요· 전 그게 싫어요· 그래서 당신을 찾았어요·”

“날··· 찾았다구요?”

“네· 당신은 날 구원해줄 수 있으니까·”

“내 내가요?”

“네· 결혼을 해야 한다면 내 스스로 남자를 선택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그 남자와 남들처럼 알콩달콩 연애하고 그렇게 결혼하려구요· 그런데 아무 남자나 선택하면 아버지가 결코 승낙하지 않을 게 뻔하잖아요? 그래서 아버지가 거부하지 않을 남자여야만 했어요· 내 말이 이해 되나요?”

이야기가 요상하게 흘러갔지만 승모는 자신을 향한 다은의 물기 어린 눈빛에 최면이라도 걸린 것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네···”

“승모 씨 아버지에게 뭘 얻고자 노리는 거 없어요· 아버님 정치 하시는데 걸리적거릴 생각 전혀 없구요·”

“정말입니까?”

“그럼요· 오히려 아버님은 절 마음에 들어하실 걸요? 나라를 운영하는데 있어서 오성그룹 같은 대기업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실 테니까요·”

승모는 애써 그녀의 말에서 허점을 찾아내려 했지만 자신의 손을 잡고 있는 그녀의 손길에 머리속이 하얗게 변한다는 문장을 현실로 체감하고 있었다·

그리고 결국 그녀의 말이 진실일 거라고 애써 자신을 설득했다·

“그 그럴까요?”

새빨개진 얼굴로 멍청하게 되묻는 그를 보며 다은은 내심 민희의 조언에 감탄하는 중이었다·

그저 손 한 번 잡았을 뿐인데 이렇게 사람이 달라지다니···

“내 말 믿어요· 나 부족한 점 많아요· 조금 고집스러운 부분도 있고 덜렁대면서 실수한다는 이야기도 들어요· 하지만 거짓말을 하진 않을게요· 당신을 속이는 일은 없을 거예요· 지금 당장 결혼하자는 건 아니에요· 나도 당신을 다 모르고 당신도 날 모르니까· 서로 천천히 알아가요 남들

처럼· 그러니까··· 나랑 사겨요· 네?”

승모는 침을 꿀꺽 삼켰다·

코끝을 맴도는 향기와 더없이 맑은 그녀의 눈빛 그리고 보드라운 그녀의 손길에 그는 홀린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 그래요·”

다은은 만족한 웃음을 지었다·

처음에는 그저 못생겼다고 생각한 남자였는데 이상하게 오기 전부터 계획했던 그 문장을 입으로 뱉고 보니 눈앞의 남자가 조금은(?) 귀엽게 보였다·

*

문자의 발신자는 강대성이었고 내용은 사진 한 장과 한 줄의 문장이었다·

누구인지 모를 두 개의 손이 서로 맞잡고 있는 사진·

그리고 그 밑에는 ‘천보윤 의원에게 대금을 치렀습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천보윤 의원에게 준 대금은 일종의 계약금이나 다름없고 잔금은 대선이 끝나고 나서 요구할 계획이었다·

어찌됐든 계약금이 지불됐으니 강재식 부회장과 대화를 할 이유는 없어졌고 영훈은 그 자리에서 미련없이 나올 수 있었다·

“아버지는 뭐라고 하십니까?”

붉은 하늘을 배경으로 삼은 대부도의 횟집은 그 자체만으로도 그림이라 영훈은 대성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잠시 경치를 감상했다·

자신의 질문이 씹혔음에도 대성은 뭐라 하지는 못하고 괜히 음료수만 들이켰다·

가족을 제외하고 이토록 자신을 무시하는 사람은 평생 겪어본 적이 없는 그였지만 그에게서 풍기는 묘한 분위기가 욱하는 마음을 가라앉게 만들었다·

영훈은 한참 뒤 입을 열었다·

“별다른 말 없었습니다·”

“네? 별다른 말이 없었다니요?”

“가격을 깎아보려다가 강만성 사장이 끼어들어서 딜을 망쳤거든요·”

“어떻게 망쳤는데요?”

“내 앞에서 절 비난했습니다·”

“아···”

대성은 이해가 안 되면서도 일단 되는 척했다·

누군가를 비난했다고 거래가 중단된다는 것·

그건 언제나 갑의 입장을 유지하던 그들에게서나 가능한 일이었지 반대의 경우가 생길 거라고는 상상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자리에는 아버지까지 같이 있었는데···

“문제 있습니까?”

“아니요· 그런데 만약 내가 계약금을 못 줬다면 어쩌려고 했습니까?”

영훈은 피식 웃었다·

“오해를 하고 계시는군요· 내가 왜 꼭 오성과 거래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내가 혼자 독차지하면 그 뿐인데·”

“신영금융 문제가 걸려 있는 거 아닙니까? 우리가 적당히 겁만 준 걸 전부라고 생각하시면 안 됩니다·”

“그게 쉬웠으면 당신 아버지가 나와 거래하려고 할 이유가 있을까요? 진짜로 날 압박하려고 했다면 적어도 두 번째 만남은 청하면 안 됐습니다· 무작정 신영금융하고 거래부터 끊고 오성이 가진 호텔로 불렀어야 했어요· 그러니 다시 만나자고 한 것부터 부회장님에게 이득이 될 수 없는

협상이었습니다·”

“하··· 만약 진짜 그랬다면 어쩌려고 그랬습니까?”

“그랬다면 천보윤 의원의 가격을 많이 받으려고 하지 않았을 겁니다· 소나기는 피해가랬다고 오성그룹에서 그 정도 리스크를 감수했다면 받아 주는게 맞겠죠· 아마 공짜까지는 아니더라도 오성 입장에서는 크게 손해보는 거래는 아니었을 텐데··· 그렇게 하지 않았죠· 아니 못했던 건

가?”

“···”

영훈은 대수롭지 않게 말하고는 광어회 한 점을 초장에 찍어 입에 넣었다·

그 여유로운 모습에 대성은 할 말을 잃었다·

마음 같아서는 소주라도 한잔 걸치고 싶었지만 수행기사도 없이 혼자 온지라 애먼 음료수만 들이켰다·

“어쩌면 강 부회장은 당신이 움직였다는 걸 알아챘을 수도 있습니다·”

“확실합니까?”

“세상에 확실한 건 없어요· 가만히 앉아서 모든 진실을 알려고 하지 말아요· 그렇게 되면 귀는 얇아지고 눈은 흐려집니다·”

“허··· 말하는 게 꼭 도사 같습니다?”

“나처럼 회 좋아하는 도사가 또 있던가요?”

대성은 또 다시 회를 집어먹는 영훈을 가만히 보다가 물었다·

“거래가 깨졌으니 아버지는 무슨 짓을 해서든 민구상 대표를 경선에서 이기게 만들려고 할 겁니다·”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겠지만 당신 말이 맞다고 치고 그래서요?”

“아마 형은 나를 의심할 수도 있어요· 그래서 앞으로 천보윤 의원 측에 중요 정보를 넘기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하세요·”

영훈이 쿨하게 고개를 끄덕이자 대성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걱정되지 않습니까?”

“그 걱정은 내가 해야 할 게 아니라 천보윤 의원이 할 겁니다· 그건 그렇고 난 당신의 고민상담을 하려고 만난 게 아니에요·”

“그럼요?”

“노리는 게 뭔지 들어봅시다· 뭘 가지고 싶어요?”

대성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걸 왜 물어보는 겁니까?”

“그걸 알아야 나도 발을 맞출 거 아닙니까? 잔금도 치러야 하는데 주머니에 얼마 있는지 알아야 돈을 달라고 할지 집을 팔라고 할지 결정하지요·”

“이거 완전히 빚쟁이 만난 기분이네·”

“원래 채무자들은 대부분 본인들이 원해서 채무자가 된 게 아닙니다· 상황이 그렇게 만들어진 게 대부분이죠·”

“빚을 많이 져 본 것 같군요?”

“비슷하지만 틀렸습니다· 빚을 많이 받아내 본 적이 있거든요· 그리고 꽤 잘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도 잘 받아낼 자신이 있는 거구요·”

“흥! 미치겠네··· 좋습니다· 일단 화학 유통 전기 생명 손보 증권· 이렇게 원합니다·”

무려 짱짱한 계열사로 6개나 된다·

저 계열사 중 시총이 1조가 안 되는 회사는 한 군데도 없다는 걸 영훈은 알고 있었다·

“그게 끝인가요?”

“이거면 만족합니다·”

영훈은 심각한 표정으로 얼굴을 긁적거렸다·

“그렇군요·”

“네·”

“형의 생각은 당연히 다르겠죠?”

“아마 단 한 개의 계열사도 나에게 주기 싫어할 겁니다· 그래도 아버지의 눈치가 있으니 아마 오성제일병원이나 오성재단 정도면 형이 허락해주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확실히 앞의 계열사에 비해 많이 부족하군요·”

“부족한 것도 부족한 거지만 저거 가지고 있어 봐야 오성 그룹내에서 찬밥 취급도 받지 못할 겁니다·”

억울한 그의 눈빛을 보니 확실히 그동안 형에게 쌓인 게 있기는 한 것 같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영훈은 그의 결심이 영 마음에 차지 않았다·

“화학 유통 전기 생명 손보 증권 중에 여동생에게 뭘 주실 겁니까?”

“유통을 넘길 생각입니다· 거기에 딸린 면세점만 해도 평생 귀부인처럼 살다가 죽을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럼 나머지 다섯 개 가지고 나가서 계열사 분리하고 간판도 바꾸실 생각이겠네요?”

“그럴 수 있다면요· 도와줄 수 있는 겁니까?”

“무슨 소리를 하고 있어요? 오성 그룹 계열사 순환출자 구조가 얼마나 복잡한지 내가 모르겠습니까? 내가 어떻게 그걸 손댑니까?”

“그럼요?”

“당신 아버지가 결정하게 만들어야죠· 형 대신 당신을 결정하게·”

대성은 입을 떡 벌렸다·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아··· 내가 바보같았지· 당신을 믿는 게 아니었는데···”

“···”

“아버지가 어떤 사람인데 당신 말을 듣고 계열사를 나눠줍니까? 아버지가 그렇게 물렁한 사람으로 보여요? 아버지가 당신한테 몇 번 져주니까 허수아비처럼 보입니까?”

“입은 삐뚤어져도 말은 바로 하랬다고 져준 게 아니라 진 거 같은데···”

“어쨌든! 말도 안 되는 소리라구요! 이대로는 내가 당신을 못 믿겠어요· 처음부터 잘못된 계획인 겁니다· 하··· 어이가 없네·”

“뭔가 착각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난 강재식 부회장에게 계열사 몇 개를 당신에게 주라고 압박할 생각이 없습니다·”

이건 또 무슨 개소리인지···

“뭐라고? 지금까지 날 가지고 거짓말 한 셈이야?”

“끝까지 들어요· 흥분하지 말고·”

영훈이 인상을 쓰며 나무라자 흥분했던 그도 흠칫하며 흥분을 가라앉혔다·

“아니 후··· 알았어요· 내가 흥분했습니다· 계속해봐요·”

“그리고 난 당신이 거론한 계열사들 관심없습니다· 그거 당신이 가져봐야 당신은 좋겠지만 우리는 뭐···”

“그럼요?”

“가지겠다고 마음먹었으면 오성전자를 가져야죠· 난 오성전자 아니면 관심 없어요·”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후계자가 형이 아니라 당신이 되면 되는 거 아닙니까? 그리고 형에게 계열사 몇 개 넘겨주면 되는 거 아니에요?”

대성은 너무 놀라서 자신도 모르게 딸꾹질이 튀어나왔다·

< 암투(5)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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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fice Worker Who Sees Fate

Office Worker Who Sees Fate

Score 8.5
Status: Completed Released: 2022
A child born to become a shaman with the fate of putting the world in chaos. To let go of his greed and refuse god, he’s trying to become an ordinary office worker. Choi Yeonghoon, the one who can see destiny through physiognomy (face fortune reading) and fortune telling. Will he succeed in becoming an ordinary office wor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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