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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fice Worker Who Sees Fate Chapter 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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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양이와 쥐(1) >

마음이 초조해진 천보윤 의원은 가장 측근인 김우섭 보좌관을 옆에 앉혀 놓고 민 대표와의 대화 내용을 털어놓았다·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말이었기에 무조건 거절해야 하는 게 맞는데 문제는 대선을 준비하면서 당 대표와 다른 노선을 타고 선거 준비를 할 수 없다는 거였다·

“단단히 뿔이 난 것 같은데요?”

“뿔이야 났겠지· 자기가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뿔이 안 날 수 있겠어? 그건 알겠는데···· 진짜 도수연을 쳐내려고 저러나?”

“힘 싸움을 하려는 게 아닐까요?”

“대선을 준비하면서 주도권을 쥐겠다? 안 그래도 당 대표인데 뭘 더 가지겠다고? 어차피 선거 준비는 당 대표가 지휘할 거 아니야?”

“그렇지 않고서야 저럴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이 상황에서 굳이 도수연 의원을 제치려고 하는 이유가····”

“없지· 도수연 때문에 우리 지지율도 꽤 올랐잖아·”

“그렇죠· 확장성이 있으니까요· 정말 도수연을 내보내려고 마음먹었으면 큰일입니다·”

“선거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강하게 밀어붙일 거라고 생각해?”

한참 생각해보던 김우섭 보좌관은 고개를 흔들었다·

“당 대표로서 대선에서 승리한다는 건 대단한 이력이 될 겁니다· 그걸 놓치면서까지 의원님을 밀어붙이지는 않을 겁니다·”

“그래 나도 그러길 바라는데····”

아무래도 민구상 대표의 강렬한 눈빛이 계속 마음에 걸린 그였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결코 선을 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혹시나 대선에 악영향을 끼치더라도 무조건 도수연을 내치려고 한다면 그 결과는 참담할 게 분명했다·

“정 불안하시면 HS 최영훈 상무를 불러다 의견을 구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흐음····”

천보윤 의원은 탐탁지 않았다·

아무리 HS그룹과 친하다고 하지만 자꾸 도움을 받으면 그만큼 나중에 돌려줘야 할 게 많아지기 때문이다·

이미 지금까지 맺어온 관계만으로도 대통령 당선 후 재계 서열을 뒤바꿀 정도로 도움을 줘야 할 테니까·

“내키지 않으십니까?”

“그래·”

“일단 그럼 제가 민구상 대표 주변에서 어떤 이야기가 나오는지 파악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보좌관이나 비서관이 어느 정도 이야기를 들었다면 분명 무슨 말을 하기는 할 겁니다·”

“알아보는 김에 도수연 의원 쪽에 이 이야기가 들어갔는지도 알아봐· 만약 그녀 귀에 들어갔으면 나한테 연락이 올 테지만 혹시 정말로 민 대표 말처럼 우릴 배신할 생각이면 티 내지 않고 은밀하게 준비하고 있을 거야·”

“도수연 의원이 배신할 수도 있다고 보십니까?”

“아니 하지만 내가 여의도 정치판에 들어와서 내 마음대로 된 적보다 안 된 적이 훨씬 많았어· 우리 집 자식들도 내 말을 안 듣는데 도수연 의원을 백 프로 믿을 수야 있나·”

“알겠습니다· 알아보겠습니다·”

김우섭 보좌관은 굳은 얼굴로 고개를 숙이며 나갔다·

천 의원은 입술을 달싹이며 전화를 꺼냈다가 다시 집어넣었다·

최대한 해 보는 데까지는 해 봐야 한다·

*

형준의 어머니인 윤경원은 며칠 전부터 몸살을 앓았다·

초가을 비를 맞아서도 아니고 급격하게 체력이 소진되어서도 아니다·

뉴스에서 오성그룹 막내딸과 천보윤 의원의 아들 사이에 열애설이 터지고 난 뒤 그녀는 오한이라도 걸린 것처럼 침대에 누워 끙끙 앓았다·

물론 형준은 그걸 알면서도 본척만척했다·

그게 서운했는지 며칠 만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경원이 마침 출근하는 형준에게 따지기 시작했다·

“너! 진짜 이럴 거야?”

형준은 엄마 머리에 둘린 헝겊을 한심하게 보며 말했다·

“드라마 보면 다들 그거 쓰고 시위하던데 엄마도 그러는 거예요? 왜 그래 진짜····”

“시위하면 들어 먹기는 하니?”

“안 먹히는 거 아시면서 그래요?”

“너 걔한테 무슨 약점이라도 잡혔니?”

“약점이 아니라 내가 좋아해요· 그리고 난 그 여자가 필요해요·”

“네가 뭐가 부족해서 걔가 필요해?”

형준은 한숨을 푹 쉬었다·

항상 하던 대로 대충 넘어가면 또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게 될 것 같아 출근하려던 몸을 돌려 거실 소파에 앉았다·

“내가 돈이 부족해서 민희가 필요하다고 하겠어요? 아니면 권력이 부족해서 그러겠어요?”

“내 말이 그 말이야· 네가 뭐가 부족해?”

“판단력 통찰력 그리고 인맥·”

“뭐?”

“엄마는 이해가 안 되겠지만··· 그리고 나도 예전에는 이해를 못 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그 차이가 모든 걸 바꿀 수 있다는 걸 알았어요· 장례식장에서 민희의 배짱이 아니었다면 난 아버지한테 제대로 대항도 못 했을지도 몰라요· 오성그룹이건 다른 재벌 그룹이건 다 좋아 보이겠지

만 그건 나한테 아무런 위협이 없을 때나 가능해요· 아직 그룹 대주주는 아버지고 회사에 문제가 생기면 언제든지 대표 이사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고요·”

“그럴 때 오성그룹이 네 편이면 얼마나 좋겠니?”

“순수하게 도와줄 것 같아요? 내가 대표이사 자리를 유지하게 도와주면 그걸로 끝이겠어요? 하나를 달라고 할 테고 또 하나를 달라고 할 거예요· 그렇게 몇 번을 양보하고 손해 보면 결국 신영은 쪼개지겠죠·”

“·······”

“엄마 욕심대로 하고 싶은 마음 알겠는데 그건 동생들 결혼시킬 때 하세요· 내 결혼 말고·”

그렇게 말하고 일어나서 현관으로 나가려던 형준이 걸음을 멈추고 돌아보며 말했다·

“곧 날 잡을 거예요·”

전에는 외부 압력 때문에 일찍 결혼하는 게 낫지 않을까 고민했었던 그는 엄마와 의미 없는 싸움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결혼을 서둘러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날을 잡겠다고? 너 정말····”

“민희 쪽에서 날 잡아 오면 그런 줄 아세요·”

“내가 결혼식 참석 안 한다고 하면 어쩌려고 그러니?”

“상관없어요· 결혼식 떠들썩하게 할 생각도 없어요·”

“뭐 뭐라고?”

“아버지 멀쩡하게 살아 계신데 장남이 올리는 결혼식이에요· 아버지 모시지도 못해서 엄마 옆자리 비워 놓고 수백 명 모아 놓으면 꼴이 얼마나 우습겠어요? 다들 아버지 자리 가리키면서 수군거리지 않겠어요? 내 얼굴 뜨거워서 그렇게 결혼 안 해요· 그냥 조용하게 아는 사람만 불러서

할 거니까 괜히 결혼식 가지고 힘 빼지 말아요·”

경원은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소파에 주저앉았다·

그 모습에 형준이 고개를 흔들었다·

“화낼 필요 없고 억울해하지도 말아요· 솔직히 이런 말까지는 안 하려고 했지만 이거 엄마가 자초한 일이잖아요·”

“·······”

“결혼식 참석하고 안 하고는 엄마 마음이에요· 알아서 하세요·”

형준은 그렇게 말하고 출근했다·

경원은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아들이 자기 가슴에 저렇게 못을 박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너무 원통하고 분했지만 아들 말에 그른 게 하나 없었다·

대한민국에서 세 손가락에 꼽는 재벌인 오성그룹과의 혼사까지 물리친 아들인데 여기서 자기가 뭘 더 한들 아들의 마음이 돌아오지는 않을 거라는 걸 이제 그녀도 받아들였다·

그렇게 한동안 눈물을 찍어 내며 마음을 가다듬던 그녀는 외출 준비를 하고 집을 나섰다·

“을지로로 가·”

수행 기사에게 목적지를 말한 그녀는 민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다· 통화 괜찮니?”

[네 괜찮아요·]

“잠깐 보자· 회사 앞으로 가마·”

[알겠습니다·]

전에도 그랬지만 차분하고 똑 부러진 민희의 목소리에 괜히 기분이 거슬렸다·

아마도 시어머니가 될 사람인 자신에게 조금도 지지 않는 모습을 보여 주었기에 더욱 그러하리라·

회사 근처 커피숍 구석진 자리에 앉은 지 10분도 채 안 돼 민희가 나타났다·

손이나 귀 어디 한 군데 반짝이는 액세서리 하나 없는 그녀를 보며 더욱 마음이 쓰린 경원이었다·

수천 수조 원짜리 재벌을 두고 뭐 하나 가진 거 없는 여자를 며느리로 들이려니 체념을 하면서도 계속 마음이 쓰린 거였다·

“오셨어요?”

“앉아라·”

“네· 무슨 일로 부르셨어요?”

경원은 다시금 욱하니 올라오는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혔다·

여느 집 딸내미면 허락을 하면서도 온갖 구박을 다 했을 테지만 저 애는 그런 게 통하지 않을 여자라는 걸 알고 있으니까·

“아들이 그러더구나· 너랑 곧 날짜를 잡을 거라고·”

“네·”

“알고 있었니?”

“프러포즈는 받았는데 아직 날짜 잡겠다는 말을 하지는 않아서 언제 잡을지는 저도 몰랐어요· 형준 씨가 마음을 정했으니 이제 잡으면 되겠죠·”

“내가 잡을까?”

“어머님이요? 아 이제 어머님이라고 해도 되는 거죠?”

이것이 바로 패배감인 것일까·

경원은 슬며시 미소 짓는 민희를 보며 참담한 마음으로 대답했다·

“그러려무나·”

“고맙습니다· 어머님이 잡으시려고요?”

“네가 어디 괜찮은 곳을 알기나 하겠니? 알아도 내가 알지·”

“고마운데 괜찮습니다· 제가 잡을게요·”

조금 전에는 맡길 것처럼 묻다가 안 된다고 하니 경원이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물었다·

“그럼 뭐 하러 물어봤니?”

“진짜 허락하신 건지 궁금해서요·”

“넌 어른을 가지고 노니?”

“그렇게 느끼셨다면 죄송해요· 저도 믿기지 않아서요· 오성그룹 막내딸 열애설이 크긴 컸나 보네요·”

대놓고 웃는 민희가 얄미워 경원이 툭 내뱉었다·

“좋은가 보구나?”

“어머님 저랑 싸우고 싶은 거 아니시죠? 우리 이제 가족이 될 사이니까 서로 감정 상하지 말자고요·”

“하··· 말 참~ 잘해·”

“칭찬으로 들을게요· 또 하고 싶은 말씀 있으세요?”

경원은 부글부글 끓는 속을 애써 삭히며 말했다·

“신혼집은 어떻게 할 거니?”

“이야기는 해 보지 않았는데 아마 형준 씨가 해 오지 않을까 싶어요·”

“당연한 듯이 말하는구나?”

“여유가 있는 사람이 하는 거죠·”

“그럼 넌 혼수를 어느 정도까지 생각하니?”

“재벌가 수준에는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시겠지만 그래도 제 성의껏 준비해 갈게요·”

“그래도 어느 정도 수준은 맞춰야 할 거 아니니?”

민희는 고개를 갸웃하다가 말했다·

“어느 수준까지 바라시는 건가요?”

경원은 오면서 차에서 적은 종이 하나를 내밀었다·

민희는 그 종이를 받아서 보다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진짜 이 정도를 원하시는 건가요?”

다른 건 모르겠고 여동생들 가방 브랜드를 적어놓았는데 그게 에르메스였다·

그 가방 하나만 해도 적어도 천만 원은 넘어갈 테고 주방용품도 해외 최고급 명품 브랜드였다·

이 혼수 목록을 다 채우면 못해도 수억은 나갈 게 분명했다·

“그것도 나름 너 생각한 거야· 우리 수준에 맞추려면 이 정도로는 어림도 없어· 그래도 나름 저렴하게 구성한 거니까 네가 지켜 줬으면 좋겠다·”

민희는 다시 한번 그 종이에 적힌 목록을 쭈욱 훑어보다가 피식 웃었다·

“왜 웃니? 못 해 올 것 같니?”

“아니요· 해 올게요· 많이 부담스럽긴 하지만 이씨 집안에 들어가기 위한 일종의 규칙이라고 생각할게요·”

경원은 생각보다 쉽게 승낙한 그녀를 보면서 오히려 괜히 불안해졌다·

역시나 이어진 민희의 말은 끝까지 들어야 했다·

“결혼은 두 가문이 합치는 거니 이번에는 제 규칙도 말씀드려 볼까 해요· 첫 번째 결혼한 이후 신혼집엔 제 허락 없이 들어오시면 안 되고 인테리어나 살림살이에 관여하셔서도 안 돼요·”

“요즘 근본 없는 애들이 결혼하면 그렇게 산다더니··· 너도 그렇게 하게?”

“근본이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겠지만 하여튼 그래요· 그리고 두 번째 형준 씨의 돈은 제가 관리해요·”

경원은 깜짝 놀라서 벌떡 일어섰다·

“너 미쳤니? 네가 뭘 안다고····”

“앉으세요· 다 쳐다보잖아요· 어머님 교양 있으시면서 그러시면 어떡해요·”

경원은 벌렁거리는 가슴을 애써 누르며 일단 자리에 앉았다·

초장에 며느리 기를 잡으려다가 도리어 낭패를 당하게 생긴 상황에 그녀는 자신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리고 있다는 것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네가 뭐라고····”

민희는 시어머니의 쓸데없는 말을 다 들어줄 생각이 없었다·

“형준 씨 돈을 관리하겠다는 건 어머님이나 형준 씨 동생들이 쓰고 있는 돈까지 제가 관리하겠다는 뜻이에요·”

“너··· 미쳤니? 네가 우리 돈까지 관리하겠다고?”

“아니요· 어머님이나 아가씨들 돈이면 제가 손대지 않죠· 그런데 제가 듣기로 어머님이나 아가씨들 전부 형준 씨 통장과 연결된 카드 쓰고 계신다던데 아닌가요?”

경원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녀가 가진 재산이 어디 있단 말인가·

얼마 전 이혼할 때 감히 재산 일부분이라도 달란 말도 꺼내지 못했던 그녀였다·

지금 살고 있는 집도 아들의 명의였고 지금 쓰고 있는 카드 역시 법인카드였다·

“·······”

“걱정하지 마세요· 그렇다고 돈을 끊겠다는 이야기는 아니니까· 그래도 신영그룹 가문의 사람인데 품위 유지는 하셔야 하잖아요· 대신 지금까지 쓰시던 카드는 결혼 후에 반납하셨으면 좋겠어요·”

“뭐라고?”

“법인카드잖아요· 나중에 형준 씨한테 문제가 될 수도 있으니까 결혼하면 제 명의로 카드 발급받아 드릴게요· 앞으로 그거 쓰도록 하세요·”

“너··· 한도가 많이 나오긴 하니?”

“대표이사 아내인데 설마 특별 한도로 안 나오겠어요? 대신 각자 한도 오백만 원씩 해 드릴게요· 충분하시죠?”

살 떨리는 협박·

한 달에 3천 4천은 우습게 쓰는 그녀이기에 5백으로 줄이라는 건 죽으라는 말과 다름없었다·

경원은 무너지는 자존심보단 일단 살고 봐야 했다·

탁자 위에 자신감 있게 내밀었던 종이를 확 잡아채며 말했다·

“요즘 젊은 사람들 취향이 우리랑 다르지? 혼수는 네가 알아서 해 와라· 난 신경 안 쓸 테니·”

민희가 빙그레 웃는다·

“어머 그렇게 안 해 주셔도 괜찮은데··· 좋아요· 일단 천만 원으로 올려 드릴게요·”

저 ‘일단’이라는 단어가 희망과 절망을 동시에 일깨워 주고 있었다·

앞으로 며느리의 말이 곧 법이라는 것과 그것을 잘 따르냐 아니냐에 따라 자신들의 운명이 결정되리라는 걸 말이다·

< 고양이와 쥐(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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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fice Worker Who Sees Fate

Office Worker Who Sees Fate

Score 8.5
Status: Completed Released: 2022
A child born to become a shaman with the fate of putting the world in chaos. To let go of his greed and refuse god, he’s trying to become an ordinary office worker. Choi Yeonghoon, the one who can see destiny through physiognomy (face fortune reading) and fortune telling. Will he succeed in becoming an ordinary office wor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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