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Office Worker Who Sees Fate Chapter 286

You can change the novel's language to your preferred language at any time, by clicking on the language option at the bottom left.

< 공평한 기회(4) >

발칵 뒤집힌 강재식 부회장 일가는 새벽부터 부산스럽게 움직였다·

그 부산스러움의 중심에 있는 재숙은 병원장에게 전화로 방문한다고 통보한 후 당장 입원 준비부터 하겠다며 며느리들을 시켜 짐을 싸게 했다·

시아버지 병간호에 이어 남편 병간호까지 하게 생긴 그녀의 속이 말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기에 아침부터 감히 그녀의 심기를 거스를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그중엔 강재식 부회장도 속해 있었다·

아직 초기라서 회복의 가능성이 크다는 걸 알고 있는 그였지만 지금 그 사실을 밝힐 수 없는 데다가 초기이기는 해도 암은 암이었기에 아내에 대한 미안함도 없을 수 없었다·

그러니 아침부터 냉기를 풀풀 풍기며 자식들과 며느리들을 부리는 그녀를 보면서 자신도 묵묵히 외출 준비를 했다·

그렇게 온 가족이 오성병원에 도착한 게 아침 7시 50분·

조금 이르다면 이를 수 있는 시간이지만 이미 병원에는 병원장을 비롯해 수많은 관계자가 도열한 채 기다리고 있었다·

새벽에 병원장에게 통보한 후 병원장이 긴급 소집해서 그런지 몇몇 과장은 가운도 못 걸친 게 눈에 들어왔다·

“오셨습니까?”

“뭐 이리 많이 불렀어·”

강 부회장의 말에 차에서 내린 재숙이 냉랭한 얼굴로 내뱉었다·

“부를 만하죠· 월급값을 제대로 하는 사람들이 하나도 없는데 나와서 미안하다고 얼굴 비춰야 하는 게 도리 아니에요?”

그녀의 사나운 질책에 대부분의 의사들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사실 저들 중에 왜 이 아침부터 그룹 오너 일가가 들이닥쳤는지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그걸 보고 재숙은 의사들에게 삿대질을 해 가면서 분노의 눈빛을 발사했다·

“저거 봐· 자기들이 뭘 잘못했는지도 모르고 있잖아· 어휴 속 터져····”

가슴을 탕탕 치는 그녀를 보며 의사들은 적어도 한 가지는 알 수 있었다·

뭔지는 모르지만 일단 X 됐다는 걸·

다들 긴장이 역력한 상태였지만 이 중 딱 한 명 강대성만큼은 겉으로 보이는 굳은 표정과는 달리 속으로는 여유가 넘쳤다·

일단 공은 병원장에게 넘어갔고 이제 병원장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진실이 가려지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최영훈의 조언을 따라야 할지 고민했지만 막상 아버지에게 눈물을 보이며 효심(?)을 보이고 난 후 마음이 후련했던 그였다·

잘못한 일이 있다면 콩닥거리는 가슴으로 마음을 졸여야 했겠지만 잘못한 일이 없기에 그저 멀리서 지켜보며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을 생각이었다·

“장 원장만 남고 다 나가 있어·”

병원장실 앞에서 강재식 부회장이 말하자 재숙이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

“왜요? 다들 들어야죠!”

“일단 병원장하고 이야기하고 난 다음에· 혼내는 건 나중에도 할 수 있으니까 그렇게 해·”

단호한 강 부회장의 언사에 아내도 더 이상 채근하지 못했다·

“알았어요·”

병원장실까지 따라온 의사들의 마음은 더욱 무거워졌다·

어쨌든 혼낼 일이 있다는 건 확실해졌으니까·

재숙이 더 이상 거부하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이자 의사들은 무거운 마음으로 사라졌고 병원장실에는 총수 일가와 병원장만 남았다·

장명규 병원장이 송구스럽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그 사죄를 기다렸다는 듯 왜 몰랐냐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뭐 하고 있었냐 도대체 하는 일이 뭐냐 등등 온갖 비난이 그를 향해 쏟아졌다·

강재식 부회장에게 있어 병원장을 향한 비난은 관심사가 아니었다·

당연히 벌어질 일이었고 의도한 일이었으니까·

다만 그는 어제저녁부터 만성과 대성을 계속 주의 깊게 보고 있었다·

병원장을 노려보는 만성과 그저 황망한 표정으로 창밖을 바라만 보고 있는 대성·

이렇게만 보면 작은아들보다 큰아들이 효심이 깊어 보이지만 이미 그는 큰아들이 무엇을 하려 했는지 알고 있었다·

게다가 작은아들이 어제 병원장과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생각해 보면 굳이 저 비난에 같이 참여해서 퍼부어 대지 않는 게 이해가 되기도 했다·

이미 지금 토해 내고 있는 비난을 전날에 직접 다 했을 수도 있으니까·

그럼에도 강재식 부회장이 작은아들에게 완전히 기울어지지 않은 건 한 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대성이 집에 들어와 울면서 그 난리를 쳤을 때가 병원장이 대성에게 이야기했다고 연락한 뒤 3시간이나 지난 이후였기 때문이다·

그 3시간 여의 공백 동안 작은아들은 누굴 만났던 것일까?

만약 누구도 만나지 않았다면 그 시간 동안 홀로 어떤 고민했던 것일까?

강재식 부회장은 그게 궁금했다·

“죄송합니다· 전부 제 능력 부족입니다·”

“능력 부족은 알았고 그래서 고칠 수 있다는 거예요? 없다는 거예요?”

재숙의 고성에 장명규 병원장이 상석을 힐끔 바라보았다·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답을 구하는 것인데 강 부회장이 고개를 미미하게 끄덕였다·

그 즉시 장 병원장은 목소리에 힘을 주어 말했다·

“제가 강 실장에게 조금 어려울 수 있다고는 했지만 그건 그만큼 위중하다는 말이었지 고칠 수 없다는 말은 아니었습니다·”

“암이 심각하게 진행됐다면서요?”

“아닙니다· 초기보다 진행됐다는 말이었지 아주 심각하게 진행돼서 절대 못 고칠 단계는 아니라는 말이었습니다·”

재숙은 황당함에 대성에게 고개를 홱 돌렸다·

대성은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제가 이해를 잘못한 거였나요? 아버지의 병이 고칠 수 있을 정도라고요?”

병원장이 자신을 찾아와 아버지가 곧 죽음을 앞두고 있다는 말을 했을 때부터 한 가닥 의심을 가진 대성이었다·

암의 위치도 좋지 않고 시기도 늦어서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는 그의 말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는데 그저 위중할 뿐이었다고?

“심각하다는 말이었는데 그렇다고 아예 못 고칠 정도라는 말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면서 불안한지 순간적으로 아버지의 눈빛을 살핀다·

그 순간 대성은 확신했다·

처음부터 아버지의 뜻대로 움직인 거였다는 걸·

어제부터 아버지가 입을 꾹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걸 보면서 내심 이상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역시나 이유가 있었음이다·

“아니····”

하지만 그렇다고 그걸 티 낼 수 없으니 대성이 뭐라 말을 이어 가지 못하는데 만성이 혀를 차며 끼어들었다·

“쯧쯧쯧··· 넌 어떻게 이런 중요한 일을 가지고 그렇게 가볍게 입을 놀리냐? 멀쩡한 아버지 죽이려고 작정한 거냐?”

“아주버님 말이 심하시네요· 이이는 아버님이 위독하시다고 하니까 정신이 없어서 실수했을 수도 있는 거잖아요· 아버지를 죽이려고 한다뇨?”

새롬이 바락 대들자 이번에는 여진이 나선다·

“동생 형이 성급한 동생에게 할 수도 있는 말이지· 이게 보통 일이야? 아버님의 건강 그것도 목숨이 걸린 문제인데 섣불리 행동했으니까 형으로서 주의를 준 거잖아·”

“요즘 형제끼리 주의는 협박으로 하나 봐요?”

“그만들 해!”

시끄러움을 못 참은 재숙이 소리를 질렀고 두 며느리는 고개를 숙였다·

대성은 아내와 형수가 싸우거나 말거나 관심이 없었다·

그저 계속 아버지와 병원장의 얼굴을 살폈는데 병원장의 표정엔 한 점 흔들림이 없었다·

어제 했던 말을 완전히 뒤집는 말을 했음에도 저리 뻔뻔한 걸 보며 대성은 마음을 놓았다·

아버지가 팠던 함정을 무사히 피해 갔다는 안도감에 환호라도 지르고 싶은 걸 꾹 참았다·

그런 대성과는 반대로 만성은 피가 바짝 마르는 심정이었다·

병원장이 입 한 번 잘못 놀리는 순간 자신은 영영 오성그룹과는 작별을 해야 하니까 말이다·

“그러니까 살릴 수 있다 그 말이죠?”

재숙의 거듭되는 확인에 장명규 병원장은 고개를 힘차게 흔들었다·

“그럼요· 국내 최고 의료진입니다· 제 목을 걸고 무조건 완치시키겠습니다·”

어차피 떨어진 목 수십 번도 걸 수 있기에 그는 큰소리를 떵떵 쳤다·

그 큰소리에 제법 신뢰가 가는지 재숙은 그제야 조금 안심하는 눈치였다·

“그럼 병원장만 믿겠어요·”

지금껏 제법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들치고 보신을 제일로 하지 않는 이들이 드물다는 걸 그녀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병원장 정도 되는 사람의 입에서 목까지 걸겠다니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럼 이제 나가·”

“어딜 나가요?”

“장 원장하고 나하고 할 말이 있으니까 다들 나가라고· 이야기 끝났잖아?”

“무슨 비밀 이야기를 하려고 그래요? 나도 같이 들읍시다·”

재숙이 쉽게 못 나갈 듯 쌍심지를 치켜떴지만 이번만큼은 강 부회장도 고집을 꺾지 않았다·

“들어야 하는 건 들었잖아? 병원장이 나 살리겠다고 했으면 됐지 또 뭘 바라?”

“그건 그렇지만····”

“회사 일이야! 시끄러우니까 그만 나가!”

강재식 부회장의 호통에 찔끔한 가족들은 뭐라 대항하지도 못하고 병원장실에서 내쫓기듯 나왔다·

이제 둘밖에 남지 않자 강 부회장이 말했다·

“잘했네·”

“전부 제 잘못입니다·”

“알고 있네· 자네 잘못인 거· 그런데 내 잘못도 있고 아들놈 잘못도 있지· 애초부터 아프지 않았으면 될 일이고 큰아들놈이 싹수가 있었으면 이렇게까지 될 리도 없었겠지·”

“·······”

“이번 일이 끝나면 사직서 쓰게· 그리고 내 귀에 자네 소식이 들리지 않도록 지방으로 내려가 작은 병원이라도 열어서 살아·”

병원장은 무릎을 꿇었다·

“부회장님의 은혜 죽어도 잊지 않겠습니다·”

곱게 사직서를 쓰고 지방으로 내려가라는 건 퇴직금까지는 챙겨 주겠다는 말이었다·

그 정도만 해도 어딘가?

“됐네· 보기 싫으니까 그만 일어나· 그리고 대성이한테 어떻게 말한 거야?”

병원장은 숨길 것도 없이 대성과의 대화를 쭉 늘어놓았다·

강재식 부회장은 병원장의 이야기를 듣고 잠시 고민했다·

“그래도 강 실장은 효심이 상당하지 않나 싶습니다· 저는 못해도 며칠은 고민하리라고 생각했으니까요·”

“자네와 헤어지고 집에 들어오기까지 3시간 정도가 흘렀네· 날 정말로 그렇게 생각했다면 듣자마자 달려왔어야지·”

“부회장님 이 나이 먹은 저조차 유혹을 이기지 못했습니다· 서른 중반인 강 실장이 고작 3시간 만에 모든 유혹을 물리치고 집으로 돌아와 회장님을 걱정했다면 그것 자체로 대단한 게 아닙니까?”

“그런가····”

듣고 보니 병원장의 말이 일리가 없는 건 아니었다·

“전 오히려 그렇기에 더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생각할 시간도 없이 달려왔다면 그만큼 더 효심이 있을지는 몰라도 결과에 따라 아버지를 원망하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렇군· 고민 없이 달려온 것보다 고민을 하고 달려온 게 오히려 더 나을 수 있다····”

“맞습니다· 고민 끝에 오성그룹의 자산보다 아버지를 선택했다는 말이 되니까요·”

묘하게 설득력이 있는 말에 강재식 부회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강재식 부회장은 근거를 찾고 있었다·

둘째 아들을 믿을 수 있다는 근거·

병원장이 3시간의 공백에 대한 논리를 제공해 줬고 그 논리가 합당하다고 판단한 강재식 부회장은 마음의 결정을 했다·

“잘 알겠네·”

“그럼 전 언제까지 준비할까요?”

“언제까지긴? 내가 그 망할 병을 완전히 고칠 때까지지· 목을 건다고 하지 않았어? 그럼 목을 제대로 걸어·”

역시나 쉽게 넘어가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병원장은 고개를 숙였다·

사직서가 수리되고 평화롭게 지방으로 내려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를 고쳐야 한다·

병원장실을 나온 강재식 부회장은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식구들을 차례로 살피곤 말했다·

“가자·”

“네·”

그렇게 앞서 걸어가던 강재식 부회장은 갑자기 뭐가 생각났다는 듯 입을 열었다·

“아 둘째 아가·”

새롬은 화들짝 놀랐다·

“네 아버님·”

“기사 보니까 블루온인가 뭔가 하는 스트리밍 사이트를 오성에서 인수한다고 나왔던데 그거 친정에서 추진하던 게 아니었냐?”

수십 장에 달하는 보고서를 세세하게 읽어 보았던 그가 마치 자신은 모르는 일인 양 천연덕스럽게 물어본다·

그것 때문에 남편이 얼마나 곤욕을 치렀는지 다 알고 있고 오성그룹 내부에서도 진통이 있었음을 알고 있던 그녀였지만 감히 내색하지 않았다·

아니 그걸 이 자리에서 굳이 내색할 만큼 멍청하지 않았다·

“네 맞습니다·”

“쯧쯧··· 쓸데없는 소문 때문에 사돈이 곤란했겠어·”

“·······”

“사돈께 걱정하지 마시라고 전해라·”

이미 남편이 발을 뺐지만 이후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던 사안이었는데 이렇게 시아버지가 도장을 찍어 주니 그녀로서는 가슴에 올라가 있던 돌덩이가 내려간 기분이었다·

“감사합니다·”

“감사할 게 뭐가 있어·”

어떻게 보면 이미 끝난 일을 다시금 언급하는 게 그저 둘째 며느리를 챙겨 주는 것 말고는 아무 의미가 없어 보였지만 만성은 이 상황에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쓸데없는 소문·

자신의 주장을 아버지가 쓸데없는 소문으로 평가절하해 버린 것이니까·

그것도 자신이 듣는 앞에서 보란 듯이····

무언가가 틀어진 게 틀림없다·

무언가가 자신의 목을 조여 오고 있음이 틀림없었다·

< 공평한 기회(4) > 끝

If you have any questions, request of novel and/or found missing chapters, please do not hesitate to contact us.
If you like our website, please consider making a donation:
Buy Me a Coffee at ko-fi.com or paypal
Office Worker Who Sees Fate

Office Worker Who Sees Fate

Score 8.5
Status: Completed Released: 2022
A child born to become a shaman with the fate of putting the world in chaos. To let go of his greed and refuse god, he’s trying to become an ordinary office worker. Choi Yeonghoon, the one who can see destiny through physiognomy (face fortune reading) and fortune telling. Will he succeed in becoming an ordinary office worker?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