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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fice Worker Who Sees Fate Chapter 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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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개 비용(3) >

“지금 연애하는 사람 있습니까?”

“없습니다·”

그는 고개를 크게 흔들었다·

“그럼 괜찮은 혼처 구해다가 옆에 세우세요·”

김창훈 상무는 입술을 깨물며 생각에 잠겼다·

괜찮은 혼처?

따지고 보면 이 바닥에서 괜찮은 결혼상대 찾는 남녀들이 쌔고 쌨다·

재벌들만 주선해준다는 중매쟁이 하나 찾아서 입만 열면 일주일 안에 수십 명의 여자들을 줄세워 놓을 것이다·

나이부터 외모까지 선별한 그녀들과 선보는데만 아마 1년 넘게 소모될지도 모른다·

아니 시간이야 줄일 수 있다·

조건을 줄이고 줄여서 아버지의 생각이 바뀔 만한···

“하아··· 혹시 괜찮은 혼처 있습니까?”

좋은 혼처야 중매쟁이를 통해 구하면 될 것 같지만 아버지의 마음이 흔들릴 정도의 힘을 가진 재벌은 많지 않았다·

그 많지 않은 가문 가운데에서도 우명그룹 둘째가 마음에 들어야 하며 적당히 혼기가 찬 여성은 쉽게 떠오르지 않았던 거다·

그나마 딱 떠오르는 여자가 바로 오성그룹 막내딸인데 그녀는 이미 전국민이 결혼하기만을 오매불망 바라는 전국적 스타가 되어버렸다·

“글쎄요· 내가 잘 아는 건 아니지만 조건만 보면 괜찮은 사람이 있기는 한데···”

“네? 있어요?”

“근데 외국 사람인데 괜찮겠어요?”

“외국? 외국 어디를 말하는 겁니까?”

“일본·”

“혹시 사진 있습니까?”

“쓰읍···”

영훈이 불만스럽다는 표정으로 얼굴을 찌푸리자 그가 얼른 말을 바꿨다·

“아니 그냥 어떻게 생겼는지만 보려고 했던 겁니다· 얼굴이 뭐가 중요하겠어요? 얼굴 뜯어먹고 사는 것도 아닌데· 원래 이 바닥에서 얼굴 보고 결혼하는 사람 없습니다· 그래도 맞선 볼 사람인데 어떻게 생겼는지는 알아야 가서 사람은 찾을 수 있으니까··· 선 보러 가서 전화기 들고 손 들

고 있을 수는 없잖아요· 거기다 일본인이라는데··· 크흠···”

“지금 사진은 없지만 그래도 인물이 없는 사람은 아닙니다·”

“아··· 그래요?”

애써 표정은 관리하고 있었지만 그나마 안심하는 게 눈에 보였다·

“말했듯이 선택은 김창훈 상무님이 하시는 거고 그것에 따른 책임은 상무님이 지시는 겁니다· 그러니 선택은 신중히··· 아시겠죠?”

“그럼요 그럼요· 그런데 뭐 하시는 분이십니까?”

“로얄메이저라는 유한회사 대표입니다·”

창훈이 고개를 갸웃한다·

“로얄메이저? 들어본 것 같은데···?”

“상당한 자산을 가진 곳입니다· 신영금융지주 지분의 상당수를···”

영훈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창훈이 짝 박수를 치더니 눈을 휘둥그레하게 떴다·

“고이케 유리코? 고이케 유리코를 소개시켜준다구요?”

“아십니까?”

“하하··· 고이케 유리코를 아냐니··· 대한민국 사채업자들 거의 대부분이 그녀 돈 가지고 가서 지금 대부업체들을 만들었다고 들었습니다·”

“아··· 그럼 얼굴은 아시겠네요?”

“그럼요 알죠·”

그는 침을 꿀꺽 삼키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고이케 유리코는 상당히 미인인데다가 상상을 뛰어넘는 거물이었으니 흥분하는 것이 분명했다·

“인물에 대해서는 더는 말 안 해도 되겠네요?”

“말씀드렸다시피 얼굴 뜯어먹고 살 것도 아닌데 인물이 뭐 중요하겠습니까만은··· 그녀는 미인이니 더욱 마음에 들기도 합니다· 그런데 고이케 유리코와 인연이 있으신가요? 그녀는 어지간해서는 남들과 오래 대화도 하지 않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그렇더군요· 의심이 많고 사람을 잘 믿지 않는 성격 같아 보였습니다·”

“그럼 누가 자기 남편감 추천해준다는 소리를 들으면 귓등으로도 안 듣지 않을까요?”

“아마 들을 겁니다·”

항상 느껴왔지만 김창훈 상무는 영훈의 저 황당한 자신감의 근원이 궁금했다·

막 자랑하는 것도 아니고 어제 먹었던 저녁메뉴를 말하는 것처럼 당연하게 말하는데 그게 또 신뢰감이 있었다·

담담해서 더 믿음직스럽다고 해야 하나?

그런데 담담하게 말하는 것 치고는 내용이 너무 엄청났다·

로얄메이저가 가지고 있는 자산이 얼마인지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지만 적어도 우명그룹 전체 시가총액 이상일 거라 예측되고 있었다·

선 봐서 결혼할 여자라면 이미 몇 년 전에 아시아에서 손꼽히는 거부와 결혼을 해도 몇 번을 할 수 있었을 터였다·

“진짜로요?”

“자꾸 묻지 말고 할 겁니까? 싫으면 말구요·”

“아니요 해야죠· 안 그래도 저 결혼할 때 됐습니다· 나이도 있는데 여기서 더 늦으면 만나는 여자가 아무리 괜찮아도 다들 남자 돈보고 결혼했다고 손가락질이나 할 거예요· 한 살이라도 어릴 때 결혼해야 저랑 결혼할 여자도 손가락질 안 당하죠·”

이유가 이상했지만 그것이 중요한 게 아니었기에 영훈은 납득하고 넘어갔다·

“그럼 그쪽에 연락할 테니까 기다리고 있어요·”

“네·”

잔뜩 기대한 얼굴을 보며 영훈은 속으로 안쓰럽다는 생각을 했다·

고이케 유리코는 섬세하고 예민한 여자다·

그런 여자와 같이 살려면 한쪽이 무조건 맞춰줘야 하는데 고이케 유리코는 결코 자신의 성격을 다 죽이지 못한다·

그 성격을 죽이려면 그럴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돼야 할 것인데 그녀가 가진 부와 권력은 그럴 필요를 없게 만들 테니까·

결국 그는 평생 아내를 공주처럼 모시고 살아야 될 팔자였다·

*

우명건설 김창훈 상무와 대화를 나누고 나흘이 흘렀다·

그동안 김창훈 상무는 하루에 한 번씩 전화를 걸어와 영훈을 닦달했다·

그의 아버지인 김태현 회장은 아직 인도에서 철수하고 태국 태양광 사업에 올인하는 것을 사장단 회의 안건에 올리지 않고 있었다·

그 이야기는 곧 아직 생각의 정리가 덜 됐다는 것이고 이후 벌어질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는 뜻일 거다·

그런 상황이니 집에 있을 때 얼마나 눈치가 보이고 가슴이 답답할지 이해가 갔다·

하지만 그가 답답해한다고 바다 건너 잘 살고 있는 여자를 비행기 태우기가 쉽겠는가·

“이렇게 빨리 와주시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아침부터 샵을 다녀오셨나보네요?”

그런데 생각보다 빨리 왔다·

고이케 유리코는 영훈이 연락하자마자 곧바로 약속을 잡고는 어제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그렇게 도착한 그녀는 하루 정도 시간을 달라고 했는데 오늘 만나보니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전에 봤을 때도 미인이라고 느꼈지만 오늘은 아주 연예인이라도 된 것처럼 꾸미고 나온 그녀였다·

“짧은 비행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첫 만남인데 푸석한 모습을 보일 수는 없잖아요·”

호텔 로비 한가운데 우아한 차림으로 앉아 있는 그녀는 상당히 기대하는 눈빛이었다·

“그렇긴 한데···”

“어떤 남자예요?”

“말씀드리기 전에 먼저 이야기하자면 사람의 인연이라는 게 둘이 같이 앉아 있다고 이어지는 건 아닙니다· 그건 남녀 모두가 부족한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서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살아왔던 환경도 다르고 기호도 다르며 특히 국가가 다르기에 문화도 다를 겁니다· 그러니 만나보고 마

음에 내키지 않으면 억지로 마음을 붙이실 필요는 없습니다·”

“마음에 안 들면 솔직하게 말하라는 말을 참 길게 하시네요· 알았어요·”

알았다고는 하지만 그녀의 눈빛에는 기대감이 역력히 어려 있었다·

이해가 갔다·

그 전에는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했기에 괜찮은 남자가 있다고 해도 쉽사리 다가갈 수 없었을 거다·

그녀라고 왜 연애를 하고 싶지 않았겠는가·

연애도 하고 싶고 결혼도 하고 싶었을 테지만 언제 자신을 배신할지 모른다는 걱정에 감히 엄두를 내지 못했다고 보는 게 맞았다·

“오늘 만나게 될 남자는 우명건설의 주택영업본부 본부장직에 있는 김창훈이라는 사람입니다· 우명그룹 김태현 회장의 둘째 아들이고 꽤 잘생긴 편입니다·”

고이케 유리코는 잘생겼다는 말에 눈을 반짝였다·

“오~ 좋아요·”

“돈 많고 아무 욕심 없는 남자라면 좋겠지만 실은 그렇지는 않습니다· 그는 둘째아들임에도 우명그룹을 이어받고 싶어하니까요·”

고이케 유리코는 고개를 갸웃했다·

“전에 돈 많고 제 재산에 욕심을 내지 않을 사람이라면 남편으로 맞아들여도 될 거라고 말하지 않았나요?”

“맞습니다· 김창훈 상무는 당신의 재산에는 욕심이 없을 겁니다· 그저 우명을 이어받는 것만으로도 만족할 사람이거든요·”

“그 말 믿을 수 있을까요?”

“믿을 수 없다면 지금이라도 일어서시면 됩니다· 한국에 관광 왔다고 생각하시구요·”

그녀는 불만스럽다는 듯 미간을 찌푸리며 영훈을 바라보다가 말했다·

“아니에요· 믿을게요·”

“정말입니까?”

“그래요· 믿어볼게요·”

영훈은 뭔가 찝찝한 표정으로 눈썹을 매만졌다·

그 모습에 고이케 유리코가 물었다·

“왜 그러세요?”

“제가 잘하는 짓인지 모르겠습니다· 전에도 말했듯이 중매는 잘 서면 술이 석 잔이고 잘못 서면 뺨이 석 대인데···”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만약 좋은 인연이라고 생각해서 결과가 좋으면 술 석 잔으로 끝나지는 않을 거예요·”

사실 영훈이 창훈과 고이케 유리코를 이어주려는 건 예전에 그녀에게 했던 말에 책임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어떤 대가를 충분히 예상하고 전략적으로 내민 수가 아니라 그저 아무 생각없이 대답해준 것인데 그녀가 덥썩 물었다고 하는 게 맞았다·

시간이 지나고 고이케 유리코에 대한 생각이 점차 잊혀질 때 딱 우명솔라의 사업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척됐고 결국 창훈의 배우자 이야기까지 오게 됐다·

고이케 유리코의 사주를 보면 도화살을 타고 났는데 그 도화가 천을귀인에 해당해 부귀할 수밖에 없었다·

다만 관이 약하고 식상이 강해 남자를 배척하게 되는데 말년이 좋지 않아 배우자가 없으면 재산을 탕진하거나 횡액을 당할 수도 있었다·

그 때문에 좋은 인연을 찾으라고 했던 것인데 사주에 나와있듯이 남자를 배척하는 경향이 강해 소개시켜줘도 합이 안 맞을 가능성이 있었다·

괜히 소개시켜주고 욕 먹을 수 있는 상황이라 찝찝했던 것이다·

“그거야 뭐 중요한 건 아니구요·”

“아니요· 최영훈 상무님은 사업하는 분이시잖아요· 충분한 사례를 드릴 거예요·”

“아 네 뭐···”

영훈은 그런 건 사실 관심이 없었다·

그래봤자 명품 몇 개 들어올 테고 영훈은 그런 것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어쨌든 그 분이라면 제가 믿을 수 있다는 거죠?”

“참을성이 있고 유한 사람입니다· 재벌들이야 다 그렇지만 약간의 허세는 있어도 악한 사람이 아니라서 한번 마음에 들면 간이고 쓸개고 다 빼줄 사람이에요· 당신의 예민함과 변덕스러움을 받아줄 수 있는 사람일 겁니다·”

“제가 예민하고 변덕스럽다구요?”

순간 움찔한 영훈이 급하게 말했다·

“크흠··· 제가 잘못 봤나 보네요· 그건 잊어버리세요·”

고이케 유리코는 어이가 없었다·

꼭 같이 살았던 사람처럼 그녀의 성격을 꼬집어 내니 무서울 지경이었다·

“저에 대해 다른 거 또 아는 거 있으신가요?”

“아니요· 그냥 보여지는 모습에서 그럴 것 같다고 생각했던 겁니다·”

그녀는 잠시 영훈의 눈을 마주하다가 입을 열었다·

“당신은 참 이상해요· 할아버지가 아니면 모를 내 이야기를 친구라도 된 듯이 말하니까요· 이상하고 무섭긴 한데 믿어볼게요· 그런데 신영손해보험은 어떻게 되고 있나요?”

“이형준 대표가 지분을 정리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습니다· 얼마 있지 않아 이세명 사장은 사장 직에서 물러나게 될 겁니다·”

“반발이 심하지 않을까요?”

“반발이야 있겠지만 그 정도는 알아서 하겠죠· 그거 하라고 대표이사에 올려놓은 거 아닙니까?”

“친구처럼 가까운 사이라고 하시면서 가차없으시군요·”

“설사 친구라고 해도 이렇게 말했을 겁니다· 당신이 행한 한표의 목적은 이형준 대표를 위한 게 아니었으니까·”

“고마워요· 그렇게 말해주니 한결 마음이 놓여요·”

그때 누군가 영훈의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

누군가해서 돌아보니 입가에 미소를 한껏 머금은 김창훈 상무가 고이케 유리코의 얼굴을 흘깃 살피고 있었다·

“왔습니까·”

“예· 따로 이야기를 하고 계셨군요· 무슨 이야기를···”

혹시나 자기 이야기를 하고 있었던 건지 잔뜩 궁금해하는 표정이다·

“별거 없습니다· 앉으시죠·”

영훈은 김창훈 상무가 자리에 앉자 맞은편의 고이케 유리코에게 말했다·

“아까 드렸던 이야기는 계속 유효합니다· 그러니···”

영훈은 이야기를 하다 말았다·

김창훈 상무를 바라보는 고이케 유리코의 눈빛에 설렘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반갑습니다· 김창훈입니다· 한국말을 잘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조금요· 전 고이케 유리코예요· 예상보다 멋진 분이시네요·”

“그런가요? 하하하!”

“호호호!”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 중개 비용(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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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fice Worker Who Sees Fate

Office Worker Who Sees Fate

Score 8.5
Status: Completed Released: 2022
A child born to become a shaman with the fate of putting the world in chaos. To let go of his greed and refuse god, he’s trying to become an ordinary office worker. Choi Yeonghoon, the one who can see destiny through physiognomy (face fortune reading) and fortune telling. Will he succeed in becoming an ordinary office wor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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