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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fice Worker Who Sees Fate Chapter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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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지도 못한 첫 직장(2) >

“그러니까 스님이시라구요?”

이 자그마한 회사의 사장이라는 사람은 쉰은 넘은 것처럼 보였는데 관상을 모르는 일반인들도 그의 두툼한 뱃살과 기름진 얼굴 그리고 고급스러운 옷을 보면 돈걱정 없이 살 사람으로 보일 것 같았다·

“스님은 아니고 그냥 절에서 오랜기간 수양한 사람입니다·”

“그게 그거 아닙니까?”

“불심이 부족하니 불자라 할 수 없고 쉽게 말해서 절에서 오랜기간 고시 공부를 했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럼 무슨 공부를 했어요?”

“철학을 공부했습니다·”

이곳 명일금융의 사장인 송병창은 굉장히 당황스러웠다·

예전에 흘러가는 말로 직원이 구해지지 않아 요즘 힘들다는 말을 아는 누님에게 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난데없이 모르는 전화로 그 누님의 소개를 받고 지방에서 서울까지 왔다는 말에 만나긴 했다·

보통 자기 힘으로 취업에 힘들어하고 이곳까지 소개를 받고 올 정도면 뭔가 다른 사람들에 비해 부족함이 있을 거라는건 감안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정도가 있지 평생 절에서 철학 뭐시기만 공부한 반 중이나 다름없는 사람이 올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크흠··· 내가 좀 당황스럽네요·”

“그래도 중‧고등학교 교육내용은 빠짐없이 공부했습니다·”

전혀 자랑할게 아닌 내용을 가지고 뭐라도 되는양 뻔뻔스럽게 말하는걸 보면서 송 사장은 머리가 멍해짐을 느꼈다·

지금껏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산전수전공중전까지 다 겪었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난적은 처음이었다·

“그거 다행이네요· 우리 회사가 무슨 회사인지는 알겠어요?”

“제가 잘은 모르지만 높은 이자로 고객에게 빌려주는 대부업이 아닐까 추측하고 있습니다· 다만 한가지 바라는게 있다면···”

“있다면?”

“법에서 정해진 이자율을 넘어서는 폭리를 취하는 불법업체라면 전 이곳에서 일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송 사장은 불만스러운 얼굴로 조금은 나이든 청년을 잠시 쳐다보았다·

“죄송할 것 없어요· 우린 불법 대부업체는 아니니까·”

“그것 참 다행입니다·”

환하게 웃는 청년의 얼굴이 이제는 얄미워 보이기 시작했다·

“아직 입사가 결정된 건 아닙니다·”

“그렇겠죠· 사측으로썬 입사할 직원을 평가하는건 당연한 권리일 겁니다· 이해하고 있습니다·”

“거 참 사람 시원시원하면서도 사람 답답하게 하는 재주가 있네요·”

“답답하게 느껴지셨다면 죄송합니다· 제가 아직 사회생활이 많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아니 뭐 됐어요· 그건 그렇고 우리 회사는 말했듯이 대부업체지만 일반적인 그런 대부업체는 아니에요·”

“그럼요?”

처음으로 예상했던 반응이 나오자 송 사장은 만족한 얼굴로 대답했다·

“대개 대부업체라고 하면 보통 서민에게 높은 금리로 돈을 빌려주는 고리대금업자라고 생각하는데 우리는 서민에게 돈을 빌려주지 않아요·”

“돈을 빌려주지 않으면요?”

“저축은행 같은 2금융권이나 3금융권에서 돈을 빌린 사람들이 돈을 제때 못 갚아 악성채권으로 남은걸 우리가 아주 싼 값으로 사들여서 회수하는 겁니다· 그게 우리 일이에요·”

“아 들어본적 있습니다· 기사로 몇 번 본 것 같아요·”

“더 쉽게 설명해드리면 예를 들어 천만 원짜리 부실채권을 백만 원에 사와서 우리가 원금이나 원금에 이자를 더한 금액을 받아내는 겁니다· 상당수의 경우는 이자는 포기하고 원금 정도만 회수하죠· 이자까지 회수하려고 하면 죽도 밥도 안 되니까·”

“그렇군요· 그럼 혹시 돈을 받아낼 때 굉장히 위협적이고 사람을 압박하는 그런 방식으로 하나요?”

“그랬다간 큰일납니다· 예전에는 다들 그런식으로 회수 했다지만 요즘은 세상이 바뀌어서 무턱대고 그렇게 하다간 감옥가기 십상이에요· 최대한 합법적인 방법으로 회수하려고 하는데 만만치는 않죠· 특히 채권자가 개인회생이나 파산을 해버리면 이건 뭐 닭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되니까· 그래서 채무자와 만나서 서로 적당히 합의를 보다가 안 될 것 같으면 무리하지 않고 그냥 강제집행하는 방법으로 합니다· 돈이 있는대도 일부러 명의를 돌리고 없는척하는 사람들은 뒤조사를 하기도 하죠·”

영훈은 다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대강 무슨 뜻인지는 알 것 같아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사실 우리가 정말 필요한 직원은 채권을 정리하고 관리하는 사무직이 아니라 부실한 채권으로 원금을 받아올 수 있는 추심 직원이 필요합니다· 요즘 사무직 직원 구하는건 월급 150만 줘도 지원자가 넘쳐나거든요·”

“그런가요?”

“그럼요· 대졸은 기본이고 워드 자격증에 심지어 토익 점수 커트라인까지 올려도 다들 못해서 안달인데 추심직 직원은 다들 안 하려고 해요· 참 이상하죠?”

“왜 이상한 겁니까?”

“영업직원 회수한 원금의 일정 부분을 보너스로 주거든요· 남들 150만원 가지고 갈 때 능력이 좋은 추심 사원은 월 천만 원 그 이상도 넘게 가지고 간단 말이에요·”

“와···”

영훈은 진심으로 놀랐다·

월 천만원은 지금까지 상위 1%만이 가지고 간다고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놀랄거 없어요· 어떤 영업이든 그렇겠지만 영업이라는게 잘하면 일반 직장인보다 많이 가져갈 수 있는 수익 구조가 되어 있어야 사람들도 의욕을 가지고 열심히 일 할 테니까·”

“그렇겠군요·”

송 사장은 절에서 살았다는 조금 연식있는 청년이 슬슬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추심 사원은 첫째 그 누구보다 의심을 많이 해야 하는데 눈앞의 인물은 눈 뜨고 코를 베어가도 누가 자기 코를 베어갔는지도 모를 것 같은 순진무구한 표정을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송 사장이 영훈을 전혀 모르기 때문에 오해하는 거였다·

영훈은 이곳에 들어오자마자 송 사장의 관상을 살폈다·

송 사장은 이마가 번듯하고 코가 우뚝하며 하관에 덕이 많아 재복이 있고 배포가 크며 시원시원한 성격으로 회사를 이끌어가면 부하직원이 많이 따르는 상이다·

이런 사람은 사기를 쳐도 몇 천 단위로 치지 않는다·

빈털터리로 서울에 처음 상경한 촌놈을 상대로 거짓을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판단했기에 그의 설명을 진실되게 받아들이고 있었던 거다·

그리고 영훈은 월 천만 원 이상 벌 수 있다는 소리에 오히려 이곳에서 오래 일할 수 없다는 걸 알았다·

적성에 안 맞으면 오래 있을 수 없는 곳이었고 적성에 잘 맞으면 돈 욕심이 생길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일에 대한 궁금증이 있었기에 새로운 경험을 한다 생각하고 일단 입사하기로 마음 먹었다·

“솔직히 일이 쉽지는 않아요· 일이 쉽다면 다들 이 일을 하겠지· 문전박대는 기본이고 어떤 때는 욕을 들어먹고 어떤 때는 식칼을 들고 위협하는 경우도 있어요· 잘하다가 갑자기 얼굴이 퍼래져서 ‘나 못할 것 같아요’ 할거면 그냥 안하는게 낫습니다·”

어지간한 간담 없으면 그냥 포기하라는 말이었다·

송 사장은 당연히 이 순진무구한 청년이 겁을 먹을줄 알았는데 청년은 별것 아니라는 듯 웃으며 말했다·

“괜찮습니다· 아 제가 이름도 말씀드리지 못한 것 같습니다· 최영훈이라고 합니다·”

이 정도까지 말이 나오니 거의 입사는 확정이나 다름 없어졌다·

송 사장은 입맛을 다시다가 말했다·

“일단 석달정도 지켜볼 수밖에 없습니다· 워낙 일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거든요· 대신 석달 동안 월급은 주겠습니다· 그리고 석달이 지나면 월급 대신 수당으로 받아가야 합니다· 싫다면 지금 거절하면 됩니다·”

영훈은 돈은 필요없다고 말하려다가 그것도 너무 이상하게 보일 것 같아 그만 두었다·

“그게 합당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말 편하게 해주십시오·”

“크흠··· 그래· 잘 해보자고·”

그렇게 인사하고 회사를 나온 영훈은 다시 고시원으로 돌아왔다·

채권추심이 뭔지 대략적으로 인터넷을 통해 공부하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고시원에 도착해서 컴퓨터 앞에 딱 앉으니 허기짐이 밀려왔다·

식당에서 라면이나 하나 끓여 먹고 공부하려는 생각에 고시원 중앙에 있는 작은 식당에 가니 처음 보는 젊은 여자가 커다란 김치통을 옮기고 있었다·

짧은 바지에 티가 짧아 등허리가 훤히 노출된 모습에 잠시 멈칫하는데 고시원의 주인 아주머니가 들어와 말을 걸었다·

“총각 왔어? 오늘 직장 구한다며? 잘 됐고?”

아침에 어디 가냐고 묻길래 취업 면접을 보러 갈 거라고 했었다·

아주머니의 말소리가 들리자 김치통을 옮기던 여자가 황급히 일어나며 영훈에게 경계심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네· 내일부터 출근하기로 했습니다·”

볼살이 통통한 귀여운 인상의 아주머니는 손뼉을 치며 호들갑을 떨었다·

“아이고~ 잘 됐네· 우리 고시원이 터가 좋아· 들어왔다 하면 좋은일이 생긴다니까· 여기 우리 딸인데 우리 딸도 대기업 다니잖아· 거기가 아무나 못 들어가는 곳이거든· 우리 딸이지만 참 대단해·”

알고 보니 김치통을 나르는 여자가 고시원 주인의 딸래미였던 거다·

주인 아주머니의 말에는 딸에 대한 자부심과 은근히 자랑을 하고 싶은 마음이 담겨 있었다·

아주머니의 딸이 똑 쏘아붙였다·

“그러지 말고 좀 도와주세요· 어차피 이 김치 내가 먹나? 아저씨들이 먹지·”

“얘! 너 말 좀 예쁘게 해· 쟤가 저래도 얼마나 마음씨가 고운줄 몰라· 엄마 고생한다고 이거 다 쟤가 들고 왔거든·”

“아 네···”

영훈은 얼떨결에 커다란 김치통 몇 개를 냉장고에 넣어주었다·

“고마워 총각· 너는 됐으니까 이제 얼른 들어가·”

“안 그래도 가려고 했었어· 아휴 여긴 올때마다 냄새가 나·”

그녀는 불쾌한 듯 코를 막으며 식당을 나갔고 주인 아주머니는 미안한 얼굴로 신경쓰지 말라는 듯 말했다·

“총각한테 한 말은 아니니까 신경쓰지 말어· 오늘 심부름을 시켰더니 예민해서 저래·”

“아 네···”

아주머니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말했지만 영훈은 그녀의 눈빛에게서 경멸의 기운을 읽었다·

어렵게 사는 사람들이 받는 시선이 이런 것이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일까?

마음이 무거워졌다·

< 생각지도 못한 첫 직장(2) > 끝

ⓒ 영완(映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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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fice Worker Who Sees Fate

Office Worker Who Sees Fate

Score 8.5
Status: Completed Released: 2022
A child born to become a shaman with the fate of putting the world in chaos. To let go of his greed and refuse god, he’s trying to become an ordinary office worker. Choi Yeonghoon, the one who can see destiny through physiognomy (face fortune reading) and fortune telling. Will he succeed in becoming an ordinary office wor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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