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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fice Worker Who Sees Fate Chapter 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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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탐욕의 결과(5) >

인천공항 터미널·

평생 공항에서 남 기다려 본 일이 없던 김창훈 상무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누군가는 당연히 얼마 전 일본으로 간 고이케 유리코였다·

그녀가 일본에 갈 때만 해도 그는 일주일 정도는 금방 지날 줄 알았는데 이상하게 그녀를 기다리는 일주일이 무척 길다고 느껴졌다·

고이케 유리코에 대한 사랑이 절절해서가 아니라 시간이 지날수록 그녀의 빈자리가 그를 조여 왔기 때문이었다·

그녀가 가진 권력과 힘은 그녀가 없을 때 더욱 크게 느껴졌다·

형인 도훈은 고이케 유리코가 없을 때가 유일한 기회라고 생각했는지 수시로 그룹 고위 임원과 미팅을 가지며 위기감을 조성했고 아버지인 김태현 회장은 아직도 그의 결혼을 미심쩍어하고 있었다·

어쨌거나 고이케 유리코를 직접 만나 결혼하겠다는 이야기를 들은 건 아니었으니까·

언제든지 둘째 아들에 대한 지지를 철회할 수 있다는 뜻을 은근히 내비치는 아버지였기에 창훈으로서는 그녀의 존재가 절실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고 그녀가 일본에 가서 마음이 바뀌었을지도 걱정되는 그였다·

그래서 초조하게 출국장 앞에 서서 기다리는데 저 멀리 몸에 착 달라붙는 검은색 원피스에 선글라스를 낀 포스 작렬인 여자가 빈손으로 걸어오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혹시나 싶어 고개를 쭉 내밀고 미간을 찌푸리며 자세히 살피니 그녀가 환하게 웃으며 이쪽을 향해 손을 흔드는 게 아닌가?

그제야 마음이 놓인 창훈이 양손을 번쩍 들어 흔들었다·

일본에서 자신을 도와주기 위해 달려온 백기사·

창훈이 그녀를 생각하는 마음이 딱 그랬다·

“많이 기다렸어요?”

그녀가 바로 앞까지 다가와 선글라스를 벗으며 말했다·

재벌가 자녀인 창훈은 그녀의 눈부신 미모에 감동했다기보단 그녀의 존재 자체에 이미 감동하고 있었다· 그는 그녀의 양손이 허전한 모습을 보고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기쁜 마음으로 기다려서 얼마나 지났는지 모르겠네요· 그런데 짐은요?”

창훈의 말이 더없이 마음에 들었는지 그녀가 환하게 웃더니 살짝 옆으로 비켜서며 말했다·

“내 친구들이에요·”

키가 190은 넘어 보이는 엄청난 덩치들이 그녀의 뒤에 와 서더니 살짝 고개를 숙인다·

캐리어를 들고 있는 손이 창훈의 얼굴보다 훨씬 커 보여 한 대 맞았다가는 바로 황천길 구경을 하게 될 것 같았다·

얼굴도 보통 험상궂은 게 아니어서 딱 봐도 야쿠자 출신임을 알 수 있었다·

“아··· 친구들이면····”

“내 경호를 하게 된 지 벌써 5년도 넘었어요· 스모 선수 출신인데 보기에는 조금 무서워 보여도 신사랍니다·”

“하하··· 그렇군요·”

그녀는 일본말로 경호원들에게 창훈을 소개했다·

이미 어느 정도 이야기를 듣고 왔는지 자기의 남편이 될 사람이라는 말에 그리 놀라지 않으며 그 큰 몸을 구부려 인사한다·

창훈은 인사를 받고는 그녀를 에스코트하며 말했다·

“경호는 우리 쪽에서도 해 줄 수 있는데요·”

“미안해요· 난 원래 사람을 잘 믿지 못해요· 당신은 믿을 수 있지만 당신이 소개한 업체가 누군가로부터 더 큰 돈을 받았을 수 있으니까요·”

어떻게 보면 너무 냉정해서 조금 섭섭하기도 한 말이었다·

결국 완전히는 믿지 않는다는 말이니까·

“이해해요· 그럴 수 있죠·”

창훈이 이해한다고 말하면서도 표정이 그리 좋지 않은 것이 고이케 유리코의 눈에 들어왔는지 그녀가 말을 더했다·

“난 어려서부터 별별 일을 다 겪으며 자랐어요· 경호하던 업체 직원이 날 납치하려고 한 적도 있었고요· 전에 잠깐 한국에 왔을 때는 굳이 데리고 올 필요가 없었지만 이제 한동안 이곳에 있어야 하고 여러모로 이권이 걸린 일들을 해야 하니 데리고 왔어요·”

“설마 한국에서 무슨 일이 생기려고요?”

“꼭 무슨 일이 생길 거라고 생각해서 데리고 온 건 아니에요· 그냥 이들이 제 주위에서 절 지켜 준다고 생각하면 한결 마음이 놓이거든요· 일종의 심리적 처방이라고 생각해 주세요· 괜찮죠?”

“그럼요· 가요· 아버지가 기다리고 있어요·”

조금 아쉽긴 했지만 그녀가 살아온 인생을 생각하면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는 일이었다·

“나 호텔 들렀다 가도 괜찮을까요? 비행기에서 편하게 있으려고 입은 옷인데····”

“이 정도만 해도 완벽한데요?”

“그래도요· 아직 시간 있잖아요·”

“그럽시다· 그런데 차는···? 미리 알려 줬으면 차를 준비해 놨을 텐데요·”

“괜찮아요· 대기시켜 놨을 거예요· 내 친구들은 제일 큰 차가 아니면 힘들어서 항상 알아서 준비하거든요·”

그녀의 말처럼 어디서 나왔는지 얼굴을 모르는 사람 한 명이 와서 고이케 유리코의 덩치 큰 경호원에게 키를 건넸다· 거의 연예인들이나 타고 다닐 법한 커다란 밴이 떡하니 앞에 세워져 있었다·

창훈은 그 밴에 어슬렁거리며 올라타는 경호원들을 보고 허허 웃고는 말했다·

“저 큰 차가 비좁아 보일 수가 있군요·”

“간식도 꽉꽉 채워 넣었을 거예요· 우리도 출발해요·”

고이케 유리코는 화창한 하늘이 마음에 드는지 하늘을 한 번 둘러보고 미소를 지으며 창훈의 차에 올랐다·

그리고 그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는 사람들이 있었다·

“시발 저 덩치들은 뭐야? 일단 위에 보고해· 우리만으로는 어려울 것 같다고····”

“예·”

그들은 차를 타고 사라져가는 뒷모습을 한참 지켜보다가 그곳을 벗어났다·

*

남산 하야트 호텔 중식당·

김태현 회장은 자리에 앉아 기다리면서도 한편으론 계속 의구심을 가지고 있었다·

거짓말을 할 상황도 아니고 이런 걸 거짓으로 말할 만큼 최 상무나 둘째 아들이 멍청하다고 생각하지도 않았지만 이 결혼이 성사되는 과정이 너무 어처구니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로얄메이저에 공문을 보내 당신네 대표가 우리 아들과 결혼하려고 하는 게 맞냐고 물어볼 수도 없으니 답답했다고 해야 할까?

“안녕하세요·”

정말로 등장한 고이케 유리코를 마주한 다음에야 김태현 회장은 둘째 아들이 헛짓거리를 하며 돌아다니지 않았다는 걸 인정했다·

“반가워요· 이야기는 많이 들었어요·”

“저에 대해서요? 아니면 제가 가진 회사에 대해서요?”

훅 치고 들어오는 질문에 김태현 회장이나 창훈도 움찔했다·

“둘 다· 그나저나 한국말이 무척 능숙하군요·”

“고맙습니다· 창훈 씨가 뭐라고 하던가요? 제가 예쁘다고 하던가요?”

“미인이라고 자랑을 하더군요·”

“호호··· 그럼 다행이에요· 지금까지 그 많은 돈을 들여 관리를 받아 온 게 아깝지 않아요· 아버님도 연세보다 젊게 사시는 것 같아 보기 좋네요·”

“고맙군요·”

그녀는 전혀 어려워하지 않고 있었다·

처음에는 시아버지가 될 사람 앞인데 저래도 되나 싶었지만 이내 그녀의 위치를 생각하고는 내심 인정한 그였다·

로얄메이저가 가진 돈과 그로 인한 힘을 생각하면 시아버지가 될 사람이라고 껌뻑 죽는 게 오히려 이상했으리라·

“내 아들과 결혼하려는 이유를 물어봐도 될까요?”

“네· 그리고 그 전에 말씀 편히 하세요· 비즈니스만 하러 온 자리는 아니니까· 창훈 씨 아버지에게서 존댓말을 듣는 게 생각보다 불편하군요·”

비즈니스만 하러 온 게 아니라는 말은 돌려 말하면 비즈니스도 하러 왔다는 말과 같았다·

“그렇게 하지· 내 아들과 결혼하려는 이유를 물어봐도 될까?”

“마음의 안정을 찾고 싶어서요·”

생각하지 못했던 대답이라 이번에도 김태현 회장은 조금 당황했다·

아들과 고작 며칠 만났다기에 사랑해서라는 답까지는 아니라고 해도 믿을 만하다는 말 정도는 들을 줄 알았던 거다·

“마음의 안정을 창훈이를 통해 찾을 수 있다고 믿나?”

“네·”

“그렇게 확신하는 이유가 있을까? 있다면 들어보고 싶군·”

“이유는 있지만 말로 설명하기는 어려워요· 단지 창훈 씨는 믿을 만하고 좋은 사람이라고 느꼈어요·”

“믿을 만하고 좋은 사람이다?”

“더 정확히는 내가 가진 재산 때문에 나에게 위협을 끼칠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김태현 회장의 이맛살이 찌푸려졌다·

“독특한 결론을 내렸군·”

“저에게는 무척 중요한 기준이에요·”

“그렇군· 며느리 될 사람을 불러 놓고 너무 내 이야기만 했어· 미안하네· 여기가 꽤 괜찮은 식당인데 입맛에 맞을지 모르겠네·”

“일본인이라고 항상 일식만 고집하지는 않는답니다· 오히려 전 한식을 더 좋아해요· 중식도 좋아하고요· 짧은 비행이지만 조금 갑갑했는데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한결 좋아질 것 같아서 기대가 돼요·”

“그랬으면 좋겠군·”

김태현 회장은 직원을 불러 준비한 음식을 내오도록 시켰다·

고이케 유리코는 김태현 회장을 거의 신경 쓰지 않고 창훈과 데이트 하듯 음식을 즐겼다·

그 모습이 신기하기도 하고 황당하기도 한 김태현 회장은 일단 묵묵히 음식을 먹다 적당히 식사가 마무리되어 가자 입을 열었다·

“자네가 안정을 원해서 내 아들과 만나겠다는 말은 어떻게 생각하면 하늘의 도우심으로 좋은 인연을 만난 게 아닐까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걱정스럽기도 하네·”

“전 머리가 나쁜 데다가 한국말을 잘하기는 해도 서로 문화가 달라서 돌려 말하시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어요· 로얄메이저와 우명그룹이 만났으니 비즈니스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은 알고 있어요·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그냥 말해 주셨으면 해요·”

김태현 회장은 괜히 기 싸움에서 밀리는 것 같자 헛기침을 했다·

“크흠··· 그래· 돌려 말하지 않겠어· 우리 창훈이랑 결혼하면 우명그룹에 손을 뻗지 않겠다고 약속할 수 있나?”

“아니요·”

실로 간명한 대답이었다·

하지만 그 또한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기에 김태현 회장은 미간을 찡그리면서 재차 물었다·

“우명의 일에 간섭하겠다고?”

“제가 창훈 씨와 결혼하면 우명그룹의 사람이 되는 거 아닌가요? 그럼 당연히 우명의 일에 해야 할 말이 있다면 할 수도 있겠죠·”

예상치 못한 진행에 김태현 회장이나 창훈이나 혼란스러워했다·

그녀는 오히려 왜 놀라냐는 듯 물었다·

“내가 이상한 건가요?”

“자네는 로얄메이저의 재산에 누가 손대는 걸 싫어한다고 아까 말했지· 그런데 우명의 재산에는 손을 대겠다는 말인가?”

“우명의 재산에 손대겠다는 게 아니라 우명의 일에 목소리를 내겠다는 말이었어요· 제가 아무 영향력도 끼치기 싫어한다면 제 도움도 필요하지 않다는 건가요?”

그제야 김태현 회장은 그녀의 스탠스가 무엇인지 알았다·

“으음··· 그렇군· 내가 잘못 생각했어· 창훈이와 결혼하면 가족이 되는 것인데 말이야·”

그녀는 완전한 가문의 일원으로 인정받고자 했다·

가족이라면 가문의 사업에 목소리를 내는 거야 당연한 일·

뒷주머니를 차겠다는 건 아니지만 가족의 일원으로서 도와줄 일이 있다면 도와줄 것이고 문제가 있다면 나서겠다는 말이었다·

당연한 것 같지만 사실 무서운 말이다·

창훈이 그룹을 물려받은 상태에서 회사에 문제가 생긴다면 언제든지 나설 수 있다는 말이니까·

여느 며느리였다면 결혼도 하기 전에 젯밥에만 관심이 있다며 호통을 쳤겠지만 그녀는 그가 호통을 칠 만한 레벨이 아니었다·

“오로지 비즈니스적인 결혼을 생각했다면 애초에 창훈 씨와의 만남을 생각하지도 않았을 거예요·”

“내가 만약 허락하지 않으면 어찌할 텐가?”

고이케 유리코는 살포시 미소지었다·

“창훈 씨는 좋은 사람이고 믿을 만한 사람이에요· 그런 사람이라면 꼭 우명그룹의 후계자가 아니라도 상관없어요· 하지만 제 도움을 바라시지도 않겠죠?”

그래 봤자 시댁이니 남처럼 살겠다는 말이었다·

로얄메이저 대표를 며느리로 받아 놓고 도움 하나 받지 못한다면 그것도 웃긴 일·

“하하하! 내 항상 우리 둘째가 결혼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이렇게 당차고 똑똑한 아가씨를 데리고 오니 기쁘기 그지없다네· 영 허당이라서 걱정이 많았어·”

“너무 좋은 사람이던데요?”

“사람은 좋은데 어디 그것만 가지고 좋은 인연을 만날 수 있나? 그래 우리 창훈이랑 결혼하면 신혼집은 어디로 잡을 텐가?”

은근히 같이 살았으면 하는 눈치였지만 고이케 유리코는 전혀 그럴 생각이 없었다·

“신혼집은 제 마음에 드는 곳으로 구할게요· 서울에는 좋은 집이 많다고 들었어요· 같이 다니면서 집을 구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집은 내가 해주고 싶은데·”

“아니에요· 내가 꾸밀 집이니 내가 알아서 할게요·”

김태현 회장은 내심 아쉬웠지만 입맛을 다시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렇게 하게·”

“아 그런 의미로 한 가지 부탁할 게 있어요·”

“뭔가?”

“제 도움이 필요하실 거라는 거 알고 있어요· 하지만 막무가내로 지원을 요청한다고 다 들어 드리면 로얄메이저의 재산이 남아나지 않을 거예요·”

“그렇겠지?”

“다음 정기 총회에서 제가 지정한 사람을 사외이사로 지정해 주세요·”

눈빛을 반짝이는 예비 며느리를 보며 김태현 회장은 숨을 들이켰다·

그리고 잔뜩 긴장한 창훈을 보며 말했다·

“현명한 사람을 데리고 왔구나·”

“감사합니다·”

창훈은 아버지의 칭찬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아들었다·

똑똑하면서도 무서운 여자를 데리고 들어왔으니 정신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그룹이 큰 위험에 빠질지도 모른다는 경고였다·

< 탐욕의 결과(5)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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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fice Worker Who Sees Fate

Office Worker Who Sees Fate

Score 8.5
Status: Completed Released: 2022
A child born to become a shaman with the fate of putting the world in chaos. To let go of his greed and refuse god, he’s trying to become an ordinary office worker. Choi Yeonghoon, the one who can see destiny through physiognomy (face fortune reading) and fortune telling. Will he succeed in becoming an ordinary office wor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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