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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fice Worker Who Sees Fate Chapter 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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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주(3) >

영훈은 어쩌면 미쳤다는 표현을 자신에게 써도 될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알 수 없는 소리가 귓가를 맴돌았고 양 어깨가 주저앉을 듯 무거웠다·

“어디로 갈까요?”

어지간해서는 차량은 본인 스스로가 운전하는 영훈이었는데 오늘은 무슨 예감이었는지 수행기사를 동행시켰다·

그나마 잘했던 일이다·

“집으로 가요·”

“집으로요? 알겠습니다·”

아직 점심시간도 채 되지 않은 시간에 회사가 아닌 집으로 가자는 말에 수행기사는 고개를 갸웃하면서도 바로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고 차를 출발시켰다·

백미러로 보이는 상사의 얼굴이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리라·

그러다 그가 흠칫 놀라 말했다·

“상무님! 코피가··· 여기가 병원이니까 치료를 받으시는 게 어떨까요?”

영훈은 손수건을 꺼내 코에 가져다 대며 말했다·

“아니에요· 이건 치료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그냥 집으로 가주세요·”

코피를 치료할 수 없다니···

수행기사는 영훈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더 권하지 못하고 시선을 전방으로 돌렸다·

영훈은 핸드폰을 들어 겨우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야· 미안한데 지금 집으로 와줄래? 급해· 지금 와야 해·”

[바로 갈게·]

남편의 심상치 않은 목소리 때문인지 연희는 두 번 묻지 않았다·

“후···”

영훈은 코피를 닦으며 눈을 감았다·

치료해서 나을 수 있는 병이 아니다·

신병(神病)의 일부이니 강신무(降神巫)를 통해 무당이 되지 않으면 상태는 갈수록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귓가를 맴도는 어지러운 말도 사실 귀 기울여 들으면 알아들을 수 있다는 걸 확신했지만 혼신의 힘을 다해 애써 무시하는 중이었다·

이러다 만약 잠이라도 들어 감추어둔 무구 따위를 발견하게 되는 등의 일이 벌어진다면 꼼짝없이 무당이 될 판이었다·

영훈은 가만히 불경을 외웠다·

부처를 섬겼던 적도 없었고 절에 있는 동안 부처에게 단 한 번도 절을 해본적 없던 그였지만 밤에 나타나는 귀신 때문에 외웠던 불경이었다·

이십 대가 넘어가고 사실상 무서운 게 없어진 그였기에 전부 까먹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기이하게 처음 시작 부분을 외우자 자연스럽게 불경이 이어졌다·

귀신을 내쫓기 위한 게 아니었다·

이렇게라도 정신을 집중하며 방법을 찾아내기 위함이었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상무님 댁에 도착했습니다·”

“여기서 대기해주세요·”

“알겠습니다·”

마음을 단단히 먹은 영훈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으로 올라갔다·

“오빠··· 이게 무슨 일이야?”

언제나 활달하고 미소를 잃지 않던 영훈이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손수건으로 코를 막으며 나타자자 연희는 크게 놀라 영훈을 부축했다·

가늘게 떨리는 영훈의 몸에 심장이 쿵 떨어진 느낌이던 그녀는 영훈을 소파에 앉히고 물었다·

“왜 그래? 다친 거야? 어디가 아픈 거야?”

영훈은 잠시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했다·

그리고 눈을 뜨지 않은 채 입을 열었다·

“내가 언젠가 말했을 거야 내 운명에 대해서· 알지?”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려는 목소리에 연희는 영훈의 손을 꼬옥 잡았다·

“알아· 내가 모를 리 없잖아·”

“그래· 난 최선을 다 해 날 지키려고 노력했다고 생각했는데 내 마음처럼 되는 게 아니었나봐· 어쩌면 너무 쉽게 생각했었는지도 몰라· 점을 봐주고 복채를 받지 않았으니 그걸로 끝이었다고 믿었던 것 같아· 그런데··· 중요한 건 복채를 받냐 아니냐가 아니었던 것 같아·”

“그게 무슨 말이야?”

“너와 결혼하면서 난 보잘 것 없는 회사원에서 재벌이 되어 버렸고 이 좋은 집과 많은 재산을 가지게 됐어· 거기서부터 문제가 생겼을지도 몰라·”

호수같이 투명한 연희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영훈은 여전히 눈을 감은 채 말을 이었다·

“딱 한 번··· 딱 한 번 유혹을 느꼈어· 그런데 그 유혹을 이겨내지 못하고 마음이 흔들리고 말았어·”

“흔들린 거잖아· 유혹에 넘어간 게 아니잖아·”

“아니 흔들린 게 중요해· 귀신은 인간의 행동이 아닌 마음을 봐· 흔들리지 말았어야 했어· 마음이 굳건하지 못하니 이겨내지 못한 거야·”

“이겨낼 수 있어· 오빠는 단 한 번도 약한 모습을 보인 적이 없잖아·”

울먹이는 그녀의 울음소리가 다시 한번 영훈의 마음을 진탕 시켰다·

감긴 영훈의 눈가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처음부터 이럴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는지도 몰라· 그런데 어떡하지? 난 괜찮은데··· 나야 산속에서 남은 생을 살아도 되는데 넌 어떡하고 우리 아이는 어떡하지?”

“떠나지 마· 오빠 안 떠나도 돼·”

“오래전에 큰 스님이 날 거두실 때 그런 말을 하셨대· 내 팔자는 소용돌이와 같아서 건강이든 재물이든 다 가지려 할 거라고· 나도 알고 있었어· 내 사주를 잊어버렸다고 했지만 그걸 어떻게 전부 잊겠어? 알고 있었는데 모르는 척한 거야· 내가 욕심을 부린 거였어·”

“오빠···”

“내가 떠나지 않으면 아이가 다칠 거야·”

영훈의 결심을 느낀 연희는 영훈의 팔을 껴안고 울음을 토했다·

“안돼· 오빠 없이 어떻게 살아? 이렇게 떠나면 어떻게 살아?”

“방법을 찾아볼게·”

“그러지 마· 오빠 눈뜨고 날 봐·”

“안 돼· 네 눈을 마주보면 보지 말아야 할 게 보일 것 같아·”

“오빠···”

“미안해· 너무 미안해· 널 이렇게 두고 떠나는 내 마음이 너무 아프고 우리 아이 아직 태명도 못 지었는데 너무 슬프다· 그런데 가야 해·”

“여기서 방법을 찾아보자·”

“엄마가 날 그때 그 아줌마에게 맡겼을 때 기분이 어땠을까? 그 어린아이를 맡겼을 때··· 새카만 밤에 홀로 절에서 무서움에 떨면서 원망했었어· 어떻게 원망을 안 해? 그런데 난 이제 조금 알 수 있을 것 같아· 내가 곁에 있으면 신기가 아이한테 갈지도 몰라· 멀어져야 해·”

연희는 말릴 수 없다는 걸 깨닫자 엉엉 울음을 토했다·

그 구슬픈 울음소리에 영훈의 눈가에도 쉬지 않고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렇게 한참을 울었을 때 영훈은 다시 몸을 일으켰다·

연희가 황급히 영훈의 손을 잡았지만 영훈은 무거운 몸을 움직이는 걸 멈추지 않았다·

“가지 마·”

“방법을 찾아볼게·”

“나랑 같이 찾아·”

“우리 아이··· 아이를 생각해·”

“어디로 갈건데?”

“스님한테· 일단 스님을 만나야겠어·”

“그럼 약속 하나만 해줘· 절대 핸드폰 꺼놓지 말고 내 전화 꼭 받겠다고· 오빠 곁에 안 갈 테니까 연락 꼭 받아·”

“그럴게·”

영훈은 손에 힘을 빼지 않는 그녀를 억지로 떼어 내고 나왔다·

등 뒤로 들리는 울음소리가 가슴을 할퀴어 왔지만 걸음을 멈추진 않았다·

방법을 찾아보겠다는 말은 거짓이 아니니까·

*

“남성 사주에 비견이 과다한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는···”

명우도사는 몇 명의 수강생 앞에서 제법 능숙하게 펜을 움직이며 강의하고 있었다·

잘 가르친다고 소문이 났는지 요새 문의 전화가 하루에 한 통은 올 정도라서 오피스텔을 더 큰 곳으로 옮겨야 하나 행복한 고민을 하는 그였다·

그런데 한창 강의에 열중일 때 쿵 소리가 문밖에서 들렸다·

명우도사가 깜짝 놀라 입을 멈추었을 때 누군가 문을 쾅쾅 두드렸다·

강의 중에 이게 무슨 소란인가 싶어 잔뜩 화를 낼 준비를 하며 문을 열었는데 그 예쁘고 참하던 며늘아기가 눈이 빨갛게 충혈된 채로 서 있는 게 아닌가?

감히 어디 가서 자기 며느리라고 말도 못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언제고 한번 만나서 식사라도 할까 은연중에 기대했던 그였다·

그런데 이런 모습으로 찾아올 줄이야···

“아니 여기에는 왜···?”

“아버님! 영훈 씨 어떡해요? 큰일났어요!”

명우도사는 크게 놀랐다·

사람들이 있는 데서 아버님이라고 부르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그녀가 모를 리 없으니까·

“잠깐만· 잠깐만 기다려라·”

명우도사는 일단 그녀의 입을 막고 수강생들을 서둘러 보냈다·

수강생들도 뭔가 일이 심상치 않다고 생각했는지 순순히 짐을 챙겨 오피스텔을 나갔다·

명우도사는 일단 며느리를 잡아 의자에 앉힌 후 문을 잠그고 앉았다·

“무슨 일이냐? 무슨 일인데···”

“아버님 큰일났어요· 오빠한테 신병이 온 것 같아요· 아이한테 신기가 옮길 수 있다고 방법을 알아보겠다며 도망치듯 집을 나갔는데···”

횡설수설하는 그녀의 말에도 명우도사는 대부분 이해할 수 있었다·

평생 신을 모시며 살아오는 동안 오만 가지 경우를 다 겪었던 그인데 이 정도 상황을 그려보는 거야 크게 어렵지 않았다·

“임신을 한 거야?”

“네·”

본능적인 행동인지 연희가 한 손을 자신의 배에 가져간다·

그 모습에 명우도사는 자신도 모르게 다리가 후들거림을 느꼈다·

“영훈이는?”

“스님한테 간다고 했어요· 영훈 씨가 어렸을 때 지냈던 절인데 어딘지는 알아요·”

“스님에게 가봐야 해결할 수 없다·”

“그럼요?”

“내가 해결하마· 내가 영훈이에게 가볼 테니 넌 걱정하지 마라·”

“저도 같이 갈까요?”

“아니다· 본래 임신했을 때는 점집도 함부로 가는 게 아니다· 아이들은 머리가 열려있어서 신이 쉽게 들어올 수 있으니 너는 집에서 가만히 몸조리를 하고 있거라· 내가 해결하마·”

해결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지난 실수를 되돌리기 위해서라도 자신이 꼭 해결해야 한다고 믿었다·

“제발 부탁드려요· 제 차를 드릴게요· 아니 기사도 붙여 드릴 테니까 같이 다녀오세요·”

“아니다· 혼자 갈 수 있다·”

“혼자 운전하기에는 힘드실 거예요· 그러니 가져가세요·”

돈은 이미 벌 만큼 벌었던 그였기에 가지고 있는 차도 1억 원이 넘는 좋은 차였지만 명우도사는 그녀의 부탁을 받아들였다·

그렇게라도 해야 그녀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안정될까 싶어서였다·

“그래 알았다·”

연희는 곧장 명우도사와 같이 내려와 자신을 태우고 온 수행기사에게 말했다·

“아무것도 묻지 말고 이분이 가자는 대로 가주세요· 아주 중요한 분이니까 최선을 다해주세요·”

“알겠습니다·”

명우도사는 자신의 키를 연희에게 건넸다·

“걱정하지 말아라· 내가 꼭 영훈이 네 곁으로 보내 주마·”

“부탁드려요·”

연희는 눈물을 흘리며 명우도사가 떠나는 걸 지켜보았다·

*

명우도사가 경남에 위치한 이름 모를 절에 도착한 것은 해가 고즈넉이 떨어질 무렵이었다·

절의 입구를 지나 허겁지겁 가장 큰 건물인 대웅전으로 다가갈 때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커다란 돌에 엉덩이를 붙이고 있는 아들을 볼 수 있었다·

“영훈아!”

“···”

영훈은 무심한 얼굴로 명우도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 무표정한 얼굴에 가슴이 철렁한 명우도사가 가까이 다가가 말했다·

“새 아가··· 아니 연희에게 이야기는 들었다·”

“스님이 안 계세요·”

“어?”

“두 달 전에 입적(入寂)하셨대요· 말도 없이··· 왜 한 번도 안 찾아왔을까요? 잘 먹고 잘 사느라 스님이 어떻게 사시는지 전화 한 번 안 했어요· 이래서 검은머리 짐승은 거두는 게 아니라고 했나 봐요·”

명우도사는 영혼을 잃은 듯한 영훈의 앞에 허리를 굽히고 시선을 맞춘 후 조심스럽게 말했다·

“일부러 조용히 가신 걸 게다· 돌아가신 스님에 대한 애도는 다음에 하자꾸나· 일단 네 병부터 치료해야 할 게 아니냐?”

영훈의 눈빛이 번뜩였다·

“치료할 수 있어요?”

“신병은 무당만이 치료할 수 있다·”

“내림굿을 받으라는 말은 아니죠?”

“아니 내 아들은 무당 못 만든다· 너희 엄마 뜻이 그랬고 지금의 나도 그렇다·”

“그럼요?”

명우도사는 감정이 복받치는지 눈물을 흘렸다·

“엄마한테 가· 네 엄만 대한민국 최고 무당이었다· 죽었다고 한들 그 신기가 어디 갈까· 네 엄마 무덤 앞에서 빌고 치성을 드려라·”

“그게 무슨···”

“엄마가 도와줄 거다· 널 그리 두고 와서 평생 가슴에 아들을 묻고 살아왔는데 죽었다고 한들 아들 못 도와줄까· 아들이 잡귀 때문에 무당이 되게 생겼으니 무덤에서 살아와 도와줄 거다· 같이 가자·”

영훈은 눈물을 흘리며 손을 내미는 아버지의 손을 잡았다·

그렇게 다시 움직인 부자는 어느 이름 모를 산길을 올랐다·

저 멀리 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언덕에 소담스럽게 올라온 작은 봉분 하나·

명우도사는 영훈의 손에 밑에서 가지고 온 막걸리를 들려주고는 내려갔다·

잠시 무덤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영훈이 털썩 주저앉았다·

“엄마··· 늦게 와서 미안해요· 더 일찍 왔어야 했는데··· 나 어떻게 살았는지 알아요? 엄마가 생각했던 대로 무당이 될 팔자였는데 운 좋게도 좋은 스님이 날 거두어 주셨어요· 스님도 아니고 머리도 안 깎았는데 20년이나 절에서 살았거든요? 처음에는 엄청 무섭고 힘들었는데 시간이 지

나니까 괜찮아졌어요·”

영훈은 흐르는 눈물을 훔치고 말을 이었다·

“절에서 내려와서 회사원이 됐어요· 많이 부족하긴 하지만 월급도 받고 연애도 하다가 결혼까지 했거든요? 그리고 얼마 전에 엄마 며느리가 임신까지 했대요· 다 좋았는데··· 내가 그만 돈에 흔들렸어요· 엄마가 나 무당 되지 말라고 그랬는데···”

다시금 귓가에 속삭임이 들려왔다·

정신이 아득해지고 어깨가 무겁게 내리 눌렸다·

“엄마··· 보고 싶어요· 조금만 기다리지· 내가 올 때까지 조금만 더 기다리지· 엄마 얼굴이라도 보게· 내 얼굴이라도 보여주게···”

조금씩 흐느끼던 영훈은 점차 감정이 고조되더니 엉엉 울음을 토했다·

그렇게 몇 시간을 울다가 정신을 잃은 것처럼 무덤 위에 쓰러졌다·

< 저주(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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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fice Worker Who Sees Fate

Office Worker Who Sees Fate

Score 8.5
Status: Completed Released: 2022
A child born to become a shaman with the fate of putting the world in chaos. To let go of his greed and refuse god, he’s trying to become an ordinary office worker. Choi Yeonghoon, the one who can see destiny through physiognomy (face fortune reading) and fortune telling. Will he succeed in becoming an ordinary office wor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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