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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fice Worker Who Sees Fate Chapter 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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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씻김굿 >

복숭아꽃이 흩날린다·

자잘하게 흩날리는 꽃잎 사이로 그림같이 드러나는 전경·

따스한 햇살과 향긋한 꽃내음 그리고 높은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는 폭포수 한 줄기는 보기만 해도 마음을 시원하게 만들었다·

영훈은 바스락거리는 낙엽을 밟으며 천천히 앞을 향해 나아갔다·

챙챙챙···

저 멀리 어디에선가 들려오는 징 소리가 귓가에 은은히 퍼져온다·

신기하게도 저 신명나는 징 소리에 마음이 편안해져 왔다·

영훈은 본능적으로 징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따라 움직였다·

징 소리에 다가갈수록 흩날리는 복숭아 꽃잎이 더욱 거칠게 휘몰아친다·

마치 징 소리에 다가가는 것을 방해하는 것처럼···

“어딜 가시는 길인가?”

소리가 난 오른편으로 고개를 돌리니 거대한 은행나무가 눈에 들어왔다·

둘레는 장정 열 명이 손을 맞잡고 둘러서도 모자를 만큼 높이는 하늘 끝까지 뻗쳐 올라 그 크기를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거대했다·

그렇게 큰 은행나무 옆에 처음부터 그 자리에 있던 것처럼 새하얀 옷을 입은 장년의 남성이 서 있었다·

신기하게도 어떻게 보면 일흔이 넘어 보이고 어떻게 보면 이제 갓 서른 넘은 청년 같기도 했다·

“그대는 누구입니까?”

“나는 떠도는 구름이기도 하고 세차게 내리는 비이기도 하며 휘몰아치는 바람이기도 하다네· 저 아래 헤엄치는 물고기이기도 하고 도도하게 흘러가는 강물이기도 하니 천하가 곧 나이고 내가 곧 천하네·”

“나는 그런 존재를 모릅니다·”

“모른다고 하지 말게· 자네는 일찍이 날 크게 골탕 먹이지 않았는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칠흑 같은 어두운 밤에 홀로 울부짖던 예전의 기억을 잊었을 리가 없네·”

흠칫 놀란 영훈에게 그가 자애로운 표정으로 말했다·

“하지만 두려워 말게· 나는 그대의 벗이요 스승이며 부모이니·”

그의 뒤에서 후광이 비쳐나왔다·

신비롭고 전율스럽기까지 한 그 광경에 영훈은 절로 다리에 힘이 빠지는 것 같았다·

그때 또다시 들려오는 징 소리·

챙챙챙···

신명나는 징 소리가 귓가에 울려퍼지면서 후들거리던 다리에 힘이 들어간다·

영훈은 다시 징 소리가 울리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한 걸음··· 두 걸음···

그렇게 발걸음을 옮기던 중에 또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딜 가시는 길인가?”

분명히 걸음을 옮겼음에도 또 그 방향에는 거대한 은행나무와 남자가 서 있었다·

그런데 아까까지만 해도 새하얀 옷을 입고 있던 남자는 지금은 전쟁이라도 치르는 것처럼 갑옷을 입고 커다란 청룡언월도를 들고 있었다·

“나를 부르는 곳으로 가고 있습니다·”

“가지 말게· 사흘을 굶은 다음에 내어주는 고기처럼 헐벗은 미인의 육체처럼 집 없이 떠도는 자에게 건네는 외투처럼 자네를 시험할 테지만 넘어가서는 안 된다네· 나는 그대의 벗이요 스승이며 부모이니 나를 따라오게·”

자애롭고 부드러우며 위엄있는 그의 말에 영훈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에게 한 걸음 옮길 때 다시 귓가에 징 소리가 들려왔다·

챙챙챙···

저 멀리서 흐릿하게 들리던 징 소리가 이번만큼은 또렷하게 들렸다·

“소리가 들립니다·”

“흔들리지 말게· 나무처럼 굳건하고 바위처럼 단단하면 모든 유혹을 물리칠 수 있다네·”

“저 소리가 가슴을 아리게 만듭니다·”

“흔들리지 말게· 떠도는 구름이기도 하고 세차게 내리는 비이기도 하며 휘몰아치는 바람이기도 하니 저 소리가 자네를 해칠 것을 잘 알고 있다네·”

그의 말이 옳다 여겨 다시 한 걸음을 옮겼을 때 또 징 소리가 들려왔다·

이번에는 참지 못하고 영훈이 말했다·

“저 소리가 마음을 아리게 합니다· 무엇인지 확인해야겠습니다·”

영훈은 남자의 대답을 들으려 하지 않고 무작정 소리가 들리는 방향을 향해 걸었다·

뛰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두 다리가 천근같이 무거워 한 걸음을 내딛는 것조차 힘이 들었다·

챙챙챙···

징 소리와 함께 은은히 장구 소리도 들린다·

이제는 어디에서 들리는지 알 것 같았다·

저 멀리 언덕 위의 무언가가 움직이며 자신을 부르는 게 보였다·

“걸음을 멈추게· 어딜 가시는 길인가?”

“나를 부르는 곳으로 가고 있습니다·”

영훈은 고개를 돌리지 않고 계속 걸음을 내딛으며 말했다·

“무엇을 얻고자 함인가? 그대를 애타게 찾는 처와 자식이 보고 싶지 않은 겐가?”

영훈의 걸음이 우뚝 멈춰졌다·

“연희··· 그리고 아이가 보고 싶습니다·”

“나는 그대의 벗이요 스승이며 부모이니 내가 그대의 앞길을 밝혀줄 것이다· 맹수가 우글거리는 숲을 돌아 안전한 길을 찾으며 악한 길로 인도하는 나쁜 인연을 피하게 해주는 것이 부모의 도리이다· 그대는 어떤 길을 열어줄 것인가?”

어조가 달라졌다·

자애롭고 정중한 말투에서 위엄있고 권위있는 말투로 바뀌었다·

“저는···”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 그대가 배운 도리는 하늘과 땅의 가르침이니 쓰임에 거침이 없어야 한다·”

“거침이 없어야 한다···”

“내 길을 밝혀줄 것이니 나를 따라오라·”

꼼짝 못하고 그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귓가에 신명나는 징 소리와 장구 소리가 들려옴에도 거미줄에 걸린 벌레처럼 꼼짝할 수가 없었다·

그때 은은하게 들려오는 불경 소리·

오래전 외웠던 불경이 떠오르며 자신도 모르게 끌려가던 몸이 우뚝 세워졌다·

그리고 다시 징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세찬 바람이 앞길을 막고 흩날리는 꽃잎이 시야를 어지럽혔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천근같이 무거운 다리를 겨우 움직였다·

가까워 보이는 언덕이 어찌나 가파르고 높은지 온 힘을 다해 끝까지 오르자 그렇게 세차게 불던 바람은 살랑이는 봄날처럼 가라앉았다·

챙챙챙····

춤을 추고 있었다·

붉고 하얀 옷을 입은 무녀가 신명나게 춤을 추고 있었다·

“엄마···”

얼굴을 가린 무녀는 누가 찾아왔는지 신경도 쓰지 않았다·

하지만 영훈은 얼굴을 가린 그녀가 누구인지 알아보았다·

그리고 이곳이 어디인지 이곳까지 오는 내내 말을 걸었던 게 누구였는지도 깨달았다·

“엄마··· 나 왔어요· 나 이렇게 컸어요·”

눈물을 흘리며 소리쳤지만 무녀는 못 들었는지 쉬지 않고 춤을 추었다·

“애달파 하지 말아라· 어차피 흘러간 인연인즉·”

언제 따라왔는지 남자가 뒤에 서서 또 말을 건넸다·

“당신은 누구 입니까?”

“난 그대의 벗이요 스승이며 부모이니···”

“아니야! 당신은 내 부모가 아니야!”

“뱃속에서 나왔다고 다 자식이 아니다· 네 부모는 너를 버렸으나 나는 계속 너를 지켜왔으니 내가 너의 부모다·”

“나를 지켜 왔다고?”

“내 힘이 아니었다면 어찌 신력을 부릴 수 있었을꼬?”

영훈은 벼락을 맞은 것처럼 부르르 떨었다·

손을 잡으면 태어난 시각을 알 수 있었던 것·

사람에게 있는 능력이 아님이 분명한데 왜 지금까지 그걸 생각하지 못했을까?

남자는 크게 놀라는 영훈을 보고 계속 말을 이었다·

“이제 와서 널 버린 네 애미를 불러봐야 무슨 의미가 있을꼬? 너도 원망하지 않았느냐? 네가 네 애미를 그토록 원망했던 걸 내가 모를 줄 아느냐?”

어찌 원망하지 않았을까?

아무리 이해한다고 하지만 사람이 부처가 아닌데 어찌 원망하지 않을 수 있을까·

무당이 되어도 좋으니 버리지 말았어야 했다고 얼마나 원망했는지 모른다·

남자의 말은 끝나지 않았다·

“어디 애미 뿐이냐? 널 절에 가둬둔 땡중 또한 원망하고 저주했더랬지·”

반박할 수가 없었다·

깊게 눌러두고 감춰두었던 속마음을 후벼파는 그의 말에 영훈은 속이 파헤쳐진 것처럼 괴로웠다·

“그때는 어렸었어·”

“어렸으니 그 원망에 한 치의 거짓이 없었다· 이제 내가 너의 벗이자 스승이자 부모이니 날 따르거라· 나는 떠도는 구름이기도 하고 세차게 내리는 비이기도 하며 휘몰아치는 바람이기도 하다네· 저 아래 헤엄치는 물고기이기도 하고 도도하게 흘러가는 강물이기도 하니 천하가 곧 나이

고 내가 곧 천하다· 천왕장군으로 부르거라!”

영훈은 부르르 떨었다·

천왕장군의 위세는 점점 커져 마치 은행나무처럼 거대해졌다·

그때였다·

징 소리와 장구 소리가 뚝 그쳤다·

영훈이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돌리니 붉고 하얀 옷을 입고 춤을 추었던 어머니가 여전히 얼굴을 가린 채 돌돌 말린 돗자리를 물 묻힌 빗자루로 쓸어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알 수 없는 노래를 불렀다·

“그만!”

천왕장군이 크게 노해 소리쳤지만 어머니는 멈추지 않았다·

“그만! 그만!”

천왕장군이 손에 들린 천룡언월도를 땅에 쿵쿵 찍었다·

그 충격이 어찌나 대단한지 땅이 울리고 귀가 먹먹해졌다·

하지만 어머니는 아무 영향도 안 받는 것처럼 울리는 땅 위에서도 흔들림 없이 돌돌 말린 돗자리를 쓸어내렸다·

그 모습을 한참동안 본 영훈은 그제야 어머니가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았다·

씻김굿·

망자를 천도하는 굿이다·

어머니는 천왕장군을 쫓는 게 아니라 아예 하늘로 천도시키려는 것이었다·

“엄마···”

“울지 마라 아가야·”

노래를 그친 어머니가 말했다·

“엄마 나 엄마를 원망하긴 했었는데··· 그때는 너무 어렸고 잘 몰라서···”

“내 아기· 잘 자랐구나·”

“크흐흑···”

영훈이 울자 무복을 입은 그녀가 다가와 꼬옥 안아주었다·

“아가야 무서워 마· 엄마가 지켜줄게·”

“미안해요 엄마· 나 엄마 너무 보고 싶었어요·”

“나도 우리 아가 많이 보고 싶었단다· 미안해하지 마· 엄마가 미안해·”

“엄마 나 회사에 취직도 했고 결혼도 했어요· 그리고 아이도 생겼는데···”

“엄마가 지켜줄게·”

어머니는 다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돌돌 말린 돗자리를 티 하나 없는 하얀 면포 위로 발로 슥슥 밀어댔다·

이상하게도 그 모습을 지켜볼수록 가슴에 얹혀진 무언가가 훨훨 날아가는 것 같았다·

어머니에 대한 미움 그리고 원망·

스님에 대한 원망·

저주를 안고 태어난 자신에 대한 원망·

모두가 훨훨 날아갔다·

“그만해! 그만!”

하늘 끝까지 거대해졌었던 천왕장군은 어느새 평범한 인간의 몸처럼 줄어들었고 그는 고통에 몸무림쳤다·

“넌 내 꺼야! 저 무당에게 썩 꺼져버리라고 말해! 어서!”

눈이 튀어나올 것처럼 부릅뜬 그가 고통 속에서 영훈을 노려보며 소리쳤다·

“난 네 것이 아니야· 너야말로 썩 꺼져·”

나지막한 말이었지만 천왕장군은 흠칫 놀랐다·

고통에 괴로워하고 속상해하던 영훈은 어느새 예전의 그로 돌아와 있었다·

영훈은 노래를 부르며 깨끗이 씻긴 영혼을 밀어내는 어머니를 바라보다가 말했다·

“세상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이제 다시 태어나 덕을 쌓고 살거라·”

“너는 내 것이다! 너는···”

천왕장군의 몸이 희미해져 갔다·

영훈은 그가 완전히 사라지는 걸 바라본 후 천천히 몸을 돌렸다·

언제 굿을 하고 있었냐는 듯 차분히 자리에 앉은 어머니를 보고 걸음을 옮겼다·

“엄마 나 엄마 만나면 하고 싶은 말이 많았는데···”

모든 것이 해결됐다는 기쁜 마음에 어머니에게 다가간 영훈은 말을 멈췄다·

미동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 있는 어머니의 모습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엄마? 엄마!”

영훈은 떨리는 손으로 얼굴을 가린 하얀 천을 벗겨냈다·

가만히 눈을 감고 있는 중년 여성·

사진으로 봤던 어머니가 맞았다·

영훈은 다시 한 번 떨리는 목소리로 불렀다·

“엄마···”

“울지마렴 아가야·”

어머니는 눈을 뜨지 않고 말했다·

“날 봐· 엄마 나 보고 싶지 않았어?”

“엄마는 우리 아들을 계속 보고 있었단다·”

“눈을 감았는데 어떻게 보여?”

“엄마는 알 수 있지·”

“정말이야?”

어머니는 가만히 영훈의 손을 잡았다·

“이제 가야 한단다·”

“엄마··· 조금만 있다가 갈래·”

천왕장군처럼 어머니의 몸이 흐릿하게 변하고 있었다·

죽은 사람이 귀신을 천도시켰으니 이제 이곳에 남아있을 여력이 없다는 걸 영훈은 알았다·

“엄마는 이제 가야 해· 우리 아들 엄마 없이 여기까지 오느라 너무 고생했어· 엄마가 자랑스러워·”

“헤어지기 싫은데···”

어머니는 울먹이는 영훈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우리 아들··· 엄마가 많이 사랑한단다·”

“엄마! 엄마!”

흐릿하게 변한 어머니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엄마! 어디 갔어· 나 버리지 마· 나 버리지 마!”

영훈은 사라진 엄마를 찾으며 통곡하다가 어느 순간 정신을 잃었다·

*

무덤가에 쓰러진 영훈의 눈이 번쩍 뜨였다·

엎질러진 막걸리 병이 눈에 들어왔다·

영훈은 엎질러져 얼마 남지 않은 막걸리를 무덤가에 뿌리고는 절을 올렸다·

“엄마 고마워요 살려줘서· 고마워요 얼굴 보여줘서·”

절을 올리는 영훈의 눈에 눈물이 흘러내렸다·

< 씻김굿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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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fice Worker Who Sees Fate

Office Worker Who Sees Fate

Score 8.5
Status: Completed Released: 2022
A child born to become a shaman with the fate of putting the world in chaos. To let go of his greed and refuse god, he’s trying to become an ordinary office worker. Choi Yeonghoon, the one who can see destiny through physiognomy (face fortune reading) and fortune telling. Will he succeed in becoming an ordinary office wor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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