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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fice Worker Who Sees Fate Chapter 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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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아오다 >

무덤에서 몇 번이나 절을 올렸는지 모른다·

처음에는 너무 고맙고 미안해서였는데 나중에는 무덤가를 떠나기 싫어서였다·

여기서 다시 잠들면 어머니의 얼굴을 다시 볼 수 있을까?

꿈에서 안아 주었던 어머니의 품이 생생하게 떠올라 차마 무덤을 벗어날 수 없었다·

그렇게 해가 중천에 올라가 있을 무렵 머리를 바닥에 박고 있던 영훈의 뒤로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엄마가 도와주더냐?”

“···네·”

“그래 그럴 줄 알았다·”

영훈은 고개를 들고 허리를 꼿꼿이 세운 채 시선을 무덤에 두고 물었다·

“엄마가 절 도와줄 거라는 걸 어떻게 아셨어요?”

명우도사는 검은 봉지에 든 막걸리와 과일 몇 개를 꺼내 무덤가에 올려놓았다·

말없이 사과와 배 감의 윗부분을 깎아 올려놓은 다음 막걸리를 잔에 따라 올리며 말했다·

“네 엄마는 신을 모시면서 잔병치레 한번 없었더랬다· 그런데 언제부터였는지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다· 난 저러다 다시 훌훌 털고 일어날 거라고 생각했고 실제 병원에 가서도 특별히 안 좋은 점을 발견하지 못했었다·”

명우도사는 올려놓았던 막걸리를 한입에 쭈욱 마시고는 다시 막걸리를 따라 올렸다·

“후··· 그렇게 손님도 받지 않고 누워 있던 네 엄마가 곱게 머리를 빗고는 일어나서 나에게 부탁을 하나 했지· 자기가 죽으면 내가 가지고 있던 무구 하나를 자기랑 같이 묻어 달라고 했다·”

“무고요?”

“그래· 그리고는 언제고 네가 찾아올 수 있다고 했다·”

영훈은 다시금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씻김굿에서 씻김을 할 때는 죽은 이를 상징하는 신체 또는 넋을 만들어야 한다·

그걸 만들 수 없으니 무구를 같이 묻어 달라고 했던 것이다·

아마 돌돌 말았던 돗자리 안에는 천왕장군의 무구가 있었을 게 틀림없었다·

아들이 눈물을 닦는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며 그가 말을 이었다·

“난 믿지 않았지· 갓난쟁이 때 버려진 아기가 수십 년 후에 찾아온다는 게 가능한 이야기겠어? 그런데 네가 날 찾아왔고 난 네 엄마가 죽기 전에 모든 걸 봤음을 깨달았다·”

“·······”

“그때 네 엄마가 언제고 네가 위험한 일이 있을 때 자신의 무덤 앞으로 데리고 오라고 했는데 당시에는 너무 황당해서 아예 기억조차 하지 못했다· 그러다 연희가 날 찾아와 널 구해 달라고 했을 때 바로 네 엄마가 한 말을 떠올릴 수 있었지·”

영훈은 다시금 흐르는 눈물을 닦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가요·”

“그래 든든히 먹고 올라가자·”

“가기 전에 절에 들러요· 스님께 들러야 할 것 같아요·”

때마침 들렸던 불경 소리가 아니었다면 천왕장군의 꼬임에 넘어갔을 수도 있었다·

노스님의 공덕 때문일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스님에게 감사의 인사는 드려야 할 것 같았다·

“그러자꾸나·”

명우도사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영훈은 무덤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종이컵에 남아 있는 막걸리를 마셨다·

“엄마 또 올게·”

그렇게 산에서 내려가니 드넓게 펼쳐진 논 옆에 세워진 외제 차가 눈에 들어왔다·

“어?”

연희의 차가 이 시골에 와 있는 것도 놀라운데 운전석에서 연희의 수행 기사가 내려 황급히 달려온다·

“괜찮으십니까?”

사람이 정신이 나가서 횡설수설하다가 시골에 온 것도 황당한데 야밤에 갑자기 산에 올라가니 수행 기사로서는 당황스럽고 걱정스럽기 짝이 없었다·

그래도 연희에게 동선과 결과를 보고한 후 대기하고 있으라는 지시에 계속 차에서 밤을 지새우며 대기하고 있던 그였다·

명우도사가 근처 슈퍼에서 사 온 빵과 우유로 허기를 달래던 그는 산에서 초췌한 몰골로 내려오는 영훈이 그렇게 반가울 수 없었다·

“여기는 어떻게 와 있어요?”

어제 이곳에 같이 와 놓고 여기에 왜 있냐고 물어보는 영훈을 보며 수행 기사는 잠깐 당황하다가 말했다·

“어젯밤에 상무님을 모시고 이곳에 왔었습니다·”

“아··· 연희는요?”

“서울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서울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말에 안심한 영훈이 수행 기사의 팔을 두드렸다·

“고마워요· 고생했어요·”

“아닙니다·”

“절에 들러서 저를 데리고 왔었나요?”

“맞습니다·”

“그럼 절로 되돌아갑시다·”

“알겠습니다·”

어제는 혼이 나가서였을까?

만취해서 필름이 끊긴 것처럼 기억 중간중간이 이어지지 않고 있었다·

입적하신 스님은 화장했기에 따로 무덤 같은 게 없었다·

그렇기에 절로 돌아가 스님이 지내셨던 암자 앞에서 절을 올린 영훈은 주지 스님에게 5천만 원을 시주하며 돌아가신 어머니의 제사를 맡겼다·

매년 이곳에 와서 어머니의 제사를 올릴 생각이었다·

명우도사는 영훈이 잡귀와 다퉜으니 몸이 많이 상했을 거라며 바로 올라가자는 그를 붙잡고 억지로 국밥 한 그릇을 먹인 후 출발했다·

약 4시간 정도 걸려 집에 도착하자 밤새 한숨도 못 자고 기다리고 있었던 연희가 달려와 안겼다·

“오빠!”

돗자리도 없이 무덤가에 쓰러져 밤을 보냈다가 다시 반나절 동안 절을 했으니 그 몰골이 멀쩡할 리가 없었다·

연희는 영훈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눈물을 흘렸다·

“얼굴이 이게 뭐야? 옷은 왜 이래? 몸은 괜찮은 거야?”

“괜찮아· 나쁘지 않아·”

영훈은 그렇게 대답하고 어색하게 서 있는 명우도사에게 몸을 돌렸다·

“온 김에 식사라도 하고 가세요·”

“아니다· 난 이제 가마· 너 괜찮은 거 봤으니까 마음 놨다· 오늘은 새아가 정신도 말이 아니고 할 이야기도 많을 테니 그냥 가 볼란다· 말만이라도 고맙다·”

빈말이 아니라 아들에게 들어와서 식사라도 하고 가라는 말을 들은 것만으로도 명우도사는 기쁘기 그지없었다·

영훈은 더 권하지 않았다·

“알았어요·”

“뜨끈한 물에 씻고 한동안 붉은 것 위주로 먹어라· 팥죽도 좋고····”

그의 말이 길어지려고 하자 영훈이 막았다·

“진짜 괜찮아요· 그럴 필요 없어요· 이제 끝났어요·”

“그래 네가 더 잘 알겠지· 알았다· 다음에 보자·”

그렇게 명우도사가 가자 연희가 영훈을 소파로 끌어다 앉히며 물었다·

“어떻게 된 거야? 몸은 진짜 괜찮아진 거야?”

“어· 엄마가 도와줬어·”

“어머님이? 돌아가신 어머님이?”

“어· 내가 이렇게 될 걸 미리 알고 계셨대· 돌아가실 때부터 준비하고 계셨던 것 같아· 많이 위험하긴 했는데 엄마가 날 조종하려고 했던 천왕장군을 하늘로 천도하셨어· 이제 다 끝난 거야·”

연희는 남편의 말을 도대체 이해할 수 없었지만 굳이 이해하려고 하지 않기로 했다·

어쨌든 중요한 건 모든 게 다 끝났다는 거니까·

“다행이다· 진짜 다행이야· 난 오빠가 산에 들어가서 못 돌아오는 줄 알고····”

영훈은 눈물을 흘리는 그녀를 꼭 안아 주었다·

“미안해·”

“괜찮아· 오빠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니잖아· 주어진 운명을 이겨 낸 건데 오히려 잘했다고 칭찬해야 하는 거잖아·”

“그래도 미안해·”

“그래도 혹시 몸에 이상 있을지도 모르니까 우리 병원에 가 보자· 이 모습 좀 봐·”

“이거··· 엄마 무덤에서 자서 그래· 더러워지긴 했는데 몸이 아프고 그러지는 않아·”

아내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무덤에서 잤다고?”

“응 엄마 옆에서 잔 거라서 괜찮아·”

어디 가서 저런 소리를 했다간 정신병자라는 말을 듣기 딱 좋을 것이다·

“아니··· 하여튼 진짜 괜찮은 거 맞지?”

“응 오히려 더 활기가 돌아· 솔직히 하나 아쉬운 게 있기는 한데 어차피 내 것이 아니었던 거니 오히려 잘됐지·”

“그게 뭔데?”

“손을 잡으면 태어난 시각을 알 수 있었던 거· 그런데 그게 천왕장군의 신기였던 거야· 그 신기를 자제하려고 하지 않고 계속 써댄 데다가 아이도 생겨서 아주 잠깐 욕심을 부렸더니 이 사달이 났던 거지·”

“그럼 이제 사람을 기가 막히게 봤던 그 신통한 능력은 사라진 거야?”

“태어난 시각을 바로 알 수 없어서 그렇지 시각을 알게 되면 똑같아· 오히려 관상을 보는 눈은 더 좋아졌어·”

“왜?”

“모르겠어· 나도 잘 모르겠는데··· 아마 엄마 덕분인 거 같아·”

무덤에서 내려와 수행 기사의 얼굴을 보자마자 느꼈다·

자신의 영적인 눈이 더 밝아졌다는 것을·

“정말 아낌없이 다 주셨네·”

“그러게 말이야· 나도 그렇게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을까?”

“할 수 있을 거야· 할 수 있어·”

연희는 다짐과도 같은 말을 하며 영훈의 품에 안겼다·

*

“일어나 오빠·”

“응?”

“얼른 일어나·”

“조금 더 잘게·”

“아침이야· 일어나야 해·”

“벌써 아침이라고?”

분명 씻고 오후에 바로 잠들었는데····

“응·”

“근데 오늘 주말 아니야? 출근 안 해도 되잖아·”

“잊었어? 오늘 결혼식이잖아·”

순간 영훈이 벌떡 일어났다·

“맞다!”

이형준 대표이사와 김민희 씨와의 결혼식이 오늘이었다·

아무리 힘든 일이 있었다고 한들 피곤하다고 빠질 만한 행사가 아니다·

그렇기에 연희도 남편이 피곤한 걸 알면서도 억지로 깨운 것이리라·

“지금부터 준비해도 빡빡해·”

“더 빨리 깨우지·”

“죽은 듯이 자고 있는데 어떻게 더 빨리 깨워? 지금 깨운 것도 미안한데··· 얼른 준비해·”

“알았어·”

연희가 영훈의 엉덩이를 찰싹 때리자 영훈이 벌떡 일어나 욕실로 달려갔다·

그 고생을 했던 게 꿈처럼 느껴졌다·

몸에는 활력과 의욕이 넘쳤다·

마치 새로 태어난 기분이었다·

순식간에 씻고 멋들어지게 머리를 만지고 나니 이미 머리부터 발끝까지 완벽히 준비를 마친 연희가 기다리고 있었다·

“나 신부보다 더 예뻐 보이면 어쩌지?”

“이미 다 알고 있어서 괜찮아·”

“히힛····”

그렇게 둘은 깨를 볶으며 종로로 출발했다·

예식장은 당연히 HS관광이 소유한 호텔이었다·

급작스럽게 결정된 결혼식이지만 신영금융 총수의 결혼식이기에 오늘 정·재계 인사들이 총출동할 것이라 예상할 수 있었고 이 기회를 뺏기기 싫은 게 당연했다·

역시나 호텔에 도착하니 사람들이 바글바글해 정신이 없었다·

영훈과 연희는 일단 오늘의 주인공인 신랑과 신부를 찾으러 움직였다·

지나가는 내내 사람들이 알아보고 인사를 건넸지만 일단 신랑 신부에게 먼저 인사하겠다는 말로 양해를 구했다·

“하하하! 왔어?”

식장 입구에서 하객을 맞아들이는 이형준 대표의 얼굴은 그 누구보다 환했다·

“얼굴이 훤합니다·”

“그런가? 하하하!”

그는 그렇게 웃다가 머리를 확 디밀고 영훈의 귀에 입을 가져다 댔다·

“너 소문 이상하던데? 오성병원에서 강재식 부회장한테 얻어맞았다며?”

“소문이 그렇게 났습니까?”

“코에서 피 흘리면서 병원을 나갔다던데? 안에서 맞는 소리가 났다고··· 내가 죽여 줄까?”

영훈은 피식 웃었다·

“죽여 줄 마음은 있는 겁니까?”

“이거 왜 이래? 대출 확 끊어 줘?”

“오오··· 제법 세게 나가시는데요?”

“크흠··· 오성이 지금 둘로 쪼개진다잖냐· 이럴 때 세게 나가야지·”

“고맙긴 하지만 그러실 필요는 없습니다· 맞은 거 아니거든요·”

“진짜? 소리가 났다는데?”

“제가 제 뺨을 때린 겁니다·”

형준의 표정이 괴상해졌다·

“쪽팔려서 그러는 거냐? 그럼 믿어 줄게·”

“에헤이··· 진짜라니까요?”

“알았어· 그렇게 믿어 준다니까·”

“·······”

“진짜 안 맞았어?”

“실망한 표정 같은데요?”

“아닌데?”

“맞는 것 같은데요?”

형준은 다시 웃으며 영훈의 어깨를 두드렸다·

“하하하! 다행이야·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데·”

“믿어드리죠·”

“크흠····”

“어쨌든 결혼 축하드립니다·”

“흐흐··· 고마워· 내가 나중에 거하게 한턱 쏠게·”

“그리고 혹시나 해서 말씀드리지만····”

이번에는 영훈이 형준의 귓가에 입을 가져다 대고 말을 이었다·

“바람 피우지 마세요·”

“야 나 오늘 결혼식이다· 그런 걱정을 벌써부터 하고 있냐?”

“걱정을 안 할 수가 없어서요·”

“민희가 너희 회사 직원이었던 건 알겠는데 너무 챙기는 거 아니야?”

“민희 씨 어제부로 퇴사했으니 내 직원 아니고 민희 씨를 챙기는 게 아니라 대표님을 챙긴 겁니다·”

“아 그래?”

“네· 내가 전에도 말했죠? 보통 여자 아니고 남편이 그런 짓 한다고 남몰래 울면서 삭히는 여자 아닙니다· 개털 되기 싫으면 바람 피우지 말라는 거예요·”

형준은 목 언저리로 서늘한 바람이 스쳐 지나가는 걸 느꼈다·

“개털?”

“네·”

“나 원래부터 그럴 생각도 없었어·”

“당연히 그랬겠지만 앞으로도 그 결심 유지하시길 바랍니다·”

영훈은 살짝 언 형준에게 미소를 보여 준 뒤 민희를 만나고자 몸을 돌렸다· 그때 자신을 향해 꾸벅 허리를 숙이는 사람을 볼 수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누구···?”

“오성그룹에서 나왔습니다· 부회장님께서 잠깐 뵙기를 청하십니다·”

“병원에 계시지 않고요?”

“병원 인력 동원해서 잠시 외부로 나오셨습니다·”

영훈은 미간을 찌푸렸다·

“어디에 계시는데요?”

“주차장에 계십니다·”

“잠깐 기다리세요· 신부를 만나야 하니까·”

“알겠습니다·”

욕심이 끝이 없으니 이 와중에도 결론을 짓기 위해 병원을 나섰음이리라·

영훈은 혀를 차며 신부 대기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 돌아오다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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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fice Worker Who Sees Fate

Office Worker Who Sees Fate

Score 8.5
Status: Completed Released: 2022
A child born to become a shaman with the fate of putting the world in chaos. To let go of his greed and refuse god, he’s trying to become an ordinary office worker. Choi Yeonghoon, the one who can see destiny through physiognomy (face fortune reading) and fortune telling. Will he succeed in becoming an ordinary office wor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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