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Office Worker Who Sees Fate Chapter 39

You can change the novel's language to your preferred language at any time, by clicking on the language option at the bottom left.

< 비서실의 고스트 사원(5) >

형준은 영훈의 뒷 이야기는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아버지라는 말이 나온 순간부터 이미 그의 머리는 아버지 이외의 것은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했으니까·

“됐고 우리 아버지가 알고 있을 거라고?”

영훈은 표정을 바로 하고 잠시 텀을 두다가 말했다·

“이세준 부회장님이 겉으로 보기에는 화통하고 남자다운 성격이지만 굉장히 섬세한 부분이 있을 겁니다· 취미도 예술쪽 아닙니까?”

“그걸 어떻게···”

“아무리 둔한 사람이라고 해도 자신의 자식이 자신과 아주 다르게 생겼다면 한 번 쯤은 의심하는 게 사람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세심한 분이 이렇게 자신과 다른 미남의 아들을 보면서 단 한 번도 의심하지 않을 거라고 보십니까? 평소에도 사람을 잘 안 믿으시는 분이?”

형준은 바르르 떨리는 손으로 술을 들이켰다·

그리고 입가를 타고 흐르는 술을 거칠게 닦으며 말했다·

“아버지에 대해서 어떻게 그렇게 잘 알지? 단순히 심부름 센터를 고용해서 알아냈다고 하지마· 그런 쓰레기들로 알 수 있는 내용이 아니야·”

“그런건 아니지만 아까도 말했듯이 영업비밀이라고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어떻게 알아냈느냐는 중요한 게 아닙니다· 앞으로 본부장님이 어떻게 하시느냐가 중요한 거죠·”

“씨발 혀에 기름이라도 발라놓은 것 같군· 그런데 아버지가 알면서 왜 가만 뒀지?”

영훈은 말하지 않고 형준을 빤히 바라보았다·

“왜?”

“더 이상 이야기하는 건 실례일 것 같아서 그렇습니다·”

“지금까지 한 이야기는 실례가 아닌 것 같은가?”

“그리 좋은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남의 비밀을 자꾸 들춰내봐야···”

형준은 영훈의 말을 끊었다·

“가식 그만 떨어· 도움을 준다고 했지? 그럼 도움을 줘· 내가 궁금한 건 왜 알면서 티를 내지 않았냐는 거야·”

영훈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매실음료로 목을 축이고 말했다·

“하나 뿐인 아들이 친아들이 아니라면 신영금융그룹 회장님이 본부장님의 아버님을 부회장에 앉혔을까요? 누군지도 모르는 핏줄이 그룹을 물려받을지도 모르게 될 텐데?”

“그럼 그룹 내 권력을 위해서 내가 친아들이 아닌줄 알면서 그냥 뒀을 거라고?”

형준의 눈에 핏발이 섰다·

그리고 그렇게 흥분한 그에게 영훈이 달래듯 조심스럽게 말했다·

“본부장님 아버님이 알고 있으면서 모른척한 건 본부장님을 위해서이기도 합니다· 분노하실 일이 아니라는 거죠·”

“네 일 아니라고 쉽게 말하지 마라·”

“제 일이 아니라서 쉽게 말하는 게 아닙니다· 부회장님이 원해서 자식을 안 낳았겠습니까? 자식을 낳지 못하는 걸 알았을 때 부회장님이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짐작이나 하시겠습니까?”

“병 주고 약 주는 건가?”

“부회장님은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본부장님과 본인 스스로를 위해 최선의 선택을 했습니다· 본부장님은 부회장님께 감사함을 가지고 스스로 최선을 다하시면 됩니다·”

형준은 핏발이 선 눈으로 비웃었다·

“이게 놀리나··· 그런 개소리를 짓거릴 거면 뭐하러 아버지에 대해 말을 꺼냈어? 몰랐으면 더 나았겠지·”

형준은 너무 충격적인 사실을 들어서 그런지 지금 이 상황이 자신에게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당연하게도 영훈의 대답은 그의 예상을 벗어났다·

“아닐겁니다·”

“뭐?”

“솔직하게 물어보겠습니다· 부회장님께서 본부장님이 회사 내에서 크게 성장할 수 있도록 전폭적으로 지원해주십니까?”

이형준 본부장은 영훈에 말에 표정이 굳어지며 생각에 잠겼다·

한참을 온더락 잔을 바라보며 숙고하던 그는 어느 순간 영훈과 시선을 마주했다·

“기가 막히는군· 아버지 마음 속에 들어갔다 나왔나? 아버지 복심이라는 강 전무도 당신 만큼은 아닐 텐데 말이야·”

“돈과 권력을 위해 삼십 년을 넘게 티를 내지 않은 분입니다· 그런 분이 본인 핏줄도 아닌데 그룹을 물려준다? 있을 수 없는 일 아니겠습니까?”

“그래 지금까지 이상하다고만 생각했던 일들이 이제야 이해가 가· 몰랐다면 아무것도 모르고 깝치다가 언젠가 영문도 모른채 버려졌겠지·”

크게 깨달은게 있는 양 혼자 고개를 끄덕여댄다·

“자 이제 전 계산을 치른 것 같습니다만·”

형준은 마음의 안정을 찾았는지 다시 입가에 호선을 그렸다·

“그럴 수야 있나· 그 광산업체 인수자금이 못해도 5천억은 넘을 건데 방금 했던 조언이 5천억 짜리라고는 볼 순 없지·”

“먹은 것도 없이 계산 먼저 하니까 이렇게 섭섭한 부분이 생기는군요· 계산 방식이 저와 많이 다릅니다· 5천억을 주시는 거라면 모르겠지만 그 5천억 빌려주시는 거잖습니까· 그것도 이자까지 얹어서· 그럼 충분하다 못해 차고 넘칠 텐데요?”

“씨발 한 마디를 안 지네·”

형준은 들고 있던 잔을 쓰다듬더니 한잔 들이키고 나서 입을 열었다·

“알고있듯이 난 신영은행이 아니라 신영투증 사람이야· 그래서 내 힘으로 움직일 수 있는 금액이 5천억 이상은 안 돼·”

“그 정도면 나쁘지 않은데요?”

“대신 혜성기업 받아야 해· 나도 명분이 있어야지·”

영훈이 고개를 갸웃했다·

“시키지 않은 메뉴를 계산할 순 없습니다·”

“아니 먹어· 그거 먹지 않으면 나도 못 끊어줘· 싫어서가 아니야· 내가 왜 혜성기업을 넘길려고 했는데? 그룹에서 아직 내 힘은 크지 않아· 몰랐었는데 네 말 듣고 이제 알겠어· 이거 해결 못하면 내가 아무리 도와주고 싶어도 도와줄 수 없어·”

보아하니 여기서 더 받아내는 건 힘들 것 같았다·

“예전 메뉴판에 올렸던 가격 그대로는 아니겠죠?”

“달라고 하면 다 줄 것도 아니잖아? 그리고 혜성기업이 가진 부채 중 어느 정도는 털어줄게· 물론 우리 것만· 그런데 그 정도만 해도 상당한 부담을 덜거야·”

“그래도 이건 좀···”

“대신 이거 받으면 내년에 돌아오는 5천억 만기 채권은 연장해주지· 당장 이것만 해도 회사 숨통이 트일걸?”

전부 예상했던 거래 내용이 아니었다·

그리고 이런 전문적인 내용의 거래는 자신이 유불리함을 확실하게 판단할 수 있지 않았다·

“전부 제 손을 떠난 내용입니다·”

“뭐야? 전권 가지고 온 거 아니었어?”

“비서실에서 왔지 않습니까?”

“하··· 이상한 놈이네· 뭐 그래· 이것까지 다 하면 부사장 달고 있어야 정상이지· 권한 있는 놈이 누구야?”

“연락드리겠습니다·”

“좋아·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내가 줄 수 있는 한도는 5천억이야· 혜성기업을 받는 조건이고 돌아오는 5천억 만기 채권은 연장해줄 수 있어· 다른 걸 원하면 그쪽 실무자들 협의해서 연락해 당연히 나한테· 멍청하게 신영은행에 문의하지는 않겠지?”

“그 정도 머리도 없겠습니까?”

“너 아니고 다른 놈은 믿을 수 있어야지·”

“전 믿을 수 있습니까?”

형준이 씨익 미소지었다·

“넌 나 믿을 수 있냐?”

“전 본부장님 믿지 않습니다· 본부장님의 권력을 향한 욕심을 믿을 뿐이죠·”

“씨발 협박하는 수준 보게?”

영훈은 협박하는게 아니라 순수하게 그의 성정을 말하는 거였지만 그는 다르게 받아들였다·

권력을 원한다면 수작 부리지 말고 순순히 거래를 따라야 한다는 말로 알아들은 것 같았다·

의도야 어쨌든 원하는 결과를 얻었으니 그걸로 됐다·

이상한 걸 덤으로 받긴 했지만 그건 회사 사람들이 알아서 조절할 테고 정 못 받겠으면 거래를 없는 것으로 돌리면 그만이다·

영훈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오늘 즐거웠습니다·”

“잠깐만·”

그는 아까 받았다가 탁자에 올려놓았던 명함을 다시 받아들고는 슬쩍 눈길을 주면서 말했다·

“얼마 받아?”

“뭘 말입니까?”

“다 알아 들었으면서 모른 척하긴··· 지금 얼마 받는지 몰라도 내가 거기서 0 하나 더 얹어줄게· 내 밑으로 와·”

영훈은 씁쓸하면서도 내심 뿌듯하기도 했다·

상대가 누구든지간에 능력을 인정 받은 셈이니까·

하지만 적어도 이형준 본부장 밑에서는 일할 생각이 없었다·

“죄송하지만 당장 회사를 옮길 생각은 없습니다· 돈을 얼마 주시든 그건 제 결정에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0 하나에 0을 하나 더 붙여도?”

이건 좀 놀랐다·

욕심 많기로는 그 한도를 측정하기 어려운 인간이 그인데 연봉 수십억을 제안한다니 그 배포가 놀랍기는 했다·

“죄송합니다·”

“졸라 비싸게 구네· 어쨌든 당장 옮길 생각이 없다는 거지 나중에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거잖아? 오케이· 알아두지·”

생각했던 것보다 이야기가 잘 된 것 같아 영훈은 오늘 술자리가 만족스러웠다·

영훈이 미소를 지으며 룸을 나가자 형준은 표정이 싸늘하게 굳었다·

힘이 빠졌는지 주먹조차 제대로 쥐어지지 않는 손을 억지로 쥐었다 폈다를 반복하며 냉정하게 현실을 파악하려고 애썼다·

그리고 어딘가로 전화를 걸고는 웨이터를 불렀다·

“가서 꿀물 좀 타오고 여기 싹다 정리해· 그리고 라면 두 개 끓여와· 고춧가루 팍팍 넣어서·”

“알겠습니다·”

형준은 웨이터가 타 온 꿀물 한 컵을 순식간에 들이키고는 직원들이 싹 청소를 마치고 나가자 들어온 라면까지 싹 비웠다·

그가 휴지로 입을 닦고 있을 때 문이 열리고 사람 하나가 들어왔다·

나이가 마흔 전후로 보이는 그는 늦은 시간에도 흐트러짐 하나 없는 자세로 인사하며 형준의 옆 자리에 앉았다·

“미안해요· 늦은 시간에 불러내서·”

“아닙니다·”

“술이나 한잔 하자고 불러낸 건 아니고··· 강 전무 뭐 하나만 물어봅시다·”

강주현 전무·

아버지인 이세준 부회장의 오른팔이자 복심으로 불리는 인물이다·

형준이 어렸을 때는 아저씨로 불렀지만 지금에 와서는 그룹을 이끌 황태자를 뒤에서 보필해준다고 알려져 있었다·

실제 형준도 그렇게 알고 있었다·

10분 전까지만 해도···

이제는 모든게 달라졌고 형준은 살아남아야 했다·

“부회장님이 전에 낸 인사발령··· 날 신영투증으로 보내고 내가 골드만삭스에서 데리고 온 데이빗 김을 신영카드로 보냈잖아요? UBS에서 데려온 내 친구 필립도 다시 홍콩으로 보내고··· 내 손발 잘라내려고 한 거였어요?”

“무슨 말씀이십니까? 부회장님께서 말씀하셨다시피 앞으로 본부장님께서 더 큰 자리에 오르기 위해···”

“내 손발의 경험치를 더 올려주기 위함이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지· 그런데 그거 아니더라고·”

“오해하고 계십···”

형준은 강 전무의 말을 잘랐다·

“이봐 강 전무· 나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 천치로 생각하지 마·”

형준의 분위기가 일변했고 강 전무는 단순히 술에 취해 강짜를 부리는게 아니라 사안이 심각함을 느끼고 있었다·

“본부장님·”

“강 전무 딸이 이번에 줄리어드 음대 합격했다면서? 학비 많이 들겠네?”

“아 네 뭐···”

“그런데 강 전무가 횡령으로 검찰에 들어가면 명문대에 들어간 딸 어떡하나?”

“본부장님···”

강 전무의 목소리가 떨려왔다·

“10년 전인가? 투자전문은행으로 거듭나겠다고 지랄하다가 천억 넘게 손실본 거··· 그거 절반이 유령회사에 투자했다가 폐업시키고 슈킹한 거잖아·”

“말 조심하십시오· 부회장님과도 연결된 일입니다·”

“연결이야 됐겠지· 그런데 증거 있어? 그거 결재한 거 다 당신 아니야?”

“도대체 왜 이러시는 겁니까?”

형준은 혓바닥으로 입술을 한번 축이고는 강 전무를 잡아먹을 듯 노려보며 말했다·

“아버지가 나 쳐낼 생각이지? 그렇지? 말 잘해· 여기서 거짓말하면 앞으로 당신 딸래미 얼굴 한 번 못 보고 평생 감옥에서 썩게 될거야· 그것도 추징금 억소리 나게 맞고서· 당신이 애지중지하는 애진인가 하는 여대생은 어떻게 될까?”

강 전무는 울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도 정확히는 모릅니다· 그저··· 부회장님이 본부장님에 대한 평가가 박하다는 정도만··· 살려주십쇼· 전 시킨대로 한 죄밖에 없습니다·”

강 전무는 탁자를 밀어내고 무릎을 꿇었다·

“살고 싶어?”

“살고 싶습니다·”

“그럼 칼 가지고 와· 단번에 쳐낼 수 있는 날카로운 칼· 당신도 나도 살려면 이 방법밖에는 없어·”

“설마 부회장님을···?”

“그래 회장님이 돌아가시면 내가 아버지를 날린다· 지금 골골하시니 몇 년 안에 가시겠지· 그럼 당신이 부회장 자리에 앉는거야· 어때? 할 만한 도박 아니야?”

강주현 전무의 눈동자가 흔들린다·

형준은 그런 강 전무에게 다짐하듯 말했다·

“당신 영혼 나한테 팔아· 그럼 부와 권력을 줄거야· 배신하면 지옥보다 더 큰 고통을 겪게 해준다· 이 자리에서 결정해·”

강 전무의 고민은 짧았다·

그는 그대로 고개를 숙였다·

“충성하겠습니다·”

< 비서실의 고스트 사원(5) > 끝

ⓒ 영완(映完)

───────────────────────────

If you have any questions, request of novel and/or found missing chapters, please do not hesitate to contact us.
If you like our website, please consider making a donation:
Buy Me a Coffee at ko-fi.com or paypal
Office Worker Who Sees Fate

Office Worker Who Sees Fate

Score 8.5
Status: Completed Released: 2022
A child born to become a shaman with the fate of putting the world in chaos. To let go of his greed and refuse god, he’s trying to become an ordinary office worker. Choi Yeonghoon, the one who can see destiny through physiognomy (face fortune reading) and fortune telling. Will he succeed in becoming an ordinary office worker?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