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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fice Worker Who Sees Fate Chapter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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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령에서 사람으로(4) >

출근한 송은채 사장은 홍승대 비서실장으로부터 간단하게 하루 스케줄을 보고 받았다·

“···과의 미팅이 끝나고 저녁에 상공회의소 주최 만찬이 예정돼있습니다·”

“알겠어요· 나가봐요·”

“네·”

홍 실장이 나가자 송 사장이 인터폰을 눌렀다·

“민희 들어와·”

잠시 후 들어온 김민희에게 송 사장이 미소지으며 물었다·

“새로운 사람 들어와서 당황스럽지? 그것도 한참 후배인데 과장급이라·”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네가 도와줄게 많을거야· 중요한 사람이고 능력 있는 사람이니까·”

“네·”

“교육 일정 잡는건 어때?”

“외부 강사 초청이라 어려울줄 알았는데 강의료가 생각보다 많아서인지 섭외하는데는 무리가 없습니다· 강의 끝나고 물어보면 최영훈 과장님이 잘 따라온다고 했습니다·”

“으음··· 나중에 알려질 수도 있겠지만 일단 강의는 최대한 비밀스럽게 진행하도록 해·”

“알겠습니다·”

“혹시 뭐 보고할거 있니?”

민희는 기다렸다는 듯 입을 열었다·

“어제 새로운 식구가 왔기 때문에 간단하게 회식자리를 가졌습니다· 홍승대 실장님도 참여했는데 회식 중간에 갑자기 계산을 하고 자리를 떴습니다·”

“그래서 또 따라갔어?”

“네·”

이제는 당연하다는 듯 대답한다·

송 사장이 웃으며 물었다·

“뭔가 이상해 보였어?”

“그런건 없었습니다만 그냥 느낌에 뭔가 이유가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하하 그래서?”

“택시를 타고 가길래 한번 뒤따라 가봤는데 운 좋게 끝까지 따라갈 수 있었습니다·”

“영화 찍었네?”

민희는 부끄러운 듯 살포시 입꼬리를 올렸다·

“운이 좋았습니다·”

“그래서?”

“논현동 고급빌라 단지로 들어갔습니다· 사람이 너무 없어서 혹시 따라가다 들킬까봐 멀리서 지켜보기만 하고 돌아왔는데 아침에 출근해서 체크해보니 임지은 현진고속 사장님 댁에 가까웠습니다·”

이거야 원 조금 믿고 맡겨주니 정보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었다·

“너 따라가면서 안 무서웠니?”

“긴장되긴 했는데 짜릿하더라구요·”

배시시 웃는게 놀이동산에서 무서운 놀이기구라도 탄 듯했다·

“고생했네·”

“감사합니다·”

“나가서 최영훈 과장 들어오라고 해·”

“알겠습니다·”

민희가 나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영훈이 들어왔다·

언제나처럼 긴장 하나 없이 들어온 그는 사장실을 한번 둘어보고 싱긋 웃었다·

“왜 웃어?”

“좋네요·”

“마음에 들어?”

“그냥 인테리어가 고급 같아서 그랬습니다·”

송 사장은 웃으며 자리에서 나와 영훈에게 소파에 앉으라고 권했다·

“앉아·”

“네·”

“홍승대 실장이 임지은 사장 집에 갔었다고 해· 그냥 불렀을 리는 없으니까 아마 신영은행 5천억 대출에 대해 알아내지 않았을까 싶어· 뭐 홍 실장 뿐만 아니라 다른 임원들 몇몇도 같이 갔겠지· 어떻게 생각해?”

“처음부터 저한테 너무 무거운 질문을 하시는 거 아닙니까?”

“이런거 물어보려고 과장급으로 올려준거야· 꼭 엄청난 비밀이나 제갈공명이 울고갈 비책을 듣고자 하는것도 아니야· 앞으로 이런 질문은 그냥 편하게 대답해주면 돼· 부담없이·”

“알겠습니다· 부담없이··· 홍승대 실장님은 조금 지켜보시죠?”

“왜?”

“뭘 꾸미고 왔다기에는 아침부터 너무 근심이 많아 보였거든요·”

송 사장은 뭐라 말하려다가 그냥 고개를 끄덕이고는 재차 말했다·

“호주에 있는 코발트 광산 업체를 인수하기 위해 부사장이 직원들을 끌고 내려가 있어· 원래 우리가 가진 유보금이 3천억 정돈데 판교에 있는 빌딩을 처분하면 딱 7천억 정도 확보 가능해· 문제는 경쟁업체에서 7천억 이상 쓸지 그리고 7천억을 입찰에 다 던지고 나면 내년에 돌아올 5천억 만기를 어떻게 막을지가 걱정이었어· 그런데 최 과장 덕분에 다 해결할 수 있었지·”

“그렇군요·”

“코발트 광산 업체를 인수하려고 한건 향후 배터리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테고 코발트가 배터리 핵심 소재라서이기도 해· 하지만 개인적인 입장에서 광산 업체 인수는 내가 여기에 사장으로 부임하고 맡는 첫 대형 프로젝트야· 이걸 성공하지 못하면 연희의 친할아버지이자 그룹 총수인 임창호 회장의 신임을 얻지 못할게 분명해· 지금도 못 미더워 하시거든·”

“그렇다고 사장님을 쫓아내실 수 있는 겁니까?”

“그럼· 회장님의 말 한마디면 대표이사 해임건의안에 모든 임원들이 다 찬성할 테니까· 그래서 연희의 고모인 임지은 사장은 이번 코발트 광산 업체 인수를 적극적으로 막으려 할거야·”

“아···”

“그런 와중에 회사에 5천억 대출금이 들어온다고 하면 무척 신경쓰이지 않을까?”

“그러니까 사장님 말씀은 혹시 대출금이 안 나오지 않을까 걱정하시는 겁니까?”

“역시··· 이해가 빨라 좋네·”

영훈은 잠시 생각에 잠겼고 송 사장은 그런 영훈의 생각이 다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

잠시 후 영훈은 생각을 정리하고 입을 열었다·

“확실히 사장님의 걱정이 일리가 있습니다· 전 그렇지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 임지은 사장님 쪽에서 어떤 방법을 쓸지 모르니 함부로 단정 지으면 안 되겠네요·”

“대출이 중단된다고 해도 최 과장을 탓할 생각은 없어· 어차피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었으니까· 하지만 이왕 일이 진행된 마당에 설사 대출이 안 되더라도 내년에 돌아올 5천억 만기 채권은 연장해야 해· 그것만 연장하면 가지고 있는 돈을 다 써도 문제는 없을 테니까·”

“그건 걱정마세요· 아무리 큰 압박을 받아도 이형준 본부장이 본인 살기 위해서라도 만기 연장은 잡아줄 겁니다· 그것보다···”

“응?”

“현진고속이라는 회사에 대해 알고 싶어요· 사장님 입장에서 가장 큰 적인 거잖아요·”

송 사장은 팔짱을 끼고는 고개를 모로 꼬았다·

“꼭 그렇지만은 않아· 가장 큰 적은 그룹 계열사 핵심인 현진중공업이지· 임지은 사장의 아들인 김태민이 경영기획본부장을 맡고 있으면서 회장님에게 일종의 경영수업을 받고 있거든·”

“그래서요?”

“그룹을 물려받으면 현진물산을 포기하지 않을거야·”

영훈은 허탈하게 웃었다·

“하하 사장님 설마···”

“설마?”

“현진그룹을 다 먹을 생각이십니까?”

“난 현진물산만 있으면 만족해· 진심이야· 더는 욕심 없어· 그런데 내가 가만히 있는다고 끝나는 싸움이 아니야· 코발트 광산 업체 인수에 실패하면 난 저들 모자가 손을 쓰기도 전에 자연스럽게 물러나겠지· 하지만 인수에 성공하면? 그때부터는 회사를 먹어치우려고 할거야· 회장님은 날 시험한다는 명목으로 방관할 테고 회사는 휘청이겠지·”

영훈은 양 손을 들었다·

“전 자신 없습니다· 이런 재벌들 싸움에 제가 끼어들거라 상상도 해본적 없었고 공부해본 적도 없었어요·”

“그래 끼어들지 않아도 돼· 솔직히 지금까지 해준 것만으로도 앞으로 비서실에서 월급만 10년동안 받는다고 해도 뭐라할 생각 없어· 진짜야·”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제가 나쁜놈 된 거 같지 않습니까?”

“그래서 이번 경우처럼 하고 싶은 마음이 들때만 일해· 대신 그만큼 지원해줄거고 나중에 혹시나 내가 이 싸움에서 이겼을 때 계열사 몇 개 떼줄 수도 있어· 난 정말 욕심 없거든·”

“하하 그러지 마세요· 일단 현진중공업까지는 너무 멀고 현진고속에 대해서만 알고 싶습니다·”

송 사장은 계열사 몇 개 떼어준다는 말에도 눈 하나 까딱하지 않는 영훈의 모습에 속으로 탄복해 마지 않았다·

아닌 척하는게 아니라 진짜 눈꼽만큼도 관심 없는 표정이었다·

“임지은 사장이 가진 기업체는 두 개야· 하나는 현진고속 하나는 현진관광· 현진고속은 여객운송업을 하는 회사야· 많은 고속버스를 보유하고 있고 터미널도 몇 개 가지고 있어· 상장된 업체가 아니라서 경영권에 문제가 생길 걱정이 없지· 그 현진고속이 현진관광 지분을 50% 가지고 있어· 주로 국내외 호텔을 다수 보유하고 있고·”

“그 두 개 회사는 큰 어려움 없습니까?”

송 사장이 눈을 빛냈다·

“현진고속이야 별다른 어려움이 있을 수 없지· 경기도 잘 타지 않으니까· 기름값에 따라 영업이익이 출렁이는 정도? 하지만 현진관광은 달라· 해외의 많은 호텔을 사느라 재무상태가 그다지 좋지 않은 걸로 알고 있거든·”

“알겠습니다·”

“더 물어볼 건 없고?”

“나머지는 제가 알아보겠습니다· 연희 씨 도움을 받아도 되고 민희 씨도 있으니까···”

“그래 필요한게 있으면 언제든지 부탁하고·”

“그럼 나가보겠습니다·”

영훈이 그대로 나가자 송 사장은 화장실 가서 뒤처리를 안하고 나온 것처럼 찝찝했다·

뭔가 있을 것처럼 기대심리를 올려놓고 그냥 나가버리다니···

“후··· 괜한 말을 한게 아닌가 모르겠네·”

상식적으로 M&A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것도 아니고 고작 입사한지 석달도 안 된 신입사원인데 이런 이야기를 하는게 말이 안 된다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입사해서 이룬 업적이 어디 상식적이던가?

송 사장 입장에서 최대한 영훈의 상식에 맞춰(?)준 것인데 이게 어떤 바람을 가져올지 기대 반 걱정 반이었다·

*

사장실을 나온 영훈은 자신을 은근슬쩍 훔쳐보는 비서실 직원들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연희에게 다가가 목소리를 낮추고 말했다·

“임지은 사장이랑 양 전무 그리고 현진관광 주요 임원 사주 좀 알아봐요·”

“알겠어요·”

연희는 이유는 묻지도 않고 어딘가로 문자를 찍어댔다·

그리고 다시 영훈에게 시선을 건넨다·

또 다른 시킬 일은 없냐는 눈빛이었다·

“현진관광에서 최근 매입한 호텔이랑 현진관광 재무상황을 파악해서 나한테 이해시켜줘요·”

“내가 당신을 교육해야 한다는 거죠?”

“그런 셈입니다·”

“으흥~ 내가 가르치는 건 또 기가막힌데·”

“재능 발휘할 일 생겼으니까 축하드립니다·”

“그리구요?”

“혹시 내가 전에 혜성기업에 대해 더 알아보라는 거 했습니까?”

연희가 손뼉을 치며 아차했다·

“맞다! 준비해놓고 주지는 못했네요· 잠깐만요·”

연희는 빽빽하게 꽂힌 서류철을 뒤적이더니 빨간색 서류철을 뽑아들고 내밀었다·

“여기요· 혜성기업이 가진 자산과 현재 진행중인 사업이에요· 혹시 이해 안 될까 봐 포스트잇으로 설명 첨부했어요· 중간에 모르는거 있으면 물어보구요·”

“고마워요·”

보통 드라마에서는 이런걸 받아서 몇 장 척척 넘기면 바로 내용을 파악하던데 영훈은 봐도 사실 머리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아직 배움이 부족하다는 뜻이리라·

그래도 어떡해서든 이해하려고 오전 내내 혜성기업의 리포트를 살펴보는데 어느 순간 연희가 툭툭 건드린다·

“점심 시간이에요· 밥은 먹고 일해요·”

“그럽시다·”

자리에서 일어나니 벌써 12시가 넘어 있었다·

다른 직원들과 같이 식사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었는데 어째 슬금슬금 눈치를 보며 피하는 기색이다·

김민희라도 있으면 불러서 같이 먹으려고 했는데 연희가 영훈의 눈치를 살피곤 말했다·

“민희 씨는 교대 때문에 벌써 먹으러 갔어요· 아마 좀 있으면 올 거예요· 그리고 다른 직원들은 우리랑 먹기 꺼려질거예요· 불편할 수도 있고·”

“흠··· 알겠습니다·”

그렇게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는데 바로 아래층에서 멈췄다·

문이 열리고 보이는 장년의 인물 두 명·

한 명은 예전에 입사하고 만난 적 있던 차지열 상무였고 그 옆에 있는 사람은 사진으로만 봤던 사람이었다·

경영지원본부장 양철기 전무·

“안녕하세요·”

“아 임연희 씨· 비서실로 옮겼다는 거 들었어· 앞으로 자주 보겠어?”

“하하 네···”

양 전무는 연희를 스윽 쳐다보고는 말했다·

“입사한지 꽤 됐는데도 어째 한번 찾아오지를 않아? 섭섭하다·”

“회사에서 그럴 수 있나요?”

“준기랑은 좀 봐?”

“준기도 기조실 들어가서 바쁘다 보니까 서로 마주칠 시간도 없어요·”

“준기 말로는 네가 더 바쁘다던데?”

“에이~ 준기가 원래 가볍게 농담 잘 하잖아요·”

“크흠··· 그런데 자네는 누군가?”

“안녕하세요· 영업 2팀에 있다가 이번에 비서실로 옮긴 최영훈이라고 합니다·”

“그래?”

양 전무는 영훈을 쓱 훑어보고는 그대로 고개를 돌렸다·

고작 사원 하나와 일일이 대화할 이유가 없으니까·

그런데 문득 든 생각에 양 전무는 다시 뒤를 돌아보았다·

역시나 자신의 눈을 피하지 않고 싸가지 없게 빙그레 웃는 걸 보면서 뭔가 이상한 놈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할 이야기라도 있으십니까?”

“이름이 뭐라고?”

“최영훈이라고 합니다·”

“학교가 어딘가?”

“말해도 잘 모르실 지방대를 나왔습니다·”

“말해도 잘 모르는 지방대를 나와서 비서실로 왔다고? 특이하군·”

영훈은 말없이 웃으며 양 전무를 바라보았다·

그러다 어느새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달했고 양 전무는 찝찝한 얼굴로 걸어나갈 수밖에 없었다·

연희가 영훈의 허리를 툭 치며 말했다·

“너무 뚫어지게 바라본 거 아니에요? 예의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당신을 주목할 수도 있잖아요?”

“특이한 상이라서 계속 보고 있었습니다·”

“네? 어떻게요?”

영훈은 흥미로운 얼굴로 멀어져가는 양 전무의 뒤를 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양 전무님 아마 여자문제가 좀 있을 겁니다· 조사해봐요·”

“네?”

< 유령에서 사람으로(4) > 끝

ⓒ 영완(映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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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fice Worker Who Sees Fate

Office Worker Who Sees Fate

Score 8.5
Status: Completed Released: 2022
A child born to become a shaman with the fate of putting the world in chaos. To let go of his greed and refuse god, he’s trying to become an ordinary office worker. Choi Yeonghoon, the one who can see destiny through physiognomy (face fortune reading) and fortune telling. Will he succeed in becoming an ordinary office wor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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