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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fice Worker Who Sees Fate Chapter 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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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술은 새 부대에(5) >

“씨발 네가 술 따라준다니까 연예인이 따라준다는 것보다 더 짜릿하다· 응?”

그는 진심으로 기분이 좋은지 함박웃음을 지으며 술을 받고는 단번에 들이켰다·

그는 ‘크’ 소리를 내며 술잔을 내려놓고 물었다·

“뭘 해줄까?”

“지금 당장은 됐습니다·”

“뭐야? 방금 전에는 말로는 안 된다며?”

“더 빌려줄 수 있는 돈도 없다면서요?”

“그랬지·”

“그럼 가지고 있는 주식들 가지고 도와주겠다는 말 아닙니까?”

그는 신영은행의 돈을 자신의 돈이라고 할 정도로 회사를 자신과 동일시하는 사람이다·

그러니 친구가 되주겠다는 말은 곧 현진물산이 도움이 필요할 때 도와주겠다는 말과 같다·

“흐흐··· 맞아· 백기사든 흑기사든 우리가 도와줄 수 있는건 해줄 수 있어· 물론 가지고 있는 돈 한도내에서지만·”

“그럼 그걸로 됐습니다· 당장 내가 본부장님한테 바랄게 뭐가 있겠어요· 우리 회사가 문제 없이 잘 성장하면 그걸로 된 거지·”

이 말이 친구를 하지 않겠다는 말로 들렸는지 형준이 다급하게 말했다·

“너 잘 생각해· 국내 은행중에 세 손가락에 꼽는게 우리 회사야· 거대기업이 우리 같은 금융사와 친해진다는게 얼마나 대단한건지 아는거야?”

그 정도는 아직 한창 공부중인 영훈도 알고 있었다·

다만 영훈은 형준이 어떤 사람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친구가 되어주겠다고 하지만 진심으로 하는 말이 아니다·

살아남고자 아버지를 끌어내리려고 하지만 그가 가진 욕심은 그의 아버지 못지 않다·

그가 말하는 친구는 그야말로 주고 받을게 있어야지만 유지되는 관계·

그러니 말은 저렇게 해도 정말 도움이 될게 없다면 그는 언제고 등을 돌리고도 남을 사람이다·

다만 그 스스로가 개목걸이가 채워져있다고 믿고 있을뿐·

“알고 있습니다· 상환계획을 물어본건 본부장님의 진심이 어느정도일지가 궁금해서 그랬던 겁니다· 지금 당장이라도 뭐라도 해줄 마음인 걸 알았으니까 그걸로 됐습니다·”

사실 영훈도 뭐라도 요구하고 싶지만 당장 회사에 5천억 대출이 들어오는 마당에 크게 도와달라고 할 것도 없었다·

임창호 회장의 심경을 긁었다는게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 그렇다고 벌써부터 오버해서 주식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것도 웃기다·

그룹 지분에 관한 사항과 계열사에 대한 깊은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섣불리 이야기를 꺼냈다가 괜히 손해를 보게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형준에게 당장 엄청난 비밀이야기를 해줄 것도 아니었다·

“젠장··· 내가 손해보는 기분인데·”

“담보도 안 잡고 외상으로 주겠다는데도 손해보는 기분이라뇨?”

“나중에 뭘 달라고 할지 모르잖아·”

“뭐 그건 그렇겠지만·”

“씨발···”

그는 영훈이 나중에 어떤 요구를 하든 거부할 수 없다는걸 알고 있었다·

“친구 되자면서요? 설마 친구가 과한걸 요구하겠습니까?”

“그래서 방금 그 술이 우리가 친구가 되는 기념주였다 이거지?”

“그렇죠·”

영훈도 형준도 친구라고 표현했을 뿐 정확히는 동맹관계라는 걸 알고 있었다·

유통기한이 정해져 있는 불안한 동맹·

이형준이 신영금융그룹을 손에 틀어쥘 때까지 현진물산의 충실한 신하가 될 것이지만 그 이후에는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다·

“하하하! 그래 좋네· 자 한 잔 받아·”

형준이 술을 따라주곤 말했다·

“외상 끊었으니까 물건 좀 보자·”

영훈은 술잔을 내려놓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나라고 부회장님이 대단한 실수를 했다는 증거 따위를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꼭 그런걸 원하는 건 아니었어· 친구로서 조언을 구하는 거야·”

그는 심각한 표정으로 뭐라도 얻길 원하고 있었다·

“부회장님은 섬세하고 꼼꼼하신 성격이며 남을 믿지 않는 분이라 자신에게 불리한 증거를 쉽게 내보일 사람이 아닙니다·”

“맞아·”

“주변에 여자는 있을지 몰라도 고작 그 문제로 회사에서 내보낼 순 없겠죠·”

“당연하지·”

오죽 철저한 사람이면 자신의 자식들이 아닌걸 알면서도 30년 넘게 모든 사람들을 속일 수 있을까?

“그러니 제가 본부장님이면 아버지를 직접 노리지 않겠습니다·”

“뭐? 그럼?”

“하나의 큰 그룹을 이끌려면 사람이 중요한거 아닙니까? 부회장님 오른팔을 회유하셨다면 다른 분들도 하나하나 포섭하세요· 어차피 이사회에 은행장 임명과 해임 권한이 있다는데 맞습니까?”

“맞지· 그리고 그 이사회 사람들은 전부 할아버지 사람들이고·”

“그 사람들 상당수를 본부장님 편으로 만드시면 되겠네요·”

형준은 말도 안 된다는 표정을 지었다·

“말이 쉽지· 무슨 수로? 그 사람들 못해도 10년 넘게 아버지랑 지지고 볶던 사람들이야· 강 전무야 내가 약점을 틀어쥐고 있으니까 넘어왔지 다른 사람들은 아버지를 배신할 리가···”

영훈은 미간을 찌푸리며 그의 말을 끊었다·

“본부장님·”

“왜?”

“부회장님 스타일이 아랫사람들 다 포용하면서 덕장처럼 끌고가는 스타일인가요?”

잠시 생각에 잠겼던 그는 그제야 자신의 실책을 깨달았다·

“멍청했군· 그래 우리 아버지가 그런 스타일은 아니지·”

“그럼 어떤 스타일이십니까?”

“냉혹하고 철저해· 본인이 어지간하면 실수하지 않기 때문에 부하직원이 실수하면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어·”

형준은 몰랐던 부분을 깨달은게 아니라 익히 알고 있는걸 다시금 상기하기 위해 대답했다·

당연히 영훈도 부회장의 그런 성격을 알고 있었지만 자신있게 주변사람을 포섭하라고 한 가장 큰 이유는 이세준 부회장의 상 때문이었다·

그의 상은 다 좋은데 턱이 약했다·

권력가가 턱이 약하면 아랫사람을 믿으면 안 되고 여자를 믿으면 안 되는 법이다·

인색하기 그지없고 자신만 알기 때문에 언제 어느 때고 배신을 당할 수 있는 상이다·

“그렇군요· 그럼 부회장님은 지금 뭘 준비하고 있을 거라고 예상하십니까?”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면 저절로 회장 직에 앉을 테지만 혹시나 작은아버지가 가지고 있는 그룹 지분이랑 인맥을 가지고 자신을 위협할까봐 미리 임원들 단속하겠지·”

“본부장님이 이상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이상 의심하지는 않겠군요· 그럼 본부장님 스타일은 어떻습니까?”

그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아버지 피를 이어받진 않았지만 나도 아버지랑 같을 것 같군· 덕장 스타일은 나랑 맞지 않아·”

“그럼 정해졌군요·”

“씨발··· 회사가 개판이 되겠군·”

형준은 주먹을 쥐었다 폈다 반복하며 긴장을 풀었다·

긴장되는 게 당연할거다·

부회장은 자신의 동생을 견제하느라 아들을 신경쓰지 못할 거다·

그 사이에 그룹 회장이 죽기 전까지 부회장의 인맥들 거의 다수를 자신의 편으로 끌어와야 하니 그 어려움이야 이루 말할 수 없다·

그의 말처럼 훌륭한 인품으로 사람들을 품을 그릇이 아니니 아마도 이제부터 피 튀기는 암투가 시작될 거다·

그리고 자칫 한 번이라도 실수하는 순간 모든게 끝장날게 틀림없다·

“제 조언이 마음에 드셨으면 좋겠군요·”

“말도 안 되게 어려워서 그렇지 마음에 들지 않을 이유가 없어· 나보다 우리 아버지를 잘 아는 사람이 해준 조언이잖아· 그래서 소름이 끼친다· 언제든지 네가 입을 여는 순간 난 끝장일 테니까·”

이 말은 진심일 거다·

그의 가슴 밑바닥에 깔린 공포심이 아니라면 그가 이렇게 순순히 말을 듣지 않았을 것이기에·

“그럴 일 없으니까 안심하세요· 그리고 하나 말씀드리자면 언제고 본인 성격을 못 이기고 급하게 일을 진행하고 싶을 때가 올지도 모릅니다·”

“내 성격이 어떤데?”

“딱 봐도 느긋하고 차분해 보이는 성격은 아니시잖아요?”

“훗 그렇지·”

“참으세요·”

“그게 쉬울까?”

“어려우면 본부장님을 제어할 수 있는 사람을 옆에 두시든지·”

“네가 옆에 있으면 안 되냐?”

“원래 친구끼리 동업하면 의 상하기 마련입니다·”

형준은 허탈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집게를 집었다·

“씨발 알았다· 말을 말아야지· 고기 더 구울까?”

“그럼요 그런데 여기 숯불 다 죽었네· 사람 불러야겠다·”

형준은 이런 자신의 처지가 한심하다는 얼굴로 벨을 눌렀다·

*

다음날 영훈이 출근한 회사의 분위기는 아주 폭탄이 터지다 못해 폭격을 받은 것 같았다·

전직원이 참호에 숨어 있는 것처럼 칸막이 아래에 고개를 파묻고 메신저를 하거나 아니면 옥상에 올라가 이 폭격의 파편이 어디까지 튈지에 대해 토론 삼매경에 빠졌다·

비서실의 분위기는 조금 달랐다·

이 전쟁을 주도했던 본부였고 적에게 치명타를 안기며 승리했기에 분위기가 나쁠 이유가 없었던 거다·

“좋은 아침입니다·”

“네· 식사는 하셨어요?”

민희의 물음은 그냥 예의상 묻는게 아니라 안 했다고 하면 당장 뭐라도 사다줄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그럼요· 식사하셨죠?”

“물론입니다·”

“다들 좋은 아침입니다·”

그렇게 웃으며 자리에 앉으니 연희가 눈을 반짝이며 묻는다·

“어제 무슨 얘기했어요?”

“어제는 특별한 이야기 없었습니다· 그냥 이번 대출에 대해서 문제될게 있는지에 관해서 대화했으니까요· 사장님은 어떠십니까?”

“엄마는 좋아하던데 아빠는 무척 걱정하셨어요·”

“어제 전 사장님 만났습니까?”

“네· 요즘 가끔 가서 만나긴 해요· 뭐 그게 중요한건 아니고 앞으로 회장님이 우리 회사에 개입하지는 않을까 걱정하시더라구요·”

“그건 미리 걱정해봤자 소용 없으니 우리 일에만 집중합시다·”

연희는 고개를 끄덕이다가 슬쩍 고개를 들이밀었다·

“그런데 그나저나 집들이는 언제 할거예요?”

예상치 못했던 질문에 잠시 멈칫했던 영훈은 다시 특유의 무덤덤한 표정으로 대답하며 달력을 집어 들었다·

“생각을 못 했네요· 별거 없지만 궁금하시다면··· 흠··· 동호회 모임이랑 강의가 없는 날이 목요일이네요· 괜찮아요?”

“음··· 나도 좀 많이 바쁘긴 한데 스케줄 조정이 가능할 것 같아요· 목요일 오케이·”

영훈은 자신의 달력에 ‘집들이’라고 적다가 연희 책상에 놓인 달력을 가리키며 말했다·

“연희 씨 많이 바쁘다고 하는데 어째 달력엔 아무것도 적힌 게 없습니까?”

연희도 순간 멈칫하더니 속사포처럼 다다다 말을 쏟아냈다·

“그거야 뭐 내 머릿속에 다 있으니까요· 아~주 바쁘지만 그 많은 일정들이 모두 이 머릿속에 저장돼 있다구요· 너무 많아서 달력에 다 쓰면 빽빽해서 보기 힘들어요· 손도 아프고· 그리고 난 달력 지저분한거 별루더라·”

“아 네~”

시큰둥하게 대답하곤 느리게 고개를 끄덕이는 영훈을 보며 연희가 불만가득한 표정을 짓다가 다시금 불쑥 머리를 들이밀고 달력을 가리켰다·

“그리고 ‘집들이’에 왜 별표 안 해요?”

영훈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자 연희의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전에 ‘서가은 파티’ 메모할 땐 별표를 두 개나 그렸잖아요·”

영훈은 그제야 생각이 난 듯 피식 웃으며 빠르게 ‘집들이’ 위에 별표 두 개를 그렸다·

“아유 깜빡했네· 크흠···”

영훈이 달력을 내려놓으며 컴퓨터를 켜는데 누군가 영훈의 파티션을 톡톡 두드렸다·

“바쁜가?”

홍승대 실장이다·

“괜찮습니다·”

“그럼 잠깐 이야기 좀 하지·”

“네·”

“담배 하나?”

“아닙니다·”

영훈은 그를 따라 옥상으로 올라갔다·

그는 고급스러운 담배케이스에서 담배 하나를 꺼내 입에 물었다·

그걸 보고 영훈이 물었다·

“담배하셨습니까?”

“비서실장이 되고 나서부터 몸에 냄새가 배일까봐 하지 않고 있었지·”

“담배를 다시 한다는 말씀은 비서실장에서 물러난다는 말씀인가요?”

그가 담뱃불을 붙이고 한 모금 길게 빨고 나서 말했다·

“후··· 아침에 사장님께서 혹시 다른 곳으로 가고 싶은 곳이 없냐고 묻더군· 난 자네가 날 다른 곳으로 내보내라고 한 줄 알았어·”

“그건 아닙니다·”

홍 실장은 영훈과 시선을 마주치더니 말했다·

“거짓은 아닌 것 같네·”

“굳이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으니까요· 그래도 좌천시키시지는 않을 겁니다·”

홍 실장의 눈동자가 가늘게 떨린다·

“정말인가?”

“확신하지는 못하지만 이번에 실장님의 공이 컸으니까요· 다만 이번 일로 공석이 꽤 생길 겁니다· 아마 그 자리에 실장님을 앉히려고 할 수도 있죠·”

“빈 말이라도 기분이 좋군·”

“전 이런 일로 빈 말 하지 않습니다·”

전 직원이 살 떨리는 심경으로 지켜보는 이 상황을 ‘고작 이런 일’로 치부하는 영훈을 보면서 홍 실장은 아이러니하게도 안도감을 느꼈다·

“그래··· 갈수록 자네가 좋아지는 것 같아· 적어도 내 뒤에서 뒤통수를 칠 것 같지는 않거든· 그런데 혹시···”

홍 실장이 뭔가 물어보려 할 때 누군가 다가왔다·

“저기 홍 실장!”

잔뜩 굳어진 얼굴로 다가오는 사람은 기획조정실의 강노식 실장이다·

그리고 그 뒤에는 못 본 사이에 얼굴이 반쪽이 된 양준기가 서 있었다·

< 새 술은 새 부대에(5) > 끝

ⓒ 영완(映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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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fice Worker Who Sees Fate

Office Worker Who Sees Fate

Score 8.5
Status: Completed Released: 2022
A child born to become a shaman with the fate of putting the world in chaos. To let go of his greed and refuse god, he’s trying to become an ordinary office worker. Choi Yeonghoon, the one who can see destiny through physiognomy (face fortune reading) and fortune telling. Will he succeed in becoming an ordinary office wor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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