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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fice Worker Who Sees Fate Chapter 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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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하지 못한 화살(6) >

호텔에서 조식을 마친 일행은 안개인지 미세먼지인지 구분이 잘 안되는 뿌연 대기를 뚫고 하얼빈 시에서 조금 벗어난 곳으로 향했다·

말이 조금 벗어난 곳이지 네비게이션으로 2시간 반이나 걸려 사실상 서울에서 강원도 홍천 즈음까지의 거리지만 워낙 땅덩어리가 넓으니 그런가보다 마음먹어야 했다·

주췬이 초대한 집은 고속도로를 한참 타고 가다 국도로 빠져 고풍스럽고 으리으리한 철제 대문이 눈에 들어왔을 때에야 도착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그 으리으리한 대문을 통과하고서도 5분여를 더 들어가자 그림 같은 저택 정문이 나왔다·

중국의 권력가라고 해서 오래된 저택을 상상했는데 의외인건 꽤나 모던한 현대식 건물이었다는 거다·

마치 경기도 외곽의 타운하우스가 훨씬 더 커졌다고 하면 이해하기 쉬울까?

다만 그 현대식 건물에 어울리지 않은 건 집사처럼 보이는 나이 많은 남자가 내려와 안으로 안내했다는 정도·

“어서 오시오·”

주췬은 마침 가족들과 담소 시간을 가지고 있었는지 과일 몇 가지와 차를 함께한 채 식탁에 모여앉아 있었다·

그 식탁이 대략 열 명 정도는 둘러앉을 만큼 크다는 것만 빼면 겉으로 보아서는 굉장히 화목한 집안처럼 보였다·

“인사드려라· 한국으로의 유학을 도와주실 분들이다·”

주췬의 말에 주췬의 아내는 화사한 미소를 지으며 다가와 인사했다·

“이야기 들었어요· 우리 애한테 좋은 기회를 주셨다구요?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떤 대학인지는 아직 정확하게 이야기를 듣지 못했는데···”

어떤 대학에 갈지 사실 영훈도 모른다·

이때 명석한 강 실장이 재빠르게 나섰다·

“현재 우리가 운영하는 프로그램 중에 아드님에게 맞는 대학을 맞춰 드리려고 합니다· 일단 아드님 성적표와 학생기록카드 같은 게 있다면 저희 쪽으로 주시면 빠르게 진행될 겁니다·”

주췬 아내의 얼굴이 어두워진다·

“그럼 성적이 좋아야 하는거 아닌가요?”

“성적에 맞춰서 가야만 한다면 우리가 주췬님께 어떻게 도와드린다고 생색을 낼 수 있겠습니까?”

이 말을 듣고 있던 주췬이 호탕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그렇지· 남들하고 똑같은 기준으로 유학을 보낸다면 뭐하러 내 앞에서 그런 자랑을 했겠어? 당신은 걱정할게 없다니까!”

강 실장은 주췬이 아내 앞에서 턱하니 배를 내밀고 자랑하는걸 보면서 최 과장이 그 짧은 순간에 제대로 약점을 찔렀음을 다시 한번 느꼈다·

주췬의 아내는 미안한 표정으로 강 실장에게 말했다·

“그렇게만 해준다면 이 고마움을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군요·”

“그렇게까지 생각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하하 당신은 그만 고마워해· 자꾸 그러면 내 체면이 깎인다고·”

주췬은 호탕하게 웃으며 아내에게 그만 들어가라는 듯 등을 두드리며 일행을 식탁으로 안내했다·

식탁에 앉아 있던 일남일녀의 남매가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그중에 대학생쯤 되어 보이는 아들이 뻘쭘한 표정으로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반가워요 잘생긴 친구·”

딱히 칭찬할 말이 생각 안나서 한 말인데 남자는 잘 생겼다는 말에 머리를 긁적이며 쑥쓰러워 했다·

주췬은 그런 아들을 인사시키고는 형식적인 인사말을 오가게 한 뒤 강 실장에게 말했다·

“당신은 여기서 잠시 기다리도록 하시오·”

눈치 빠른 강 실장은 얼른 대답했다·

“마침 유학 프로그램에 대해 안내해드릴게 있으니 이곳에서 사모님과 아드님께 말씀드리면 되겠군요·”

“그거 좋군· 둘은 이리로 따라오게·”

지금부터가 진짜 용건임이 분명했다·

응접실을 지나 구불구불한 복도를 여러개 지나가니 놀랍게도 20여 평 정도의 공간에 세 명의 사람들이 담배를 피며 마작을 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두 명의 남자는 오십은 넘어 보이는 아저씨들로 중국 어디를 가나 흔히 마주칠 수 있을 것 같은 인상이었지만 남은 한 명의 여인은 놀라운 미모를 지닌 중년 여인이었다·

마흔 정도 되어 보이는 그녀는 특히 매끈하고 긴 다리가 허벅지까지 드러난 드레스를 입고 담배를 물며 마작을 하는 모습이 퇴폐적으로 보이면서도 섹시했다·

주췬은 네명이 앉을 사각형 식탁 빈 자리에 앉고는 마작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주절거렸다·

옆에서 연희가 작은 목소리로 빠르게 통역했다·

“손님이 와서 늦었다고 해요· 그리고 우리를 사업차 온 사람이라고 소개하면서 마작을 하지 않을 수 없으니 우리를 옆에 두고 사업 이야기를 하면서 마작을 두겠다고 해요·”

“이거 참 별 경험을 다 하네·”

잠시 후 주췬이 영훈과 연희를 향해 주변의 의자 몇 개를 가리키며 자신의 옆으로 오라고 말했다·

영훈이 의자 두 개를 가져와 주췬의 뒤에 나란히 두고 앉자 그가 말했다·

“원래 우리 아들은 어렸을 때부터 시장이 되는게 꿈이었소· 낙후되고 가난한 하얼빈의 시장이 되어서 모든 사람들을 잘 살게 만드는게 꿈이었지· 그런데 언제부터였는지 게임에만 빠져 살기 시작했지· 그 잘했던 공부는 아예 손을 놓았어·”

“안타까운 일이군요·”

“안타깝지· 어릴 때는 수재라고 다들 칭찬들이었다니까? 반에서도 1등을 놓치지 않았었지· 한 때는 말이야···”

주췬은 마작을 두면서 계속 아들의 칭찬을 늘어놓았다·

연희는 도대체 왜 마작을 두면서 일 이야기는 하지 않고 계속 아들 칭찬을 늘어놓는지 몰랐지만 어쨌든 할 일이 통역밖에 없었기에 묵묵히 통역에 매진했다·

하도 말을 많이해서 입에서 단내가 날 것 같다고 느껴질 때쯤 주췬의 옆에서 마작을 두던 중년의 여자가 말했다·

“당신이 아들 칭찬을 하는 건 처음 보는데? 아들을 그렇게 끔찍하게 생각하는 줄 알았으면 참한 며느리라도 소개시켜 줄 걸 그랬잖아?”

“며느리 좋습니다· 그런데 벌써 며느리를 들였다간 여자 치마폭에 휩싸여서 천지분간을 못할테니 그건 또 안 될 말이지요·”

연희는 영훈에게만 들릴 정도로 아주 작은 목소리로 통역했다·

그런데 연희가 통역하는 걸 알았는지 그녀는 연희를 똑바로 쳐다보더니 말했다·

“예쁜 아가씨네? 한국 사람인가?”

연희는 깜짝 놀라 말했다·

“네· 한국 현진물산의 임연희라고 합니다· 사업차 이곳을 방문했는데 마작 구경은 처음이라 무척 신기하고 진귀한 구경을 하는 것 같네요·”

“북경어도 꽤 수준급이네? 하고 있는 옷이나 악세서리를 보니까 단순히 직장인 같지는 않고··· 있는 집 자제인가?”

연희는 그녀의 눈썰미에 감탄했지만 명품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면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에 생긋 웃으며 답했다·

“이 코트를 한눈에 알아보시는 분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 못 했네요· 안목이 대단하세요·”

“아직 내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는데?”

여전히 미소를 짓는 그 중년 여인의 말에 연희가 손에 땀을 쥐며 대답했다·

“현진물산 사장님이 제 어머니 되십니다·”

“오호~ 한국에서 말하는 재벌집 여식이란 말이지? 그런데 고작 통역만 해주고 있네? 얼마나 대단한 집 자식이기에 그렇지?”

여인이 상체를 뒤로 젖히며 주췬의 뒤에 앉아 있는 영훈과 시선을 마주쳤다·

영훈은 연희가 하는 통역을 듣고 말했다·

“현진물산의 일을 해결하기 위해 온 최영훈이라고 합니다·”

평소 항상 직원이라고 했던 영훈이 구태여 ‘현진물산의 일을 해결하기 위해서 온’이라고 표현한건 지금 이 자리의 주인공이 누군인지를 파악했기 때문이다·

이 자리는 겸양하고 자신을 숨기면 안 되는 자리였다·

“오호~ 현진물산의 일이라면 혹시···?”

여인이 말을 하다가 주췬의 얼굴을 살짝 살피고는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

“광산 문제로군요·”

“맞습니다·”

“이야기는 얼핏 들었어요· 주췬이 상당히 곤란해 하더라구요·”

이로써 한 가지는 분명해졌다·

이 여자는 양쯔엉이 아니며 최소한 이 자리에는 양쯔엉이라는 사람이 없다는 것·

그래서 호기심이 돌았다·

단순히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이 자리에 초대했다면 도대체 무슨 도움을 요청하려고 그랬을까?

“그 곤란한 일을 해결하기 위해 이곳까지 온 것입니다·”

“그런데 주췬의 얼굴을 보니 어느새 그 곤란했던 얼굴은 사라져 버렸군요· 능력이 좋은가 봐요?”

“과찬입니다·”

주췬은 자꾸 영훈에게 호기심을 보이는 여인에게 말했다·

“젊은 남자한테 그만 신경 쓰고 패를 돌리는게 어떻습니까?”

“호호 패가 잘 안 들어왔나 보죠?”

“패는 잘 들어왔는데 같이 하는 사람이 한눈을 팔고 있으니 돈을 못 딸까 봐 염려돼서 그렇습니다·”

연희는 통역을 하면서 주췬이 저 중년의 여인에게 공손하게 대한다는걸 계속 강조했다·

다시 마작이 진행되고 주췬은 아들의 이야기를 이어갔다·

다섯 살에 글을 뗀 걸 시작으로 일곱 살에 논어를 읽기 시작하고 열 살에 학교에서 수학을 제일 잘했다는데 이르렀을 때 연희는 통역 중간에 영훈에게 투덜거렸다·

“왜 이 이야기를 듣고 있어야 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아들 이야기는 중요한게 아닙니다·”

“네?”

연희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되물을 때 영훈은 연희의 손을 잡았다·

뜬금없는 스킨쉽에 연희가 당황할 때 영훈이 말했다·

“끝났습니다·”

영훈의 말이 끝나자마자 주췬이 양손을 들었다·

“이거 오늘 운이 좋지 않았나 봅니다·”

그만 주췬이 판돈을 다 잃고 말았다·

주췬이 속된말로 오링을 당하자 같이 마작을 하던 남자들이 덕담 또는 위로의 말을 건넸고 중년 여인은 흡족한 미소로 주췬에게 다음에 또 하자는 말을 건넸다·

그렇게 자리에서 일어난 주췬은 손님들에게 자리를 내주고 다시 마작 삼매경에 빠진 이들을 떠나 위층 조용한 방으로 들어갔다·

이곳이 주췬의 서재인지 고풍스러운 책장에 온갖 책들이 빼곡하게 꽂혀 있었고 가운데 단촐한 의자 몇 개와 식탁만이 있을 뿐이었다·

“앉게·”

주췬은 큰 덩치를 삐끄덕거리는 오래된 의자에 맡기며 영훈에게 자리를 권했다·

영훈과 연희가 맞은편에 앉자 그가 말했다·

“자네는 내가 아까 왜 그 자리에 그대들을 데리고 갔는지 알겠나?”

“아까 그 자리에서 마작을 하던 사람들에 대해 물어볼 것이 있는게 아닙니까?”

“맞네· 사람을 잘 본다고 했지? 내가 자네에게 최적의 환경을 제공한 셈이지·”

“현명하신 생각입니다·”

사주와 관상을 떠올리지 못했을 때 그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좋은 환경을 제공한 건 맞았다·

그저 생년월일에 악수 한번 해주게 했다면 모든게 만사형통이었겠지만 말이다·

“사람의 본성을 알게 하기에 도박보다 좋은게 없지· 내면 깊숙한 곳에 내재 된 밑바닥까지 끄집어내게 만든다네· 자네는 도박 좋아하나?”

“즐기지 않습니다·”

영훈의 대답에 주췬이 희미하게 미소지었다·

“그렇군· 한국 사람들은 도박을 즐기지 않는다는데 다 틀린 말이야· 인생은 본래 도박이거든· 다만 한국인들은 조금 안정적인 걸 선호할 뿐인 거지· 회사를 운영하는 것도 마찬가지일 거네· 가끔 확실하지 않은 것에 거액을 걸어야 할 때가 있지· 그리고 그건 정치 역시 마찬가지야·”

그는 의자 손잡이의 고풍스러운 꽃 문양을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사업은 돈을 잃고 끝나지만 정치는 자신과 가족의 목숨까지 위협할 수 있지· 한국은 그렇지 않겠지만 이곳 중국에서 정치를 한다는 건 천길 낭떠러지에서 외줄타기를 하는 것과 같네· 누구 손을 잡느냐가 나와 내 가족의 수십 년 미래를 결정할 수도 있어·”

“아까 중년의 여인 때문에 고민입니까?”

주췬의 눈빛이 번뜩였다·

“맞아· 그 여자의 이름은 허바이바이라고 하네· 한쩡 국무원 부총리와 긴밀한 사이지·”

연희는 주췬의 말을 통역하고 한 마디 덧붙였다·

“국무원 부총리는 전국인민대표회의 상무위원회에 속하는 최고 권력가 중의 한 명이에요· 중국을 이끄는 열 손가락 중 하나로 꼽을 수 있어요·”

혀를 내두를 정도로 강력한 권력가와 긴밀한 사이라니 새삼 아까 그 여자가 대단하다고 생각됐다·

“그래서 아까 돈을 잃어주셨군요?”

주췬은 조금 전보다 더 놀란 눈빛으로 되물었다·

“어떻게 내가 돈을 잃어준 걸 알았나? 그녀가 눈치챌 만큼 어수룩하게 연기하지 않았는데?”

영훈도 주췬의 연기를 알아챈 건 아니었다·

다만 주췬은 타고나기를 배짱 있고 손재주가 뛰어나며 머리 회전이 빠른 사람이었다·

무조건적으로 자신이 이길 만한 싸움을 찾아다니는 사람인데 돈을 잃고도 전혀 흐트러짐이 없는 걸 보고 예상한 거다·

“그럼 느낌이 그랬습니다·”

“놀랍군· 그럼 내 질문에 대한 대답도 들을 수 있겠는가?”

“대답해드리는 거야 문제가 아닌데 궁금한게 있습니다·”

“무엇인가?”

“제가 대답을 하면 그대로 따르실 겁니까?”

주췬이 묘한 표정으로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중요한 일을 하려면 많은 조언이 필요한 법이지·”

“제가 하는 조언은 그저 제 생각일 뿐 객관적인 증거 따위는 없습니다· 그러니 굳이 조언을 해드려봤자 서로 기분만 상하지 않겠습니까?”

“기분이 상해? 어째서?”

“듣고 싶지 않은 이야기를 들으니 기분이 안 좋을 수밖에요·”

“괜찮네· 일단 내가 들어보고 나서 판단하지·”

“흠··· 일단 그 전에 제가 의아한 건 뭔가 잘 못 알고 계시는 것 같아서 말입니다·”

“뭐가 말인가?”

“아까 그 여자분 한쩡인가 하는 그 국무원 부총리분과 긴밀한 사이라고 하셨던가요?”

“그랬네·”

“뭔가 잘 못 알고 계시는 거 아닙니까?”

< 피하지 못한 화살(6)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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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fice Worker Who Sees Fate

Office Worker Who Sees Fate

Score 8.5
Status: Completed Released: 2022
A child born to become a shaman with the fate of putting the world in chaos. To let go of his greed and refuse god, he’s trying to become an ordinary office worker. Choi Yeonghoon, the one who can see destiny through physiognomy (face fortune reading) and fortune telling. Will he succeed in becoming an ordinary office wor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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