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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fice Worker Who Sees Fate Chapter 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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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잔인한 겨울(1) >

12월 크리스마스가 한창 다가오는 겨울·

산에서 내려오면 길거리에 한창 크리스마스 캐롤이 울려 퍼지며 연인들이 꼭 부둥켜 앉은 채 돌아다닐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내려와 보니 빌딩 사이를 몰아치는 삭풍과 음악 하나 들리지 않는 거리는 쓸쓸하기 그지없었다·

그나마 연희가 있기에 마음 한구석에 따뜻함이 들어와 있어 이번 겨울은 세상 따뜻하게 보내고 있었다·

퇴근 후 매일 맛집 투어를 다니며 데이트를 하니 세상 이렇게 행복할 수가 있을까·

그리고 그건 연희도 마찬가지였다·

지금까지 많은 남자를 사귀어본 건 아니었어도 수많은 남자들에게서 대시를 받아왔던 그녀였다·

영훈은 지금까지 만났던 그 많은 남자들과 완전히 달랐다·

쉽게 흥분하지 않았고 속을 내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음흉하거나 음침하지도 않고 도를 닦은 스님처럼 항상 고요한 마음을 유지했기에 그의 곁에 있으면 그녀 스스로도 마음의 안정을 느꼈다·

곁에 있기만 해도 편안함을 느끼는 사람이 바로 그였기에 연희는 영훈과 시간을 보낼수록 마음이 깊어짐을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크리스마스를 일주일 앞두고 저녁식사를 마치고 돌아온 저녁 그녀를 기다리고 있던 엄마와 마주치자 괜히 찔린 마음에 후다닥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

“얘! 너 잠깐 앉아봐라·”

하지만 쉽게 넘어갈 수 없었다·

“왜?”

“일단 앉아봐· 앉으면 얘기할건데 뭘 묻니?”

연희는 송 사장 옆에 앉으면서도 새초롬하게 고개를 돌렸다·

이미 무슨 이야기를 할지 알고 있기에 듣기 싫었던 거다·

“어떻게 할 거야? 계속 피하기만 할 거야?”

“싫다고 했잖아·”

“싫으면 그냥 이거 안 한다고 해? 너 진찌 포기할거야?”

“솔직히 나보다 엄마가 더 원하는 거잖아· 우명그룹 사위 얻고 싶은 마음 알겠는데 난 싫어·”

“너 왜 그래? 신영투자증권 이형준 본부장 때는 좋다고 만났었잖아· 갑자기 왜 그러니?”

연희는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생각을 바꿨어· 내가 잘해서 회사 키우면 되는데 굳이 재벌 아들이랑 결혼해서 평생 비위 맞추면서 살 필요가 없는 것 같아·”

“지도 재벌이면서?”

“하여튼 말이 그렇다는 거지· 선자리는 됐어· 이제 자꾸 물어보지 마·”

“너 이거 한번 취소하면 절대 못 돌려· 알지?”

“아 안다니까!”

“짜증내지 말고· 마음이 바뀐 이유가 뭐야? 혹시 최 과장 때문이니?”

송 사장의 물음에 연희의 어깨가 움찔한다·

질문에 순간적으로 대답을 못하며 시선을 피하는 걸 본 송 사장이 말을 이었다·

“최 과장 사람 좋은거 알아· 능력이야 말할 것도 없지· 그런데 그 사람 우리랑 달라· 너 결혼식은 어떻게 하려고 그래? 신랑 부모님 석에 아무도 없이 텅 비워둘 거야?”

연희는 고개를 홱 돌렸다·

생각보다 엄마의 반대가 약했기 때문이다·

정말 반대할 거라면 ‘이 미친년!’이라는 욕설과 함께 등짝을 후려치는 정도는 아니더라도 분위기 자체가 이것과 완전히 달랐어야 했다·

그런데 꼴랑 반대할 이유라는게 결혼식장에서 부모님석을 비워놓아야 한다는 건 너무 약했다·

“그게 뭐가 중요해?”

“여기 말 많이 도는거 몰라서 그러니? 네가 고아랑 결혼했다는 걸 누구 한 명이라도 아는 순간 세상 모두가 알게 될걸? 이게 너 쪽팔리는 걸로 끝나는 것 같니? 최 과장이 너랑 결혼하는 순간 온 매스컴에서 쫓아와서 취재하려고 할 거다· 도대체 어떤 매력이 있어서 너랑 결혼했는지·”

고아라는 말에 잠깐 불끈 올라오려 했지만 연희는 이 정도는 앞으로 들을 말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다른 집안이라면 뭘 벌써부터 결혼 이야기까지 나오냐며 너무 오버한다고 할 수 있겠지만 혼기가 찬 재벌가 딸이 단순히 연애만 할 거라는 말은 차마 할 수 없었다·

“그 정도는 견더야 사랑이지·”

“어머 벌써 사랑 이야기까지 나오니? 너 얼굴 두껍다·”

연희는 빨개진 얼굴로 당당하게 턱을 치켜들고 말했다·

“나도 사랑할 줄 아는 여자야· 왜 이래?”

“그래서 최 과장 사랑해? 벌써 둘이 사귀는 중이었어?”

“거의 그런 셈이지·”

“그런 셈? 아직 프로포즈도 못 받아놓고 김치국 마시는 거니?”

“엄마야 말로 번갯불에 콩 구워먹으려는거 아니야? 최 과장 회사에 입사한지 반년도 안 됐어· 얼마나 만났다고 벌써 프로포즈야?”

송 사장은 자신이 생각해도 너무했다고 느꼈는지 손을 흔들며 말했다·

“그래 그건 내가 너무 나갔다· 그래도 마음이 급한 걸 어쩌니? 우명그룹 사모님쪽에서 직접 연락 온 거야· 우명그룹에서 건설쪽을··· 걔 누구니?”

“창훈이? 김창훈·”

“그래· 김창훈 상무· 걔한테 우명건설 넘긴다고 하더라· 우명건설 국내 1위 건설사야· 현진물산보다 훨씬 큰 회사라고·”

“알아· 그런데 우리가 현진관광 인수하고 나면 사이즈가 우리보다 작아질걸?”

“너 요새 간 커졌다·”

“엄마도 사실 마찬가지지· 최 과장 덕분에 우리 회사 직원들까지 다 간 커졌잖아·”

한 마디도 안 지고 따박따박 말대답을 하는 연희를 보며 송 사장은 한숨을 내쉬었다·

“후··· 나도 최 과장 싫어서 이러는거 아니야· 그런데 잘 생각해야해· 결혼은 되돌릴 수 없는 중대한 일이니까· 나중에 마음 바뀌어서 좋은 자리 알아봐달라고 하면 가만 안 둘 거야·”

이 정도면 거의 항복했다고 봐도 좋았다·

항복 뿐만이 아니라 나중에 결혼까지 한다고 해도 크게 반대하지 않을 분위기라 연희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엄마에게 안겼다·

“고마워~ 내가 앞으로 잘할게·”

“마음이 조석지간으로 변하는게 넌데 내가 믿을 수 있겠니?”

“내가 장담은 못 하겠는데 이번에는 조금 달라·”

“그래 너 알아서 해라·”

사실 송 사장도 말했듯이 최 과장이 싫어서 그런게 아니었다·

능력이야 사실 부모 잘 만난 김창훈 상무보다 훨씬 나을 테고 고아라는 것도 시댁 식구들이 없으니 신경써야 할 것도 없었다·

말하는 거나 행동거지나 그 어느 사람보다 예의있고 경우가 바르니 사람만 보자면 나무랄데가 없다·

다만 재벌 가문의 사람이 일반인과 결혼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일반인들이야 재벌가 자식이 일반인과 결혼하는 걸 보고 대단하다며 칭찬하지만 재벌가 사람들은 뒤에서 손가락질을 하기 마련이다·

결혼할 때야 서로 사랑했겠지만 같이 살다보면 항상 좋을 수만 있을까?

결혼 전에는 죽고 못산다던 이들이 결혼 후에 이혼하는 경우가 빈번했다·

그러니 애초에 사랑 없이 비즈니스적으로만 접근하는 재벌가끼리의 결혼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거다·

“그럼 나 올라갈게·”

“그런데 너 최 과장이 부담스럽다고 프로포즈 안 하면 어쩌려고 그러니?”

연희는 기가 차다는 듯 웃는다·

“하··· 엄마· 나 임연희야· 내 나이에 나보다 더 많이 프로포즈 받아본 사람 없을걸?”

“잘났다·”

송은채 사장은 혀를 찼지만 딱히 연희의 말이 틀리다고도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저 딸인데도 얄미울 뿐·

*

인사이동이 휘몰아쳤다·

차지열 상무가 떠난 자리엔 놀랍게도 경영기획총괄의 박윤재 부장이 앉았다·

이제 박윤재 상무가 된 그는 자신의 승진은 모두 성주훈 부사장 덕분이라고 덕담을 건네고 도망치듯 빠져나갔다고 한다·

박 부장이 떠난 경영기획총괄의 성주훈 부사장은 새로 발령받아 오게 된 윤찬일 부장에게 말했다·

“오랜만이네· 철강팀에 있을 때 같이 했잖아· 그치?”

“맞습니다·”

윤찬일 부장이 머쓱하게 웃자 성 부사장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그래· 일단 직원들하고 얼굴 좀 익히고 있으라고·”

“어디 가십니까?”

“어· 난 좀 나갔다 와야겠어·”

사람이 처음 왔는데 오자마자 상관이 자리를 비운다고 하니 윤 부장은 예감이 좋지 않았다·

혹시나 부사장 라인을 타고 임원 진급을 노려볼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지원까지 했는데 돌이라도 씹은 듯 굳은 얼굴의 부사장을 보고 있자니 자신의 선택이 잘못 됐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알겠습니다·”

“수고하고·”

부사장은 윤찬일 부장의 어깨를 두드려주고 회사를 나왔다·

성주훈 부사장은 한참을 움직이던 중 운전하던 수행기사에게 말했다·

“저기 충무로 역 앞에서 차 세워·”

“네·”

“그리고 내가 운전할테니까 그만 퇴근해·”

“그 그래도···”

“오랜만에 일찍 들어가서 애들 얼굴이나 한번 봐 줘·”

“알겠습니다·”

수행기사도 알고 있다·

자신을 생각해서 일찍 보내려는게 아니라 수행기사에게도 목적지를 알려주기 싫기 때문에 혼자 운전하려는 것임을·

그렇기에 계속 자신이 운전하겠다고 우기지 않았다·

운전대를 바꿔 잡은 성주훈 부사장은 목적지를 경기도 양수리의 오래된 카페로 잡았다·

마치 한가한 오후에 유유자적 드라이브를 즐기는 것처럼 한강변을 운전하던 그는 한참이 지나서야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정원이 아름답게 꾸며져 있는 카페에 들어선 부사장은 한쪽 구석에서 조용히 눈을 감고 기타연주를 듣고 있는 사람을 발견했다·

“퇴사하더니 아주 팔자 좋아졌구만· 살 판 났어·”

눈을 뜬 양철기가 입꼬리를 올렸다·

“팔자가 좋아서겠습니까? 팔자가 고약하니 회사에서 그 창피를 당하고 쫓겨난 것 아닙니까?”

“그러게 허리를 잘 좀 놀리지 그랬나?”

“부사장님도 너무 그러지 마십쇼· 예전일 들추어 봐야 뭐하겠습니까? 인사이동 결과는 어땠습니까?”

성주훈 부사장도 민망하고 서로 불편한 이야기는 꺼내지 않는게 편했다·

“엉망이야· 박윤재를 덜커덕 영업본부장에 올려놓더니 해외자원사업부 고승현이를 특수사업본부장에 앉혔어·”

“특수사업부요? 그건 또 뭡니까?”

“이번에 새로 만든 사업부야· 봉선동 TFT가 그대로 간다고 하는데··· 자네는 모르지?”

“봉선동은 또 뭡니까?”

양철기 전 전무는 황당함을 금치 못했다·

퇴사한지 1년이 지난 것도 아니고 반년이 지난 것도 아닌데 회사에 변한 것들이 이렇게 많을 줄은 몰랐다·

“그런게 있어· 하여튼 싹수가 있어 보인다고 지네 마음대로 막 갖다 앉혀 대니···”

“그럼 경영지원본부장은 누가 됐습니까?”

“해외자원사업부 윤정환이가 네 자리 맡았다·”

양철기는 그럴줄 알았다는 듯 손에서 두둑 소리를 내며 주먹을 쥔다·

“시벌놈··· 내가 그 놈 박쥐 같은 건 알고 있었지·”

“박쥐 같았다기보다 속을 잘 내보이지 않는 친구니 가능했을거야· 여하튼 윤정환이 그것도 한 칼 있기는 해도 간이 작아서 전무 할 놈은 못 되는데···”

“부사장님께 인사에 관련해서 논의도 안 했습니까?”

성주훈 부사장은 대답 없이 종업원에게 차를 주문하고는 양철기에게 고개를 돌렸다·

“회장님은 어떠신가?”

“아직 정정하십니다· 저한테 직접 변호사 소개시켜주시고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씩은 직접 전화로 물어보십니다·”

“자네한테 신경을 많이 쓰는구만·”

“선배님이나 저나 회장님하고 쌓은 정이 보통 아니지 않습니까?”

“정? 그래봤자 우린 일꾼일 뿐이야· 착각하지 마· 자네는 일은 잘하는데 가끔 선을 넘을 때가 있어· 그 선만 잘 지켰어도 부사장 자리는 내가 아니라 자네 게 됐을 거야·”

“크흠··· 거 지난 일 그만 좀 이야기 하시지·”

“그러지·”

양철기는 성 부사장을 힐끔 보다가 말했다·

“회장님이 마음을 돌린 것 같소·”

“그게 무슨 소리야?”

“며느리가 생각보다 경영을 잘하니까 김태민 본부장에게 회사를 꼭 줘야 하는지 의문이 생긴 것 같습니다· 김태민 본부장도 회장님 앞에서 더 이상 현진물산 이야기는 꺼내지 않고 있어요·”

“허··· 잘하긴 뭘 잘해?”

부사장의 미간이 일그러지자 양철기가 쏘아 붙였다·

“화가 나도 내가 더 많이 날 겁니다· 날 그렇게 내쫓고 지금도 검찰이랑 씨름하게 만들어 놨는데··· 내가 그냥 마음 같아서는··· 아휴 내 복장만 터지지· 그런데 어쩌겠습니까· 회장님께서 마음을 그렇게 잡수신 것 같은데· 게다가 이제 프록시아까지 인수하면 뭐···”

“프록시아 인수 불발되면?”

“불발될 이유 있습니까? 1조원이면 될 것 같은데?”

“프록시아 포기하고 그 돈을 헛짓거리에 쓰면 회장님이 좋아하실까?”

먹이를 포착한 맹수처럼 양철기의 눈빛이 번들거렸다·

“자세히 말씀 좀 해주세요· 어떻게 되고 있다구요?”

< 잔인한 겨울(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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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fice Worker Who Sees Fate

Office Worker Who Sees Fate

Score 8.5
Status: Completed Released: 2022
A child born to become a shaman with the fate of putting the world in chaos. To let go of his greed and refuse god, he’s trying to become an ordinary office worker. Choi Yeonghoon, the one who can see destiny through physiognomy (face fortune reading) and fortune telling. Will he succeed in becoming an ordinary office wor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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