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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fice Worker Who Sees Fate Chapter 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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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진건설의 도약(3) >

회사 비서실로 돌아온 영훈에게 연희가 후다닥 달려왔다·

“어떻게 됐어요?”

“일단 조용한데로 갑시다·”

영훈이 궁금해 죽겠다는 연희를 데리고 조용한 회의실로 들어간 후 입을 열었다·

“일단 회장님께 말씀드렸습니다· 계열사 분리 안 해주면···”

“그거 말구요· 고승현 상무님한테 대략 이야기는 들었어요· 그것 말고 할아버지가 뭐 특별한 이야기한 거 없었어요? 아니면 할아버지에 대해 알게된 거라든지···”

표정을 보아하니 임창호 회장의 사주에 대해 궁금한 모양이었다·

영훈은 이미 이곳에 오기 전에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지 계속 고민한 상태였다·

임창호 회장의 태어난 시각을 알아내 이미 알고 있는 생년월일에 더해 사주를 알고 나서부터 계속 고민했었다·

알고 있는 게 좋은 것인가 아니면 모르고 있는 게 좋은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봤지만 딱히 어느 것이 정답인지는 확신을 내리지 못했다·

연희에게 있어 남이라면 당연히 말해주지 않아야 겠지만 친할아버지의 수명이 언제까지인지 알면서 말해주지 않는게 과연 옳은 일인가?

“특별한 건 없습니다· 회장님의 사주는 사실 이미 오랜 기간 살아오시면서 당신도 알고 있는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재복 인복 자식복 등등··· 이미 그 나이대에 계신 분은 사실 사주를 볼 이유가 없기도 합니다· 다만 말년이 어떻게 될지 정도만 본다면 그건 의미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요?”

“말년에도 특별한 우환 없이 가진 재복을 잃지 않을 사주입니다· 다만 핏줄에 대한 애착이 강합니다· 아마 그렇기 때문에 당신에게 그렇게 매정하게 대하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마 연희에 대한 감정 때문에 고민이 깊었던 것 같다·

이 여자에게는 남은 수명을 볼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

그런데 그걸 이야기해도 되는 것인가에 대한 생각이 미치자 결론은 비밀로 묻어둬야 한다는 거였다·

지금이야 그냥 그렇구나 넘어갈 수 있겠지만 자신과 가까운 핏줄에 대해 궁금해질 날이 오면 언제고 물어보고 싶을 거다·

나중에 송 사장이 병이 들기라도 하면 어떻게 될까?

또 지금 병원에 누워 있는 그녀의 아버지에 관해 묻지 않을 수 없을 거다·

미안한 마음이 가득했지만 이건 도저히 알려줄 수 없었다·

“후 일단 그건 넘어가요·”

“그러죠·”

“그럼 이제 어떻게 되는 거예요?”

“공을 넘겨 드렸으니 이제 답을 주실 겁니다·”

“어떤 답을 들을 거라고 생각하세요?”

“임창호 회장님은 지극히 실리적이면서도 현명한 분입니다· 또한 명분을 중시하고 외부의 이목에 신경을 쓰시죠· 한 그룹에 두 개의 조선업· 게다가 완전한 협업이 아니라 본인 사후에 같은 업종으로 싸우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절대 현진물산의 해주조선해양 인수를 허락하지 않을 겁니다·”

“그럼 군산조선소를 받을 거라는 말이죠?”

“그게 아니면 우리를 막을 수 없다는 걸 아실테니까요· 그리고 솔직히 계열사 분리하면서 그들이 가진 주식을 우리가 사게 되니까 당장 현금이 들어와서 군산조선소를 인수하는데 큰 무리도 없을 겁니다·”

“잘 됐으면 좋겠어요· 이제는 엄마가 경영권 가지고 마음 졸이는 것도 보기 힘들거든요·”

“잘 될 겁니다·”

영훈은 괜히 미안한 마음에 한동안 그녀를 다독였다·

*

현진물산 본사 사옥 옥상·

본래라면 한창 일에 열중해야 할 시간이라 담배를 펴도 간혹 한두 군데에서 연기가 피어올라와야 하는 게 정상이다·

그런데 손에 일이 잡히지 않는 임직원들 덕분에 마치 대형 커피숍이라도 차려진 것처럼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

“과장님은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까?”

인사팀 오재준 대리가 한 손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 손엔 담배 한 개비를 끼운 채 물었다·

“당연히 모르고 있었지· 와··· 이거 보통 일이 아닌데···”

기습적으로 이루어진 현진물산의 현진관광 적대적 인수·

적대적 인수합병이라는 게 어디 쉬운가?

이전까지 국내에서는 적대적 인수합병이 성공한 사례도 몇 없을 정도로 쉽지 않았다·

게다가 생판 남인 회사도 아니고 같은 그룹의 계열사이며 송은채 사장에게는 손위 형님의 회사를 날름 먹어버린 상황이다·

그렇기에 이번 인수는 현진물산 임직원들에게도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특히 이번 인수를 주도했던 것으로 알려진 봉선동 TFT에 대한 궁금증은 폭발적이었다·

“이제 어떻게 되는 겁니까?”

“부사장님도 모르고 있었던 게 틀림없어· 알고 계셨다면 그 난리를 치지도 않으셨겠지· 오늘도 결근하셨지?”

“네 어제부터 병가 내셨습니다·”

“흐음··· 이거 인사폭풍 시즌 2가 시작될 것 같은데···”

오 대리는 민 과장의 예상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으으··· 부사장님 날아가면 그 아래로 줄줄이 날아가는 겁니까?”

“그럴 수도 있는데 아닐 수도 있다고 봐· 성주훈 부사장님이 이렇게 쩌리 되기 전에 박윤재 상무님이 바로 경영기획총괄부서에서 영업본부장으로 영전했잖아? 부사장님 라인이라고 다 갈아버리려고 했으면 그렇게 했을 리 없지·”

“어? 그럼 지금쯤 부사장님이 박 상무님한테 이를 갈고 있지 않을까요? 완전히 자기 배신한 거 아닙니까?”

“그게 배신인가? 아직 확실하지 않지·”

“에이~ 설마 상무님이 이번 기습 인수전을 모르고 있었을까요?”

“몰랐을 가능성이 크지 않을까?”

“갑자기 상무로 영전했다면 당연히 이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그건 그렇긴 한데···”

이때 뒤에서 누가 고개를 홱 들어밀었다·

민 과장이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니 박윤재 상무가 서 있었다·

“아 깜짝 놀랐습니다·”

“뭐가 그건 그렇냐? 나도 몰랐어·”

“진짭니까?”

“진짜야· 나도 뉴스보고 기함했다· 일단 어제 계속 이어진 임원회의 때 눈치 보니까 알고 있었던 쪽이 재무팀이랑 특수사업부밖에 없더라고· 다들 감쪽같이 속고 있었던 거지· 오죽하면 호주에 나가 있던 현지 직원들이 돌아오면서 얼마나 허탈해 했는지 모른다고 항변을 하더라니까·”

“적을 속이려면 아군부터 속이라더니 진짜 너무 잘 속였네·”

오재준 대리가 감탄하자 박 상무가 담배 하나를 입에 물더니 그에게 말했다·

“불 좀 줘봐라·”

“네·”

“후··· 너무 걱정하지는 마· 부사장님이야 나도 잘 모르겠지만 너희들은 인사 불이익 없을 테니까· 임원회의에서 결정된 사항이고 사장님 기조가 그래·”

민 과장이 말을 받았다·

“그럼 다행이긴 한데 현진관광 쪽으로 인사이동 같은 건 없을 것 같습니까?”

“뉴스 봐서 알잖아? 로져스 박이라는 사람이 사장에 앉은 거· 소유는 하되 경영은 하지 않는다는 선을 그은 거지· 사장님이 현진관광쪽에는 아예 신경쓰지 말라고 하더라고· 우린 우리 일만 잘하면 돼· 그냥 프록시아 인수해서 회사로 들어와야 할 매출을 현진관광 배당으로 받는 걸로 바뀌었다고 생각하면 돼·”

“이야··· 그럼 배당률이 꽤 되겠는데요?”

“최소 6% 이상은 생각하고 있고 이번에 인수하면서 특별배당 나갈거야· 연말이라 현진관광쪽으로 꽤나 많은 매출이 들어온다고 하니까 연초에 최대한 땡기려는 거겠지·”

“흐음···”

민 과장이 고개를 끄덕이자 박 상무가 오 대리에게 눈짓을 보냈다·

오 대리는 얼른 알아들었다·

“그럼 전 먼저 내려가겠습니다·”

“응 그래·”

오 대리가 사라지자 박 상무가 말했다·

“직원들 분위기 어때?”

“뒤숭숭하기는 해도 다들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오늘 임원회의에서 무슨 이야기 나온 줄 알아? 우리 회사가 군산에 버스터미널 지어주기로 했단다·”

“우리 회사가요?”

“정확히는 현진건설이지· 사장님께서 말씀하셨어· 현진관광은 회사의 캐시카우로 안정적인 성장이 이루어지도록 경영에 특별히 관여할 생각이 없다고· 대신 현진건설을 현진물산만큼 크게 키우겠다고 하셨단 말이야·”

“현진건설을요? 사이즈 차이가 너무 나는데?”

아무리 현진물산이 상사 업체들 중에서도 세 손가락 안에 꼽을 만큼 큰 회사는 아니라고 하지만 그래도 매출 7조원 이상을 내는 거대 기업이다·

신영은행에서 워크아웃조차 다 마치지 못하고 떨이로 팔려온 현진건설과는 사이즈가 다르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그냥 하는 말이 아닌 것 같아· 그러면서 군산 버스터미널을 거론하셨어· 이미 군산 버스터미널과 관련해서 특수사업부와 홍보팀이 무언가 이야기를 나눈 것 같아·”

“갑자기 뜬금없네요·”

“나도 뜬금없더라고· 그런데 사장님이 말씀은 안 하셨지만 이것 뿐이 아닌 것 같았어· 그리고 결정적으로 하신 말씀이 이거였다·”

박 상무는 잠시 말을 멈추고 주변을 돌아보다가 입을 열었다·

“봉선동 사업· 이건 단순히 눈가리기로 만든 사업부가 아니라고 말이야· 진짜 따낼 사업이라고 강조하셨어·”

민 과장은 갑자기 이런 이야기를 하는 박 상무를 이상하게 쳐다봤다·

“왜 이런 이야기를 하십니까?”

“현진건설이 이제 알짜배기가 될 거야· 만약 현진건설로 갈 기회가 생기면 놓치지 마라· 너도 언제까지 인사과장에 머물고 싶지 않잖아? 현진건설로 가면 단번에 치고 올라갈 수 있다· 그리고··· 방금 내용은 너만 알고 있어라·”

박 상무는 어리둥절한 민 과장의 어깨를 두드리고 주변을 살핀 후 내려갔다·

*

“그만 우세요·”

“흑흑··· 내가 어떻게 안 울게 됐니? 엄마는 너무 속상해···”

김태민은 한숨을 쉬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어제 얼마나 놀랐던가?

거제에서 일하고 있던 중 직원들이 호들갑을 떨며 TV를 틀어주었고 뉴스에서 현진관광이 현진물산에게 인수됐다는 소식을 속보로 떠들어대고 있었다·

이후 계속 울려대는 전화 속에서 정신을 제대로 차리지 못하는 엄마와 겨우 통화가 됐을 때 그녀는 분에 못이기며 소리를 질러댔었다·

[네 할아버지가 날 버렸어!]

귀청이 찢어질듯한 비명 소리에 태민은 화들짝 놀라 핸드폰을 귀에서 떨어뜨렸지만 내용이 충격적인 건 확실했다·

이번 현진관광 인수에 할아버지의 암묵적인 동의가 이루어졌다는 것·

임지은 사장은 오후 즈음에 거제에 도착해서 계속 이렇게 울어대고 있었다·

“그만하세요· 이런다고 현진관광이 돌아오는 것도 아니잖아요·”

“엄마는 네 할아버지가 이럴 줄 몰랐어· 어떻게 그 자리에서 그렇게 올케한테 힘을 실어주고 나올 수가 있니? 기자들 다 보는 자리에서 날 이렇게 버릴 수 있느냐는 말이야·”

“할아버지도 어쩔 수 없었을 거예요·”

“뭘 어쩔 수가 없어? 미리 위임장 내용 뒤집을 수도 있었다는데!”

“위임장 내용을 뒤집을 수 있었다구요? 엄마가 잘못 알고 있는거 아니에요?”

태민은 임지은 사장이 잘못 알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임 사장은 주먹을 쥐고 부르르 떨면서 말했다·

“아니 네 할아버지가 그럴 수 있는데 안 한 거라고 하셔서 내가 직접 신영은행에 알아봤다· 그런데 신영그룹 회장님이 그러시더라· 네 할아버지가 원치 않아서 그냥 접었다고· 내가 직접 물어본거야·”

“허···”

태민은 배신감에 가슴이 답답해져 옴을 느꼈다·

“어쩌면 그럴 수가 있니? 위임장 뒤집을 수 있었으면서 그렇게 그냥 포기했어야만 했다고 생각하니?”

“아니요· 일단 무슨 댓가를 치르더라도 현진관광은 지키고 보는게 맞았습니다·”

호텔업이라는 게 기본적으로 부동산 사업에 바탕을 둔다·

땅값이 오르면 회사의 자산가치는 손님이 있으나 없으나 올라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땅값이 떨어지느냐?

땅값은 일단 한번 오르면 어지간해서는 하락하지 않는다·

오직 그 자리에 위치한 땅은 그곳 한 군데 뿐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옛말에 친구는 배신해도 땅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는 것이다·

게다가 현진관광이 가진 호텔은 전 세계에서 인정받는 5성급 브랜드를 가진 최상급 호텔이었다·

당연히 경기를 타지 않았고 매출은 견고했으며 전 세계적으로도 호텔 사업은 전망이 우수했다·

쥐고 가만히 있기만 해도 현금이 따박따박 들어오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나 다름없는 회사였던 거다·

물론 그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또 사느라고 조금 무리를 하긴 했지만 그룹에서 전폭적으로 지원해줬다면 지킬 수 있었다·

조금만 버텨줬다면 조금 무리했던 것도 아무것도 아닌 일로 되었을 테고 새로 산 거위는 앞으로 황금알을 꾸준히 낳아줬을 거다·

“그치? 엄마 말이 맞는 거지?”

“그럼요· 아무래도 안 되겠습니다· 할아버지를 만나봐야겠습니다·”

태민은 흥분을 가까스로 가라앉히고 회장실을 찾았다·

마침 임창호 회장도 거제로 막 돌아온 참이었다·

“회장님 잠시 들어가겠습니다·”

“그래·”

임 회장은 마침 할 이야기가 있었는데 딱 찾아오니 잘됐다고 생각하는데 붉게 달아오른 태민의 안색을 보고 왜 찾아왔는지 알아챘다·

“회장님·”

“그래· 네 엄마가 왔더냐?”

“네? 네···”

“또 너한테 울고불고 했겠구나·”

“위임장 내용을 뒤집을 수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너도 내가 거기서 뒤집었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현진관광은 결코 버려서는 안 되는 회사입니다·”

임 회장은 멀리 보지 못하는 태민이 안타까웠다·

그러다 갑자기 서울에서 봤었던 손녀사위 될 그 친구가 떠올랐다·

만약 그놈이었다면 이미 끝난 일을 붙잡고 우는 소리를 하지는 않았을 터·

갑자기 눈앞의 안쓰러운 손자가 답답하고 미련한 외손자로 보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 현진건설의 도약(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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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fice Worker Who Sees Fate

Office Worker Who Sees Fate

Score 8.5
Status: Completed Released: 2022
A child born to become a shaman with the fate of putting the world in chaos. To let go of his greed and refuse god, he’s trying to become an ordinary office worker. Choi Yeonghoon, the one who can see destiny through physiognomy (face fortune reading) and fortune telling. Will he succeed in becoming an ordinary office wor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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