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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fice Worker Who Sees Fate Chapter 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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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에서 생긴 일(2) >

역시나 생각했던 게 맞았다·

그녀가 병실을 살피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회장님 병실 앞에 딱 멈추어 섰다·

병실 앞을 지키는 현진중공업 시큐리티 직원이 그녀를 막아서자 홍 실장이 다가갔다·

“잠깐이면 돼요· 이야기 좀 나누려고 하거든요·”

“안 됩니다·”

“저 외부인 아니에요· 김태현 상무님과 관계 있어요·”

“그럼 상무님과 같이 오십시오· 혼자서는 안 됩니다·”

실랑이하는 그들에게 홍 실장이 다가가 말했다·

“무슨 일입니까?”

“아니 이 아가씨가 다짜고짜 회장님과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해서요·”

시큐리티 직원의 말에 홍 실장이 그녀를 달랬다·

“회장님은 지금 만날 수 없으니 돌아가세요·”

“회장님이 지금 많이 아프신가요? 말도 못 하시고 사람도 못 알아볼 정도인가요?”

이 여자가 누군지 알고 임창호 회장의 상태에 대해 이야기 해준단 말인가?

홍 실장은 단호하게 말했다·

“그건 당신이 알거 없고 일단 가시라니까요· 상무님과 관계가 있으면 상무님하고 같이 오시면 됩니다· 자꾸 이러시면 경찰 부를 수밖에 없어요·”

영훈은 뒤에서 흥미로운 표정으로 그녀를 살폈다·

그리고 언제 나타날지 모를 모자가 이 광경을 봤을 때 어떤 표정을 지을지 궁금해졌다·

*

그 시각 임지은 사장은 사람들이 오가지 않는 조용한 곳에서 아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너 아까 연희가 한 이야기가 도대체 뭐야? 혹시 누구 임신 시켰니?”

“아니야 말도 안 되는 소리야·”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연희가 그렇게 확신에 차서 해? 너 똑바로 이야기해· 어떻게 된 상황이야· 내가 알아야 돈 주고 애를 지우든지 시킬거 아니야!”

김태민 상무는 짜증이 올라온 표정으로 고개를 돌리다가 어쩔 수 없이 털어놓았다·

“잠깐 만난 여자야· 술집 여자 아니고·”

“텐프로라며?”

“그거 아니야··· 그냥 만난 여자야· 클럽에서 만났어·”

“임신한 거 맞아?”

태민은 대답을 못하고 우물쭈물했다·

아들의 행동을 보자 직감적으로 상황을 알아챈 임 사장이 더욱 채근했다·

“임신한 거 맞지? 아니다· 혹시 낳은 거니? 혹시 아이를 낳은 거야?”

“내 아이인지는 몰라· 아닐걸? 말도 안 되지·”

“이 미친···”

임 사장은 화가 머리 끝까지 뻗쳐 부들부들 떨었다·

임신한 것도 아니고 애를 낳기까지 했다니···

“내 아이 아닐걸? 내가 그래서 검사해보자고 했어·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어·”

“검사 결과 언제 나온대?”

“곧 나올거야· 윤 실장한테 시켰으니까 알아서 처리하겠지·”

일단 친자확인검사를 시작했다는 말에 임지은 사장은 화를 내리 눌렀다·

“정말? 확실히 니 애 아닌 거지?”

“아니라니까· 나 못 믿어요?”

임지은 사장은 입술을 깨물더니 독한 표정으로 경고했다·

“너 조심해· 여기서 여자랑 애 때문에 발목 잡히면 이 좋은 기회 놓치는 거야· 당장 어제도 GK그룹 여편네랑 통화했어· 너 그 애 못 잡으면 안 돼· 알지?”

“알아요 알아~”

태민의 표정은 엄마의 잔소리를 귀찮아하는 아들의 표정 그것이었다·

“이번에 주변 여자들 다 정리해· 주연인가 하는 그 애 보통내기가 아니라고 하더라·”

“알겠어요· 그건 그렇고 할아버지 유언장 내용 정말 확실하죠?”

임 사장은 어깨를 으쓱였다·

“그때 내가 본게 맞다면 그렇겠지· 변호사도 내가 꽉 잡고 있으니까 만약 변경했으면 내가 모를 리 없어· 할아버지가 들고 있는 주식은 전부 네 거니까 걱정할 필요 없다·”

“후···”

태민이 답답한지 긴 숨을 토해내자 임 사장이 그의 어깨를 쓸어내리며 말했다·

“네 할아버지 오래 사셨다· 누릴 거 다 누리셨고 온갖 여자들 만나고 다니셔서 우리 엄마 제 명에 못 살고 돌아가시게 했어· 지금 돌아가셔도 호상이야· 그러니까 너무 마음 쓰지 마·”

“알겠어요·”

“나가자·”

임은진 사장이 몸을 돌려 나가자 태민도 따르는데 어디서 소란스러운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전 회장님을 만나러 왔다니까요· 인사만 하고 갈 거예요· 왜 못 들어가게 하는데요?”

젊고 아름다운 여자와 실랑이하는 현진물산 홍승대 실장·

그리고 뒤에서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는 최영훈 과장의 모습이 태민의 눈에 들어오는 순간 그는 무릎에 힘이 풀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냥 가라니까요· 어디 회장님을 독대하려고 그럽니까?”

급기야 홍승대 실장이 짜증을 내는 상황에 태민이 급하게 발걸음을 놀렸다·

“너 여기가 어디라고 와? 나가자·”

태민이 놀라서 그녀의 손목을 잡고 나갔다·

임지은 사장도 헐레벌떡 태민을 따라 나갔고 홍 실장은 벙찐 얼굴로 그 모습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이때 시끄러워서 그런지 병실에서 나온 연희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야? 저 여자 뭐지?”

“김태민 상무와 아는 사람 같아요·”

영훈의 대답에 눈치챘는지 연희가 눈빛을 반짝인다·

“혹시 아까 내가 말한 그런 여자 같았어요? 난 제대로 못 봤어요·”

“그건 나중에 얘기합시다·”

영훈은 굳이 사람들이 많은 이 자리에서 이야기를 꺼내고 싶지 않았다·

“그래 병원장이랑 한 시간 뒤에 만나기로 했으니까 일단 나가자· 신경을 썼더니 배가 고프네· 식사라도 해야겠어·”

송은채 사장이 지친 표정으로 나가자 다들 이야기를 멈추고 그녀를 따라 나섰다·

홍 실장이 급하게 섭외한 횟집에 들어서니 마침 손님이 한명도 없었다·

가게를 빌린 것 같지는 않았고 그냥 마침 손님이 없었던 것 같았다·

“조금 단촐하네요?”

연희의 물음에는 가게가 조금 허름하다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

홍 실장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여기가 횟감이 좋아· 회장님도 종종 들르시는 곳이거든· 예전 사장님도 부산에 오시면 여기서 돌돔 한 마리를 꼭 드시고 가시긴 했어·”

“아··· 그래요?”

“회도 그렇고 기본 반찬이 먹을만 할 겁니다·”

송 사장은 홍 실장에게 빙그레 웃어 보이다가 영훈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아까 어떤 상황이었어?”

“김태민 상무의 숨겨둔 여자 같은데 회장님이 쓰러졌다는 소식에 달려온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사생아가 있는 것 같습니다·”

“뱃속에 있는 건 아니고?”

“그건 모릅니다· 그런데 생각이 없는 여자 같지는 않았습니다·”

송 사장은 영훈의 말을 알아들었다·

“형님이 골치 좀 썩겠네· 태민이가 원래 노는 걸 좋아하긴 했지· 최 과장은 이런 거 한심하지?”

“뭐 조금···”

“여기 있다 보면 이런 거 많이 볼 거야· 재벌들 보면 의외로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던 것과 다른 부분들이 있긴 한데 적어도 유흥에 관련해서는 오히려 드라마나 영화보다 실제가 더 심해· 그래서 결혼하게 되면 부부간의 정으로 사는 사람들은 몇 없어· 우명그룹에서 우리 연희를 자기네 아들이랑 선보게 해달라

고 했는데 나도 억지로 권하지 않은건 그런 이유야·”

영훈으로서는 처음 듣는 이야기라 잠깐 연희를 돌아보았다·

그녀는 배시시 웃으며 고개를 돌린다·

“하도 많이 봐서 그런지 저런 태민의 행태가 그리 특별해 보이지도 않아· 솔직히 말하자면 아버님도 그렇고··· 하여튼 여기 사람들은 대부분 다 그래와서 너무 익숙해졌는지도 모르지·”

송은채 사장이 왜 말을 하다 말았는지 알 것 같았다·

아마 연희의 아빠도 크게 다르지 않았었다는 뜻이었으리라·

“그렇군요·”

“우리 최 과장은 안 그럴 거라고 믿어·”

그 소리에 가장 놀란 사람은 홍승대 실장이었다·

그동안 설마설마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대놓고 최 과장을 인정하고 있으니 이제 현진물산의 차기 경영자는 최영훈인게 확실해졌다·

그 불가사이한 인맥과 능력을 보인 그가 송은채 사장의 사위가 된다면···

홍 실장은 등에 한줄기 전율이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그는 얼마 전부터 자신이 민홍기 과장의 말을 듣고 최 과장의 편에 선게 인생을 살면서 몇 안되는 잘 한 선택 중 하나였다고 생각했다·

만약 그때 민홍기 과장의 말을 듣지 않고 양철기 전 전무의 라인을 타고 있었다면 아마 지금 검찰을 들락거리는 양철기와 비슷한 처지였을 게 아닌가?

그런데 오늘 이 자리에서 들은 내용이 자신이 생각한 그것이라면 자신이 잡은 동아줄이 황금 동아줄이 맞았던 거다·

“그럴 일 없을 겁니다·”

“그렇겠지· 그보다 이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아마 아버님이 유언장을 미리 써놓으셨다고 해도 우리에겐 얼마 남기지 않으셨을 거야· 솔직히 더 받고 싶지도 않고· 예전에 생각해 왔던 대로 그냥 깔끔하게 분리했으면 좋겠는데···”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렇겠지?”

“일단 손에 들어온 걸 쉽게 내주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더군다나 이미 가지고 있던 것까지 뺏긴 마당이니 다시 찾아오리라는 각오가 상당할 겁니다· 회장님이 돌아가시고 그룹의 전권을 손에 쥐면 피곤한 상황이 계속될 게 분명한데··· 저쪽 입장에서는 불청객이 등장했으니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긴 하네요·”

“태민이 아이 말하는 거지?”

“네· 공식적으로 인정하면 깔끔한데 과연 그럴까요?”

“아니 절대 그렇게 못해· 지금 태민이를 GK그룹 손녀랑 이어주려고 하고 있거든· 이건 아버님이 직접 챙기셨던 일이었어· GK그룹이 가진 면세점과 유통을 탐내하셨거든· 더 정확히 말하면 GK그룹이 가진 현금동원력을 탐내셨지· IMF 때도 까딱하지 않을 정도로 현금 부자인 데가 거기거든·”

GK 면세점은 영훈도 알고 있을 정도로 국내에서 세 손가락에 들어가는 대형 면세점 브랜드다·

“거긴 아들 없습니까?”

“있지· 그런데 적어도 면세점 만큼은 똑똑한 손녀한테 준다는 이야기가 파다했어· 그 애가 똑똑하긴 하지·”

“아···”

“아버님은 한번 불황을 겪고 난 뒤 위기가 찾아올 때 자신을 도와줄 파트너가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걸 느끼셨어· 사모펀드를 운영하는 아주버님쪽이 많은 도움을 주면서 그런 생각이 더욱 굳어지셨지· 내 친가는 아무 도움도 못 됐고·”

“그래서 현금부자인 곳과 사돈을 맺으려고 하는군요·”

“맞아· 그런데 갑자기 태민이 자식이 등장했네? 어떻게 처리할지는 모르겠지만 조금 골치를 썩기는 해도 형님을 이기기는 쉽지 않을 거야·”

“그렇군요·”

영훈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송 사장의 말에 다 수긍하지는 않았다·

잠깐이었지만 그 여자의 상을 봤을 때 결코 쉬운 여자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연희는 궁금해 죽겠다는 표정이었지만 자리가 자리였기에 차마 물어보지 못했다·

아마 둘만 있을 때 그 여자에 대해 질문을 퍼부어댈 게 분명했다·

식사를 마치고 다시 병원에 도착한 일행은 병원장을 독대했다·

머리가 하얗게 센 그는 인자한 얼굴로 송은채 사장과 일행을 반겼다·

“어서오십시오· 병원장 노석춘입니다·”

영훈은 그의 얼굴을 보자마자 굉장히 낯이 익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서 봤을까 고민하고 있는 와중 그는 송은채 사장과 인사를 나누고 나머지 사람들에게 자리를 권했다·

“아버님 상태는 어떤가요?”

그는 어두운 얼굴로 고개를 흔들었다·

“죄송하지만 이대로 깨어나지 못하실 수도 있습니다· 저희 의료진은 최선을 다할 생각이지만···”

“그렇군요·”

송은채 사장은 그럴 거라고 예상하고 있었기에 크게 낙담하지 않았다·

오늘 병원장을 방문하는 것도 반드시 살려내달라고 부탁하러 온 건 아니었고 그저 잘 보살펴달라는 말을 하기 위함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서울의 더 큰 병원으로 이송시키고 싶었지만 분명 임지은 사장 쪽에서 반대할 것이기에 말도 꺼내지 않았다·

거제백병원에서 조금 더 낫다는 이곳으로 옮겨온 것만으로도 생색을 낼 게 분명했으니까·

그렇게 형식적인 이야기가 끝나고 나서 송 사장 일행이 나올 때 영훈이 송 사장에게 말했다·

“잠깐 병원장과 대화 좀 나눠도 되겠습니까?”

“응? 왜?”

“다른 건 아니고 알고 보니까 예전에 인연이 있는 분이어서요· 개인적으로 할 이야기가 있습니다·”

기억났다·

십 년도 더 전에 딱 두 번 봤었지만 그 사람이 분명했다·

“응 그래·”

호기심이 가득 찬 연희의 눈빛을 뒤로 하고 다시 병원장실로 들어가니 노석춘 병원장이 왜 다시 들어왔냐는 눈빛으로 쳐다본다·

“안녕하세요· 혹시 예전에 윤주사에 가끔 불공을 드리러 오시던···”

여기까지 이야기했을 때 노석춘 병원장이 무릎을 치며 탄성을 내뱉었다·

“그래! 어디서 봤다 했는데 거기서 봤구만· 그때 그 동자승 맞지요?”

“네 맞습니다· 알고 보니 의사선생님이셨군요·”

“허허··· 일단 앉아요·”

노 병원장은 영훈에게 자리를 권하고는 말했다·

“우리 집사람이 지금도 꾸준히 절에 시주를 합니다· 그때 너무 고마웠어요·”

“아닙니다· 제가 한 일이 있나요· 따님은 잘 지내고 계십니까?”

“그때 스님 말 듣고 유학 보내서 지금 첼리스트로 잘 지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쩐 일이에요? 그 용하던 동자승이 회사에 있다니·”

“거 참 동자승 아니라니까 자꾸 동자승이라고 하십니다· 머리도 안 깎는 스님이 있습니까?”

“승복을 입고 절에 있으면 다 스님 아닙니까? 뭐 그렇다 치고 이제 회사원이 다 된 겁니까?”

“네· 이제 속세로 나와 어엿한 회사원이 되었습니다·”

“아주 딴 사람 같네요· 보기 좋습니다·”

노석춘 병원장은 환하게 웃으며 속세는 어떠냐는 둥 회사 생활은 할 만하냐는 둥 물어보다가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그런데 혹시···”

“네?”

“지금도 사주를 보십니까?”

“죄송합니다· 이제는 사주를 보지 않습니다·”

“허허··· 이런···”

“힘드신 일이라도 있습니까? 사주는 보지 못하지만 회사원의 신분으로 도와드릴 수 있는 일이라면···”

영훈은 이미 그가 지금 어려운 지경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처음 그의 사주를 봐주었던 순간부터 말이다·

< 부산에서 생긴 일(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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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fice Worker Who Sees Fate

Office Worker Who Sees Fate

Score 8.5
Status: Completed Released: 2022
A child born to become a shaman with the fate of putting the world in chaos. To let go of his greed and refuse god, he’s trying to become an ordinary office worker. Choi Yeonghoon, the one who can see destiny through physiognomy (face fortune reading) and fortune telling. Will he succeed in becoming an ordinary office wor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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