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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fice Worker Who Sees Fate Chapter 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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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형준 상무의 싸움(2) >

영훈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그런데 대국할 사람은 상무님입니다· 제가 참여하면 반칙이 되죠·”

“알아· 훈수만 해달라는 뜻이야·”

“훈수를 하려면 상대하는 기사의 실력도 알아야 합니다·”

“엄살피지 말고 제대로 말해· 할 수 있어? 없어?”

영훈은 잠시 고민하다 말했다·

“만나봐야 알 것 같습니다·”

“어차피 네 정보라인으로 알아보는 거 아니야? 꼭 만나야 하는 거야?”

형준으로서는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도 모르는 자신에 대한 사실을 알아낸 불가사의한 정보력이 있는데 왜 굳이 만나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다·

“정보는 제가 내리는 판단을 뒷받침하는 근거일 뿐입니다·”

“더럽게 까탈스럽네· 사흘 뒤에 서강대학교에서 국제금융시장의 흐름에 관한 특강이 있어· 신영은행 관계자도 몇몇 참석할 거고·”

“거기에 우리가 참석하는 건 뭔가 어색합니다·”

“아니야· 재학생들만을 상대로 하는 강연이 아니거든· 실제 대기업 임원이나 중소기업 사장들도 꽤 많이 참석해· 거기에 네가 참석한다고 한들 전혀 이질감이 없을걸?”

“흐음···”

“오히려 좋은 기회일걸? 인맥 넓히려고 일부러 대학원 과정 밟는 사람들 많아·”

“가서 강연만 듣고 끝나는 거면 큰 의미가 없을 수 있습니다·”

“독대하는 자리를 만들어 달라고? 그건 아무리 나라고 해도 힘들어· 아직 부행장으로 임명된 것도 아닌데 내가 먼저 접근하는 것도 웃기잖아? 아! 특강이 끝나고 특강에 참여한 사람들과의 회식이 있어· 이미 거기에 참석하는 사람들은 정해져 있는데··· 네 여자친구가 그 특강에 참석하면 내가 특강 이후 회식 참

석 리스트에 넣어줄 수 있어·”

“상무님이 어떻게 넣어줍니까?”

“그 특강 우리가 진행하는 거거든· 말했잖아 신영은행 관계자도 참석한다고·”

“아··· 알겠습니다·”

“그럼 그건 됐고··· 난 뭘 해줘야 되나?”

“아직 해줄 건 없습니다· 현진중공업과 주식 교환을 해야 하는데 확정된 게 없어서 지금 당장 결정해야 할 건 없습니다·”

“공짜로 해줄 놈은 아니고··· 어차피 언제가 됐든 내가 네 부탁을 거절할 수 없다는 건가?”

“꼭 그렇게 생각하실 것까지야 있습니까? 상무님과 저는 한 배를 탄거나 마찬가지인데 도와드릴 수 있다면 도와드려야죠· 다만 말씀드렸듯이 제가 모든 걸 해결해주지는 못 합니다· 해결책을 찾는다면 실행은 상무님이 하셔야 할 것이고 해결책을 찾지 못한다면 저도 어쩔 수 없습니다·”

“그럼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형준 상무는 다시 혼자서 자작으로 술을 들이킨 다음 연희에게 시선을 돌렸다·

“네 할아버지가 쓰러지면서 말들이 많이 나오고 있어·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김태민 상무를 그룹 후계자로 보고 있는 건 알 테고· 그래서 이대로 계열사 분리를 끝내버리면 현진물산과 관광 건설 쪽 투자자들은 이제 너를 주목할 수밖에 없어· 무슨 말인지 알아?”

“내 남편이 될 사람을 주목할 거라는 거야?”

“그렇기도 하고 너의 능력을 평가할 거라는 이야기야· 지금도 이미 물산과 중공업이 완전히 갈라섰다는 평가가 대부분인데 그래도 송은채 사장에 대한 평가는 아직 지켜봐야 한다는 쪽이야· 여자를 비하하는 게 아니라 지금까지 재벌 기업을 맡았던 여자 CEO치고 좋은 성과를 거둔 CEO는 많지 않았거든·”

“그러니까 주식 떨어질까 봐 걱정이다?”

연희는 쌍심지를 치켜 떴다·

하지만 형준은 당연하다는 듯 무겁게 말을 이었다·

“솔직히 그래· 현진관광을 인수한 다음 이제 어떤 인수합병 하나 없이 상사 업무에 주력하겠다면 모르겠어· 그런데 그럴 거야?”

“그건···”

“외부에서는 지금도 현진물산의 이번 기습적인 인수에 대해 아직 어떤 평가도 내리지 못하고 있어· 현진물산 경영진의 의도를 모르니까· 어쨌든 지금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고 있다는 건 알고 있어야 해· 그래서 만약 최 과장이랑 결혼할 생각이면 빨리 발표해줬으면 좋겠다는 거야· 이 모든 일을 주도하고 있는 사

람을 최 과장으로 내세우면 보기는 그럴 듯하거든· 아니면 송은채 사장의 추진력을 더 내세우든지·”

“아니 저기···”

영훈이 뭐라 말하려 하자 형준이 손을 들어 막는다·

“이건 대주주로서 조언하는 거야· 당장 결혼을 발표하라는 건 아니지만 이제 진지하게 생각을 해봐야 할 거라는 거야·”

영훈은 벌써부터 투자기관에서 그렇게 생각한다고 하니 조금 답답해졌다·

솔직히 지금까지 한 일은 집안싸움이나 마찬가지였지만 군산조선소와 해주조선해양 인수는 현진관광 인수와는 급이 다르다는 걸 알고 있었다·

이 부분은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확실히 형준의 이야기도 일리가 있기는 했다·

“생각해보겠습니다·”

영훈의 대답에 형준이 피식 웃더니 사과 하나를 집어 먹으며 말했다·

“전에 정치권이랑 엮어서 준비하고 있는 게 있다고 했지? 뭘 하든 잘해야 할 거야· 이번에 현진관광에 들어와 있는 주주들 중에 영향력이 상당한 사람들이 많아·”

“그 사람들 결국 우리 덕분에 돈 번 사람들 아닙니까?”

“그래서 더 주목하는 거야· 내 돈을 더 불려줄 사람인지 아닌지 얼마나 궁금하겠어?”

“생각해보니 그렇겠군요·”

형준은 웃으며 술을 마시다가 장난식으로 연희에게 말했다·

“우명그룹에서 너를 탐낸다는 소문이 들리던데?”

연희는 대수로울 것 없다는 듯 대답했다·

“응 창훈이는 나랑 대학동기였고 몇 번이나 프로포즈 했었거든· 우리 엄마 통해서 만나게 하자고 연락 왔었는데 내가 거절했어· 그런데 왜?”

“혹시 만나면 안 되냐?”

영훈의 미간이 찌푸려졌고 연희는 그게 무슨 개소리냐는 듯 되물었다·

“내가 지금 누구랑 만나고있는지 모르는 거 아니지?”

“알아· 그러니까 둘 다 흥분하지 마·”

“그러면?”

형준은 영훈에게 시선을 돌리곤 말했다·

“우명그룹의 막내딸이 이제 올해 대학 4학년이야· 미술을 전공했고 모친 닮아서 화랑 하나를 물려 받을 것 같다고 하네·”

“그 여자를 만나고 싶은 겁니까?”

“단순하게 할아버지를 통해 선자리를 만들면 아무 문제가 없는데 아직 어려서 그런가 그런 식으로 만나는 건 원하지 않는다고 하더라고· 어이가 없어서··· 혹시 그 우명그룹 아들이랑 친해져서 소개 좀 시켜줄 수 있나 했지·”

“헐··· 지금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 거야?”

“농담이야· 근데 창훈이라는 사람이랑 친분 있으면 그 아가씨 소개시켜줄 수 있어?”

“동생은 만난 적 없기는 한데 연결시켜주는 거야···”

이때 영훈이 말했다·

“다른 여자를 찾는 게 좋을 겁니다·”

“응? 왜?”

“우명그룹의 배경 때문에 그 여자를 찾는 거라면 다른 여자를 찾는 게 좋을 겁니다·”

영훈이 한 이야기를 똑같이 반복하자 형준의 표정이 굳어졌다·

이미 몇 번이나 겪어봤었다·

그가 이렇게 진지하고 단호하게 말한다면 분명 이유가 있다는 걸 말이다·

“이유가 뭔데? 혹시 우명그룹에 무슨 문제라도 생기나?”

“이유는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그리고 조금 더 말씀드리자면 상무님은 지금 여자를 만날 때가 아닙니다·”

“그건 또 무슨 소리야? 내가 지금 어떤 상황인지 알잖아· 나 혼자만으로는 힘에 부칠 수 있어· 우명그룹 회장 정도 되는 장인어른이 있으면 상황이 많이 달라질 거야·”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이릅니다·”

“정확히 말 안 할 거야?”

“하여튼 그렇게만 아시면 됩니다· 지금은 아버지만 생각하세요· 어설픈 동반자는 가끔 없으니만 못할 때가 있습니다·”

형준은 영훈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무시할 수는 없다·

다른 누구도 아닌 영훈의 말이었기 때문이다·

“완전히 이야기를 하지 않는 건 이유가 있어서겠지?”

“나중에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될 겁니다·”

“씨발 무슨 도사랑 이야기하는 것도 아니고··· 일단 알았어·”

형준은 그렇게까지만 이야기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실 겁니까?”

“그럼? 눈꼴시려운 커플 앞에서 혼자 술이나 계속 마실까?”

“훗··· 알겠습니다·”

형준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나갔다·

그가 나가자 연희가 물었다·

“우명그룹이 현진중공업에 손 댔다가 망할까봐 그랬어요?”

“아닙니다· 손해를 보겠다고 생각할 뿐이지 얼마나 손해를 볼지는 저도 모릅니다· 우명그룹 회장 얼굴도 사주도 모르는데 모를 수밖에요· 다만 이형준 본부장의 사주 때문에 그렇습니다· 본래 여자를 많이 좋아하는 편인데 여자와 구설수는 항상 같이 따라다닙니다· 지금 상황에서는 피해야 하죠·”

“지금이 어떤 상황인데요?”

“음··· 이형준 상무에게는 중요한 시기라고만 알고 계시면 됩니다·”

“치··· 그럼 그건 넘어가고 가볍게 만나는게 아니고 진지하게 만나는 것인데도 피해야 해요?”

“남자든 여자든 이성을 피해야 할 때는 확실하게 피하는게 좋습니다· 구설이라는 게 언제 어떤 방식으로 나오는지는 나도 알지 못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그제서야 내막을 알게되죠·”

“어후~ 어쩐지 여자 많이 밝히게 생겼더라구요· 딱 느낌이 왔어·”

문득 궁금증이 생겼다·

“그럼 난 어떤 느낌이었습니까?”

연희는 배시시 웃었다·

“솔직히 첫인상은 사기꾼 같았는데··· 내 선입견이었지· 그 다음에는 선비 같았어요· 조선시대 선비· 딱 그 느낌이었어·”

“그래서 별로 였습니까?”

“난 선비 좋아요· 가끔 답답하긴 한데 먹물 냄새 가득한 그거 나쁘지 않은 것 같아· 변하지 않을 것 같거든요·”

연희는 맥주잔을 들어올리더니 자그만 입으로 속삭였다·

“짠!”

“짠·”

둘은 잔을 마주치고 웃었다·

*

서울로 올라오고 사흘이 지났다·

임창호 회장은 아직도 깨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었고 영훈이 부탁했던 일은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고 들었다·

조재민 의원은 군산에서 개소식을 열고 본격적으로 조직을 모으기 시작했으며 드디어 광주광역시 봉선동 아파트 시공권 입찰 결과가 발표됐다·

[현진건설 7천억 시공권 따내!]

[애물단지 헤성기업이 복덩이 현진건설로 변한 이유]

[지방 부동산 시장을 뒤흔들 고가 아파트 분양 과연 성공할까?]

현진건설이 시공권을 따내자 갖가지 기사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현진건설의 주가는 발표 당일 상한가를 찍으며 고공행진을 시작했고 현진건설을 소유한 현진물산의 주가도 당일 10%가 넘는 급등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렇게 경사스러운 때 영훈은 신촌 부근의 서강대 입구를 지나고 있었다·

정문을 지나 적당히 경사진 언덕을 걷는 발걸음에 맟줘 연희도 따라왔다·

본래 주차장에서 내릴 예정이었는데 영훈이 정문이 보이는 곳에서 내리겠다는 말에 그녀도 따라 같이 내렸다·

“캠퍼스를 걷고 싶었어요?”

“네 많이 궁금했거든요·”

학교 생활을 해본적 없는 영훈으로서는 TV에서만 보던 대학 생활이 얼마나 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적당히 가벼운 가방을 한쪽 어깨에 메고 두꺼운 책을 한 손에 들고 드넓은 캠퍼스를 가로지르는 그들이 얼마나 부러웠는지·

이제는 서른을 넘은 나이라서 자신을 스쳐 지나가는 젊은 저들처럼 될 순 없겠지만 그래도 같은 장소를 걷는다는 것만으로도 뭔가 소원 하나를 이룬 것처럼 느껴졌다·

“솔직히 학교 다니면 너무 괴롭고 힘든데 당신에게는 그것도 부러운 일이었겠죠?”

“맞습니다·”

“오늘 강의가 기대되네요· 개인적으로는 무지하게 졸려서 당신이 대학 강의에 대한 편견을 가지게 되면 좋겠어요· 그럼 조금이라도 덜 부러울 테니까·”

영훈은 대답 대신 빙그레 웃었다·

그렇게 천천히 걷다가 특강 강의실이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문앞에 오늘 강의의 주인공인 마석대가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 누군가는 연희와 영훈을 알아보고는 급하게 달려와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신영은행 최일제 과장이라고 합니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리로···”

그는 연희와 영훈을 능숙하게 마석대 앞으로 이끌고는 인사시켰다·

“여기는 현진물산 송은채 사장님의 따님인 임연희 씨입니다· 여기는 현진물산 비서실의 최영훈 과장님· 두 분다 마석대 씨의 강의를 무척 듣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아··· 이렇게 젊은 분들이 저를 알고 계셨다니 이거 영광입니다·”

이렇게 해줄 수 있다는 걸 알았다면 굳이 회식까지는 가지 않아도 될 걸 그랬다는 생각을 하며 영훈이 악수하고 인사를 나누었다·

그리고 간단히 형식적인 대화를 나누다 강의실로 들어가 앉는데 연희가 속삭이며 물었다·

“관상이 어때 보여요?”

영훈은 대답 대신 단상으로 올라오는 마석대를 찬찬히 살폈다·

그리고 천천히 대답했다·

“이형준 상무가 고생 좀 하겠습니다·”

*

그 시각 형준은 신영금융지주 부회장실로 불려가 있었다·

“요즘 아주 열심히 하는 것 같아서 보기가 좋다·”

이세준 부회장은 따스한 눈길로 형준을 바라보았지만 형준은 웃음을 보이면서도 솜털까지 곤두세우며 바짝 긴장하고 있었다·

그런 형준을 바라보던 이세준 부회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형준에게 다가와 어깨를 다독이며 말했다·

“이사회에서 너에 대해 이야기가 나오던데··· 혹시 벌써부터 은행장이 되고 싶은 거냐?”

형준이 황망히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그렇지?”

“그럼요· 아직 배워야 할 게 많은데요·”

“안 그래도 내가 자리를 만들어뒀다·”

“네? 은행에 온지가 얼마나···”

“우리가 지금 베트남에 얼마나 신경을 많이 쓰는지 알고 있지? 앞으로 우리 신영은행의 미래는 베트남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네가 가서 신영은행을 베트남 제일의 은행으로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형준은 격동하는 마음을 들키지 않기 위해 사력을 다했다·

이세준 부회장의 따스한 눈빛이 자신을 덮치기 위해 바짝 엎드린 맹수의 눈빛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 이형준 상무의 싸움(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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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fice Worker Who Sees Fate

Office Worker Who Sees Fate

Score 8.5
Status: Completed Released: 2022
A child born to become a shaman with the fate of putting the world in chaos. To let go of his greed and refuse god, he’s trying to become an ordinary office worker. Choi Yeonghoon, the one who can see destiny through physiognomy (face fortune reading) and fortune telling. Will he succeed in becoming an ordinary office wor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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