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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niscient First-Person’s Viewpoint Chapter 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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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39

회귀자는 시아티를 면밀히 관찰하고는 말했다.

“흑마술이네.”

회귀자의 평가는 정확했다.

포신과 자기 손가락을 동조한다. 그리고 손가락을 꺾는다. 그러면 포신도 꺾인다.

부두 인형의 저주와 비슷하나 다르다.

부두 인형은 상대방의 신체에 위해를 가하기 위해 제물을 쓴 인형과 동조하지만 시아티의 경우 역으로 자기 신체를 제물로 바쳐 적의 무기 혹은 장비를 망가뜨리는 데 사용한 것이다.

손가락 당 한 번이니까 총 열 번만 쓸 수 있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긴 하지만….

이럴 수가. 방금 깨달았는데. 시아티는 외팔이니까 다섯 번 밖에 못 쓴다! 흑마술도 장애인을 차별한다니. 너무 불공평하잖아!

‘레지스탕스의 일부가 흑마술을 익혔다는 건 알지만… 갑자기 이러니까 또 의심스러워지네. 이건 괜한 의심이긴 한데.’

회귀자는 나를 미심쩍게 바라보았다.

“야 네 친구 흑마술을 익힌 모양인데. 네가 알려준 거야?”

“이건 무슨 뜬금없는 소리예요? 제가 알려줄 턱이 있나요. 저건 지가 알아서 배운 거예요.”

“어디서?”

“어디서인지는 잘 몰라요. 하지만 이상할 건 없잖아요?”

나는 태평하게 운전을 계속하며 중얼거렸다.

“군국이 쓰는 마법 태반이 저런 종류인데.”

“…그건 그렇지.”

설명할 필요가 없어서 다행이다. 온갖 것을 경험해온 회귀자라 내 말만으로도 쉽게 수긍했기에.

시아티와 공주를 태운 백마가 위풍당당하게 돌아왔다. 개선장군의 모습이었다.

친구의 상처를 신경 쓰느라 웃지 못하는 공주와는 달리 시아티는 싱글벙글하고 있었다. 손가락이 꺾인 고통보다는 적의 포신을 꺾어서 얻은 기쁨이 몇 배는 더 큰 듯했다. 마음 속 저울이 어떻게 되어먹은 건지.

하긴 저울추가 고장났으니 흑마술을 쓸 수 있고 흑마술을 쓰는 거겠지.

그러나 가만히 묶여있던 히스토리아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그녀는 백마가 돌아오자마자 짐칸에서 뛰쳐나와서는 성큼성큼 자동마차 위를 걸어왔다.

이 사람들은 전속력으로 달려가는 마차를 아주 맨땅처럼 걸어 다니네. 특히 히스토리아 너. 밧줄에 묶인 사람이 그렇게 걸어다니는 거 아니야. 밧줄이 슬퍼한다고.

어쨌건 히스토리아는 얼굴을 찡그린 채 시아티의 왼손 장갑과 그 안에서 흉측하게 부었을 새끼손가락을 노려보았다.

“시아티. 네 손가락.”

“아 알아줬구나!”

만면에 가득 미소를 지은 시아티는 장갑을 낀 왼손을 내밀며 자랑스레 대답했다.

“어때. 히스토리아? 이제 나도 조금은 쓸모가 있지? 예전의 내가 아니야. 이 처참한 몸이라도 이렇게 쓰면 적에게 조금이라도 타격을 줄 수 있어. 나는 그때처럼 무력하지 않아.”

“흑마술이잖아. 그만둬. 너를 상처입힐 거야.”

히스토리아의 적절한 조언에 시아티는 웃음을 싹 거두고는 고개를 갸웃했다.

“네 입에서 그런 말이 나와도 돼? 군국의 육장성씩이나 되시는 분이?”

“…내가 육장성인지 아닌지는 관계없어.”

“관계가 없긴. 군국이 흑마술을 욕할 처지가 아니잖아? 군국이 가르쳐준 마법 제식 마법은 흑마술의 일종이면서?”

입을 꾹 다문 히스토리아를 보며 시아티는 눈을 가늘게 떴다.

“설마 몰랐다고 말할 셈이니 히스토리아?”

마장이 만들어낸 마법 계통 제식 마법.

그러나 여기에는 약간 의문이 따른다. 마장은 군국이 나타나기 전만 하더라도 제 마법 하나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요령이 없는 마법사였다.

그런 마장이 어떻게 제식 마법을 창안할 수 있었을까.

시아티의 입에서 그에 대한 설명이 흘러나왔다.

“제식 마법을 쓰면 신체가 그 대가를 받아. 불꽃 마법을 쓰면 타고 물 마법을 쓰면 얼어붙거나 불어터지지. 하다못해 빛 마법조차도 피부가 새카맣게 그을리는 문제가 있어. 이를 막기 위해서는 대가를 감당할 수 있을 만큼만 아주 약하게 마법을 쓰든가… 그만한 가치를 지닌 제물에게 대가를 떠넘길 수밖에 없어.”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온갖 지식을 두루 섭렵하던 마장은 흑마술에서 그 답을 찾아냈다. 정확히는 마법의 대가를 대신 지불하는 흑마술의 요령을 자신의 마법과 결부시켰다.

그 과정에서 나온 것이 제식마법.

특별한 것을 평범하게. 이 나라의 기틀을 잡아준 7대 발명 중 하나.

“마법의 대가로 몸을 쓴다. 군국이 만들어낸 제식 마법은… 재능 없는 이를 위해 준비한 자기 몸을 제물(祭物)로 바쳐서 사용하는 제식(祭式) 마법. 위력과 대가를 극도로 줄이는 방식으로 가공했지만 어쨌든 평범한 이에게는 불가능할 기적을 신체의 손상을 대가로 허락하는 일종의 흑마술이지.”

‘덕분에 이 흑마술을 익히기도 쉬웠고. 킥 군국이 나에게 무언가를 주긴 했네.’

마법은 자기 세계의 발현. 세상을 덧씌우는 그 행위에 대가의 지불이라는 개념은 없다. 처음에 세상에 떨칠 때 마력이란 자원을 소모하긴 하지만 한 번 이뤄지고 나면 저절로 유지된다.

그에 반해 매번 대가를 요구하는 제식 마법은… 따지자면 흑마술과 닮았다.

뭐 그뿐이랴. 남쪽 수해에서 만들어낸 키메라 콩도 이름에 키메라가 왜 붙었는데. 군국이란 나라는 금기의 위에 지어진 나라인 것이다.

히스토리아는 소극적으로 제식마법을 변호했다.

“…달라. 제식마법과는 달리 흑마술은 너도 상대방도 다치게만 해. 강한 원념과 증오가 있어야 해서 사용자의 심성을 갉아먹고.”

“후핫! 히스토리아. 나를 걱정해주는 거야? 육장성씩이나 되시는 분이 레지스탕스 졸병인 나를? 그러면 나보고 어쩌라고? 대신 네가 대포를 부수기라도 하게?”

시아티는 한껏 비꼬려고 했던 말이었으나 히스토리아는 냉큼 고개를 끄덕였다. 덕분에 시아티도 잠깐 할 말을 잃었다.

“육장성이 군국의 무기를? 장난해?”

“…어차피 제복 벗고 있으면 아무도 몰라. 내 얼굴을 직접 마주한 이는 그리 많지 않으니까.”

“하긴 꼴만 보면 묶이길 좋아하는 웬 변태가 기행이나 벌이는 줄 알겠네.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시아티는 일언지하에 거절하려던 때였다. 둘의 대화를 듣던 공주가 우물쭈물하다가 눈을 꾹 감고는 말했다.

“저 시아티! 다음번에는 저분이랑 갈게요! 시아티는 뒤쪽에서 쉬고 있어요!”

‘흑마술이든 뭐든 상관없지만 매번 손가락을 꺾어서야 흉이 지고 말 거예요…! 다치지 않는 방법이 있다면 그걸로 하죠!’

정작 히스토리아의 말은 공주를 설득하고 말았다. 믿었던 공주에게 배신당하자 시아티는 아연실색해서는 그녀를 다그쳤다.

“공주님? 저건 육장성이야. 군국의 중역이라고요. 저렇게 묶인 상태에서도 엄지발가락으로 공주님을 제압하고 적진을 향해 유유히 다가갈 수 있는 괴물인데 뭘 믿고요?”

“믿음에는 믿음으로 보답해야 하는 법이에요! 저는 저분의 심성을 믿어요!”

“내가 말했잖아요. 공주님과는 달리 저건 약자에게는 아무런 관심이 없어. 차라리 군국을 믿지 그래요? 안 돼. 적에게 맡길 수는 없어요.”

시아티는 완강히 거부했으나 고집 세기로는 공주도 만만치 않았다. 공주는 허리를 앞으로 숙여 백마의 말을 듣는 척했다.

“네? 셀피 뭐라고 했어요? 시아티를 더는 등에 태우기 싫다고요?”

주인의 뜻을 알아차린 영리한 백마가 그에 호응하여 히히힝- 하고 울었다. 음음 신음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인 공주는 시아티를 향해 외쳤다.

“셀피도 시아티는 그만 태우고 싶대요! 그렇죠 셀피?”

히힝!

충성스러운 말은 아름다운 주인의 의중을 정확히 짚었다. 인마가 함께한 삼류 연극에 시아티는 어이가 없어졌다.

“잠깐. 공주님….”

“아아 안 들려요! 어쨌든 다음 순서는 히스토리아 총사님! 가실 거죠!”

히스토리아는 굳게 고개를 끄덕였다.

적의를 피해 가는 능력은 고집도 통하게 해주는 걸까. 고집을 부리는 공주 상대로는 시아티도 어쩔 수 없었다. 다음번에는 히스토리아가 나가는 것으로 정해졌다.

“저 언덕 반대편에 매복이야!”

때마침 정찰을 나갔던 회귀자가 매복 부대를 발견했다. 아까보다도 더욱 큰 규모의 부대 더 많은 대포가 고지대에서 우리 자동마차를 노리고 있다고 전했다.

규모가 심상치 않아 회귀자가 나설까 했으나 그녀는 어떤 공격에도 대응이 가능한 다용도 최종 방어선이다. 그녀보다는 별동대를 운영하는 편이 낫다.

절대 내가 위험해서가 아니다. 암.

약간의 실랑이 끝에 히스토리아와 공주가 출동하기로 했다. 공주는 자기 뒤쪽에 다리를 모으고 걸터앉은 히스토리아를 곁눈질하며 애매한 미소를 지었다.

‘아 아아. 뭐 시아티의 몸을 진정으로 걱정하시던 분이니. 해를 끼치진 않겠죠…! 에잇 괜한 걱정하지 마요 예리엔! 원래 이런 믿음에는 믿음으로 보답해야 하는 법이에요!’

굳게 각오를 다진 공주가 히스토리아를 향해 살며시 인사했다.

“아 하하. 자 잘 부탁드려요 소장님…?”

“…앞까지 데려다만 줘.”

“네! 물론이죠! 그런데 저기 묶인 상태에서 위험하지 않으시겠어요? 셀피가 나긋하고 얌전한 아이긴 하지만 전력으로 뛰면….”

“묶인 상태라도 두 발로도 설 수 있으니까 걱정 말고.”

“오르막인데 흔들리기라도 하면….”

“걱정이 많네. 레지스탕스 수장. 그렇게 걱정 많으신 분이 시아티 손가락 꺾이는 걸 매번 바라만 보고 계셨나.”

아픈 부분을 찔린 공주는 채찍에라도 맞은 듯이 펄쩍 뛰었다.

“죄 죄송해요오 빨리 갈게요!”

공주가 박차를 가했다. 백마는 금새 최고 속도에 도달했다.

백마 셀피는 자동마차보다 빨랐다. 비교할 게 우리 자동마차밖에 없어서 그렇지 과장을 좀 보태면 땅거미가 지는 속도보다도 빠를 것 같았다. 우리가 대포의 사선에 들어가기도 전에 백마는 적 부대 근처까지 도달했다.

“총사님? 얼마나 더 갈까요?”

“충분해.”

가까이 다가가자 다리를 모아 앉은 히스토리아는 그대로 엉덩이를 미끄러뜨려 땅으로 떨어졌다. 전속력으로 달리는 와중 심지어 양팔이 묶인 채로 땅으로 내려앉는 히스토리아의 모습은 매우 불안정해 보였으나.

콰득.

양발을 땅에 콱 박은 히스토리아는 말에서 달려오던 속도 그대로 달려나갔다. 그녀를 태우고 왔던 셀피조차도 흠칫거릴 속도였다.

“뭐 뭐 뭐야!”

“묶인 여자가 저희를 공격하고 있습니다…!”

“포로가 아니었나? 막아!”

하지만 묶여있어도 육장성이다. 땅을 세차게 밟고 뛰어나간 히스토리아는 긴 다리를 쭉 뻗었다. 그녀는 높은 바위를 단숨에 뛰어넘어 대포를 향해 일직선으로 달렸다.

장교복을 입은 누군가 검을 들이밀었다. 공격보다는 적의 접근을 저지하고픈 움직임이었다. 히스토리아는 발끝으로 손잡이를 톡 차내는 동시에 허공에서 궤적을 비틀어 뒤꿈치로 턱을 살짝 건드렸다.

그뿐인데 장교의 눈빛이 몽롱해지더니 곧 풀썩 쓰러졌다. 히스토리아는 그의 머리가 땅에 닿기도 전에 저만치 달려나갔다.

“마 막아!”

순식간에 대포까지 다가간 그녀는 몸을 빙글 돌리며 그대로 대포를 걷어찼다. 그러자 조금 뻔한 일이 일어났다. 굉음이 울리며 대포의 포신이 옆으로 뚝 꺾여 덜렁거린 것이다.

나는 그 광경을 차분히 바라보며 말했다.

“흑마술로 포신을 꺾는 게 상식적일까요 아니면 발차기로 포신을 꺾는 게 상식적일까요?”

“운전자가 앞을 보는 게 상식적이지! 구경하지 말고 핸들을 꺾어!”

회귀자의 대답은 너무 상식적이라 재미가 없었다.

그동안 히스토리아는 방어 병력을 최소한도로 무력화시키며 대포만 골라서 부수었다. 손가락 까딱할 필요도 없이 발로만 대포를 부순다. 당황한 군인들이 포구를 돌렸지만 그녀의 속도를 따라잡진 못했다.

하지만 목표가 너무 뻔했던 탓일까. 마지막 대포를 지키려고 군인들이 모여들었다. 그중 장교복을 입은 빼빼마른 사내가 히스토리아 앞을 가로막았다.

“거기까지다!”

동선을 몸으로 막자 히스토리아가 잠깐 주춤했다. 장교는 넓적한 시미터를 히스토리아를 향해 겨눴다.

“대단한 실력이군…! 겉으로만 보기엔 군국 육장성 총사 님의 나이 정도밖에 되지 않는 것 같은데!”

그건 오늘 하루 히스토리아가 받은 공격 중 가장 강력한 것이었다. 히스토리아가 헛다리를 짚고 비틀거리는 사이 장교는 그 모습을 보고 의기양양하게 소리쳤다.

“하지만 어림없다! 불세출의 천재 히스토리아 소장님에 비하면 너의 재능은 일천할 뿐! 군국은 만만치 않다! 양팔이 묶인 채로는 이길 수 없다는 걸 군국 소령 지란트가 알려주도록 하지!”

지란트 소령이 호기롭게 나섰다.

하지만 어림도 없었다. 상대가 육장성이라면 양팔이 묶인 채로도 이길 수 있다는 것을 히스토리아가 그 몸에 친히 알려주었다. 발등으로 군도를 쳐내고 그 발로 소령의 복부를 걷어차는 것으로 전투는 끝났다. 조금 안쓰러울 정도로 허망한 결과였다.

“제 길. 지키지 못해… 죄송합니다…!”

장교는 그 말을 끝으로 혼절했다. 사기가 떨어진 병사들이 장교를 보살피며 이를 악물었다.

“소령님이 당했다!”

“변태 자식…! 묶인 채로도 이길 수 있다는 것을 과시하는 건가!”

“우리를 얕보는 거냐…! 악취미는…!”

“제기랄! 육장성이 우리에게 있었다면!”

히스토리아는 하고픈 말이 많은 모양이었지만 할 수 없었다. 말을 삼키고는 혹시나 알아보는 사람이 나올까 봐 고개를 푹 숙이고 달려가서 화풀이로 대포를 냅다 걷어찼다.

육장성의 화풀이는 어마어마했다. 장교가 애지중지 지키려고 했던 대포는 사정없이 찌그러지는 거로도 모자라 포신은 아예 떨어져나갔다.

그 어마어마한 위용에 군인들은 저항할 의지를 잃었다.

“…야 그런데 뭔가 소장님을 닮지 않았냐? 옛날에 먼발치에서 봤던 것 같은데.”

“뭔 밑도 끝도 없는 개소리야? 소장님이 변태도 아니고 묶인 채 우리를 공격할 리 없잖아!”

“그렇지?”

그리고 히스토리아는 공격할 의지를 잃었다. 겁먹은 군인들을 내버려 둔 채 히스토리아는 냅다 도주했다. 적이 아니라 수치심과 당황으로부터.

이제 군국에는 셔츠 한 장 바람으로 묶인 채 저들을 공격한 의문의 여고수 전설이 내려오겠네. 좀 재밌어졌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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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niscient First-Person’s Viewpoint

Omniscient First-Person’s Viewpoint

OFPV, 전지적 1인칭 시점
Score 9.2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1 Native Language: Korean
I, a mere con artist, was unjustly imprisoned in Tantalus, the Abyssal Prison meant for the most nefarious of criminals, where I met a regressor. But when I used my ability to read her mind, I found out that I was fated to die in a year… and that the world would end 10 years la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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