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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niscient First-Person’s Viewpoint Chapter 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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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42

아주 당연한 말이지만 과병의 톱니바퀴가 이 땅 전체에 깔려있지는 않다. 그의 톱니바퀴는 감시탑에서 시작하여 로프처럼 한 줄로 도로 곳곳의 장치에 연결 되어있기만 할 뿐이다.

땅 전체를 톱니바퀴로 뒤덮는 건 그건 비합리적이기 이전에 불가능하다. 얼마나 대단한 톱니바퀴든 결국 힘이 가해지는 곳은 요철의 말단이며 과한 힘은 끄트머리부터 문드러지게 만든다.

톱니바퀴를 조립하는 일이란 분배의 문제. 모든 구성요소를 딱 부러지지 않을 정도로 혹사시키는 것이야말로 효율의 극치에 다다르는 길.

이런 과병이 군국의 체계를 조직하는 데 일부 손을 댔다는 것도 그리 놀랄 만한 일은 아닐 것이다.

병과. 학교. 조직 체계. 무기. 장치.

정밀한 설계를 필요로 하는 모든 것들.

실제로 해낸 이들은 따로 있으나 그것을 설계한 사람은… 이 나라에서 자기 이상을 마음껏 추구한 이 과병 막시밀리앵.

그는 한참 멀리 떨어진 감시탑에서 손가락 하나로 톱니바퀴를 조종했다.

이 도로 역시 그의 지배 아래 놓여 있다. 그가 미리 준비해둔 장치가 자동마차를 호시탐탐 노리는 중이다.

나는 솟구치는 함정을 간신히 피하며 느려지는 자동마차의 조종간을 움직였다.

“티르의 힘으로 강화된 자동마차인데 단 한 번에 고장이 나?”

차체가 무거운 자동마차는 위쪽에서 내리누르는 힘에는 강하도록 설계되었지만 아래쪽에서 치고 올라오는 충격에 약하다. 아래쪽에서 쳐올리듯 때리자 넋이 나가버린 것 같았다. 이 점은 인간이랑 별 다를 바 없구나.

자동마차를 이끄는 희미한 소음마저 사라졌다. 우레바퀴가 침묵한 것이다. 자동마차는 아직 관성으로 나아가고 있었지만 머지않아 멈출 것이 분명했다.

이럴 때는 인간의 가장 좋은 친구가 필요하지. 나는 고개를 홱 돌려서 소리쳤다.

“아지야아아아! 개썰매다! 이 자동마차를 끌어!”

회귀자가 딴지를 걸고 나섰다.

“저기 그건 무리 아닐까. 아지는 아직 따라오는 중인데.”

“어째서 그렇게 느린 거죠?”

“네가 용수로에 버리고 갔잖아.”

쳇 왜 아지에게는 쿨타임이 존재하는 거야. 두 번 쓸 수 있으면 좋았잖아.

어쩔 수 없다. 다음 타자로 넘어갈 수밖에 나는 짐칸에 있는 티르를 불렀다.

“티르! 거기 짐칸 바닥을 뒤집어보면 중심에 보면 금빛으로 빛나는 작은 수레바퀴가 하나 있을 거거든요? 한번 보시겠어요?”

[뭐 무어라 했느냐? 어디 수레바퀴?]

티르는 낯선 문물에 당황해서는 허둥거렸다.

쳇 12세기를 살았던 이에게 최신 문물은 무리인가? 이대로 자동마차를 포기하고 우리 발로 움직여야 하나? 그건 아쉬운데.

“시조시여. 이곳을.”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지금 짐칸에는 시아티가 같이 타고 있었다. 시아티는 깍듯하게 티르에게 자동마차의 안쪽 기판을 들어서 보여주었다. 우레바퀴는 언제든지 갈아 끼워야 하는 중요 부품. 티르는 기판 아래에서 빛나는 우레바퀴를 발견했다.

[찾았다. 헛돌고 있구나. 이걸 어찌 해야 하느냐?]

“다시 조립을 해주세요! 살짝 요철에 맞게 집어 넣어주시면…!”

[알겠다.]

티르에게서 긍정의 대답이 나왔다. 됐다. 자동마차 조립이 어지간한 일은 아니지만 세상 어떤 문제든 더 강한 힘이 있다면 해결할 수 있다. 티르의 힘이라면 어긋난 우레바퀴 정도는 충분히 집어넣을 수 있….

우지끈. 자동마차가 옆으로 크게 덜컹거렸다. 갑자기 뻑뻑해진 조종간을 필사적으로 움켜잡으며 나는 독심술로 사태를 파악했다.

티르의 시야에서 그녀의 손 아래 산산조각난 우레바퀴가 보였다. 티르는 우레바퀴를 집어넣으려다가 잘 안 들어가자 힘을 너무 준 나머지 부숴버렸던 것이다. 으스러진 우레바퀴를 손에 쥐고 티르가 안절부절 못하며 말했다.

[휴 사소한 문제가 생겼구나.]

“설마 부러뜨렸나요? 아니죠? 아니라고 해줘요!”

[이것이 생각보다 약했다. 반짝이는 것들은 하나같이 나약하구나. 제 몸을 빛내느라 내실을 다지는데 소홀한 모양이지….]

“변명은 됐어요! 이제 어쩌죠?”

[…그렇게 심각한 문제이더냐?]

“그리 심각하진 않고 자동마차가 아예 멈춰버릴 것 같은데요!”

티르는 잔뜩 풀이 죽어서는 어찌저찌 살려보려고 으스러진 우레바퀴를 끼워 넣었다. 기계장치 내부를 더럽힐 뿐인 헛된 시도였다.

이걸 어쩐다. 우레바퀴 대신 바퀴를 돌릴 게 아지 말고…. 아. 하나 있다. 힘이라고 하면.

나는 숨을 크게 들이쉬고 조종간을 꽉 붙잡았다.

“이가 없으면 잇몸! 티르! 우레바퀴가 부러졌으니 대신 그걸 손으로 돌려주세요!”

[손으로 쥐고 돌리라고?]

“네!”

[알겠다. 내 실책을 만회하기 위해서라면 그 정도는 해야겠지.]

그 대답이 들린 직후.

구르르릉.

자동마차가 심장이라도 붙잡힌 듯 거칠게 울었다. 전신으로 내지르는 비명이었다.

그 직후 자동마차에 몸을 맡긴 모든 이들은 기이한 가속을 겪었다. 본래라면 일정한 속도로 움직여야 할 자동마차가 마치 줄다리기라도 하듯 급가속했다가 슬쩍 풀리기를 반복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선혈의 낙인으로 강화되지 않았다면 이것만으로도 차체가 무너져 내렸을 정도로 격한 움직임. 그리고 위에 올라탄 나를 어지럽게 만들기 딱 좋은 움직임이었다. 

그동안 말에 타고 있던 공주와 히스토리아는 아지를 데리고 우리 뒤쪽으로 따라붙었다. 물에 흠뻑 젖은 아지는 아까보다는 덜 즐거운지 당장 자동마차 위로 올라가서는 그 위에서 몸을 힘껏 털었다. 물방울이 왠지 좀 아프게 내 목덜미를 때린다.

“휴이? 너 지금 시조를 동력으로 쓰는 거야?”

“그래! 자동마차가 아닌 흡혈귀 힘으로 돌아가는 마차다!”

“시조를 바퀴 대신으로 쓰는 건 너무 겁 없는 행동이야. 자칫 그녀의 심기를 거슬렀다간.”

히스토리아가 걱정스러운지 한마디 했으나 그 대답은 티르가 대신해주었다.

[휴! 신기하구나! 내가 뒤에서 미는 것도 아닌데 돌릴수록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야 그런 장치니까. 하지만 티르의 입장에선 꽤 놀라운 발견일 터다.

흡혈귀는 태양 아래 있으면 힘이 약해지고 존재감이 갉아먹힌다. 심장을 되찾은 티르는 그들보다는 좀 낫겠지만 그래도 힘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건 여전하다.

그런데 자동마차 짐칸에 몸을 싣고서 어둠속에서 고작 손을 움직이는 것만으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니. 얼마나 놀라울까. 

“감사합니다! 역시 티르밖에 없어요! 방향은 제가 조종할 테니 티르는 더 열심히 돌려주세요! 그럴수록 더 빨리 가니까!”

[너와 나의 공동작업이로구나…. 후후 알았다.]

“네! 공동작업! 우리끼리 서로 합을 맞추는 거예요!”

[낯부끄럽게 구태여 강조할 필요는 없다…. 충분히 알아들었으니.]

돌아가는 바퀴에 더욱 힘이 실렸다. 자동마차는 잠깐의 가속과 잠깐의 감속을 반복하며 나아갔다.

우레 대신 흡혈귀의 시조라는 동력을 얻은 자동마차가 다시 내달렸다. 속도는 이전보다 빨라졌지만 나도 회귀자도 긴장을 풀지 않았다.

과병이 이토록 먼 거리에서 다리를 끊을 수 있다면 또 다른 무언가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잔뜩 긴장한 채 사방을 두리번거리는 회귀자를 옆에 두고 나는 운전을 계속했다.

그때 무언가를 포착한 회귀자가 다급히 외쳤다.

“조심해! 뭔가 온다!”

“뭔가가 뭔데요?”

“몰라! 하지만 저편에서 톱니바퀴가 돌고 있어!”

“뭔가가 뭔지 모르는데 어떻게 조심해요?”

불평할 새도 없었다. 그 잘 모를 무언가가 곧 정체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조금 특이한 방식으로.

세상이 기울었다.

보통 세상과 나 둘 중 하나가 잘못되었을 때 내 완고한 자아가 내리는 답과는 별개로 잘못된 쪽은 대부분 나다. 커다란 세상이 나 하나를 어찌하기 위해 잘못될 리는 없으니까.

하지만 이건 명백하게 이상했다. 대지는 사실 평평하지 않을 텐데 세상이 기울어지더니 나와 자동마차가 옆으로 미끄러져 떨어지려고 하고 있었다. 사실 이 대지는 평탄했노라 내 어리석음을 비웃듯이.

잠시 혼란을 느끼던 나는 이 상황을 명쾌하게 해결할 수 있는 간단한 결론을 얻었다. 땅도 멀쩡하다. 나도 멀쩡하다. 그냥 내가 디딘 이 부분만 잘못된 것이다.

“도로가 기울고 있어요!”

키릭키릭 톱니바퀴 비틀리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렸다. 이 도로 밑바닥을 지탱하는 통짜 블록. 톱니바퀴가 움직이자 블록이 몸을 뒤집으려고 하고 있었다.

몸과 자동마차가 점차 옆으로 미끄러진다. 경사면은 절벽이라 부를 수 있을 각도로 변해갔다. 그 때문에 자동마차 위에 올라탔던 아지는 발톱을 지붕에 박아넣고는 어떻게든 버텼다.

“멍멍! 바람 잘 날 없어!”

“도로에 통째로 이딴 걸 설치해둔 거야?! 악취미는…!”

회귀자가 투덜거리며 지잔을 꺼냈다. 그녀의 생각을 읽은 나는 핸들을 꺾어서 비스듬한 경사를 타고 올라가도록 조종했다.

도로의 정상이라는 서로 잘 어울리지 않는 수식 관계를 가진 곳에 도달했을 때 회귀자는 몸을 밖으로 뻗어 지잔을 부드럽게 내리그었다.

지곤류 천근추.

지잔의 끝에 천근의 무게가 실렸다. 말이 천근이지 사실 그의 몇천 배는 될 아득한 무게.

단순히 무겁다면 도로 한편이 깨지는 선에서 끝났으리라. 그러나 지잔은 이 거대한 구조물에 뿌리내린 것처럼 묵직한 중량을 도로 전체에 골고루 전달했다.

톱니바퀴의 힘으로 뒤집히던 도로가 지잔의 무게와 길항했다. 잠깐의 정적. 오래지 않았다. 지잔이 톱니바퀴를 압도한다. 힘을 전달하던 요철이 잇달아 깨졌다.

대지 그 자체를 상징하는 지모신교의 신기 지잔. 자격을 갖춘 이만 들 수 있는 반동 없는 검은 톱니바퀴 따위가 지탱할 수 없다.

뒤집히던 땅은 그 위에 있던 지잔이 제대로 힘을 발휘하자 어머니 대지에 대한 예의를 되새기고는 다시 주저앉았다.

그와 동시에 회귀자도 다시 조수석으로 돌아왔다.

“후우. 잘했어. 이대로 벗어나면….”

나를 칭찬하려던 회귀자는 문득 떠오른 생각에 입을 다물었다.

‘그러고 보면 딱히 시키지도 않았는데 알아서 위쪽으로 갔네. 내가 천근추를 쓸 줄 안 것처럼?’

생각을 읽기도 했고 너 요즘 편리하다고 지잔만 쓰잖아. 네 속이 너무 뻔히 보이는 게 아닐까?

하지만 그건 알려줄 수 없으니 일단 대충 둘러댈까.

“그거 지선 님이 탄탈로스 뒤집을 때 썼던 기술이죠? 무게를 고루 전달하는.”

“눈썰미가 좋네. 그거 맞아.”

‘생각해보니 이 녀석은 지잔을 다룬 적 있었지? 이 녀석 감이랑 눈썰미가 좋아. 어차피 다음 회차에서도 지잔은 주우러 가야 하는데. 보조를 맞추기만 해도 이 정도면… 다음 회차 동료로 삼아도 되지 않을까?’

아니 그건 좀. 나도 쉬는 회차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이 사장님은 씀씀이는 좋은데 죽어도 다음 회차까지 악착같이 굴려먹는다는 말이야.

“어쨌든 이대로 벗어나면 문제 없….”

말을 하다 말고 회귀자는 입을 다물었다. 그녀는 몸을 휙 돌려서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저편을 바라보았다.

전방을 주시해야 해서 돌아보지는 못했지만 회귀자의 시야에서 그녀를 경악하게 만든 광경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과병이 직접 쫓아오고 있어?”

과병 막시밀리앵 그는 연달아 이어진 톱니바퀴 위를 달려오고 있었다.

그 광경을 무엇과 비교하면 좋을까. 아마 징검다리를 건너는 것과 가까울 것이다. 높다란 감시탑에서 뿌리처럼 뻗어 나온 일렬로 정렬된 톱니바퀴들. 맹렬하게 회전하는 톱니바퀴의 그 위를 가볍게 디디며 막시밀리앵이 다가왔다.

사이에 끼면 고깃조각이 되어버릴 정도의 회전 위에서 겁도 없이 몸을 날리는 모습은 꼭 톱니바퀴가 합심해서 그의 몸을 던져주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과병에 대한 소문 몇 가지를 상기했다. 그중 하나에는 메타컨베이어 벨트의 설계자라는 것도 있었다.

지선이 땅을 다지고 마장이 움직였으나 그 발상을 처음으로 해낸 건… 설계자 톱니바퀴의 신. 과병 막시밀리앵이었다고.

“무슨 속셈이지?”

“무슨 속셈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를 떨쳐낼 수는 없을 것 같은데요. 보세요. 순식간에 가까워지고 있어요. 벗어날 길은 다 막혀있고요.”

“가까이 왔을 때 상대하면 돼. 과병은 준비된 강함을 지니고 있어. 달리 말하면 준비되지 않은 곳에서는 그리 어렵지 않아. 오게 둬.”

“오 자신감. 방금 좀 멋있었어요.”

“쓰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랬지.”

“그나저나 육장성이랑 전부 싸워본 적이 있는 것처럼 말하네요. 뭐 엄청난 범죄자였어요?”

‘범죄자이긴 했지. 이전 회차에서. 사실 절창이나 총사처럼 순수하게 기술과 무력으로 싸우는 사람이 제일 곤란해. 명확한 공략법이 안 보이니까.’

솔직담백한 생각은 귀엽긴 한데. 그냥 네가 순수 무력으로는 좀 약하다는 뜻이지?

우리 쳐들어가도 괜찮아? 상대가 군국이긴 하지만 너와 티르도 있고 히스토리아도 있어서 쳐들어간 건데. 그리 자신 없는 태도면 내가 불안하다고.

‘톱니바퀴를 쓰는 과병이나 존재 자체가 신비인 천통의 경우는 그나마 할 만한 편. 영궤는… 아직도 모르겠네. 내가 일대일로 압도할 수 있는데 왜 육장성이지?’

네가 육장성 커트라인이라도 되는 거니? 생각이 왜 이리 슬플까?

하긴 회귀자는 전사라기보단 공략하는 사람이지. 공략법이 있는 존재는 기가 막히게 파고드는.

그런 회귀자에게 현재 사령부에 남아있는 세 육장성은 꽤 할 만한 것 같았다. 그렇다면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겠지.

“도착했다.”

회귀자는 몸을 내밀어 도로 뒤쪽을 노려보았다. 톱니바퀴 위를 달려온 막시밀리앵이 자동마차의 30m 후방에 내려앉았다.

그의 모습은 인간과 기계를 섞어놓은 것만 같았다. 톱니바퀴로 인간을 흉내 냈다면 딱 그 모양일까. 살갗 위로 드문드문 달려 있는 톱니바퀴가 보인다.

자동마차와의 거리는 불과 30m. 점차 벌어지고 있는 중이다. 자동마차의 속도가 꽤 빠르다는 걸 생각하면 맨몸으로 따라잡기는 요원한 거리다.

하지만 상대는 육장성 과병 막시밀리앵. 맨몸으로 있어도 군단과 비견되는 존재.

그가 발목을 비틀었다. 신발 발뒤꿈치에 붙어있던 톱니바퀴가 철컥 내려오더니 빙글빙글 회전하기 시작했다. 도로와 맞닿은 부분에서 잇달아 작은 파열음이 들리고 동시에 막시밀리앙의 톱니바퀴는 그의 몸을 세차게 밀어내었다.

뭐야 저건. 나는 뒤를 힐끔거리며 물었다.

“…저거 바퀴인가요?”

회귀자가 긍정했다.

“그래. 톱니바퀴. 그의 몸에 달린 모든 톱니바퀴는 그의 의지대로 움직이지. 발에 달린 바퀴도 마찬가지야. 그러니까 저런 묘기도 가능하지.”

“엄청난데요? 그의 몸이 이 자동마차보다 몇십 배는 가벼울 테니 저희 자동마차보다 몇십 배는 빠르다는 거 아녜요?”

“도로에서나 그렇지 맨땅에서는 그리 빠르지 않아. 톱니바퀴로는 경공을 비롯한 일체의 곤기공을 쓰기 힘드니까 단거리에서는 발이 더 빠르고. 하지만… 무시할 만한 수준은 아냐.”

회귀자의 고민이 깊어지는 시각. 막시밀리앵은 도로 위를 미끄러지며 순식간에 우리를 앞질렀다. 눈 깜짝할 사이 그는 우리와 얼굴을 마주하고는 달리는 모양새가 되었다. 그제야 나는 막시밀리앵의 얼굴을 제대로 보게 되었다.

막시밀리앵은 우리를 보자마자… 장교 모자를 슬쩍 들추고는 인사했다.

“자! 탄탈로스 탈옥범 제군들! 반갑네! 나는 만물의 영장 자랑스러운 인간! 막시밀리앵이라고 하네!”

비교적 어린 나이에 경지에 이르렀는지 어린아이처럼 천진난만한 얼굴이다. 노화를 그다지 겪지 않은 모양이다.

왼쪽 눈에는 톱니 모양 외눈안경이 매달려 있다. 우리를 보자마자 외눈안경에 달린 톱니가 왼쪽으로 달칵 회전했다. 겹쳐져 있던 렌즈 두 개를 바깥쪽으로 빼냈다. 거리에 따라서 렌즈의 수를 조정하는 모양이다.

땅 위를 부드럽게 미끄러지며 나아간 막시밀리앵은 양팔을 벌렸다. 가슴 한가운데 딱 명치 어림에 찬란한 금빛 우레바퀴가 느릿하게 돌고 있었다.

“자! 가는 길 방해해서 미안하네. 나도 외부에서 끼어드는 잡음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 그 잡음이 되는 건 더더욱 싫어하지! 아름답지 못하니까! 하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꼭 그대들을 봐야 했거든!”

회귀자가 금방이라도 뛰쳐나갈 듯이 칼을 움켜쥐며 외쳤다.

“뻔뻔하긴! 우리 앞길을 막은 주제에!”

“어쩔 수 없었다네. 자꾸만 나에게서 멀어지려고 하지 않는가! 다리를 없애고 길을 기울여도 계속 나아가니 이제는 내가 직접 찾아올 수밖에!”

“무슨 볼일인데?”

“이제 슬슬 궁금해진 모양이군! 좋네! 대화하겠다는 표시로 받아들이고 말하도록 하지!”

뒤를 보고 나아가는 데도 그의 움직임은 자연스러웠고 등 뒤를 확인하느라 힐끔거리는 일도 없었다. 저절로 움직이는 땅 위에 있는 것처럼 편하게 서서는 대화를 시도했다.

회귀자는 인상을 팍 썼다.

‘쯧 아마 그거겠지. 저 자식은 만물의 영장 그 수장. 저 녀석이 찾는 건…. 분명.’

미끄러지듯 나아가던 막시밀리앵은 양팔을 더욱 펼치고는 고개를 들었다. 그의 시선 끝에는 아지가 있었다.

“개의 왕! 인간의 가장 오래된 친구여!”

흠뻑 젖은 채 자동마차 위에서 엎어진 아지가 제 부르는 소리에 귀를 쫑긋거렸다.

“멍? 나 불렀어?”

“그래! 내 벗이자 만인의 벗! 인간에게 복종하기로 다짐한 세상에서 가장 영리한 짐승이여! 자 나에게 알려다오!”

이토록 수많은 사람이 있는데도 그는 거들떠보지 않았다. 오직 아지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기계장치 너머로 이글거리는 눈빛을 보였다.

그의 전신을 장식하는 톱니바퀴는 무기질적이었다. 그러나 그의 눈빛은 강철 톱니와는 어울리지 않는 희열로 가득 차있었다.

“여기 그 누가 인간의 왕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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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niscient First-Person’s Viewpoint

Omniscient First-Person’s Viewpoint

OFPV, 전지적 1인칭 시점
Score 9.2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1 Native Language: Korean
I, a mere con artist, was unjustly imprisoned in Tantalus, the Abyssal Prison meant for the most nefarious of criminals, where I met a regressor. But when I used my ability to read her mind, I found out that I was fated to die in a year… and that the world would end 10 years la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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