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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niscient First-Person’s Viewpoint Chapter 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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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49

시아티는 고통과 불쾌함에 얼굴을 찡그리며 고개를 들었다. 부러진 손가락 자기를 부수는 흑마력 막시밀리앵에게 공격당해 입은 상처는 그녀를 착실하게 갉아먹고 있었다.

그에 반해 히스토리아는 곧고 바른 자세로 서서는 시아티를 내려다보았다. 천잠사가 그녀를 얽매고 양팔을 조금도 움직일 수는 없지만…. 그래도 히스토리아는 강했다. 객관적으로도 주관적으로도.

“무슨… 소리야.”

히스토리아는 시아티의 손가락을 흘긋 보았다.

오른팔은 의수다. 과거에 잘려나간 오른손 대신 단단한 쇳덩이가 그 자리를 메우고 있다. 하나 남은 왼팔에는 부러지고 뒤틀린 손가락이 붙어있다.

손가락 몰골을 보건대 머지않아 그마저도 사라질지 모른다. 어쩌면… 손가락으로 끝나지 않을지도. 히스토리아는 눈을 한층 가늘게 떴다.

“네 손가락. 사령부에 도착하지도 않았는데 두 개밖에 남지 않았어. 약지와 중지는 이제 가망도 없고.”

“흐 그래서?”

“잔탄은 두 발. 그걸 다 쓰면 뭐? 다음은 목숨이라도 쓸 거니?”

“못 쓸 건 없지.”

시아티는 오기로 말했다. 진심이었다.

그녀에겐 최후의 저주까지 쓸 각오가 있었다. 만일 사령부와 맞닥뜨린다면 그리고 그녀의 인생을 망가뜨린 이들과 마주친다면 시아티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자기 목숨을 쓸 것이다.

그 각오는 정말이었으나… 히스토리아는 그 의지를 단숨에 부정했다.

“치워.”

“뭐?”

“흑마술 따위 통하지 않아.”

울컥한 시아티가 상반신을 들었다. 그러나 감정에 솔직한 몸과는 별개로 그녀의 입에서는 반박이 곧장 나오지 않는다. 누구보다도 시아티 자신이 절절히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과병을 상대로 손가락 두 개를 꺾었다. 아무런 성과도 거두지 못했다. 살짝 아주 티끌만큼의 시간만 끌었을 뿐. 막시밀리앵은 멀쩡하게 되돌아갔다.

아니 고작 그녀의 손가락으로 과병의 시간을 끌었다면… 분에 넘치는 성과였다.

시아티는 적을 죽일 수만 있다면 자기 목숨 따윈 떨이로 취급한다. 지금껏 그래왔고.

하지만 목숨까지 바쳤는데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면. 금기에 손을 댔는데도 아무것도 해내지 못한다면.

“설사 통한다고 해도 손가락 두 개로는 아무것도 이루지 못해. 탄환이 떨어진 총은 그냥 쇳덩어리에 불과하고. 제물이 부족한 흑마술사는 평범한 사람보다도 무력하니까.”

발끈한 시아티가 항변했다.

“…그래서 나보고 손가락을 꺾는 대신 손가락만 빨면서 있으라고? 말도 안 되는 소리 마! 그러면 누가 대신 그들의 팔을 꺾어주기라도 해?!”

“내가 해줄게.”

“하?”

“내가 꺾어주겠다고 말하고 있는 거야. 너와는 달리 잔탄에 관계없이.”

히스토리아는 미련없이 몸을 돌렸다. 히스토리아의 얼굴이 몸이 시아티를 내버려 둔 채 공주에게로 향했다.

갑작스레 이야기로 끌려나온 공주가 눈을 끔벅였다. 그녀의 앞으로 군국이 자랑하는 육장성이 서슬퍼런 기색으로 다가왔다.

“공주. 내가 너에게 정식으로 요구하겠어. 시아티 대신 내가 너의 총이 되어주지.”

“네?”

시아티는 히스토리아가 이어 할 말을 예상하고는 눈을 부릅떴다. 히스토리아는 지금 그녀가 싸울 이유를 빼앗으려고 하는 것이었다.

“너와 이들에게 전폭적으로 협력할게. 전력을 다해 네가 원하는 바를 이루어주겠어. 그게 설사 군국에 반하는 짓이라도.”

파격적인 제안이다. 육장성이나 되는 군국 최강 전력 중 한 명이 공주에게 완벽하게 협력하겠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었다. 공주는 침을 꿀꺽 삼키고는 물었다.

“당연히 요구사항이 있으시겠죠? 무엇을 원하시나요?”

히스토리아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잔혹하리만치 단정적으로 말했다.

“대신 시아티를 전투에서 빼.”

“히스토리아!”

시아티의 외침을 무시한 히스토리아는 제멋대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시아티는 네 친구라고 말했지 공주. 그렇다면 네 친구를 보호하고 전력을 확충할 기회야. 네가 조금이라도 계산이 된다면 거절하진 않겠지.”

“주제넘은 소리 하지 마! 네가 뭔데 나보고 빠지라 말라야!”

“군국 육장성 히스토리아 소장이다. 최연소 장성이며 이치에 닿은 자. 총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총사다. 잔탄 두 발 뿐인 흑마술사에 비할 바 아니야.”

히스토리아는 담담하게 자격을 읊어나갔다.

“또 사령부에 대한 지식도 있지. 너희가 접촉할 정보원이 누군지는 몰라도… 나보다 사령부의 구조를 더 잘 알지는 않을걸.”

따라서 너 하나보다는 내 힘이 더 도움이 될 거라고. 히스토리아는 분명한 사실이지만 차마 입 밖으로 꺼내기 힘든 불편한 진실을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지금 시아티가 잠시 머뭇거린 것도 차마 부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히스토리아가 아군이 된다면 확실히….’

아주 잠깐 안온한 도피처에 몸을 담그고 싶은 마음이 피어오른다. 무력한 그녀에 비해 훨씬 강력한 존재가 돕는다면…. 그녀도 힘들이지 않으며 더 효율적인 게 아닐까.

마음이 약해지려는 순간 반발심이 고개를 들었다.

만일 티르가 똑같은 제안을 했다면 시아티는 기뻐하며 그 뜻에 따랐을 것이다.

하지만 상대는 히스토리아였다. 한때 시아티와 같은 시간을 보냈던 그녀가 동정심을 갖고 시아티를 구하려고 하고 있다.

“너도 너도 묶여있는 주제에 힘이 되어주긴!”

히스토리아는 말로 반박하지 않았다. 그녀는 직접 행동으로 보여주었다.

“군국의 장성이 되기 위한 조건은 감(坎)기공을 익혔을 것.”

으득 으득.

히스토리아의 전신에서 소름 끼치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뼈부터 관절. 근육이 움츠러들고 힘줄이 당겨진다. 보이지 않는 누가 어깨를 거칠게 잡아당기는 것처럼 허리가 휘고 몸의 변형을 따라오지 못한 셔츠가 찢어질 듯 부풀어 올랐다.

그러나 그녀의 뒤에는 아무도 없다. 이 모든 움직임은 그녀가 스스로 행하는 일.

히스토리아는 자기 몸을 뒤틀면서도 담담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이 정도는 아무런 장애도 아니라는 듯이.

“감기공을 익혀야만 장성이 될 자격을 얻어. 뼈와 근육에 기공을 불어넣을 수 있다면 생존 확률이 대폭 올라가기에. 장성은 군단을 이끄는 자 칼이 몸을 헤집고 바위가 몸을 짓이겨도 살아남아 마지막까지 그들을 책임져야 하니까.”

히스토리아의 팔이 더욱 꺾이고 뼈가 잠시 제 위치에서 어긋난다. 투둑. 견디다 못한 단추가 뜯겨나갔다. 튼튼한 의복 패킷이 망가질 정도로 격심한 변화다.

유연하게 움직이는 히스토리아의 몸과는 달리 매듭에는 그만한 유연성이 없었다.

“흐으.”

히스토리아가 길게 숨을 내쉬며 어깨를 원위치로 돌려놓았다. 묶을 대상이 사라진 천잠사가 그녀의 팔 아래로 늘어진다. 매듭을 푼 게 아니라 아예 벗어던진 히스토리아는 걸칠 곳을 찾아 가슴 쪽으로 말려 들어간 천잠사를 떼어냈다.

“그렇기에. 흑마술도… 장성에게는 그다지 유효하지 않아. 약간의 부상을 입히고 행동을 제어하는 게 전부.”

히스토리아는 천잠사를 원해 주인에게 툭 던졌다. 날아오는 천잠사를 낚아챈 회귀자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혀를 찼다.

“…뭐 예상은 했지만 생각보다 수월하게 푸네. 나름 꽉 묶은 건데.”

공주가 홀로 구속을 풀어낸 히스토리아를 보며 중얼거렸다.

“저게 풀리는 거였네요….”

“당연하지. 구속복이나 밧줄 같은 건 육장성급 강자에게 의미 없어. 천잠사쯤 돼야 푸는 데 시간이 걸리고 그동안 내가 대응할 수 있으니 묶어둔 거지.”

“저런 게 취향이신 줄….”

“어? 취향?”

“다행이네요…. 저는 저만한 포텐셜이 나오지 않으니…. 아니 아직 긴장을 풀 때가 아닐까요….”

“뭐가? 무슨 말이야?”

공주가 보내는 시선이 어디인지 알아챈 히스토리아는 살짝 붉어진 얼굴로 셔츠 단추를 여몄다. 어쨌건 천잠사를 스스로 풀어내고 자유의 몸이 된 히스토리아는 다시금 제안했다.

“공주. 내 요구에 대한 대답은?”

공주는 다시 태도를 가다듬고는 대답했다.

“어 음. 총사님. 제안은 감사합니다만.”

“다만?”

옅게 깔린 거절의 기색에 히스토리아가 위압적인 시선으로 공주를 노려보았다. 공주는 무시무시한 기세에 침을 꿀꺽 삼켰지만 그래도 히스토리아의 기운은 공주를 위압했을지언정 위협하진 않았다.

“말씀하신 대로 저는 시아티의 친구예요. 제가 일방적으로 명령을 내리는 위치가 아니에요.”

“그러면? 시아티가 죽어도 상관없다고?”

“아뇨아뇨. 그렇게 말하지는 않았어요!”

공주가 다급히 고개를 젓고는 재빨리 대꾸했다.

“대 대신 시아티를 돕고 싶으시다면! 저에게 협력하는 게 아니라 시아티의 옆에서 시아티를 지켜주시는 게 어떨까요? 저는 저 공격을 받지 않는 능력이 있어서…!”

“결국 싫다는 뜻이네. 시아티가 죽든 아니면 손이 아예 사라지든 상관없다고.”

“그 그런 뜻은 아니에요! 단지 저는…. 시아티에겐 목숨보다 중요한 게 있으니까 그게 낫지 않나 하고!”

“잘 알았어. 결국 시아티도 네 뜻대로 부릴 수 있는 말이라는 거지. 누가 공주 아니랄까 봐 하는 짓은 왕국이랑 똑같네.”

공주가 입을 다물었다. 정말 그렇게 여겼다면 전선에 참여하지도 않았겠지만 방금 셀피를 잃은 그녀에게는 부정할 의지가 부족했다.

“필요없어! 죽어도 너 같은 것의 도움은 받지 않아!”

대신 시아티가 외쳤다.

“너는 끝까지 우리를 같은 인간으로 안 보지! 약하니까 하찮으니까. 아무것도 하지 못할 거라고 확신해! 하멜른의 아이들을 내버린 건 다른 사람이 아니야. 너처럼 우리를 필요 없는 존재로 여긴 너 같은 녀석이! 다 죽인 거나 마찬가지라고!”

“실컷 지껄여. 네가 뭐라고 하든 나는 내 멋대로 너를 살릴 거니까.”

“하멜른 강에 빠졌을 때처럼? 하! 너는 그렇게 잘나서 물속에서 시체만 건져 올렸니? 네가 거기서 살린 게 뭐가 있지?”

한껏 비웃은 시아티는 해묵은 상처를 헤집었다. 정신적인 흑마법이었다. 서로 고통스럽지만 더 닳아빠진 시아티보다는 히스토리아에게 더 치명적인.

“…그래.”

히스토리아는 잠깐 고통스러워했으나 얼굴 밖까지 드러나진 않았다. 대신 그녀는 담담하게 고개를 돌렸다.

“그때처럼.”

운전대를 잡은 탓에 저 대화에로부터 떨어져 있던 나는 내심 한숨을 내쉬었다.

둘 다 사교성이 좋은 편은 아니지만 저 둘의 이야기는 지독할 정도로 헛돌고 있다. 앙금이 있으니 그러려니 싶지만 너희 둘이 서로 날을 세우면 가만히 있는 내가 피곤해진다고.

“자자. 다들 진정해. 어쨌든 대국적으로는 좋은 이야기가 되었으니….”

내가 실없이 그리 분위기를 흐리려고 할 때였다. 히스토리아가 고개를 홱 돌렸다.

“너도 마찬가지야 휴이.”

“어? 나?”

“싸울 때 빠져있어. 시아티를 데리고. 그러면 내가 너 대신 싸워줄게.”

히스토리아는 거침이 없었다. 시아티에 이어 나까지 보호할 의도로 그리 말해왔다. 뜻밖의 제안에 나는 턱을 긁적였다.

“어 저기. 리아. 마음은 정말 고마운데.”

뭔가 크게 오해를 하는 모양이다. 지금 내가 운전하는 모습 보면 몰라? 나는 애초에 전투원이 아니라고.

“나도 네 말은 못 들어주겠는데?”

“…너도 시아티처럼 멋대로 죽으려고?”

“아니? 그럴 생각은 전혀 없어. 애초에 나는 애초에 전투원이 아니니까. 처음부터 위험한 곳에는 얼씬도 않는걸.”

‘…아닌 것 같은데. 요령이 좋은 척하면서도 정작 위험한 일에는 다 발을 들이민단 말이야.’

히스토리아는 미심쩍은 시선으로 나를 보았지만 내가 해줄 말은 없다. 실제로 나는 하나같이 휘말렸을 뿐이니까. 

“그리고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돼. 봐봐.”

나는 손가락을 들어 하늘을 가리켰다. 하루 일과를 마친 태양이 슬슬 잠들 준비를 하고 있었다. 비스듬한 빛이 점차 약해지고 빈자리를 어둠이 채웠다.

“날이 저물고 있어.”

자동마차를 억지로 끌고 시간을 맞춰서 온 보람이 있다. 지금 시간은 밤. 위험이 찾아오곤 하는 시간이다.

하지만 우리 쪽에는 밤의 귀족이 있다. 오늘 밤은 오직 군국에게만 위험한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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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niscient First-Person’s Viewpoint

Omniscient First-Person’s Viewpoint

OFPV, 전지적 1인칭 시점
Score 9.2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1 Native Language: Korean
I, a mere con artist, was unjustly imprisoned in Tantalus, the Abyssal Prison meant for the most nefarious of criminals, where I met a regressor. But when I used my ability to read her mind, I found out that I was fated to die in a year… and that the world would end 10 years la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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