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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niscient First-Person’s Viewpoint Chapter 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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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53

티르가 조종하는 호문쿨루스는 회주의 능력을 사용하지 못했다. 대신 검붉은 기운이 그들의 몸을 불길하게 휘감고 있었다. 티르의 어둠과 혈조술로 강화된 채 오직 육신의 힘으로 황금경의 호문쿨루스를 몰아붙였다. 

같은 호문쿨루스의 공격을 받은 호문쿨루스들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숫자는 황금경 쪽이 훨씬 많은데도 미리 막지 못하고 코앞까지 접근을 허용했다. 그들의 얼굴로 검붉은 주먹이 유성처럼 날아온다.

피가 튀고 철이 흩어진다. 고개가 세차게 돌아간 호문쿨루스들은 누가 봐도 즉사한 것처럼 보인다. 그때 검붉은 기운이 스며들고 목이 돌아간 호문쿨루스들이 눈을 붉게 빛내며 다시 일어섰다. 죽음에서 돌아온 그들은 티르의 군세를 따라 황금경의 호문쿨루스를 공격했다.

검붉은 안개가 점차 번져가며 전황을 알린다. 티르는 호문쿨루스의 전투를 느긋하게 보며 말했다.

“신기한 것이 저들은 피가 몸 안에 있으면서도 나의 감각에 느껴지더구나. 별다른 상처도 없는데 꼭 제 피를 몸 밖에 내놓은 것처럼. 내 능력이 상당히 약해졌어도 이들 정도는 다스릴 수 있지.”

다뤄? 피? 흡혈귀는 호문쿨루스의 피도 지배할 수 있단 말이야?

아니지. 달리 생각해봐야 한다. 흡혈귀가 완벽하게 제어할 수 있는 피는 오직 인간의 피. 달리 말하면 호문쿨루스의 피도 인간의 것과 완전히 똑같다는 말.

티르의 말을 듣고 진상을 깨달았다. 

“딜레마에 걸렸구나!”

“딜레마? 호문쿨루스의 딜레마 말이냐?”

“네! 황금경이 지배하는 호문쿨루스라면 티르도 지배할 수 있어요. 호문쿨루스라고 해도 그 성분은 인간의 피와 똑같으니까요! 그 몸도 인간의 것과 똑같을 거예요! 다만 자기를 보호하려는 본능이 없으니까 티르의 힘에 저항하지 못해요!”

호문쿨루스에게는 자기 의지가 없어. 마치 자기가 직접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 같지만 그 육신은 전부 황금경이 만들어준 것.

즉 저 호문쿨루스들은 도구다. 황금경도 티르도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어. 누가 쓰냐에 따라 기능은 달라지겠지만! 

…인간의 육신이 이토록 만들기 쉬운 것인가 이 점은 제쳐두고 말이야.

오랜만이다. 생각을 읽지 않고 내 스스로 답을 찾은 건. 내 머리도 아직 쓸만하구나!

“좋아요! 이 틈에 도망가죠!”

“도망?”

“네! 티르의 힘이면 대치 상태는 만들 수 있겠지만 황금경과 소모전을 해서 좋을 건 없을 테니까요!”

저쪽은 매우 신기한 전투가 펼쳐지고 있었다. 황금경의 지배 아래 있는 호문쿨루스는 뒤늦게 강철을 연금해가며 공격하고 티르의 지배 아래 있는 호문쿨루스는 몸으로 공격을 받아내며 팔과 다리를 휘둘렀다.

회주의 힘까지 고려하면 황금경 측이 종합적으로 위지만 신체능력만큼은 티르의 호문쿨루스가 앞선다. 흙잡졸과는 비교도 안 되는 재질의 호문쿨루스는 아무거나 무기 삼아 주워 들고는 날뛰었다.

갑작스러운 배신과 난투극에 황금경도 버벅거렸다. 그나마 페루에게 이야기를 전해들었던 헥토는 어찌 된 상황인지 단번에 깨달았다.

‘피를 통한 지배는 시조의 능력…! 그게 호문쿨루스조차 지배할 줄이야. 역시 조심하는 편이 좋았겠군! 이미 늦었지만!’

그에 비해 황금경은 호문쿨루스가 서로 싸우는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버벅거리고 있었다. 약간의 기반 지식만 있다면 티르가 흡혈귀라는 것을 호문쿨루스를 혈조술로 지배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겠지만… 지금의 황금경에게 그걸 알아챈 모습은 없다.

“…내… 금국이… 어째서 이상하게….” 

황금경이 멍청해서? 마신인데 그럴 리 없지. 단순히 대응능력이 떨어졌을 뿐이다. 

위험을 본능적으로 감지하고 그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능력이 사라졌으니까!

“황금경이시여! 흡혈귀입니다! 흡혈귀가 저들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헥토가 분명하게 보고하고 나서야 황금경은 뒤늦게 그 사실을 인지했다. 황금경이 삐걱거리며 답했다. 

“흡혈 귀? 지금껏 그런 일은 없었다. 어찌하여.”

“지금 일어났습니다! 어쨌든 피로 저들을 조종하는 겁니다! 대책을!”

“대책. 강구.”

헥토의 ‘보고’를 받은 황금경은 무미건조하게 중얼거렸다.

“철사회주.”

그 순간 전황이 순식간에 뒤바뀌었다. 지금껏 배신자들을 파괴하기 위해서 움직이던 호문쿨루스가 일제히 전략적인 행동을 취했다. 연금술을 활용해서 긴 철사 올가미를 만들어 배신자 호문쿨루스의 발을 묶었던 것이다. 신체 능력이 뛰어나도 쏟아지는 강철 올가미를 도구 없이 찢어발길 수는 없다. 티르의 호문쿨루스는 함정에 빠진 짐승처럼 바둥거렸다.

한순간 대치 상태를 만든 황금경은 옆에 있던 농부를 손으로 짚으며 중얼거렸다.

“거울회주.”

연금광이 번뜩인 뒤 농부였던 인형은 풍광에 녹아든 듯한 옷을 입은 회주로 바뀌었다. 안경을 끼고 돋보기와 렌즈를 몸에 치렁치렁 매단 호문쿨루스가 렌즈의 날개를 펼치며 하늘로 날아올랐다.

천신교에선 태양빛이 올곧음의 상징이라고 말하지만 종교가 그렇듯 으레 과정이 섞이기 마련이다. 수십 개의 렌즈가 햇빛을 굴절시켜 한 점으로 모았다.

허공에 형상을 이룰 정도로 응축된 빛은 꼭 거대한 창처럼 보였다. 거울회주는 빛의 창을 휘둘러 검붉은 호문쿨루스에게 쏘아냈다.

화르륵. 호문쿨루스의 몸에 불이 붙었다. 피와 어둠을 매개로 하는 티르의 지배력은 응축된 햇빛에 힘을 잃었다. 흡혈귀라면 약간은 저항할지 모르나 호문쿨루스는 아예 살아있지 않다. 그들은 몸을 비틀거나 숨지도 못하고 그대로 죽어갔다. 비명조차 지르지 않고.

이윽고 티르의 호문쿨루스는 전부 불타 쓰러졌다. ‘대책’은 너무나도 유효했다. 황금경은 불탄 사체를 돌아보며 중얼거렸다.

“내 금국을… 더럽히게 두진 않겠다….”

하지만 호문쿨루스들은 이미 제 역할을 다했다. 이미 우리는 포위를 뚫고 황금궁의 경계까지 도달해 있었으니까.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수세를 취했다. 매복을 두지 않았다면 여기서 우리를 잡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거기에 신경 쓴 이상 이미 늦었어! 잘 있어라 멍청이들!”

한껏 비웃음을 날리며 황금궁의 경계를 뛰어넘었다. 세상을 건너뛴 것처럼 잠깐 주변 광경이 어그러진다. 조금 전까지 호문쿨루스와 격렬한 전투를 벌이던 공터는 어디 가고 사방에는 무성한 옥수수밭만이 가득했다. 

살았다 하고 안심하는 그 와중. 옥수수와는 명백히 다른 한 인영이 눈앞에 나타났다.

작업복 비슷한 멜빵바지. 녹슨 것처럼 붉은 기 감도는 잿빛 꽁지머리. 열국의 잔녹회주 페루가 눈을 크게 뜬 채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다.

‘…여기를 어떻게.’

페루다. 헥토와 함께 찾아왔으나 모종의 이유로 황금궁 밖에서 기다리던 페루는 이 불의의 순간에 우리와 마주쳤다. 불운하게도. 

내 뒤로 회귀자 티르가 연달아 빠져나온다. 일렁이는 공간 너머로는 우리를 쫓는 호문쿨루스가 보인다. 한참 뒤에는 헥토와 황금경 그리고 엘릭이 서 있다.

페루는 영문도 모른 채 서 있었다. 당연한 일이다. 만물이 생겨나고 상식이 무너지는 황금궁 저 안에서 뭔 일이 있었는지 어떻게 알겠는가.

그때 헥토가 페루를 발견하고는 외쳤다.

“잔녹! 그들을 막게!”

그래도 무슨 일이 있었을지 짐작할 수는 있다. 다급한 헥토의 표정. 피를 흘리며 날뛰는 호문쿨루스들. 그리고 우뚝 선 황금경과 엘릭. 

도망치는 우리들을 눈에 담은 페루는 어렵지 않게 결과를 짐작했다. 

‘…휴전 협상은 실패한 모양이네.’

고유마도 때문일까. 붕괴의 전조를 본능적으로 파악한 페루는 입술을 잘근 씹었다.

‘…내가 하는 일이 다 그렇지. 이번에도.’

그녀의 노력은 헛수고가 되었다. 아니 헛수고를 넘어 우리와 열국 양측에 커다란 위험을 안겨준 셈이다. 심지어 자기 자신에게도. 

“자네의 힘을 써서라도!”

페루에게 우리를 막을 수단은 없었겠지만 그래도 페루는 제 의무를 떠올렸다. 저거너트를 하사받은 열국의 회주는 황금경에게 충성해야 한다. 그들이 가진 힘 부와 명성 그 위업까지도 전부 황금경에게서 나온 것이므로.

그러나.

“안 돼! 멈춰!”

다급한 헥토의 목소리를 엘릭의 소름끼치는 비명이 뒤덮었다. 

그 비명은 나도 회귀자도 하물며 티르를 향한 것도 아니다. 엘릭은 체면도 위엄도 잊고 페루를 향해 외쳤다. 마치 공포에 질린 것처럼.

“너는 힘을 써선 안 돼애애애!”

‘…역시.’

딱히 막을 수단도 없고 그럴 의지조차 없었지만. 의무마저도 거부당했다. 페루는 고유마도조차 거둔 채 대신 양팔을 벌려 섰다. 몸으로 막으려는 것처럼.

폭포를 손바닥으로 막으려는 행위다. 고유마도 아니면 별다른 힘이 없는 여인이 회귀자나 티르를 어떻게 막을까. 평범하디 평범한 내 선에서 컷이다. 

그러나 나와는 달리 회귀자는 잔녹회주의 마음을 읽을 수 없다.

눈앞을 가로막고 선 회주. 심지어 약간이지만 공격의지까지 보였다. 페루의 위험순위가 급격하게 올라간다. 

‘우리에게 호의적이었을 지라도 적은 적…! 죽여야 해!’

그동안 지낸 정이 있지만 회귀자는 정 털어내는 속도마저도 신속하다. 회귀자는 냉철하게 상황을 쟀다.

‘적진 한가운데에서 포위당하면 위험해. 하물며 동료가 있는 지금이라면! 약간의 위험도 남겨 둘 수 없어!’

살의를 품는 데 아쉬움은 있어도 주저는 없다. 죽이는 이유는 그저 필요하기에 회귀자는 살의를 칼처럼 벼려 정을 끊어냈다. 천앵이 회귀자의 손아귀에서 뽑혀나온다.

끙. 안 돼. 죽이는 건 문제없지만 저쪽이 껄끄러워하는 카드야. 이대로 버릴 수는 없어!

“셰이 씨! 앞에!”

앞서가던 내가 슬쩍 몸을 움직였다.  페루를 베려던 회귀자는 그 궤적에 내가 나타나자 다급히 천앵을 멈췄다. 부지불식간이라 미처 피하지 못한 회귀자는 내 등에 콩 머리를 박고 말았다.

“끄악! 뭔 짓이에요!”

“너야말로! 위험하잖아!”

실제로 위험했다. 머리랑 부딪혔는데 등이 투포환에 맞은 것처럼 아파.덕분에 페루가 살긴 했지만 약간 후회될 정도다. 

“어쨌든 앞에! 제가 처리할게요!”

그리 외치며 나는 성큼 페루에게 접근했다. 공격의 의지가 없는 페루는 몸으로 막으려는 듯이 양팔만 벌리고 서 있었다. 방어는 도외시한 채로. 

텅 빈 복부가 눈에 들어온다. 이렇게 대놓고 각을 주면 못 참지. 멜빵 한가운데 무방비한 복부로 아무런 주저 없이 주먹을 꽂아 넣었다. 온힘을 다한 일격이 푸욱 하고 배 깊숙이 들어갔다.

“…!”

다른 회주와는 달리 페루에겐 자기를 보호할 수단이 없다. 마련한다고 하더라도 금방 녹슬어버리고 마니까. 그래서 내 일격은 페루를 일격에 무력화했다. 균형을 잃은 페루의 몸이 내 위로 무너졌다.

나는 쓰러진 페루를 어깨로 들어올렸다. 조우부터 격파까지 단 1초도 걸리지 않았다. 그야말로 완벽한 승리.  

캬. 이러니까 내가 꼭 강해진 것 같네. 역시 힘이란 상대적인 법. 평범한 나라도 상대가 약하면 충분히 무쌍을 찍을 수 있다고. 

어때? 내 이 멋진 모습이….

“무저항인 여자를 그리 거칠게 때리다니…. 휴….”

아차. 나에 대한 인상이 안 좋아진 것 같다.

어쩔 수 없잖아. 따지고 보면 내가 살린 거란 말이야. 황금경과 척을 지게 된 지금 이렇게 쓰러뜨려 놔야 오히려 페루가 안전하다고!

페루가 단번에 쓰러지자 회귀자도 천앵을 거두었다. 어디까지나 위험을 남겨두지 않기 위해서 죽이려고 한 거지 페루를 제압한 지금 회귀자도 구태여 손을 더 쓰려고 하진 않았다. 

“그래도 잔녹회주가 우리를 도울 것 같진 않은데?”

“목에 칼 겨누고 협박하죠 뭐!”

“…뭐 된다면 좋으니까.”

‘저항도 없이 맞아주네. 그러면 나도 죽일 이유 없지…. 휴즈가 아니었다면 괜히 피를 봤겠는걸. 배를 너무 사정없이 때리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잔녹회주를 구한 셈이니까.’

그래도 회귀자는 알아주는구나. 그래 다른 사람은 몰라도 칼을 휘두르려고 한 너는 인정해줘야지.

끙. 그런데…. 아무래도 사람 하나 짊어지고 달리기엔… 내 기력이 그리….

“셰이 씨. 페루가 꽤 무거워서 그런데. 셰이 씨가 대신 들어주실 생각은…?”

“…건네줘.”

‘진짜 폼도 안 살긴….’

나에 대한 인상이 또 안 좋아진 것 같다. 넘기는 와중에 페루가 발길질로 나를 때린 건 실수라고 해두자.

어쨌건 내 용병술이 빛을 발한 건지 회귀자가 페루를 들자 속도가 충분히 빨라졌다. 우리는 황금궁을 뒤로 한 채 빠르게 옥수수밭을 이탈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철사회주 멋없어… 하지만 연성회주니 뭐니 괜히 어려운 이름으로 짓는 것보다야 단순한 이름이 좋겠죠. 엑스트라는 좀 쉽게쉽게 가자

일일연재의 고속도루 부활?! 성장했구나! 이대로 연참까지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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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niscient First-Person’s Viewpoint

Omniscient First-Person’s Viewpoint

OFPV, 전지적 1인칭 시점
Score 9.2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1 Native Language: Korean
I, a mere con artist, was unjustly imprisoned in Tantalus, the Abyssal Prison meant for the most nefarious of criminals, where I met a regressor. But when I used my ability to read her mind, I found out that I was fated to die in a year… and that the world would end 10 years la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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