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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niscient First-Person’s Viewpoint Chapter 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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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58

모두가 금국을 위해서였다.

모두가 폐하를 위해서였다.

모두가… 철혈의 왕께서 어색하게 짓는 그 아름다운 미소를 위해서였다.

그런데 어찌 이렇게 되었을까.

목에 칼을 차고 발에는 족쇄를 맸다. 칼 끝에 매달린 묵직한 철구는 그 자체로 고통이었다. 철구를 든 팔이 빠질 듯했지만 놓을 수도 없다. 그랬다간 팔을 잡아 뜯는 이 무게는 그의 목으로 자리를 옮길 것이다.

날카로운 바늘이 등을 찌른다. 고통보다 먼저 몸이 반응한다. 데모는 탈진한 와중에도 고통을 피해 한 걸음 걸었다. 그러자 가시는 한 박자 늦게 데모를 쫓아와서 다시 찔렀다.

오직 인간에게 고통과 절망을 주기 위한 도구를 줄줄이 매단 채 데모는 맨발로 금국의 땅을 걸었다.

욕설이 들렸다. 돌이 날아왔다. 저주하며 달려들고 단검을 휘두르며 습격해왔다. 그를 호송하던 병사들은 막는 척만 하면서 관망했고 상처는 점차 늘어나 데모는 산 송장이나 마찬가지인 꼴이 되었다.

고통에 울부짖는 것도 잠시. 그도 다섯 시간이 넘어가자 이제 고통과 그를 구분할 수 없을 지경이 되었다. 어쩌면 그는 태어났을 때부터 고통과 함께했을지도 몰랐다.

편해지고 싶다. 이 모든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다. 차라리 죽어서 자유로워지고 싶다.

그러나 데모는 그걸 외면조차 할 수 없다.

찬란했던 금국을 이 지경으로 만든 원흉이 바로 그였으니까.

돈으로 행복을 살 순 없다지만 돈이 없다면 행복할 수 없다. 행복하기 위해선 일말의 여유가 필요하다.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그 여유를 만들어낼 수 있는 수단은 오직 돈뿐이다.

모두가 행복한 나라를 위해 데모는 황금을 만들었다. 온 나라가 행복해지도록. 

그래야 하는데.

그가 알던 상식으로는 그게 맞는데.

데모는 침침한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무너진 성벽. 불타는 집. 흘러나오는 비명과 울음소리가 사방에 가득하다. 한때 금의 가치에 짓눌려 갈아엎어진 논밭을 낡은 호미를 든 늙은 농부가 힘들게 일구고 있다. 그러나 쇠독에 절은 땅은 이미 임종을 맞이해 정성스레 가꾸어 보아도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는다.

길거리에 나앉은 거지들은 데모에 비교해봐도 더 나을 것 없었다. 갈라진 목으로 빈그릇을 내밀며 일말의 자비를 갈구한다. 그 그릇은 황금으로 만들었으나 한 끼 식사도 약속하지 못했다. 쌀 한 톨이 금편보다 귀하리라.

죽은 아이의 시체를 껴안은 채 통곡하는 어미는 그걸 한때 자식이었던 존재로서 사랑하고 있을까 아니면 몇 끼 분량의 식량으로서 사랑하고 있을까.

황금의 빈곤. 금국 역사상 가장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 더욱 큰 문제는 해결할 방법조차 떠오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미래도 없다. 과거도 지워버렸다. 악마와 계약한 끝에 찬란했던 한때를 대가로 영원을 팔아넘겼다.

금국은 황금으로 만들어진 지옥이 되었다.

그리고 이 지옥을 만든 건…황금을 만들어내는 연금술.

만일 그가 연금술을 만들어내지 않았다면. 이런 비극은 태어나지도 않았을 터. 자신의 위대한 발견이 악마의 지식이었다는 참혹한 진실은 그의 마음조차도 고통스럽게 했다.

퍽.

무언가가 데모의 관자놀이에 틀어박혔다. 순간적으로 머리가 휘청인다. 아프진 않다. 이미 기력이 다한 몸은 고통조차 만성적으로 받아들였다.

데모는 초점 없는 눈으로 자기를 때린 물건을 바라보았다. 무게에 비해 한참 작지만 찬란하게 반짝이는 빛이 제 가치를 한껏 부풀리고 있다.

황금이다. 차마 다른 이름으로는 그 빛을 담기 어려워 제 색을 이름 붙인 황금색 동전이 흙바닥 위를 데구르르 굴러갔다.

허탈하게 바라보는 그를 향해 피골이 상접한 여인이 다가와 소리쳤다.

“너 때문이야…! 너만 아니었어도!”

황금이 이토록 필요 없던 것이었나. 저 굶주린 여인에게 한 끼 식사조차 되지 못하고 돌멩이 대신 던져졌다. 하물며 누군가에게 던지는 데에도 별로 유용하지 못하다. 차라리 모난 돌이라면 더 아팠을 텐데.

먹지도 못하고 쓰지도 못할 황금. 한때 그 빛에 눈이 멀었으나… 지금은 땅을 좀먹는 쓰레기와 다를 게 없다.

그렇다면 황금을 만들어내던 그는 지금껏 무엇을 만들었던 것인가. 모두를 부유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모두를 가난하게 만들고 있던 것인가.

“돌려내! 돌려내라고!”

여인의 외침은 아무 의미 없는 원망이었다. 한 번 일어난 일은 아무리 악쓰고 울부짖어도 돌이킬 수 없으니.

그러나.

한 기억이 데모의 뇌리에 주마등처럼 스쳤다.

‘네가 쓴 금으로 돌려내 보거라.’

황금경의 두 번째 과제. 연금술을 만들었던 그 시련.

무언가를 만드는 일보다 더 어려운 것은 원래대로 되돌리는 것. 사모하는 왕의 한마디는 그의 가슴 속 깊숙이 새겨져 있다. 다 죽어가는 그의 몸에 마지막 활력이 깃들었다. 흐릿해가는 정신 속에서 데모는 해야 할 일을 되뇌었다.

…돌려내자. 금국을. 우리의 왕을 위해서.

어려울 것 없다. 이미 한 번 해본 일이다.

연금술은 처음부터 돌려내기 위해서 만들어졌으니까.

다만 과연 그가 돌이킬 수 있을까? 이 지옥을 원래 아름답고 부유했던 금국으로 돌려낼 수 있을까? 위대한 왕 아래 모두가 합심해서 움직이는 장인과 기술의 나라로 되돌릴 수 있을까?

지금 그는 이렇게 묶여 죽기 직전까지 고통받고 있는데.

데모에게 허락된 시간은 짧다. 그는 지금 죽어가고 있다. 남은 시간을 모두 써도 죽을 힘을 다해서 짜내도 기껏 만들 수 있는 건 하나.

그렇다면. 하나밖에 만들 수 없다면. 이 나라를 원래대로 되돌릴 ‘무언가’를 연금하면 되지 않는가.

데모는 걸음을 멈추고 눈을 감았다. 죽음이 눈앞까지 임박한 현재 남은 시간은 촉박하다. 데모는 무릎을 꿇은 채 심상을 그렸다.

만물은 작은 블록으로 되어 있다. 황금이든 강철이든 혹은 모래 부스러기든. 그 블록의 종류는 모두 똑같다. 단지 어떻게 쌓냐에 따라서 달라질 뿐이다.

그렇게 다르게 쌓이고 쌓이고 쌓인 결과. 세상은 다양한 물건으로 가득 찬다. 어느 하나 같은 게 없어 보이나 자세히 들여다 본다면 모두 시작은 똑같다. 

저 집도 땅도 외로이 선 나무도 그 아래 흐르는 개울물도. 그걸 마시는 들짐승도.

하물며 사람조차도. 

그게 어떤 형체가 될지는 데모도 모른다. 하나 그것은 영원히 금국을 떠돌며 이 저주받은 땅을 원래대로 돌려놓으리라. 다시 아름다운 나라를 만들어 자신의 왕에게 진상하리라.

왕의 신하인 황금경이 되어.

심상이 괴물처럼 부풀어 오른다. 만물을 바꾸는 힘이 이젠 주인을 향해 그 권능을 뻗는다. 죽어가는 주인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서.

고유마도. 엘릭시르(Elixir).

 

정신을 차려보니 작은 공방에 있었다.

한때 금국의 왕 엘릭은 제자를 여럿 두었다. 그녀는 궁궐 안에 공간을 두고 제자들을 보살폈다. 작은 공방이 딸린 방에서 제자들은 제 능력을 갈고닦았다.

여러모로 황금경에게 추억이 가득한 방이다. 무엇보다 금편 한 닢으로 가득 채웠던 방이 바로 이곳이니까.

그 한가운데 황금 종 앞에 한 청년이 앉아 있었다.

밖에서 보았을 때보다 약간 나이 든 황금경이다. 그는 죽었을 때와 똑같이 목에 칼을 차고 족쇄를 매달고 있다. 이게 심상 속 공간이라는 걸 생각해보면 그는 죽어서도… 자기가 죄인이라 여기는 모양이다.

“…누구십니까.”

황금경은 고개를 들지도 않고 느릿하게 말을 꺼냈다.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그의 앞에 앉았다.

“평범한 도둑놈입니다. 유품을 훔치러 왔는데요. 뭐 여기는 시련이나 시험 없나요?”

“…그런 건 없습니다. 저에게는 아무런 미련이 없으니까요.”

말하는 와중에도 황금경은 여전히 황금 종만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강철 종을 그대로 황금으로 바꾼 것. 그의 가장 찬란했던 기억을 상징하는 물건.

순수했던 그와 그녀를 이어주었던 첫 번째 진상품.

미련이 뚝뚝 떨어지면서 없다니. 참 거짓말도 정도껏 해야지.

“정말 없다면 사념이 남았을 리 없죠. 한 번 털어놓는 게 어때요?”

“설명을 잘못했군요. 제 미련은 그 누구도 해결해주지 못합니다. 설사 폐하와 닮은 가짜를 데려온다고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진짜 폐하는 돌아오시지 못하니까요.”

라고 하면서 잘 털어놓고 있다. 하긴 사념이 누군가 알아달라 있는 건데 말하지 않을 리 없지. 

시간이 걸릴 뿐 여기까지 도달했다면 어쨌든 전부 읽게 된다. 나는 차분히 심상을 곱씹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돌아오지 못하는 걸 아는데 왜 이 궁궐을 지키고 있는 거죠? 주인 없는 궁궐을 지킬 이유가 있나요?”

“제 죄를 전부 바로잡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죄?”

“그렇습니다. 죄. 찬란한 나라를 전란으로 이끌고 황금의 빈곤을 만들어 만인을 고통받게 한 죄.”

황금경은 참회하듯 말을 고했다.

“금국은 낙원이었습니다. 위대한 엘릭 왕의 치세 아래 뛰어난 장인들이 나라 곳곳에서 활약하는 강철의 나라. 그 활기차고 밝은 나라를 구렁텅이로 빠뜨린 사람이 바로 접니다. 제가 아니었다면 그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겁니다.”

“황금을 찍어내서요?”

“…그렇습니다. 황금이 가치 있는 것은 단순히 황금이 귀하기 때문. 그러나 저는 단순한 진리조차 모르고 황금을 만들었습니다. 계속 계속. 제 손으로도 모자라 다른 연금술사까지 길러내면서까지.”

황금경 한 명이었다면 사태가 이리 커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황금경은 진심으로 황금이 나라를 부유하게 한다고 믿었다. 그래서 그토록 귀중한 지식을 아끼지 않고 베풀었다.

그조차 엘릭을 따라한 것이겠지만 개인에게 국한된 왕의 권능과는 달리 연금술은 마신이라. 황금은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갔다. 

황금경은 초췌한 얼굴로 황금 종을 응시하며 말했다. 

“저는 나라를 몰락으로 이끈 대죄인. 이 죗값을 치르기 위해서라도 저는 금국을 기억해야 합니다. 만들어야 합니다. 돌려내야 합니다. 그게 비록 비망록에 불과할지라도.”

그래서 황금경은 자기 손에 닿는 범위에 금국을 만들었다. 자신이 생각하던 가장 찬란한 순간의 금국을 재현했다. 

웅장한 성. 융성한 도시. 비옥한 밭까지. 금국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고 해도 황금궁 안에는 언제나 금국이 있었다. 비록 단 한 명이 만든 나라라 온갖 하자가 있었을지언정.

그랬군. 황금경. 네 소망은 금국을 다시 만드는 거였구나. 다 좋아 다 좋은데….

흠. 고작 그 정도인가? 이게 네 최선이야?

일단 본론을 꺼내기 전에 대화를 조금 살갑게 해보자 심심한 위로를 건넸다.

“당신 탓은 아니에요. 황금이 많아지면 도리어 가난해질 줄은 아무도 몰랐으니까요.”

“마음에도 없는 위로 따윈 집어치우십시오. 몰랐다는 죄가 되지 않습니다. 저는 원망을 받아 마땅합니다.”

마음에도 없는 위로? 무슨 소리를. 나는 블러핑을 칠지언정 마음에 없는 소리를 하진 않아. 자신에게 솔직한 사람이라고.

“제가 허튼 소리를 하는 것처럼 들려요? 아니요. 전혀. 저는 당신을 원망하지 않아요. 오히려 고마워하고 있어요.”

진심이라고. 이쪽이 훨씬 더 나아. 괜히 고민하다가 허무하게 목숨을 빼앗긴 어느 무저갱의 대종사보다는 황금경이 몇백 아니 몇천 배는 낫지. 

왜냐면 했으니까. 주저하다가 선택권을 빼앗기고 미련만 남은 그 마신과는 다르니까. 결국 인간의 업적으로 이뤄냈으니까!

“당신이 황금을 찍어낸 덕분에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 하나 늘어났으니까요!”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연참인지 일일연재인지 어쨌든 성공.

내일 연재는 가능할지 또 공지로 알려드리겠습니다. 요즘 언제 올라온다는 몰라도 올라올지 말지는 정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솔직히 이야기하면 이번화는 조금 더 곱씹으면서 수정을 가해야 할 내용일지도 모릅니다. 완벽을 기하려면 그게 맞겠죠. 하지만 마음가짐을 바꾼 저는 조금 다른 선택을 하려고 합니다.

그래요! 일단 써서 올렸다가 수정이 필요할 것 같으면 그때그때 수정하려고요! 우왕좌황하다가 못 올릴 바에는 올리고 욕을 먹죠!

최신화를 따라가시는 분들이 날것을 직접 드시는 손해를 좀 보시겠지만 이게 선발대의 고통이죠! 감내하세요!

…그렇다고 너무 묵히진 마시구… 헤헤

++양갱왕 님 웹만화에 전1시 등장! 와아아아! 축하해줘요! 가서 봐줘요! 다들 귀엽게 나왔어요!! 심지어 휴즈도 귀엽게 나왔엉ㅇㅇ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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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niscient First-Person’s Viewpoint

Omniscient First-Person’s Viewpoint

OFPV, 전지적 1인칭 시점
Score 9.2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1 Native Language: Korean
I, a mere con artist, was unjustly imprisoned in Tantalus, the Abyssal Prison meant for the most nefarious of criminals, where I met a regressor. But when I used my ability to read her mind, I found out that I was fated to die in a year… and that the world would end 10 years la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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