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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niscient First-Person’s Viewpoint Chapter 3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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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69

황금이 너무 많아지자 황금은 가치를 잃었다. 

그 현상이 벌어지기 전까지 사람들은 그게 가능한지조차 몰랐다. 황금 보기를 돌 같이 하라는 격언도 금의 가치에 매몰되지 말라고 주의를 주는 뜻이었지 진짜 돌의 가치와 동등해질 것을 예상한 게 아니다. 

겪고 나서야 인간들은 황금의 저주니 인플레이션이니 하는 이름을 갖다 붙이고 그 현상을 설명하고자 노력했다. 사태를 파악한 성황청은 급히 ‘깨끗한’ 황금을 축성해서 금의 가치를 보증했으며 연금술이 퍼지고 연금화가 널리 사용되기 전까지 성황금은 대륙 유일한 가치 화폐가 되었다.

다른 나라도 금국의 멸망을 지켜보며 체제를 손 보고 대응책을 만들었다. 경제라는 분야를 전문적으로 공부하는 이들도 나타났다. 이로써 인간은 세상에 없는 것을 하나 또 알아냈다.

다만 그 모든 토대는 금국의 잔해 위에 지어진 것이었다.

데모가 처형당하고 몇 개월. 금국의 혼란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권력에서 밀려났던 장인들이 무기를 들고 궐기했다. 지방 세력과 결탁하여 품질 좋은 무기를 제공하고는 권력을 되찾기 위해 중앙으로 밀고 들어왔다. 연금술사를 보이는 족족 처형하며 진군하는 그들을 막을 자는 아무도 없어 보였다.

그러나 데모의 죽음 이후 연금술사들도 이제 가만히 있지 않았다.

연금술사들은 연금술로 사람을 죽일 무기를 만들었다. 꼭 창이나 칼 같은 무기일 필요는 없었다. 독 화약 기계장치 함정 등. 연금술사는 살아남기 위해 그리고 적을 죽이기 위해 발전을 거듭했다.

전쟁은 기술의 발전을 낳는다. 지난 몇 년간 황금을 만드는 데만 사용되었던 연금술은 점차 그 범위를 넓혀갔다. 온갖 기상천외한 도구가 생겨났고 그중 태반은 인간을 죽이는 것이었다. 용광로도 공방도 없이 기계장치를 만드는 연금술사들은 온갖 테러를 저지르며 금국을 더욱 혼란에 빠뜨렸다.

기술의 우열은 명확하다. 그러나 장인들이 어떻게 연금술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장인들은 고전적인 방식으로 연금술사들을 죽이려 들었고 비교적 세력이 약한 연금술사들은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피해 다니며 저항을 계속했다.

전투 파괴 죽음 혼돈. 금국이 피와 불꽃으로 뒤덮이기까진 얼마 걸리지 않았다.

나라 전체가 연금술사의 적이 되었으나 연금술사들은 아득바득 명백을 유지했다. 그건 그들의 능력이 뛰어나서도 있지만 무엇보다 금국을 떠도는 한 망령 때문이었다.

“엘릭 왕이여! 그를 막아주시오!”

연금술사들을 몰아내고 권력을 되찾은 장인들은 이전만큼 왕을 존경하진 않았다. 왕의 기술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한들 연금술과 비교하면 손색이 있다. 더 큰 신비를 본 이들에게 기술의 정점 따위는 그다지 눈에 차는 것도 아니었다. 

무엇보다 지금은 힘의 시대. 엘릭 왕이 만드는 물건은 뛰어났으나 강력하진 않았다. 아무리 예리한 명검이라도 휘두르는 사람이 약하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권력은 군벌이 잡고 왕은 꼭두각시 취급이었다.

연금술사가 만드는 복잡한 기계장치를 보는 것만으로도 파악하는 능력이 아니었다면 군벌들은 그녀를 왕 취급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대역죄인 데모는 분명 죽었다고 하지 않았소! 그런데 그는 여전히 금국을 활보하며 연금술을 써 대고 있소!”

지금도 딱히 왕 취급을 해준다고 말하기는 어려웠지만.

어제도 격무에 시달렸던 엘릭은 눈가를 꾹꾹 문지르며 장군의 요구에 대답했다.

“그는 무너진 건물을 복구하고 오염된 땅을 되돌리고 있지 않은가. 당장 처리하기에는 보다 급한 문제가 많다.”

“하. 왕도 총기가 다했군! 정녕 그렇게 생각하시오?”

무례한 언사에도 그를 꾸짖을 힘이 없다. 현 시점 금국에서 가장 권력이 강한 이는 대장군이었고 엘릭 왕은 그의 머리에 얹힌 왕관으로 전락했으니. 엘릭 왕은 지친 얼굴로 그의 말을 기다렸다.

“연금술이오. 그는 지금 연금술을 쓰고 있단 말이오! 아무것도 모르는 백성들은 건물을 원래대로 되돌려주는 그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고 있소. 가끔 어리석은 이들은 연금술사를 추앙하고 그들을 돕기까지 하오! 나라가 이 꼴이 된 게 전부 그 때문인데 눈으로 본 것만 믿으면서 그를 추켜 세운다오! 저주받은 힘인지도 모르고!”

건물을 되돌려주는데 당연히 고마워하겠지. 백성의 환호가 불만이라면 대신 그가 건물을 지어주면 되지 않은가.

엘릭 왕은 비아냥을 삼키며 대꾸했다.

“그렇다면 그대가 가서 데모를 막아라. 그러면 될 것 아닌가.”

“그것이…”

장군은 잠깐 말을 흐렸다.

데모에게는 아무것도 통하지 않았다. 어떤 무기를 휘둘러도 어떤 독을 써도 죽지 않았다. 말을 걸어도 듣는 척 않고 금국을 배회하며 자꾸 무언가를 만들기만 했다.

한 번 부하 장수 한 명이 그를 향해 칼을 휘두른 적 있다. 데모를 한번 더 죽여 본보기로 삼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이어진 광경은… 방해물이 ‘분해’되는 모습.

기억을 떠올린 장군은 눈을 질끈 감고 대답했다.

“…그는 이치를 벗어났소. 악마가 들렸단 말이오.”

그리 표현할 수밖에 없다. 세기의 명검이라 칭해도 모자라지 않는 날붙이들이 순식간에 나타나 인간을 해체했다. 날고 긴다 하던 장수가 가닥가닥 분해되어 땅 위로 흩어지는 모습은 공포를 넘어서 경기가 일 정도였다. 

심지어 성황청에서 찾아온 신관조차도 마신이니 뭐니 중얼거리며 물러났을 정도니. 연금술을 적대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여간 거슬리는 게 아니었다. 장군이 엘릭 왕에게 요구하는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였다.

물론 엘릭 왕 입장에서도 기가 차는 소리였다. 엘릭 왕에게 힘이 있다면 가장 먼저 권력을 탐하는 승냥이들을 쓸어버릴 것이었다.

그런데 느닷없이 그녀 보고 망령을 처리하러 가라니. 마음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은 그녀가 한숨을 쉬었다.

“짐이 그걸 어찌한단 말이냐.”

“그걸 해결하는 게 왕 아니오? 왕에게는 대대로 신비한 능력이 있잖소.”

자기도 해결하지 못하는 주제에 왕이라면 어떻게든 해낼 거라는 근거 없는 믿음을 보낸다. 그는 왕을 믿는 것일까 아니면 믿지 않는 것일까.

엘릭 왕은 허탈하게 웃으면서도 장군의 뜻을 따르기로 했다.

“가겠다. 채비하라.”

이토록 수월하게 승낙할지는 몰랐는지 장군은 잠깐 뜸 들이다가 외쳤다.

“폐하께서 행차하신다. 모두 준비하라!”

가마를 타고 나아가며 엘릭 왕은 고심했다.

금국의 왕인 그녀도 마찬가지로 그녀에겐 데모를 처리할 방법은 없었다. 애초에 그녀는 죽어서도 금국을 되돌리려 하는 데모를 굳이 처리하고 싶지도 않았다. 

충성한다면서 왕을 부려먹고 지키겠다며 금국을 부수는 망나니들이 나라에 가득하다. 무너진 경제는 회복될 생각도 않는데 그나마 있는 장인들도 무기를 만드느라 생산적인 일을 하지 못한다. 와중에 수장이 죽고 악을 품은 연금술사들은 금국 전역에 무차별적인 공격을 퍼붓고 있다.

이 와중 엘릭 왕이 데모를 처리한다면 상황은 더 악화되기만 할 뿐이겠지.

그런데 어째서 데모에게로 향했을까. 이유는 단순했다.

단지 장군보다는 데모를 보는 게 더 편했으니까.

만 하루 꼬박 수색한 끝에 으슥한 산골짜기 마을에서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전해들었다. 데모를 찾아가며 엘릭 왕은 잠시 말을 골랐다.

장군보다 데모를 보는 게 더 편하다는 건 끔찍한 착각이었다. 그녀가 가르치고 그녀가 키우고 그녀가 죽인 제자다. 대역죄인의 오명을 쓰고 죽었으면서도 다시 일어나 망가진 걸 고치는 그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한단 말인가.

그가 살아있을 때는 증오스럽고 모든 문제의 원흉이라 여겼으나 지금은 가장 그리웠다.

만일 데모였다면 그가 아직 살아있었다면. 종을 황금으로 바꾸었을 때처럼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금국을 되살렸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미 지난 일이다. 데모는 죽었다. 매장되지 못한 시체에 사념만 남아서 금국을 배회하고 있다. 연금술까지 쓴다는 건 의외인 일이나 어쩌면 그것도 데모의 집념이 만든 기적일지도 몰랐다. 

엘릭 왕은 고개를 떨구었다. 무슨 면목으로 그를 다시 본다는 말인가. 차라리 영영 도착하지 않았으면 하고 바랐다. 

왕의 기대도 무색하게 그녀를 태운 가마는 데모의 앞에 도달했다. 엘릭 왕은 멈춘 가마 안에서 깊게 숨을 고르고는 문을 열었다.

저 멀리 무너진 집을 고친 그가 보인다. 유리아 엘릭은 슬픔과 그리움을 삼키며 그의 이름을 불렀다.

“…데모.”

대답은 없다. 데모는 반응하지 않는다. 시체처럼 창백한 얼굴을 한 채로 손을 휘젓는다. 부스러진 지붕이 다시 짜맞추어진다.

뵐 낯이 없을 줄 알았는데 막상 다시 보니 지금까지 했던 고민이 신기루처럼 사라진다. 유리아는 그를 향해 반갑게 다가가며 말을 걸었다.

“스승이 왔는데 인사조차 하지 않다니. 경을 쳐야 쓰겠구나.”

사념으로 움직이는 그에게는 목소리가 닿지 않는다. 닿지 않는다는 걸 알았기에 유리아는 실망하지 않았다. 대신 그를 지그시 지켜보았다.

창백한 얼굴에는 핏기가 없다. 눈은 예전의 총기를 잃었다. 다른 자극에는 일절 반응하지 않고 고장 난 곳을 찾아 떠돈다. 무언가 망가진 것을 발견하면 연금술로 되돌려놓는다.

폐허였던 마을이 점차 새것처럼 변해간다. 파괴와 죽음이 만연한 금국에서 얼마만에 목격하는 생산적인 광경일까. 평소에 늘상 하던 일이나 지금 다시 보니 감회가 새롭다. 넋이 나간 듯 한참 그 과정을 지켜보던 유리아가 문득 말했다.

“무슨 한이 남았길래 눈을 감지 못하느냐… 너를 죽인 나라가 그토록 눈에 밟히더냐.”

말할 필요도 없다. 죽으면서도 왕을 증오하기보다는 망가진 금국을 걱정한 것이리라. 유리아는 가슴 벅차 오르는 감정을 꾹꾹 억누르며 데모의 어깨를 부여잡고는 작게 흐느꼈다.

“너뿐이다. 죽어서도 금국을 위하는 이는 너밖에 없다. 다른 모두는 고칠 생각보다… 제 안위만 살피고 있으니.”

그러자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데모는 움직이지 않았다. 마치 그의 왕을 알아보는 것처럼 움직임을 멈추고 유리아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사실 황금경 입장에서 단순히 그게 방해물인지 아닌지 판단하지 못해서였으나 유리아는 그 사실을 몰랐다. 일말의 감정이 전해진 줄 알고서 그를 더욱 세게 끌어안았을 뿐이다.

“…너무 많이 와버렸다. 짐이 아니 내가 네게 어찌 이 빚을 갚을 수 있겠느냐…”

끊어질 듯한 목소리로 살아있을 적 못한 사과를 전하는 때였다.

서걱. 무언가가 유리아의 등을 베었다. 등이 불로 지진 듯 화끈거리고 뜻밖의 충격을 받은 유리아의 몸이 크게 휘청거렸다. 차가운 목소리가 칼날의 뒤를 따랐다.

“이럴 줄 알았소. 왕이 미적지근하니 연금술사들이 사라지지 않지.”

힘없이 쓰러지는 그녀의 뒤로 피 묻은 검을 들어올리는 장군의 모습이 나타났다. 장군은 차가운 눈으로 죽어가는 왕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폐하가 여기서 시체로 발견된다면 연금술사들의 습격을 받아 죽은 줄 알겠지. 허울뿐인 왕에 충성하는 자칭 충신들을 움직일 수 있겠어.”

유리아는 그제야 함정에 빠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장군은 처음부터 그녀를 죽일 셈이었고 데모가 변방에 있다는 걸 알면서 엘릭에게 찾아가도록 종용했다. 그녀를 죽인 뒤 그 죄를 연금술사에게 덮어 씌울 작정이었다. 

엘릭 왕의 권능은 고대로부터 이어진 것. 금국이 아무리 혼란에 빠져있어도 왕의 무능이 드러났다고 해도. 이어지는 핏줄에 경의를 보내는 이들이 많다. 장군은 그들을 이용할 작정이었다. 

“나라 곳곳에 숨은 연금술사를 뿌리 뽑으려면 나라가 한 뜻이 되어 움직이는 수밖에. 폐하의 목숨은 잘 쓰도록 하겠소.”

장군이 차갑게 등을 돌릴 때 가만히 있던 데모가 움직였다. 

죽음은 세계와 자신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것. 유리아는 죽어가서 사물이 되어갔고 그녀의 몸에도 연금술이 닿았다.

인간은 죽으면 사물이 된다. 아니 애초에 살아있을 때도 사물이다. 단지 저항력 때문에 외부의 힘이 닿기 어려울 뿐.

데모는 망가진 유리아를 인식하고 그녀를 고치는 절차에 돌입했다. 

아무런 배려 없이 순수하게 기계적인 관점으로.

“윽…!”

될 리가 없다. 생명력을 잃은 육체의 일부는 연금술의 대상이 되었고 그건 유리아의 몸이 아니면서 몸인 척 차지했다. 끊어진 근육을 억지로 매듭짓고 부러진 뼈를 회칠하듯이 이어붙인다. 끔찍한 고통에 몸을 뒤틀 때마다 급조된 육체는 더욱 큰 손상을 입는다.

 그의 시도가 반복될 때마다 유리아는 몸 한 쪽이 통째로 떨어져 나가는 고통을 겪었다.

먼 훗날 연금술로 농작물을 만든 황금경은 그게 어떻게 몸을 이루는지 알게 되지만. 아직 수집이 덜 된 황금경은 그토록 전능하지 않았다. 강철의 왕 유리아 엘릭은 산 채로 해체 당하는 고통 속에서 비명을 질렀다.

그렇지만.

유리아는 끔찍한 고통 속에서도 개운함을 느꼈다. 누구도 차마 형언할 수 없는 이 아픔조차 응당 받아야 할 것처럼 느껴졌다. 그의 힘이 몸 구석구석을 주무르고 제멋대로 바꾸어가는데도 거부감이 아니라 배덕적인 쾌감이 먼저 찾아온다. 

“…이왕 이면.”

허울뿐인 왕인 채로 고통받을 바엔 차라리 그의 일부가 되는 것이 더 나을지도.

존재가 녹아들어간다. 마신이 그녀를 데려간다. 한때 모든 기술을 익힌 강철의 왕은 존재 자체가 연금물질로 바뀌어… 황금경을 이루는 재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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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niscient First-Person’s Viewpoint

Omniscient First-Person’s Viewpoint

OFPV, 전지적 1인칭 시점
Score 9.2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1 Native Language: Korean
I, a mere con artist, was unjustly imprisoned in Tantalus, the Abyssal Prison meant for the most nefarious of criminals, where I met a regressor. But when I used my ability to read her mind, I found out that I was fated to die in a year… and that the world would end 10 years la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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