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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niscient First-Person’s Viewpoint Chapter 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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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423

밤이 짧은 이유는 비어있기 때문이다. 그 어둠 속에서 공허한 잠을 청하는 인간도 무료함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 흡혈귀에게도 밤은 짧다.

그러나 어둡고 고요한 밤에 무언가를 채우기 시작하면 너무나 많은 것이 들어간다. 마치 끝이 보이지 않는 독에 무언가를 붓는 것처럼 늘상 찾아오던 밤이란 시간이 이렇게 길었나 되새긴다.

긴 밤이 지났다. 만월의 성주. 그림자의 여왕. 흡혈귀의 시조 티르칸쟈카는 어젯밤을 떠올리며 멍하니 누워있었다. 흡혈귀가 된 이후 천 년 가까이 살며 수도 없을 밤을 지새웠지만 어젯밤처럼 인상 깊은 밤은 또 없었다.

‘그건 치료 목적이었다. 어디까지나 나의 몸에 감각을 전해주기 위해 취한 방법이었다. 나도 안다. 헌데….’

머릿속으로 끊임없이 되뇌어보아도 티르칸쟈카의 심장은 자꾸만 제멋대로 두근거렸다. 티르칸쟈카는 그 흔들림을 부담스러워하면서도 다른 한 편으로는 즐기는 자신을 발견했다.

‘…하나 과연 그게 순전히 치료를 위한 것이었을까?’

생각하면 할수록 얼굴이 붉어진다.

예전이었다면 멈추고 싶다 생각하는 순간 멈췄을 텐데. 지금은 부끄러움 때문에 제발 멈춰달라고 사정해도 무시하고 계속 뛴다. 혈조술로 억지로 부여잡을 수야 있지만 그랬다간 심장이 터져버릴 것이다. 티르칸쟈카는 감정을 조종하는 걸 포기하고 침대에 얼굴을 묻었다.

‘그럴 리가 없지 않느냐! 어젯밤 꼬박 입을 맞추었다. 입을 맞춘 채로 의자에 앉고 책상 위에 눕고 끌어안기까지 했다. 거기에 혀 혀 혀가. 이 입 속을…!’

“……!!!”

퍽퍽. 티르칸쟈카가 침대를 연신 주먹질했다. 그때마다 침대가 펑펑 터져나가며 안에 들어있던 깃털이 사방팔방으로 흩날렸다. 역사학적인 가치를 지닌 고풍스러운 침대가 고물이 되어가는데도 티르칸쟈카는 어젯밤 있었던 일을 회상하기 바빴다.

‘너무나 경황이 없어서 그리고 부끄러워서… 묻지는 못했지만. 휴도 역시.’

벌써 시간이 꽤나 지났건만 티르칸쟈카는 여전히 침대를 뒹굴며 있었다. 이 행복한 기억 한 조각과 그로 인해 두근거리는 심장만 있다면 이대로 며칠이 지나도 심심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렇다고 몇 날이나 뒹굴거릴 수는 없다. 당장 오늘 밤에 그가 또 온다고 약조했으므로. 어제는 입이었지만 오늘은 다른 곳을….

“……!!!”

퍽퍽. 침대는 이제 화살에 꿰인 새처럼 처참한 모습이 되어 있었다. 티르칸쟈카는 깃털이 흘러나오는 침대에서 여전히 뒹굴었다….

그런데 그때 티르칸쟈카의 입에서 묘한 감각이 느껴졌다.

깃털이었다. 마른 깃털이 텁텁하게 티르칸쟈카의 입안을 간지럽히고 있었다. 처음에 무엇이 이상한지도 모르던 티르칸쟈카는 생소한 감각의 정체를 파악하느라 잠시 멈췄다.

한 30분 가까이 감각을 곱씹은 끝에 티르칸쟈카는 깨달았다.

‘간지러워.’

입안이 간지럽다.

흡혈귀가 된 뒤로 이러한 느낌은 받아본 적 없는데. 어제 그의 혀가 구석구석을 전부 칠하며 지나간 이후… 그녀의 입 안은 감각을 되찾았다.

“이제… 맛을 느낄 수 있구나.”

맛볼 수 있을 것이다. 그걸 소화할지는 몰라도 최소한 티르칸쟈카의 혀는 미식을 즐길 자격을 갖추었다. 티르칸쟈카는 입가를 만지작거리며 그 의미를 되새겼다. 

한 번 얻은 능력은 바로 써봐야 하는 노릇. 티르칸쟈카는 고개를 들어 그녀의 시녀를 불렀다.

“카탈리나.”

“시조시여. 부르셨나이까?”

문 밖에 서있던 시녀가 대답했다. 티르칸쟈카는 몸을 일으키며 명령했다.

“카빌라에게 가야겠다. 채비해두거라.”

“삼가 받들겠나이다.”

카빌라는 시조가 아는 가장 뛰어난 요리사였다. 동시에 가장 마음을 터놓고 어울릴 수 있는 엘더이기도 했다. 다른 엘더와는 달리 카빌라는 어렸을 때 흡혈귀가 되어서 티르칸쟈카가 직접 키우듯이 데리고 다녔으니.

지금껏 카빌라는 그 요리 실력을 가지고도 인간에게 베풀기만 했지만 오늘은 경애하는 티르칸쟈카에게 대접할 기회를 얻을 것이다. 

 

***

안개에 가려진 햇빛 넓지만 잘 보이지 않는 초원 바다에서 불어오는 축축한 바람. 

몇 달에 한 번 찾아올 좋은 날씨도 그닥으로 만들어버리는 안개 속에서 피곤에 찌든 나는 늘어지게 하품했다.

“흐아아암.”

초원을 걷다 말고 하품하고 있으니 룽켄이 멈춰서서는 물었다. 

“하품? 피곤한가?”

“네. 어제 잠자리가 바뀌는 바람에 잠을 설쳐서.”

설쳤다고 해야 하나. 밤새 티르와 붙어있다가 감각을 되살린 후 잠시 눈을 붙이고 나온 거라 피곤해.

입맞춤을 방법으로 선택한 건 정답이었다. 티르도 잔뜩 의식한 덕분에 감각 호응이 좋았고 나도 꽤 즐거웠으니까. 만일 혀를 잡아서 감각을 되살리려고 했다면 일주일이 넘게 걸렸을 것이다.

“인간은 참 까다롭군! 몇 시간마다 잠을 자는 것도 신기한데 그조차 제대로 못 자면 피곤하다니! 불편해서 어떻게 사나?”

사정을 모르는 룽켄은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내가 댁 시조와 밤새도록 키스하느라 피곤하다고 말하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음 룽켄이라면 쉽게 납득할지도. 시험해볼 생각은 없지만.

“인간 입장에서는 평소에 안 자다가 몇 달 몰아서 자는 흡혈귀들이 더 신기하거든요.”

“매일 고작 해가 뜨고 지는 그 짧은 시간 동안 자다 깨다 반복한다? 번거롭군! 잠도 습관이다. 줄여라!”

“습관이 아니라 생리현상이잖아요. 그걸 어떻게 줄이냐고요. 댁은 인간 시절이 기억도 안 나요?”

“오래 전이라 까먹었다!”

“당당하시네.”

투덜거린 나는 다시 본론으로 돌아갔다.

“그래서 룽켄 당신은 초원의 양치기와 목장을 다스리는 거죠?”

“물론 자질구레한 일은 전부 내 쫄다구들이 한다! 나는 심심할 때 늑대나 호랑이를 쫓아내는 것 말고는 관여 안 하지!”

“호랑이까지요?”

“킁. 자주 내려오진 않지만 갓 성체가 된 녀석들은 배우지 못하고 앞발을 들이민다. 부하들에게 맡기긴 영 불안하고 그렇다고 인간을 떼로 몰고 다니며 산을 뒤집고 다니다간 몇 명 물려가야 하지. 그럴 바에야 내가 달려가서 때려잡는 게 낫지 않나!”

아인쯤 되면 호랑이와 자웅을 겨룰 수 있겠지. 하지만 호랑이를 찾아 산을 헤매는 건 아무리 아인이라도 어리석은 짓이니까 엘더가 직접 나서는 듯하다. 뭐? 엘더라도 어리석은 짓 아니냐고? 어리석은 엘더에게는 정상적인 짓이 되니까 상관없다.

룽켄은 저돌적이고 강력하며 혈조술에 능하진 않지만 피 냄새 하나는 누구보다 잘 맡는다. 더불어 짐승의 피를 느끼는 감각은 다른 엘더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뛰어나다. 필시 그의 피에 짐승의 것이 섞여있기에 가능한 일일 터. 넓은 땅에서 짐승을 관리하는 초원과 목장은 그에게 어울리는 영역이라 할 수 있다.

즉 엘더마다 분야가 조금씩 다르다는 거고. 어울리는 사람들이 달라진다는 거지.

“레이디 카빌라와 그녀의 아인은 해안가의 인간들을 보호하죠. 제가 이해하기로는 엘더마다 주로 맡은 인간들이 조금 달라요. 그렇죠?”

“성향 차이가 분명히 존재하지!”

“그렇다면 이번에 돌아가신 엘더 루스키니아 공은 어떤 인간들을 주로 맡았죠?”

룽켄은 별다른 고민 없이 시원하게 대답했다.

“병자였다!”

“병자? 아픈 사람들이요?”

“그렇다! 박쥐 녀석은 몸 가지고 장난질을 치곤 했지! 흡혈귀라면 몰라도 인간들은 마구잡이로 죽어 나갔다. 인간을 찾으러 다녀도 다 다른 엘더의 아래로 들어갔고! 오직 죽기 직전의 병자만이 죽을 각오를 하고 그에게 몸을 맡겼다! 자칫하면 죽지만 잘 되면 목숨은 부지할 테니까!”

몸이 멀쩡한 사람은 그를 피하지만 다친 이들은 마지막 희망이라도 걸고 찾아간다는 건가. 가장 가혹한 엘더에게 불쌍한 사람들이 몰려간다는 독특한 결과가 나왔네. 의선이 루스키니아의 아래에서 나온 이유가 있었다는 거지.

“도움이 되었나 애첩!”

“네에. 확실히 참고가 되었어요. 죽은 루스키니아의 영역에는 절박한 병자들이 있었고 대부분 개조당했을 테니 엘더에게 원한을 가질 이유는 충분하군요. 예일링이 된 리르에게 혐의가 가는 것도 이해는 가네요.”

“어떤 놈이 죽였는지는 모르지만 한 번 싸워 보고 싶군! 필시 상당한 강자일 테니까!”

호기롭게 외치던 룽켄은 갑자기 입맛을 다시며 나를 바라보았다.

“그런 의미에서 한 번 싸워보지 않겠나!”

“못 싸운다고요. 저 약해요.”

“도대체 언제 강해지는가?”

“강하고 약하고가 마음먹은 대로 되는 건 아니겠지만 조금 기다려보세요. 제가 각성하면 이 세상의 멸망을 초래할 만큼 강해질 테니까.”

진실을 말했는데도 룽켄의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허풍이 심하군? 보통 그런 놈들은 별 볼 일 없던데.”

“별 볼 일 없으니까 허풍을 떠는 거죠.”

“킁! 그도 그렇군! 속 빈 강정이라는 건가!”

제 혼자 납득해서 끄덕거리는 룽켄을 놔두고 나는 생각에 잠겼다.

하나도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역시 룽켄은 아무것도 몰랐다. 정보라고 해봐야 걸어가다가 아무나 붙잡고 생각을 읽어도 비슷한 정도가 나왔고.

독심술로 그의 기억을 살펴보았지만 룽켄은 루스키니아를 죽이기는커녕 그에게 별다른 관심조차 갖지 않았다. 심지어 죽고 나서도 그러려니 했다.

흠. 누구지? 아무리 읽어봐도 범인이 나오질 않네. 엘더가 죽었는데 사고사나 실족사는 아닐 거 아니야? 아무리 10년 전 사건이라도 그렇지 흡혈귀가 그동안 늙어죽었을 리 없고….

아 그렇다면. 10년 전에는 있었는데 지금은 없는 엘더가 범인인가?

막 떠오른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는 동안 룽켄이 몸을 일으켰다. 

“돌아갈 건가? 데려다 주지! 따라와라!”

“네? 무슨 바람이 불어서 그런 친절을?”

“시조의 애첩에게 그 정도는 해야지! 네가 다쳤다간 시조를 무슨 낯으로 보겠나!”

도대체 시조의 애첩이란 어떤 존재이길래 멧돼지 수인이 배려를 배웠을까. 배려를 감사히 받아들이려고 하는데 룽켄은 갑자기 먼 곳을 바라보며 코를 킁킁거렸다. 멧돼지 수인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엄니가 갑갑한듯 꿈틀거렸다. 

“거기다 뭔가 구린 냄새가 나니까. 애첩이 위험한 일은 없겠지만 조심해서 나쁠 것 없지. 인간은 워낙 쉽게 죽곤 하니까.”

“당신은 냄새 못 맡잖아요?”

“크흥! 피냄새는 누구보다 잘 맡는다! 그리고 피바람이 불기 전에 들이닥치는 이 짜릿함도 역시도! 무언가 오고 있다! 나는 알 수 있어!”

생각을 읽었지만 별다른 기억은 읽지 못했다. 그가 흥분한 건 순전히 동물적인 육감. 콧김을 세게 뿜은 그는 하늘 어느 곳을 쳐다 보며 중얼거렸다.

“박쥐가 날아다니는군. 조심해라 인간의 왕. 종주를 잃은 권속은 폭주하기 마련이니.”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가능한 오늘내로 한편더 해보겠습니다

어제 찾아뵙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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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niscient First-Person’s Viewpoint

Omniscient First-Person’s Viewpoint

OFPV, 전지적 1인칭 시점
Score 9.2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1 Native Language: Korean
I, a mere con artist, was unjustly imprisoned in Tantalus, the Abyssal Prison meant for the most nefarious of criminals, where I met a regressor. But when I used my ability to read her mind, I found out that I was fated to die in a year… and that the world would end 10 years la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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