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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niscient First-Person’s Viewpoint Chapter 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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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437

리르의 재판에 별 관심도 없다는 듯 무미건조하게 서 있던 흡혈귀들도 이 발언에는 놀랐다. 모두가 예상하던 재판은 증거도 증인도 없이 오직 심증만을 가지고 용의자만을 몰아붙이는 인민재판이었다.

흡혈귀는 거스를 수 없는 위계질서를 가진 나라. 시조와 엘더가 유죄라고 믿으면 재판조차 필요없이 처분할 수 있다. 이 자리는 그저 여흥에 불과하다 그렇게 다들 믿었는데.

그런데 용의자가 냅다 자백하다니?

‘정말이라고? 고작 예일링이 엘더를?’

‘피의 굴레를 벗어났다는 소문이… 정말이란 말인가?’

‘굴레를 만든 시조라면 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위가 아니라 아래에서도 그 굴레를 끊었다고?’

심지어 흡혈귀 대다수가 그녀를 범인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기에 충격은 더했다. 피의 굴레를 누구보다도 강렬하게 느끼는 흡혈귀들은 고작 예일링 따위가 엘더를 죽일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으니까.

나는 슬쩍 엘더가 앉아있는 곳을 보았다. 미소 짓는 에르제뷔트 경악하는 카빌라 놀러 왔다가 붙잡혀서 지루해 보이는 룽켄. 그리고 무표정으로 리르를 쳐다보는 발다미르.

가뜩이나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흡혈귀 중에서도 가장 정치적인 발다미르에게서 표정변화를 기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독심술로 읽은 그의 속내는 은근히 다채로웠다.

‘…이건 예상 밖이로군. 따로 일러두지는 않았지만 흡혈귀라면 당연히 부정하리라 여겼는데.’

놀라운걸. 리르의 돌발행동은 협의된 게 아니었네. 발다미르의 죄를 대신 뒤집어쓰는 것도 아니었어.

그렇다면 도대체 뭘까.

흥미진진한데?

“…네 죄를 네가 알렸으니 네가 받을 벌 역시도 알고 있겠지.”

“알고 있습니다. 제게 주어진 피를 거두어 가시겠죠. 그 저주받을….”

리르는 거기까지 말하고는 잠시 고개를 떨궜다. 잠시 그녀의 안에서 갈등이 일었다. 말하고 싶지 않으나 말해야 하는 상황. 리르는 둘 중 하나를 정했다.

“…아버지가 제게 심어 넣은 시조의 피를.”

리르는 숨겨진 진실을 고백했다. 벌을 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녀의 아버지이자 종주인 엘더 루스키니아의 명예를 깎아내리기 위해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스캔들이 권력자에게 치명적인 일격이 되고는 했지만 설마 그게 안개 공국에서 일어날 줄은.

흡혈귀가 자식을 가졌다는 말에 놀란 티르가 말을 잃은 사이 저편에서 소란이 일었다.

“시조시여 더 들을 것도 없습니다!”

루스키니아의 아인 중 한 명이 벌떡 일어서며 외쳤다. 어떻게 갖다 붙였는지 모를 깃털을 꼿꼿이 세운 그녀는 리르를 몰아붙였다.

“우리는 평범한 인간과 다릅니다. 위대한 피의 굴레 아래 직접 피를 나눈 혈족은 고작 씨를 받았을 뿐인 관계보다 깊습니다! 그딴 저급한 관계는 가축에게나 통용되는 개념입니다! 지금 리르는 가축의 법도를 흡혈귀에게 적용하려고…!”

“충분하다.”

서걱.

붉은 선이 그녀의 가슴팍에 그어졌다. 아인은 말을 하다 말고 피거품 섞인 호흡을 내뱉었다. 피에 젖은 깃털이 흩날리느 가운데. 양단된 그녀의 몸 뒤로 발다미르가 가느다란 식기 나이프를 들고 섰다.

비스듬히 떨어지는 흡혈귀의 상반신을 떨어지지 않도록 붙잡아 든 발다미르가 나지막이 말했다.

“시조의 안전이다. 언성을 낮추고 예를 갖추어라.”

“흐…죄송….”

“영멸한 루스키니아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내 두 번 손쓰게 만들지 마라.”

툭. 경고를 끝마친 발다미르는 잘린 그녀의 상반신을 다시 올려놓았다. 피거품이 다시 일더니 잘린 피부가 꿈틀거리며 하나로 합쳐졌다. 간신히 목숨을 부지한 루스키니아의 아인은 철푸덕 무릎을 꿇었다.

한 흡혈귀를 반으로 가르고 붙이는 묘기를 선보인 발다미르는 별일 아니라는 듯 손을 털며 말했다.

“잠시 소란을 벌였습니다. 제때 막지 못해 죄송합니다 시조시여.”

거짓말. 마음먹으면 입 뻥긋하기도 전에 목을 벨 수 있었으면서. 일부러 저들이 할 말을 다 할 때까지 기다려줬잖아. 티르의 권위를 세워주면서도 저들의 의견을 노출하게 두었어. 정말 정치적 이라고밖에 설명할 길 없다.

“되었다. 그 점은 넘어가도록 하마.”

과정이야 어찌 되었든 루스키니아 측 주장은 타당하게 받아들여졌다. 티르도 분위기를 추스르며 말했다.

“그녀의 말대로다. 리르 나이팅게일 너와 루스키니아가 어떤 관계인지는 무의미하다. 그는 엘더이고 너는 그의 혈족인 예일링. 감히 예일링이 엘더를 죽인 역천의 죄는 여전하다. 지금껏 존재하지도 않았던 대죄. 너는 그 죗값을 치러야 한다.”

티르의 판결은 가장 올발랐다. 모든 흡혈귀가 가장 기대했으며 납득하는 판결이라는 뜻이다. 티르가 시조의 이름으로 지엄한 선고를 하려고 할 때 리르가 고개를 번쩍 들고는 말했다.

“이의 있습니다.”

“이의?”

감히 시조의 판결에 피의 굴레를 망가뜨린 반동분자가 대꾸를 하다니. 용납할 수 없는 일. 티르도 들을 생각이 없었고 흡혈귀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렇지만 나는 아니어서 티르가 무어라 말하기 전에 끼어들어서 물었다.

“시조의 판결에 이의가 있다면 그만큼 중대한 이유겠죠? 뭔데요?”

내 공식적인 위치는 시조의 애첩. 나 자신은 아무것도 아니지만 내 말은 공국에서 가장 중요한 시조를 움직인다. 판결을 하려던 티르는 맡기듯 옥좌에 등을 기댔다. 내 기를 세워주기 위해 잠시 빠진 것이다.

덕분에 권위를 빌린 나는 리르의 이의제기를 허락했다. 리르는 흡혈귀다운 무심함으로 말했다.

“제 아버지는 죽어 마땅한 작자였으니까요.”

전혀 흡혈귀답지 않은 가정사를.

흡혈귀들은 가정사에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았다. 누군가에게 원한을 사는 일은 오랜 세월을 살아오면서 자주 있는 일이니까. 그러나 나는 다르다. 엘더의 가정사라니 이 얼마나 궁금한 이야기인가.

나는 리르의 생각을 읽었다. 발다미르의 생각을 읽었다. 리르는 범인이 아니고 발다미르는 범인이다. 독심술은 명백한 사실을 전했다.

그렇지만 독심술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두 권의 책 진실만을 적은 책이라도 어두컴컴한 부분이 남아있었다. 내가 읽은 건 어디까지나 인간이 가진 경험과 기억뿐. 인간을 빼놓고 남는 사실은 여전히 오리무중이었다.

평소라면 에라 모르겠다 하고 넘어갔겠지만. 독심술로 저 둘의 의도를 읽어보면 궁금증이 솟아올라서 말이야.

리르는 엘더를 죽이려고 했고.

발다미르는 엘더를 구하려고 했다.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지만.

“고 루스키니아 공. 그러니까 춘부장께서 죽어 마땅한 이유를 들을 수 있을까요?”

“그는 저희 어머니를 죽이고….”

“잠깐잠깐. 그렇게 훅 넘어가면 공감할 수 없잖아요? 가능한 처음부터.”

어둠 속에 가려진 진실을 알아내기 위해서라도. 나는 리르의 이야기를 듣고자 했다. 아직 나이가 많지 않아서 그럴까 아니면 특별해서 그럴까. 리르는 내 말뜻을 알아듣고는 차분히 설명을 시작했다.

“제 아버지는 모두가 아는 엘더였습니다. 강력하고 잔혹한 혈기공사 루스키니아 공. 그에 반해 제 어머니는 나라 바깥에서 떠돌다가 살기 위해 공국으로 흘러들어온 난민에 불과했습니다. 힘도 재산도 가족이나 친지도 없이. 혈혈단신으로 그 피라도 팔아 살아남기 위해서 찾아온 뜨내기.”

“들어본 것 같아요. 공국에서 피를 구한다는 소문은 암암리에 있었죠.”

“사실입니다. 새로이 들어오는 난민들은 이곳 공국의 인간과는 다른 피맛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미식을 즐기는 흡혈귀들은 흘러들어온 난민을 찾아가서는 피를 품평하곤 합니다.”

피 맛이라고 해봤자 거기서 거기라 인간이 먹는 음식에 비할 바는 아니겠지만 수백 년을 살아온 흡혈귀에게는 그 미묘한 차이조차도 구별할 까탈스러움을 갖게 되는 듯했다.

“그건 제 아버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아버지의 혈족은 인간을 험하게 다뤄서 늘 휘하 인간의 숫자가 부족하고 아버지 역시도 피에 목이 말라 있었습니다. 그런 아버지에게 혈족에 대한 배경지식이 부족한 난민들은 가장 손쉬운 먹잇감이었습니다. 아버지는 거기서 어머니를 만났고 끔찍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끔찍한 일?”

“어머니의 피가 아버지의 입맛에 맞은 일이었습니다. 그것도 상당히. 평생 애첩을 둬 본 적 없던 아버지는 어머니를 곧바로 애첩으로 삼았습니다.”

“흠. 듣기만 하면 그다지 끔찍한 것 같진 않은데요. 자당께서 원하시던 일 아닌가요?”

얼핏 들으면 끔찍한 것처럼 보이나 공국에서 엘더의 입맛에 맞는다는 건 상당히 축복받은 일이다. 다른 설명 붙일 필요 없이 나를 보면 된다. 시조의 애첩이라는 이유로 아인도 턱짓으로 부리며 온갖 곳을 쏘다니는데? 위계가 절대적인 공국에서 애첩이란 권력의 상징이다. 가축에서 애완동물로 격상할 유일한 방법이니까.

리르도 냉정하게 그 사실은 인정했다.

“…그때까진 아무런 문제 없었습니다. 어머니는 피를 팔았고 아버지는 맛을 보았으니. 그러나 문제는 그 이후 일어났습니다. 아버지는 잔혹한 엘더였고 그가 원하는 일은 무엇이든 해내야 직성이 풀렸습니다. 어머니는 힘없이 그에 휘둘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것도 뭐 어쩔 수 없는 것 아닌가요? 균형이 무너진 부부 사이는 응당 그러니까요.”

“저 또한 어쩔 수 없습니다. 그 사이에서 태어난 자식 또한 응당 그러듯이.”

쩝. 그리 말하니까 할 말은 없네.

“그리고 단순히 불화 문제로 끝난 건 아닙니다. 아버지는 어머니가 죽어서 더는 피를 공급받지 못하거나 늙어 그 피가 변질하는 것을 원치 않았습니다. 그래서 아버지는 다양한 시도를 하였습니다. 공국에서도 자랑스레 드러내기 어려운… 실험을.”

“실험이라고 한다면?”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습니다. 칵테일처럼 다른 이들의 피와 섞어 양을 불리기. 반쯤 죽은 인간에게 어머니의 피를 이식하기. 몸을 개조하려고 시도하기 등. 다양한 시도가 있었지만 가장 대표적으로는 제가 있습니다.”

“당신이요?”

리르는 자신의 기원을 무표정으로 대답했다.

“어머님의 피가 맛있다면 자식의 피 또한 그럴 것이다. 그런 믿음으로 어머니를 잉태시켰습니다. 와중에도 자신과 닮은 피일수록 맛있다는 가설을 실험하기 위해 굳이 자신의 씨를 써서.”

“흡혈귀가 아이를 가졌다는 말이냐?”

의부가 아닌 생물학적인 아버지라는 말에 티르가 반응했다. 리르는 아쉽게도 티르가 원하는 대답을 해주진 않았다.

“흡혈귀는 아이를 가질 수 없습니다. 하지만 아버지처럼 씨를 보관하고 있었던 경우에는 가능합니다. 아이를 뱃속에서 키우는 건 여자니까요.”

“여자는 아이를 가질 수 없다는 말이로구나….”

“여자 흡혈귀라면 말입니다.”

다시 한번 강조한 리르는 마저 말했다.

“저는 어머니의 대체품이 되기 위해 태어났습니다만 제 피는 아버지 입맛에 맞지 않았습니다.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맛있었다면 저도 아버지의 씨를 품었을지도 모르니까요.

어쨌든 어머니의 피를 보존하기 위한 아버지의 시도는 대부분 수포로 돌아갔습니다. 어머니가 아직 인간이기 때문에 자칫하면 죽어버릴까 걱정이 되었던 탓이죠. 물론 어머니를 걱정한 게 아니라 어머니에게서 더는 피를 공급받지 못할 것을 걱정한 것이겠지만.”

냉소조차 차가웠다. 의선이라 불릴 이는 그 다정함과는 달리 서늘한 말투로 자기 과거를 읊었다.

“이 모든 실패가 어머니의 연약함 때문이라 믿은 아버지는 결국 어머니를… 어리석게도 자신의 아인으로 만들고 말았습니다.”

“제가 인간이라 잘 모르는데 그건 왜 어리석죠?”

“피를 나누어 지배하는 순간 이미 피가 변질되기 때문입니다. 맛이 없어진다고 할까요. 어머니 역시 타인의 피를 취해 자신의 혈조술을 유지해야 했고 아버지는 이제 결코 어머니의 피로 만족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나름 몰두하던 일을 제 스스로 망쳐버렸으니 얼마나 상심하셨을지.”

과거의 아버지를 비웃듯 싸늘한 미소를 입가에 띄운 리르는 좌중을 둘러보며 말했다.

“물론 이러한 이야기는 여러분들에게 아무런 감흥을 주지 못할 것입니다. 흡혈귀가 받아들이기엔 너무나 인간적인 주제니까요.”

꼭 그렇진 않았다. 흡혈귀들은 인간과 꽤 밀접하게 엮여 살아간다. 그들은 차가운 이성으로 리르가 루스키니아를 증오하는 이유를 이해했다.

“하지만 아버지가 여러분께도 죽어 마땅한 이유 역시도 있습니다. 먼저 대죄를 저지른 건 다름 아닌 아버지이기에.”

그리고 여기서부터는 이해를 벗어난 영역. 흡혈귀가 터부시하는 감성적인 영역을 건드리는 발언이 리르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흡혈귀가 되어버린 제 어머니를 돌이키기 위해 아버지는 피의 굴레를 부술 방법을 연구했습니다. 그리고 성공했습니다. 종주인 아버지를 직접 죽인 제가 그 결과물.”

몇몇 흡혈귀들이 벌떡 일어섰다. 권속이 종주를 거스른다는 역천의 죄 그건 일어날 수 없기에 걱정거리가 아니었다. 리르가 루스키니아의 살해범으로 의심받을 때도 의심으로 그쳤기에 별다른 반향을 일으키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게 실제로 일어났고 그 대상이 지금 말하고 있다. 흡혈귀들은 두려움과 걱정에 휩싸였다. 시조조차 굴레에서 벗어난 현재 아래에서도 굴레를 부술 방법이 나타난다면. 종주가 권속에게 살해당하는 일도 빈번히 일어날지도 모르기에.

리르는 공국을 뒤집을 만한 발언을 계속했다. 

“여러분이 분노하는 그 역천의 죄 그 죄를 가장 먼저 저지른 흡혈귀는 바로 엘더 루스키니아입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재판 느낌으로 하다보니까 이야기 엮기가 좀 어렵네요.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 엮어야 해서… 좀 더 힘내보겠습니다.

늘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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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niscient First-Person’s Viewpoint

Omniscient First-Person’s Viewpoint

OFPV, 전지적 1인칭 시점
Score 9.2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1 Native Language: Korean
I, a mere con artist, was unjustly imprisoned in Tantalus, the Abyssal Prison meant for the most nefarious of criminals, where I met a regressor. But when I used my ability to read her mind, I found out that I was fated to die in a year… and that the world would end 10 years la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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