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442
인간에게 잠이란 단락이다. 수많은 정보를 보고 듣고 느끼며 그때그때 최선의 판단을 강요받으며 하루를 버틴 인간의 몸은 어느 순간 죽은 듯 잠들어야 할 때가 온다. 모든 감각을 차단하고 신경을 놓아 고단한 하루를 끝내고 내일 새로 태어나야 하는 것이다.
“휴. 일어나거라. 달이 밝았다.”
“….”
“큰일이구나. 10분만이라 칭얼거리지도 않는 걸 보니 정녕 일어나지 않을 셈이구나.”
마땅히 주어야 할 휴식을 주지 않는다면 처음에는 조금 피곤한 채로 움직이던 이 몸은 점차 망가지다가 고장나고는 한다. 지금 내가 딱 그랬다.
“인간이 고작 며칠 못 잤다고 이리 쓰러지느냐? 내 시절에는 주야를 자지 않고 전쟁한 적도 있었거늘.”
“그걸… 버티니까… 그때까지 살아남은 거네요….”
“나의 반려라는 이가 이리 허약할 줄이야.”
“잠을 안 자는 흡혈귀가 그러는 건 비겁하잖아요…! 끙.”
내가 허약한 건 인정한다. 그렇지만 이 환경에서는 어쩔 수 없다고 항변하고 싶다. 애초에 환자였으면서 공국을 빨빨 싸돌아다니다 쪽쪽 빨려서 탈진한 주제에 재판정까지 따라갔다. 이랬는데도 쓰러지지 않는다면 흡혈귀 다음으로 생긴 신인류지.
거기다.
“누가 재판을 한밤중에 해요…. 착한 어린이는 잘 시간이라고요.”
“밤이야말로 흡혈귀의 시간이거늘.”
“흡혈귀는 다 나쁜 아이들만 모인 모양이네요….”
“남말하는구나. 너도 그리 착한 아이는 아닐진대.”
어쨌건 내 상태를 알아챈 티르는 보채거나 다그치는 대신 느긋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면 리르에 대한 판결은 어찌하겠느냐? 며칠 미루면 괜찮을 것 같느냐?”
“네? 오늘 하기로 했잖아요. 그걸 미룰 수 있어요?”
“고작해야 며칠일 뿐인데 무얼. 며칠 정도는 눈 깜짝하면 지나가지 않느냐.”
“눈에 벌레가 들어가도 며칠 정도면 다시 뜰 것 같은데.”
이게 흡혈귀식 사고방식인가. 약속을 미루는 데 주저함이 없다. 하긴 자기 나라를 삼백 년 만에 다시 방문한 티르라면 그럴 수도 있겠지. 티르는 거기에 더해 당당하게 선언했다.
“그리고 내가 이 나라의 시조인데 안 될 게 무엇 있겠느냐.”
“역시….”
살아있는 아니 죽어있는 아니 다시 살아난 권력 그 자체. 나는 엎드린 채로 엄지손가락을 들어올렸다.
“부탁드려요…. 조금만 쉬면 괜찮아질 것 같으니까….”
“그렇구나. 푹 쉬거라. 헌데 휴….”
티르는 조금 목소리를 낮추며 살짝 부끄러운 듯 내 등을 쿡 찔렀다.
“…다음 밤은 언제 함께할 수 있겠느냐? 밤이 길어 조금 적적하구나.”
“저번에 한 지 얼마나 되었다고 그래요?!”
“그때도 너무 순식간에 지나가서 무엇이 무엇인지도 모르겠었다. 다시 한 번 천천히 음미하면 더 잘 알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렇게 말하니까 제가 뭐 토끼의 왕이나 그런 것처럼 들리잖아요! 티르 사흘은 순식간이 아니에요! 어디 가서 물어보세요. 제 절륜함에 경악할 테니까요!”
당신 흡혈귀 아니었으면 몇 번 죽었어! 그 정도로 힘겨운 싸움이었다고! 아 잠깐. 흥분하니까 다시 머리가 아파 온다. 조금 비겁할지도 모르지만 다음에는 마신의 힘까지 써봐야겠는걸….
“안색이 안 좋아 보이는구나. 확실히 피의 흐름이 약해진 게 느껴진다. 으으음. 이 이상 무리를 시킬 수는 없겠구나.”
티르는 나를 혼자 두고는 나갈 채비를 했다. 외투를 몸에 두르고 방 안에 흐트러뜨린 어둠을 다시 그러모아 양산으로 만든다. 가볍게 채비를 한 티르는 침대에 누운 나를 미소와 함꼐 바라보며 말했다.
“의원을 불러올 테니까 정양하고 있거라. 그들에게는 잠시 기다리라고 전하마.”
“조금만 쉬면 괜찮아질 것 같으니까… 가 계세요….”
“평범한 시간의 조금만 은 여전히 잘 모르겠구나. 가보겠다.”
방문이 천천히 닫혔다. 티르가 모든 어둠을 그러모아 간 덕분에 이 만월의 성 꼭대기에도 옅은 석양이 비쳤다. 티르는 문이 닫히기 직전까지 붉은빛에 살짝 젖은 방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서로의 시간이 다르면 이리 큰 간극이 보이는구나. 이 사이를 메워가는 것 또한 즐거움 중 하나겠지만 언젠가는 같은 곳에 도달해야겠지. 내가 평범한 시간을 살든 휴가 흡혈귀가 되든.’
약간의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나서면서도 티르는 아리송한 듯 고개를 갸웃했다.
‘묘한 일이로구나. 이전에는 평범한 시간을 살아도 괜찮다고 여겼는데. 휴가 있는 지금은 이 시간을 영원히 즐기고 싶으니. 처지가 바뀌면 바람 또한 바뀐다는 것일까…. 다음에 충분한 시간이 있다면 휴와 두고두고 상의해야겠구나.’
그러게. 어떻게 되려나.
나도 딱히 미래 계획을 잡고 살아가는 편은 아니니까. 상황이 바뀌면 바람도 변하는 법이다. 마신을 전부 찾아내겠다는 바람이 바뀌지는 않았지만 지금 내 삶이 안락하다는 것 자체는 만족스럽다.
‘…그 또한 즐거움이겠지. 후후. 나에게 이런 시기가 올 줄은.’
특히 티르는 아름답고 강력하며 무엇보다 나에게 헌신적이니까. 내 모든 부탁을 들어주고 욕망을 받아내주는 절대 권력자를 얻긴 쉬운 게 아니지. 애첩이란 좋은 직업이구나.
맞아. 좋아. 평범한 인간이라면 인생의 종착역으로 삼아도 괜찮을 정도다.
종착역이 그대로 있어준다면 말이지만.
티르의 옅은 체취가 남은 침대에 고개를 박고 잠든 듯 깬 듯 지내던 중 느닷없이 방문이 벌컥 열렸다. 작은 왕진가방을 든 리르 나이팅게일이 시조의 방이라는 사실도 아랑곳 않고 성큼성큼 걸어들어왔다.
“환자가 있다고 해서 왔습니다. 환자는 어디 있습니까?”
“으어어.”
“…? 이번에는 환자 언저리조차 아니군요. 기력이 조금 쇠한 것 말고는 멀쩡합니다만.”
순식간에 내 상태를 진단해낸 리르는 왕진가방 대신 앰플을 만지작거리며 물었다.
“영양 보충용 혈액이라도 드시겠습니까?”
“저는 흡혈귀가 아닌데요….”
“인간이 먹어도 되게끔 정제한 겁니다. 순간적으로 혈액이 늘어난 것처럼 몸을 착각시키는 효과가 있지요. 당장 기운 차리기엔 특효입니다.”
“조금만 쉬면 되니까 가만히 둬주세요….”
“좋은 선택입니다. 기운 차리는 데는 시간은 그보다 더 좋은 특효약이니까요.”
리르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의자를 끌어와서 내가 보이는 위치에 두고는 앉았다.
“…그런데 재판은요?”
“시조께서 애첩의 건강을 맡기셨습니다. 그동안은 재판에 참가하지 않아도 된다고 통보받았고요. 물론 제가 없는 자리에서도 저에 대한 처분을 논하고 있지만요.”
“어떻게 될 것 같아요?”
“모르겠습니다. 시조께서는 저를 처벌할 생각이 없으신 듯 하나 또 모르죠. 언젠가 저 역시 아버지처럼 누군가의 습격을 당해 죽을지.”
“또 모르는 언젠가를 말하는 걸 보니 당장 죽진 않을 모양이네요…. 한숨 돌렸어요. 그러면 저는 잠시 쉴게요.”
자기도 살아남았다는 사실을 깨달은 모양이다. 팔자 좋아. 그러면 안심하고 푹 자볼까.
나는 침대에 얼굴을 박은 채 잠시 깜빡 잠들었고.
“다 잤다!”
정신을 차리니 한결 머리가 맑아져 있었다. 괜찮아진 컨디션으로 벌떡 일어난 나는 아까와 똑같은 자세로 앉아있는 리르를 보고 물었다.
“일어나셨습니까.”
“제가 지금 얼마나 잤죠?”
“세 시간 가량입니다.”
세 시간. 티르가 말하면 눈 깜짝하다가 마는 짧은 시간이겠지만. 인간에게는 박살 난 컨디션을 끌어 올릴 수도 있는 시간이다. 내가 이것저것 몸이 축난 거지 건강 자체는 이상이 없기에 금방 정신을 차렸다.
나는 적당히 스트레칭을 하며 몸 상태를 점검했다.
“끄응. 개운하네요. 어째 조금 더 건강해진 것 같기도 하고.”
“애첩께선 원래부터 건강했습니다. 배에 관통상을 입고 실려 온 환자 중에서 가장 건강했을 겁니다.”
“제가 잔병치레는 없긴 했지만 이 정도로 강건하진 않았는데. 육체적인 전성기가 온 건가.”
사실 전성기는 아니고. 아마 근처에 뛰어난 혈조술사들이 있어서 그랬겠지. 흡혈귀들이 수백 명인데 그에 영향을 받아서 약간이지만 내 몸에도 영향이 있었나 보다.
나는 카드까지 한 번 점검한 뒤 남은 카드를 주머니에 쓱 밀어 넣으며 물었다.
“엘더가 죽었는데도 공국은 고요한 편이네요. 저는 엘더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는 완전히 아수라장이 될 줄 알았는데.”
“공국은 시조의 힘 아래에서 존속하는 국가이니까요.”
“그런데 지금은 티르가 힘을 잃었잖아요? 조금 시끄러워질 만하지 않아요?”
리르는 내 물음에 또박또박 답했다.
“시조의 힘은 어디로 간 것이 아닙니다. 지배력이 시조의 몸 안에서 맴돌며 머무르는 것뿐입니다. 아버지가 의도하신 것과는 다른 자기 자신을 되먹으며 맴도는 방식으로 굴레에서 벗어난 것. 시조께서는 홀로 새로운 경지에 도달하셨습니다.”
“홀로요? 누가 도와줬을 수도 있잖아요? 당신의 아버지처럼.”
“제 아버지는 누구도 도운 적은 없습니다만. 그와는 별개로 시조를 돕는 건 불가능합니다.”
“어째서 그렇게 확신하죠?”
“어떤 누가 시조와 대등하거나 그 이상인 혈조술을 발휘할 수 있으며 또 어떻게 시조가 자기 자신의 피를 객관적으로 인지하고 지배하도록 도울 수 있겠습니까? 시조가 둘이어야 가능할 겁니다.”
달리 말해 만일 도운 사람이 있다면 그건 시조 티르칸쟈카 본인일 수 밖에 없다는 뜻. 하지만 그게 가능할 리 없기에 티르는 스스로 꺠우쳤다 그렇게 리르는 결론을 지었다.
…뭐지? 이게 훗날 의선이라 불린 자의 안목? 꼭 몸을 헤집지 않아도 피의 흐름을 대충 읽고 있어. 혈조술이 아니라 그냥 눈썰미?
아니 잠깐만. 이 정도면…. 어쩌면 티르가 아니어도 피의 마신이 태어나는 건 가능했을지도.
그런데 어떻게 한 거지?
“잠깐만요. 리르 나이팅게일 씨. 당신은 다른 사람을 진단하는 데 뛰어난 능력을 가진 것처럼 보이는데요.”
“진단은 필요한 만큼만 할 줄 알면 됩니다.”
“아니 그보다. 리르 나이팅게일 씨. 당신은 피의 굴레에서 빠져나왔죠?”
“그리 되었습니다. 시조께서도 굴레를 벗어던지신 바람에 별로 의미는 없어졌지만.”
“티르야 혈조술과 피의 굴레 자체가 자기 자신의 힘이니까 그렇다고 쳐도. 당신은 어떻게 굴레에서 빠져나온 거죠?”
루스키니아는 리르에게 자신을 죽이라고 명령했다.
그에 따라 리르는 루스키니아를 죽이려고 했다.
하지만 실패했고 대신 발다미르가 루스키니아를 죽였다. 그 이유는 읽어본 바에 따르면 굴레에서 벗어난 루스키니아가 시조를 향한 반역을 꾀해서.
루스키니아의 행동으로 의문이 꽤 풀렸다고 생각했지만 내가 가졌던 의문 중 가장 커다란 건 남았다.
리르는 어떻게 굴레에서 벗어났지?
“…그건 극비입니다. 시조의 허가 없이는 밝힐 수 없습니다.”
“티르는 이미 굴레를 벗었어요. 엘더가 굴레의 최상위에 위치한 지금은 딱히 말해도 상관없잖아요. 거기다 저는 애첩인데.”
“그럴…까요.”
이미 시조가 굴레에서 벗어났다. 심지어 그 방법은 루스키니아가 찾아낸 방법과 약간 비슷하다. 나와 티르에게 숨길 필요 없다고 판단한 리르가 입을 열었다.
“지배력의 순환입니다. 어떤 결과든 혈조술로 자신이 자기 자신에게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으면 됩니다. 시조께서 하신 것처럼 자신의 내부로 지배력을 맴돌게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진혈이라는 외부의 힘으로 불사의 능력을 얻은 흡혈귀가 홀로 해내기는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아버지는 저라는 매개로 순환의 고리를 만들었습니다. 지배력을….”
아니 그 부분은 대충 알아. 나는 독심술사니까 너랑 발다미르의 생각을 읽고 어느 정도 진상을 알아냈다고.
나는 마지막 조각을 원해.
죽어서 더는 읽을 수 없는 루스키니아의 마음을.
“그러면 당신은요?”
“…네?”
“당신도 굴레를 벗었잖아요? 당신의 매개는 무엇이었죠?”
내가 궁금한 건 딱 하나.
잠깐이지만 굴레를 벗어났던 루스키니아가 느꼈던 건 뭐였을까?
이미 죽어서 알 수 없다고? 알 필요 없어. 행동을 보면 되니까. 마음이란 행동을 일으키는 힘에 불과하거든.
“루스키니아는 왜 당신을 굴레에서 벗어나게 했죠?”
루스키니아의 행동이 무엇을 이루었나 그게 중요하지.
내가 무엇을 지적하는 건지 리르가 깨닫고 흠칫거릴 그때였다.
바깥에서 생각이 느껴졌다. 은밀한 인기척도 없이 무언가가 다가오고 있었다.
흡혈귀가 은근히 조용하고 존재감도 희박하다는 사실은 나도 알고 있다. 그렇기에 흡혈귀는 일부러 존재감을 드러내고 인기척을 내며 다가오곤 했다. 시조나 그녀의 애첩에게는 예를 갖추어야 하기에.
그러나 지금은… 명백한 적의를 품고 있다.
쩝. 역시 그렇네. 세상이 나를 그냥 둘 리 없지. 좀 힘들겠는걸.
나는 주머니 속으로 손을 깊게 찔러넣어 카드를 만지작거렸다.
—–
“…모두의 의견은 잘 들었다.”
티르칸쟈카의 생각대로 흡혈귀에게 며칠이란 시간은 얼마 되지 않았다. 엘더 살인사건으로부터 10년 뒤에 열린 재판도 그러려니 받아들인 이들이다. 며칠 늦어진다고 조급해하거나 그러지 않았다.
“하면 리르의 처분은 그녀의 능력을 시연해본 뒤 결정하도록 하자꾸나. 오늘 논의는 이것으로 끝내겠다. 딱히 이의는 없겠지.”
“시조시여. 대신 고할 진언이 있나이다.”
…‘엘더 살인사건’은.
벌컥. 문을 열고 엘더 한 명이 걸어들어왔다. 혈승 도고. 진리를 찾아 떠났다가 영겁의 고통을 약속받고 흡혈귀가 된 투승. 부상 때문에 정양해야 한다던 그가 ‘얼마 지나지 않아’ 상처 하나 없이 멀쩡한 모습으로 등장했다.
마침 불참한 발다미르 대신 그 자리에 다가선 도고가 시조의 앞에서 공손히 합장하고는 좌중을 둘러보았다.
“리르의 건보다 먼저 판결해야 할 일이 있나이다. 그것보다 몇 배나 중대하고 시급한 일이니.”
“그게 무엇이냐?”
일개 예일링이 굴레를 벗어던지고 괴짜 엘더를 죽인 사건보다 시조 티르칸쟈카가 스스로 피의 굴레를 없애버린 것이.
“티르칸쟈카. 재앙의 이름을 가진 우리의 시조여. 우리의 시작이자 끝이 될 종주여.”
“…?”
“우리가 피의 굴레에 묶여 고통을 약속받은 것은 그 굴레가 강력하고 절대적이었기 때문이오.”
흡혈귀들이 시선을 교환했다. 몇몇은 모르는 척 눈을 감았다. 작당 모의 묵인 관망. 수많은 정치적 견해가 창백한 무표정 속에서 오간다.
흡혈귀는 차갑다. 피가 잔잔하게 움직이기 때문이다.
흡혈귀는 이성적이다. 감정이 없기 때문이다.
흡혈귀는 기계적이다. 변덕을 부리지 않기 때문이다.
흡혈귀는 맹목적이다. 종주를 거스를 수 없기 때문이다.
“하나 지금의 그대에게는 아무것도 느낄 수 없소. 놀라움도 두려움도 기쁨도 고통도. 하다못해 힘조차도.”
“불경하구나. 네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인지 알고나 있느냐?”
-그 모든 특성은 억압하는 종주가 존재하기에 생기는 것.
“소승 도고 이 자리에서 그대의 자격에 대한 재판을 요청하는 바이오.”
감히 권속이 종주에게.
감히 망자가 생자에게.
감히 신도가… 신을 재판장에 올려놓고 판결을 내리는.
역천의 재판이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