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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niscient First-Person’s Viewpoint Chapter 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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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447

룽켄의 돌격은 파멸적이었다. 피보라를 일으키며 뛰쳐나간 그는 시조를 향해 엄니부터 들이밀었다. 날카로운 엄니가 시조의 작은 몸을 덮친다.

룽켄의 돌진은 강력하지만 정직하다. 방향을 읽는데 무술의 이치 따윈 필요하지 않다. 시조는 맞서 싸우기를 택했고 몸 안을 가득 채운 혈조술은 뜻대로 움직였다. 소녀의 주먹이 룽켄의 얼굴을 향해 움직였다.

겉으로 보기에는 룽켄이 소녀를 피떡으로 만들어버릴 것만 같았지만. 세상과 자신을 구분 지은 티르칸쟈카가 더 오롯하다. 소녀의 주먹은 순간 흐릿해져서 룽켄의 엄니를 부수고 머리를 안쪽으로 반쯤 집어넣었다. 푸숙 하고 룽켄의 몸이 잔혹동화처럼 우스꽝스럽게 찌그러졌다.

쾅 튕겨나간 룽켄이 벽에 부딪혔다. 피의 고성은 연이은 충격에 비명을 질렀다.

“킁! 주먹은 작은데 맵군!”

그렇지만 룽켄은 순식간에 재생시키고는 벽을 박찼다. 부러진 엄니까지 언제 그랬냐는 듯 멀쩡하게 재생한 그가 코를 쓱 닦으며 외쳤다.

“하지만 주저함이 느껴진다! 시조 그게 네가 가진 전부인가!”

“크읏….”

티르칸쟈카의 주먹이 무디다.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다. 감각 감정. 티르칸쟈카가 그토록 바랐던 모든 게 그녀의 주먹을 잡아당기고 있다.

엄니에 찢긴 고통이 느껴진다. 순간적이지만 그 틈도 길다. 더불어 룽켄에게 분노하고는 있지만 성황청의 종복을 상대할 때만큼 격렬한 증오를 느끼기도 어려웠다.

무엇이든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엘더도 싸움도 사랑도. 그녀에게 있어서 마음대로 다룰 수 있는 건 오직 그녀 자신의 육체밖에 없다.

‘이게… 내가 바란 평범한 이들의 삶이었나?’

약해졌다. 과거의 신적인 능력을 가졌던 티르칸쟈카에 비하면 이 작은 몸에 갇힌 권능이 아까울 정도다. 인간으로 전락한 티르칸쟈카는 무력함이라는 감정을 처음으로 느꼈다.

‘이럴 때 휴가 있었다면….’

퍼뜩 무언가를 떠올린 티르칸쟈카는 고개를 내저었다. 몸이 약해지니 마음조차 약해진 것일까. 인간의 왕이라고 한들 힘을 잃은 그가 여기 있어봤자 인질이 되기나 할 것이다.

“전사의 혼을 가져라! 시조 너에게 힘이 있었다면 그리하여도 되지만 없다면 맞서 싸워 쟁취해야 한다!”

룽켄은 다시금 뛰어들었다. 이번에도 역시 정면으로.

엄니 대신 양손으로 짓이길 듯 내리찍는다. 아까보다 조금 더 기술적이었다. 티르칸쟈카는 재생력을 믿고 맞서려고 하다가 그 과정에서 느낄 고통이 떠올라 흠칫했다. 내뻗으려는 주먹을 급히 거두어 룽켄의 공격을 막았다.

맞서기보단 막는 쪽을 택한 티르칸쟈카를 보며 룽켄이 노호했다. 

“틀-렸-다-!”

한 번 수세에 몰리면 반격하기 어렵다. 룽켄은 호기롭게 외치며 티르칸쟈카를 수십 번 두들겼다. 이미 막는다는 선택을 했기에 다음 것도 막을 수밖에 없다. 팔이 아릿해지는 고통을 느끼면서 티르칸쟈카는 연신 물러났다.

“그뿐인가? 고작 그게 가진 전부인가! 제대로 싸워라-!”

“윽…!”

뻐엉. 룽켄의 느닷없는 발차기가 티르칸쟈카의 복부에 꽂혔다. 복부를 꿰뚫는 듯한 아찔한 고통에 순간적으로 숨을 들이켰다. 지금껏 티르칸쟈카가 가한 공격에 비하면 사소한 타격이었지만 감각 때문에 받아들이는 정도가 다르다.

티르칸쟈카의 몸이 주르륵 밀려났다. 흡혈귀끼리의 싸움은 서로가 서로의 지배력을 갉아먹는 지난한 전투가 되곤 하나 감각을 되찾은 티르칸쟈카는 그보다 먼저 고통에 굴복해버릴 것만 같았다.

‘정녕 감각과 감정은 나를 약하게 만들 뿐인 짐덩이란 말일까….’

결심이 흔들린다. 지금이라도 티르칸쟈카는 심장을 멈출까 하는 욕망에 휩싸였다. 지금 당장의 고통과 위기를 넘기고 나중을 기약하기를.

룽켄은 기쁘게 포효하며 연신 티르칸쟈카를 몰아붙였다.

“좋아! 싸우는 맛이 있어! 굴레인지 뭔지를 벗어나서 그런가 한결 가뿐해!”

“너…. 룽켄….”

“아직 부족해! 더 더! 전력을 다해라 시조오오오오–!!”

쾅 쾅. 거대한 주먹과 발길질이 연신 티르칸쟈카를 두들긴다. 룽켄은 고통을 느끼지 않는다. 제 몸이 부서지고 짓이겨져도 상관않고 죽일 듯 달려든다.

고통을 견디지 못한 티르칸쟈카는 결국 다른 힘에 손을 뻗었다. 어둠이 몰려든다. 빛에 대항했던 그녀는 어둠의 우상이 되어 권능을 부린다.

바닥에서 자라난 듯한 수많은 흑기사들이 시조의 적을 치기 위해 달려들었다….

“혈기조차 두르지 못한 흑기사라니. 소첩은… 심약해진 시조의 모습에 개탄을 금치 못하겠나이다.”

흑기사가 피바닥을 밟자 그를 감지하듯 붉은 꽃봉오리가 솟아올랐다. 회오리치며 솟구친 꽃봉오리가 흑기사를 둘러쌌다. 착. 접선이 접히고 꽃봉오리가 휘리릭 감기며 흑기사를 쥐어 터뜨렸다. 에르제뷔트의 손짓 한 번에 흑기사들은 순식간에 가루가 되어 흩어졌다.

그나마 남은 어둠은 티르칸쟈카의 힘에 이끌려 그녀와 룽켄 사이를 가로막는 벽이 되었다.

“이깟 것!”

물론 성황청의 빛에 대적하기 위한 능력은 룽켄에게는 별 효과가 없었다. 단박에 헤치고 티르칸쟈카의 몸에 연신 공격을 꽃아 넣는다.

버티다 못한 티르칸쟈카가 팔을 흩뿌렸다. 힘은 여전해서 룽켄은 다시 포탄처럼 튕겨 나갔다. 흡혈귀에게는 별 의미없는 공격이나 그 짧은 여유가 티르칸쟈카에게 필요했다.

여기서 심장을 멈추면.

다시 지배력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순간 티르칸쟈카는 다시 심장을 되찾으려고 시도할 수 없다. 엘더가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폭주한다는 걸 이미 안 탓이다.

모든 엘더를 처형하고. 이 나라를 송두리째 멸망시키고 다시 되돌려 달라고 하면 그만이나…. 아무리 생각해도 그리 합리적인 방법은 아니다.

…애초에 휴즈가 그 권능을 다시 한번 발휘할 수 있을지. 이 카드는 인간의 왕이 찾아낸 인간일 적 티르의 조각. 장난감처럼 자기 스스로 그걸 버리고 다시 주워 담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

“싸움 중이다-! 집-중-해–!!”

전투 중에 다른 생각하는 것을 눈치채자마자 룽켄이 멧돼지처럼 달려들었다. 지금까지는 탐색전이었다는 듯 양손과 양팔로 땅을 긁으며 뛰쳐나간 그는 전신으로 티르칸쟈카를 들이받았다. 학 하고 비명조차 되지 못한 소리가 흘러나온다. 튕겨 나간 티르칸쟈카는 아찔한 고통을 느끼며 벽에 틀어박혔다.

카빌라는 비참하게 비틀거리는 티르칸쟈카를 안쓰럽게 바라보았다.

“아아. 고통과 고난을 자처하는 불쌍한 우리 언니. 정녕 언니를 생각하는 건 오직 저뿐이라는 걸 아셔야 하는데. 엘더도 발다미르도. 하다못해 언니의 애첩인 그 남자조차도…. 언니가 제일이 아닌데.”

소란스러운 분위기 속에서도 카빌라의 중얼거림은 모두의 귀로 꽂혔다. 룽켄도 티르칸쟈카도 잠시 멈추고는 카빌라를 쳐다보았다.

“…무슨 말이냐? 휴가 어째서?”

모두의 시선을 받으면서도 카빌라는 무심하게 용아병을 꺼냈다. 그녀의 용아병이 시조 티르칸쟈카가 부리는 흑기사를 본 따 만든 거라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힘의 차이가 막대한 탓에 혈기로 강화된 흑기사에 비하면 번거롭고 약한 용아병은 그저 장난감 정도로 여겨졌지만. 카빌라는 포기하지 않고 수백 년 개량하고 강화했다. 이제 비교할 흑기사가 없지만.

“언니. 그 남자… 인간의 왕이라고 우리에게 소개해주었죠. 다들 그 사실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너무 둔감했어요. 그가 무엇을 하는지 주의 깊게 지켜본 건 저와 발다미르 정도뿐이니.”

“…휴를 감시했단 말이냐?”

“감시? 키힛. 언니 그럴 필요도 없었어요. 그는 자기 행적을 숨기지도 않았으니까.”

사랑을 선택하여서 엘더에게 버림받은 시조를 동정하며 작고 오래된 흑마법사는 그녀의 지식을 읊었다.

“인간의 왕. 우리가 존재하기 이전 성황청이 인간으로부터 배제하려고 했던 야만의 화신. 언니 그는… 아니 ‘그건’ 언니의 것이 될 수 없어요.”

흑마법사. 인간에게 허락되지 않는 금기를 탐구하는 미치광이들. 어릴 때 엘더가 된 카빌라가 이미 완성된 다른 엘더를 따라잡을 방법은 흑마법 정도가 다였다. 자기 몸을 촉매로 삼는 흑마법은 흡혈귀와 상성이 좋다. 성과가 이어지자 어리고 순수했던 카빌라는 더욱 그에 빠져들었다.

마지막 엘더. 진혈을 머금은 배덕. 부하…라고 하기보다는 동맹에 가깝지만 흡혈귀의 가장 큰 아군인 남쪽의 대마녀.

금기의 수호자인 대마녀에게서 배움을 청한 카빌라는 금단의 지식을 목도했다.

“아세요?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흑마법사들은 은연중에 야만의 그림자를 느껴요. 인신 공양 제물 식인 저주 교접. 인간의 몸을 대가로 쓰고 인간의 몸에 작용하는 모든 행위. 금기라고 불리는 그것들은 모든 원년 이전부터 존재했어요. 온갖 짐승이 서로 무리 지어 살며 인간의 왕이 멀쩡히 돌아다니던 야만의 시대. 그리고 인간의 왕은 그때도 왕이었죠.”

카빌라는 필요 없을 거라 여기고 치워두었던 지식을 떠올리며 중얼거렸다.

“그는 선도 악도 아니에요. 인간이 하는 모든 것을 긍정하는 이. 어떤 끔찍한 짓이라도 자신을 향한 반역일지라도. 부정하거나 차단하지 않는 야만의 왕. 그는 언니만의 왕이 아니에요…. 우리 모두의 왕이죠. 우리가 그를 왕으로 받아들이지 않더라도.”

“무슨… 말을….”

“아아 불쌍한 언니. 이토록 여리고 순진하시니 못된 남자에게 속고 사시지. 아직도 모르시겠어요?”

고통에 헐떡거리는 티르칸쟈카를 보며 카빌라는 잔혹한 진실을 낱낱이 고했다.

“그는 언니를 향한 반역을 눈치챘어요. 루스키니아의 머저리들이 감히 시조의 애첩에게 습격을 가하기까지 했으니. 어떻게 그런 무모한 짓거리를 저질렀는지. 거기다 엘더에게 접촉하며 같이 역천을 꾀할 이들을 찾고 다녔으니.”

“휴가 습격을? 언제?”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과거에는 공국을 제 몸처럼 다스리며 속속들이 파악하던 티르칸쟈카였지만 피에 대한 지배력을 상실한 지금은 예전만큼의 정보가 없었다. 휴즈가 습격을 당했다는 소식을 들었다면 경각심을 갖고 어떤 식으로 대처했을 것이다.

마침 궁지에 몰린 탓일까. 티르칸쟈카의 마음속에 약간의 서운함이 피어올랐다. 그리고.

“언니. ‘언제’가 중요한 게 아니에요. 그가 겪은 일을 언니에게 공유하지 않았다는 것.”

카빌라가 쐐기를 박듯이 말했다.

“방관했어요. 미리 막거나 하지 못하도록 경고하지도 않았죠. 오히려 습격이 있고도 태평하게 돌아다녔지 뭐예요? 긍정한다는 건 방관한다는 뜻. 그는 언니를 향한 반역까지 긍정한 거예요!”

원래 이것까지 밝힐 생각은 없었다. 카빌라 또한 다른 흡혈귀와 마찬가지로 감정이 없어서 연인의 배신이 끔찍한 고통이라는 걸 자각하지 못했기에.

그러나 룽켄의 공격에도 끄떡없던 티르칸쟈카의 표정이 무너져내리는 것을 보고는 후회했다.

아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 연인의 배신을 알릴 걸 하고.

“언니의 남자는 언니만의 남자가 아니에요. 그는 결코 언니가 바라는 사랑을 줄 수 없어요. 절대로.”

티르칸쟈카의 감정이 비쳐 나온 탓일까. 방향을 잃은 듯 어둠이 불길하게 흩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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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niscient First-Person’s Viewpoint

Omniscient First-Person’s Viewpoint

OFPV, 전지적 1인칭 시점
Score 9.2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1 Native Language: Korean
I, a mere con artist, was unjustly imprisoned in Tantalus, the Abyssal Prison meant for the most nefarious of criminals, where I met a regressor. But when I used my ability to read her mind, I found out that I was fated to die in a year… and that the world would end 10 years la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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