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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niscient First-Person’s Viewpoint Chapter 4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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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466

흡혈귀는 피 이외의 먹을 것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먹을 것을 보관하는 데는 누구보다도 믿음직스럽다. 고양이에게는 생선을 맡기기 의심되면 곡물을 맡기면 그만이다. 곡물가루를 노리고 찾아드는 새들을 잡아먹으며 아주 안전하게 지켜줄 테니까.

빌리테어 촌장의 지하실에는 오래 보관할 수 있는 음식들이 가득 있었다. 나무통에 담아둔 술 동그랗게 빚어낸 치즈 건빵에 소시지까지. 양이 많진 않지만 두 사람이 기생하기에는 충분했다.

“다 챙겼어요? 가죠!”

“네에~.”

힐데는 품에 먹을 것을 가득 챙기고는 구멍 안쪽으로 미끄러져 내려갔다. 힐데를 먼저 보낸 나는 뒤따라 들어가며 뚜껑을 끌어당겼다. 땅을 예리한 칼로 베어낸 것만 같은 뚜껑을 힘겹게 잡아끈 나는 통로를 뒤덮고는 손으로 테두리를 쓸었다.

땅은 본디 하나다. 모종의 이유로 잠시 떨어진 것처럼 보여도 대지모신의 눈에는 거기서 거기. 대지술로 땅을 메우자 지하실의 마룻바닥은 언제 구멍이 뚫렸냐는 듯이 평평해졌다.

이게 기술이지. 꼭 세상을 흔들고 바람을 갈라야만 기술이야? 원래 일상에 녹아든 기술이 진짜라고.

힐데는 굴 한복판에 먹을 것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흡혈귀도 정말 둔감하네요~? 바로 아래에서 먹을 것을 다 훔치는 데도 몰라.”

“감각이 둔감해서 그렇죠. 피를 흘렸다면 바로 알아차렸을 거예요.”

“덕분에 먹을 걸 챙긴 우리에게는 좋은 일이지만요~.”

비록 땅굴 속에 있긴 하지만 대지술로 어느 정도는 구색을 갖춰놓았다. 앉은 채로 손을 들어도 천장이 닿을락 말락 한 높이에 제법 널찍한 공간에는 모포와 간이 식탁마저 마련해두었다.

여유가 더 있었다면 아예 큼직하게 넓혀서 집처럼 꾸며야겠지만… 아무래도 집 바로 아래 마련한 땅굴이다 보니 무너질까 봐 못했지. 아쉽네.

“의외로 토목에 일가견이 있으시네요. 언제 이런 재주를 익히셨어요?”

“기초적인 재주죠. 오히려 인간이 이걸 까먹은 게 더 신기한 일이에요. 은신처를 만드는 건 살고 싶으면 필수적으로 익혀야 할 재주였는데.”

투덜거리며 바닥에 카드를 던졌다. 스페이드 9 근원의 나무를 담은 거짓 우상에서 줄기가 피어나더니 낮고 푹신푹신한 이끼가 무성하게 자라났다. 그 위에 모포를 깔고 앉은 나는 푹신한 촉감에 만족하며 음식을 들었다.

“자. 그동안 너무 오래 일했죠? 이건 제가 주는 휴가에요. 여기서 푹 쉬고 정비할 거 다 하고 가죠.”

“와아~. 좁은 땅굴에서 곰팡이 핀 치즈를 먹으며 보내는 휴가라니 너무 좋네요~.”

“하하.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저도 마음이 놓이네요. 자기 집처럼 편히 쓰세요.”

나와 힐데는 이런 열악한 상황에서도 간단하게 음식을 넘겼다. 딱히 불편하지는 않았다. 나나 힐데나 수도 없이 겪어본 상황이기 때문이었다.

어디서? 군국에서.

“땅굴 속에서 치즈를 먹다 보니까 새삼스럽게 더 좁은 단칸방에서 콩 통조림이나 먹였던 군국이 대단하게 느껴지네요.”

“우물우물? 갑자기?”

기습적인 군국 비하에 자극받은 힐데는 입 안에 있던 걸 꿀떡 삼키고는 따졌다.

“이 좁은 땅굴이 군국보다도 좋다면 도대체 이 나라는 왜 도망자가 생겨나는데요? 평화롭게 흡혈귀에게 피를 바쳐가면서 살아가면 되는데 왜 죽을 각오를 하면서까지 탈출하려는 사람이 심심하면 나타날까요?”

“루스키니아 공처럼 미친 흡혈귀가 있으니까죠. 그런 사람 밑에서 사느니 도망쳐야지.”

“그러면 아버님은요? 여기서 시조의 애첩이 되어서 편안하게 살 수 있는데 왜 도망치신 거예요?”

힐데는 갑작스럽게 핵심을 찌르고 들었다.

그렇지. 편하게 살 거라면 티르의 곁에 있는 게 좋지. 인간적으로 보더라도 티르에게 커다란 흠이 있는 것도 아니니 나쁜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고.

“그야….”

공국은 안온한 가축의 나라. 영원히 사는 무감정한 지배자가 인간을 보살피는 땅. 그들은 잠도 휴식도 없이 부지런해서 순수하게 삶의 질로 비교하자면 군국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천국이 있다면 어쩌면 이곳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결국 나도 떠나기를 택했다.

“티르는 제가 애첩으로서 영원히 함께하기를 바란 것 같지만 그건 제가 들어줄 수 없는 바람이라서요. 하지만 티르는 힘으로라도 저를 구속하려고 하니까 어쩔 수 없었죠.”

“잘 설명하셨네요~. 그러면 왜 인간들이 도망치려는 건지도 아시겠죠?”

모포 끝자락으로 입을 스윽 닦은 힐데는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인간은 무력한 주제에 자기가 특별한 줄 알아서 가축 취급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거든요.”

“그래도 저 말고 공국에 남은 사람들이 있잖아요.”

“둘 중 하나죠. 자기가 가축이라는 걸 모르던가 아니면 체념하고 받아들였던가. 아무리 냉소적인 사람이라고 한들 너는 가축에 불과하며 네가 가진 가치는 젖소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말한다면 못 받아들일 거예요.”

공공연한 비밀이다. 엄밀히 따지고 보면 공국의 인간은 가축이다. 하지만 누구도 그 사실을 입 밖으로 내뱉거나 머리에 떠올리려고 하지조차 않는다. 그냥 권력자 정도로 취급하지.

사실 세금 대신 피를 거둬간다는 것 빼고는 권력자와 별반 다를 바는 없지만…. 하필 피라는 게 은근 중요하지.

“공국에서 인간은 먹을 것 그것만으로도 인간에게는 도망칠 이유가 되죠. 성황청이 왜 온갖 뻘짓을 다하면서도 여전히 세상에 우뚝 군림하는지 아세요? 최소한 신은 거짓말이나마 인간에게 존엄과 안식을 선물해주니까요!”

메시지는 맞는 말이긴 해. 메신저가 하필 전직 성검대인 힐데만 아니었다면.

“힐데가 그런 말을 하니까 공감이 안 되네요. 정작 자기도 성검대에서 도망쳤으면서.”

힐데는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뭐~. 그건 사정이 있달까. 진실의 쓴맛을 맛봤달까~. 자초지종 우여곡절이 있어서요~.”

“무슨 사정이요?”

“궁금해요?”

“네. 들려주세요.”

“어디부터요?”

“처음부터요.”

“긴 이야기가 될 텐데요.”

“심심하진 않겠네요.”

힐데는 잠시 미소를 지은 뒤 눈을 감고 정신을 닫았다. 마치 무대의 막을 내리는 것처럼.

이럴 때 힐데의 심상은 어두컴컴하고 조용하다. 세상이라는 무대의 막을 잠시 내린 그녀는 차분히 배역을 골랐다. 심상에서 일어나는 일이지만 굳이 비유하자면 마네킹에서 옷을 꺼내 입는 듯했다.

‘‘나’는 성기사. 신께 귀의하여 그 뜻을 행하는 거룩한 신자. 오직 그분만이 나를 지켜봐 주시니. 천신에 영광이 있으라.’

가장 낡고 오래된 갑옷으로 갈아입은 힐데는 다시 막을 올렸다. 지금 내 눈앞에 있는 건 자신을 잃은 채 방황하던 과거의 성기사였다.

힐데는 아니 ‘무명의 성기사’는 엄숙하고 무거운 어조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저’에게는 방황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규범을 지키지 않고 질서를 어지럽히다가 결국 사람을 죽이고 달아났습니다. 고용된 암살자 현상금 사냥꾼 용병단. 수많은 사람들이 ‘저’를 쫓았고. ‘저’는 죗값을 치를 생각조차 못 하고 하염없이 달아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금 연기에요? 말투가 연극 같은데.”

“‘저’의 몇 안 되는 재주였습니다. 화를 불러일으키기만 한 알량한 재주였지만…. 덕분에 몇 번이고 목숨을 구했습니다. 암살자의 일원인 척 동료 현상금 사냥꾼인 척. 용병단장인 척. 숨어들어 연기하고 배신하며 구차하게 삶을 연명해갔으나…. 결국 ‘저’는 누구인지. 무엇을 위해 사는지 모르게 되었습니다.”

‘무명의 성기사’는 목걸이를 만지작거렸다. 힐데는 목걸이 같은 걸 차고 있진 않았지만 그녀가 취하는 동작은 로자리오를 가지고 있는 성기사의 그것이었다.

“그때 신께서 ‘저’를 지목하셨습니다.”

“신이요?”

“네. 나는 너를 지켜보았노라. 네가 어떻게 살아왔고 어떻게 도망쳤으며 어떤 연기를 하는지. 길 잃은 어린양이 염소 행세를 하는 모습을 가엾고 딱하게 여기셨노라고.”

이건 연기다. 그렇지만 동시에 연기가 아니기도 했다. 5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쉴 때도 잘 때도 연기를 계속했다면 그건 이미 삶이나 마찬가지였다.

“천신께서는 ‘저’를 지켜보고 계시니. 길 잃은 양에게 갈 곳을 알려주시는 목동이니. ‘저’는 마땅히 어버이를 따르고 받들어야….”

“그런데 왜 그 연기를 그만두었죠?”

“하는데~ 이게 보니까 연기도 못 알아차리고 마구잡이로 힘을 주시잖아요~.”

배우가 멋대로 배역을 벗어던졌다. ‘성기사’에서 돌아온 힐데는 언제 그랬냐는 듯 가볍게 어깨를 으쓱거렸다.

“‘제’ 모든 행동은 다 연기. ‘저’를 발견하고 성검대로 지정하긴 했지만…. 애초에 극단 위에 선 배우에게 신성력을 쓰게 허락한 시점에서 에러라고요! 심지어 어떤 성기사를 연기하냐에 따라 성검 모양도 바뀌어!”

힐데는 믿음의 모양을 바꾸었다. 고결하고 우직한 대검. 악의를 꿰뚫는 날카로운 한 자루의 창. 믿음을 수호하는 방패. 연기에 특출난 재능이 있는 힐데는 성검의 모양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었다.

“‘저’를 성검대로 임명했으면서도 정작 ‘제’ 연기로 신성력의 형태가 바뀐다는 걸 눈치채자마자 바로 밖으로 돌려버렸어요! 이딴 걸 바라지는 않았다는 듯이! 참나 어이 없어!”

“그렇지만 연기 중인 힐데를 알아차렸다면서요?”

“그건 천신이 아니었어요! 운명에게 버림받은 강자들. 한마디만 속삭여줘도 몸과 마음을 다해 충성해줄 성검대를 찾던 성녀였지! 대단한 건 신이 아니라 미래를 보는 성녀였던 거예요!”

나는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성황청이나 성녀나 똑같잖아요.”

“다르죠~. 유엘은 성황청을 등졌지만 여전히 성녀라고요!”

그렇긴 하지. 물론 성녀가 성황청을 등질 일이 거의 없으니 유엘이 극단적으로 특별한 경우지만.

“천신은 그냥 아부 떨면 힘을 나눠주는 인심 좋은 할아버지였어요. 신앙을 유지하려던 성녀들은 ‘저’를 점차 멀리했죠. ‘저’에게는 ‘저’를 지켜봐 줄 사람이 필요했을 뿐인데. 그러다가 성황청에서도 꺼리던 ‘저’를 파문된 성녀 유엘이 군국으로 불러왔죠. ‘저’는 미움받는 성검대였지만 달리 말해 아무도 ‘저’를 필요로 하지 않았단 뜻이니까! 파문 성녀에게는 어울리는 성검대였다는 거죠!”

자조적으로 외친 힐데는 곧 친근한 미소를 지으며 나의 곁으로 다가왔다. 그리고는 나를 쿡쿡 찌르면서 씨익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영궤’로서 일하다 아버님을 만났고요~. 쉴 새 없이 바쁜데도 취급이 너무한 직장이지만 아버님을 만날 수 있어서 운이 좋았네요!”

한없이 가벼운 말투다. 모든 굴레에서 해방된 듯한 날아갈 듯한 어조에는 어떤 고민도 번뇌도 없어 보였다.

하지만 이 또한 연기겠지.

“지금은 무슨 역할로 연기를 하는 건가요?”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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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niscient First-Person’s Viewpoint

Omniscient First-Person’s Viewpoint

OFPV, 전지적 1인칭 시점
Score 9.2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1 Native Language: Korean
I, a mere con artist, was unjustly imprisoned in Tantalus, the Abyssal Prison meant for the most nefarious of criminals, where I met a regressor. But when I used my ability to read her mind, I found out that I was fated to die in a year… and that the world would end 10 years la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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