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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niscient First-Person’s Viewpoint Chapter 4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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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470

가장 굶주릴 때 먹는 음식이 가장 맛있고 가장 지쳤을 때 청하는 잠이 가장 달콤하다. 땅굴에 처박혀 모포를 깔고 누웠지만 지금의 나는 세상에 다시 없을 편안함을 맛보고 있었다.

당연하지. 지금 나의 피로는 사흘 동안 쌓인 것. 그걸 한 번에 푹 토해냈는데 더 개운할 수밖에.

몸이 가벼워지는 법은 아무것도 들지 않는 게 아니다. 무거운 걸 들었다가 내려놔야 진짜 가벼워지는 거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 모든 자극을 상대적으로 느낄 수밖에 없다. 한결 가벼워진 나는 몸을 벌떡 일으켰….

어라. 가볍네?

이상하다. 분명 어제 힐데가 근처에서 자고 있던 것 같은데. 왜 묵직한 기분이 들지 않는 걸까.

이유는 간단했다. 힐데가 곁에 없기 때문이었다.

외출? 나를 놔두고? 무슨 좋은 걸 발견했길래?

조금 기대하는 마음에 모포를 걷고 옷을 찾던 나는 내 생체 단말에 끼워진 작은 종잇조각을 발견했다. 내가 잠결에 끼웠을 리는 없으니 힐데가 끼운 거겠지. 나는 꾸깃꾸깃 구겨진 종잇조각을 펼쳐서 읽었다.

[아버님께. 코골이가 너무 심해서 같이 못 자겠어요! 소녀는 제 인생을 찾아 떠납니다. 그러니 아버님은 아버님의 인생을 살아가세요. 저를 그리워하지 마시고요. 이상.]

누가 코를 곤다고 그래? 그리고 지금까지 자아찾기 연극을 계속했으면서 새삼스레 왜? 거기다 나는 아버님이 아니라니까. 그리워하지도 않는다고. 몇 줄 안 되는 짧은 편지에 몇 개나 오류가 있는 거야.

문장 하나하나를 따져가며 냉철하게 편지를 읽어보는데 문득 중요한 사실을 놓친 기분이 들었다. 뭐지? 이 편지 꼭 나와 따로 행동하겠다는 말처럼 들리는데.

“어라? 나 버림받았어?”

아무리 봐도 그랬다. 편지의 문맥을 읽어보니 나를 두고 갈 테니까 알아서 잘 살라는 뜻이 담겨 있었다.

말도 안 돼. 농담이지? 나는 평범하고 연약하단 말이야. 호위가 없으면 엘더는커녕 아인 상대로도 못 도망가! 어이가 없어진 나는 고개를 돌려 땅굴 입구 쪽을 바라보았다.

장난이겠지. 아무렴. 얼마 안 있어 땅굴로 들어오면서 ‘농담이었어요~’라고 말하면서 들어올 거다. 역시 예상대로….

“어? 쥐굴이다!”

다른 소녀가 들어왔다. 얼굴 생김새부터 마음가짐까지 힐데와는 완벽하게 다른 근처 마을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며 앞으로도 살아갈 마음이 가득한 산골 소녀였다. 저쪽에서 굴을 발견하고 소리친 소녀는 다가오지 않고 외쳤다.

“아저씨! 쥐굴을 찾았어요! 엄~청 커요!”

“마틸다! 더 다가가지 말고 가만히 있거라! 발리테어 어르신께서 밤이 되기 전에 섣불리 다가가지 말라고 말씀하셨다!”

“왜요? 저도 쥐는 잡을 수 있어요!”

“그렇게 커다란 구멍에 평범한 쥐가 들어가지는 않았겠지! 돌아와! 우리가 지켜보고 있을 테니 빨리!”

소녀는 불만스러워하는 것 같지만 다행스럽게도 더 다가오지 않고 그냥 물러갔다. 살았다. 이걸로 밤까지는 안전….

아니지.

밤이라면 상대가 예일링이라고 해도 나는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흡혈귀를 상대할 때는 낮에. 이건 이미 정해진 철칙이다.

정 탈출하고 싶다면 지금 당장 굴 밖으로 뛰어나가야 하지만… 문제가 있다.

나는 다수를 상대로 한 전투에 약하다.

일대일이라면 상대방의 의표를 찌를 수 있다. 다대다라면 혼란의 틈바구니에서 의식의 빈틈을 찾아 숨어들 수 있다.

그렇지만 다대일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나의 전투방식은 수싸움. 숨겨둔 카드로 상대방의 의표를 찌르기 원툴.

그러나 알다시피 수싸움으로 할 때 가장 중요한 게 머릿수다. 아무리 타짜라도 깔린 판에서는 돈을 못 딴다. 낼 수 있는 카드의 숫자가 달라지는 거다.

하물며 상대는 흡혈귀에게 자신의 안전을 맡긴 평범한 마을사람들. 싸우는 방법도 잘 모르는 아마추어다. 나 같은 프로에게는 아마추어의 무지가 더 무섭다. 자기가 휘두르는 창이 어디로 향하는지도 모르는 십수 명의 장정에게서 몸 성히 도망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심지어 그들이 땅굴 입구를 포위하고 있다면 더더욱.

즉. 지금 나에게 남은 방법은 하나.

“위로!”

차라리 머리 위를 뚫고 가서 포위를 돌파한다. 그뿐이다. 다행스럽게도 예일링의 오두막을 지날 필요는 없다. 대지술로 조금 옆으로 이동하면 되니까.

대지술도 만능은 아니어서 땅을 뭐 모래장난하듯 조종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지잔의 힘을 빌렸을 때는 땅을 가르고 그랬지만 그거 없으면 대지술도 평범한 수준 그러니까 대지의 구조를 망가뜨리지 않는 한계에서 지렁이처럼 땅을 파내는 게 전부다. 우습지만 그것도 충분히 유용하다. 나는 이 땅굴에서 비스듬히 위로 향하는 통로를 만들었다. 흙을 부드럽게 헤치며 무릎걸음으로 빠르게 땅굴을 기어올랐다.

내 움직임을 감지한 탓일까. 흡혈귀의 생각이 머리 위에서 들려왔다.

‘땅을 헤치고 나아가고 있구나. 쥐새끼 같더니. 정말 쥐새끼와 같은 힘을 가지고 있었을 줄은.’

흥. 네가 어떻게 할 건데? 햇빛 아래에서 제대로 힘쓰지도 못하는 예일링 따위가 뭘 할 수 있는데. 코웃음을 치며 대지술로 땅을 밀어올렸다. 흘러내리는 흙더미 속에서 아침의 햇빛이 아른거렸다.

‘오백 년을 살아온 내가 고작 그 정도도 대처하지 못 하리라 여겼다면 오산이다.’

어? 뭐가?

잠시 빌리테어의 생각을 읽으려고 했지만 내 독심술보다 예일링의 반응이 빨랐다.

쳇 이래서 흡혈귀들이란. 나이가 많으니까 한 번에 모든 걸 다 읽기가 어려워.

설마 오랜 시간 지내면서 건물 자체를 지배해뒀을 줄이야!

흡혈귀의 오두막은 통나무로 뼈대를 만들고 가죽으로 덧대어 햇빛을 가린 공간이었다. 빌리테어는 건물 안쪽으로 피를 흘렸다. 고작 예일링에 불과하지만 집을 옮기는 정도는 가능했다.

그그그극. 오두막이 땅을 긁으며 움직였다. 갑자기 막대한 무게를 지탱하게 된 흙이 내 머리 위로 쏟아진다. 가만히 있다간 생매장이라도 당할 판이다. 빠르게 흙더미를 머리 위로 밀어내며 위로 솟구쳤다.

그런 내 앞에 원피스를 걸친 소녀가 어둠 속에서 붉은 눈동자를 빛냈다.

“나왔구나 쥐새끼.”

마을의 촌장 피거머리 혈족의 예일링 빌리테어였다. 나는 갑자기 마주하게 된 흡혈귀를 향해 우호적으로 인사했다.

“찍찍.”

“농담할 여유가 있구나. 땅을 헤엄치는 능력이라면 열국의 연금술사냐? 혹은 지모신교? …아니.”

빌리테어 촌장은 손을 뻗어 무기를 들었다. 포크와 나이프 무기보다는 식기에 가까운 것이지만… 싸움이 곧 식사인 피거머리 일족에게는 그만큼 잘 맞는 무기가 또 없다.

“그 우리 날붙이는 그만 접어두고 일단 대화부터 할까요?”

내가 주춤주춤 일어나려고 하자 빌리테어 촌장은 포크와 나이프를 역수로 들고는 다가왔다.

“그래. 대화해주마. 일단 갈고리에 걸어두고.”

젠장!

상대는 예일링. 강력한 힘과 불사성을 가진 피거머리 일족의 흡혈귀다. 피거머리 일족답게 혈조술이 좀 빈약하지만 자기 것으로 만든 피는 완벽하게 제어가 가능한 군국에 비교하면 장성급 강자.

몸에 두르는 기공과는 달리 흡혈귀의 혈조술은 삶 그 자체라 지극히 안정적이다. 순간적인 화력은 기공과 장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장성이 더 강력할 것이다. 그렇지만 빈틈을 찔리면 죽을 수도 있는 장성과는 달리… 예일링은 죽지 않는다.

군국에서 싸웠던 ‘그림자’도 나보다 훨씬 강했지만 탐색전을 시도해야 했다. 내 힘을 모른 채 접근했다간 위험할 수 있으니까. 그렇지만 빌리테어 촌장은 그럴 필요가 없다.

위험이 없으니.

“저항하지 않으면 오른팔 한쪽만 먹어 치우는 걸로 봐주마.”

“여기도 오른팔이야?! 세상은 왜 이렇게 오른팔을 탐하는 사람이 많아?!”

내 비명도 무색하게 휘둘러지는 나이프가 내 어깻죽지를 노렸다. 생각을 읽고 있지만 제대로 대응하지도 못할 속도다. 지금까지는 나보다 강한 사람이 나를 보호해줬지만 지금은 나 혼자.

젠장. 어떻게 지켜온 오른팔인데…! 어떻게든 막아야 해!

하지만 내 비루한 몸은 내 생각대로 잘 움직이지 않았…어?

“어? 움직인다.”

턱. 내 손이 빌리테어의 손목을 가로막았다. 꽤 강력한 힘이 느껴졌지만 내 손은 조금씩 밀리기만 할 뿐 여전히 저항하고 있었다.

상대방의 생각을 읽고 반응한 건데 꽤 따라가네? 지금까지는 읽어도 속도와 힘에서 따라가기도 벅찼는데.

아마 마신의 영향이겠지? 그러고 보니 요즘 몸이 좀 편하게 움직이는 것 같더라니.

“입만 여유로운 건 아니었구나.”

“그쪽은 입이 좀 더 여유로워야 할 것 같아요. 시간도 많은데 우리 이렇게 날 세우지 말고 입으로 대화해볼까요? 물론 키스하자는 뜻은 아니니까 안심하시고요.”

간단한 농담까지 곁들였지만 흡혈귀에게는 별로 와닿지 않은 듯하다. 빌리테어 촌장은 즉각 손목을 뒤틀었다. 나이프가 원래 목표인 어깻죽지 대신 내 팔을 노리고 날을 세웠다.

타격보다는 출혈을 유도한 공격. 그리고 출혈이 일어나면 그 순간 끝이나 마찬가지다. 흡혈귀가 낸 상처는 어지간해서 아물지 않으니까.

빌리테어 촌장의 손을 떨쳐내며 허리춤을 뒤적거렸다. 쓸 만한 카드는 꼬챙이 그리고 강철 와이어 두 개. 왜 이리 카드가 없는 건지. 언젠가 꼭 보급하자고 다짐하며 냅다 카드를 던졌다. 제발 오지 말라는 발버둥이었지만 흡혈귀답게 몸에 카드가 박히면서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일단 튀자. 나는 흡혈귀의 의자를 뛰어넘으며 벽으로 향했다. 흡혈귀는 느긋하게 내 뒤를 따라오며 말했다.

“도망쳐 보았자다. 내가 허락하기 전까지 이 오두막은 열리지 않아.”

“어떤 도둑이 주인 허락받고 집을 드나드나요? 안녕히 계세요!”

그러든 말든. 나는 엘릭시르가 담긴 마신의 카드를 손바닥에 붙이고 벽을 쾅 내리쳤다. 황금경의 카드는 모든 물질을 카드로 바꾸어버린다. 그건 흡혈귀의 오두막이라도 다를 것 없다. 이게 마신의 힘이다. 똑똑히 목도하라….

그때 벽과 손이 맞닿은 부분에서 카드 수십 장이 급류처럼 터져 나왔다. 오두막의 일부가 카드로 변환되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내가 원하는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카드로 변해 허물어졌어야 하는 벽은 그대로였으니까.

“말하지 않았느냐. 너는 나의 허락을 받고 들어왔지만… 나의 허락 없이는 나가지 못하리라고.”

빌리테어 촌장은 넘치는 혈기를 손에 쥐며 중얼거렸다. 그녀에게시 시작된 핏물이 건물의 벽면을 따라 미친 듯이 맴돌고 있었다. 내 카드는 오두막의 일부를 변환했지만 그 순간 혈류가 뭉치며 벽을 메웠다.

피거머리 일족의 능력은 탐식. 혈조술 중에서도 특히 외부로 표출되기 어려운 종류다. 그래서 조금 방심하고 있었지만… 빌리테어 촌장의 생각을 눈앞에서 읽고 나서야 무슨 짓을 했는지 드디어 눈치챘다.

빌리테어 촌장은 오랜 시간 자신의 권능을 나누고 담아 이 오두막을 자기 몸처럼 만든 것이었다.

“오두막 안에 들어온 순간 끝이다. 너는 나의 뱃속에 있으니.”

접시가 의자가 커다란 솥과 부지깽이가. 이 오두막에 존재하는 모든 집기가 천천히 움직였다. 마치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동화 속에 나오는 마녀의 집이 이럴까. 피를 나누어 받은 가구들이 조금씩 나를 압박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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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niscient First-Person’s Viewpoint

Omniscient First-Person’s Viewpoint

OFPV, 전지적 1인칭 시점
Score 9.2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1 Native Language: Korean
I, a mere con artist, was unjustly imprisoned in Tantalus, the Abyssal Prison meant for the most nefarious of criminals, where I met a regressor. But when I used my ability to read her mind, I found out that I was fated to die in a year… and that the world would end 10 years la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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