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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niscient First-Person’s Viewpoint Chapter 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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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527

오크마는 한때 오벨리를 정복했었다. 그러나 여러 가지 문제를 제때 대처하지 못하고 결국 몰락하고 말았다. 오크마는 그대로 와해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룰의 존재는 돼지 수인을 결집하게 했다. 사피엔과 교섭한 그는 오크마의 조직을 그대로 흡수하고는 늑대의 왕과의 전쟁을 위해서 그 조직력을 사용했다.

그룰은 이치에 닿은 강자이며 동시에 돼지 수인의 영광. 오크마뿐만 아니라 오크마와 전혀 관련이 없는 평범한 돼지 수인도 그를 동경한다. 심지어 오벨리의 공인과 여러 권력자로부터 지켜주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보니 오크마도 그룰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룰이 우르크팽을 찾았다. 용병을 이끌고 야수파 전사들과 함께 출진했었던 우르크팽은 벅찬 행군에 지쳐서 허덕거리고 있었다. 탈진한 모습이었지만 그룰은 아랑곳않고 그에게 다가갔다.

“우르크팽! 우리와 함께 늑대와 싸우느라 수고했지만 조금 더 일해줘야겠어!”

“후 후우. 아닙니다 그룰 씨. 그룰 씨와 함께 싸울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내가 가르치지 않은 사람 중에서 가장 기공이 뛰어나더군.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았을 텐데. 자네와 같은 오크가 있어서 참 든든해.”

“아닙…니다…! 킁. 정말로… 제가 영광입니다…!”

감격에 겨운 우르크팽은 코 먹은 소리를 내며 바위를 치우러 나섰다.

사람들은 그룰이 난폭한 야인이라 생각하지만 단순히 힘만으로 야수파의 대족장을 칭할 수는 없다. 그룰은 사람을 다루는 능력도 뛰어났다.

가끔은 칭찬하고 가끔은 으름장을 놓고. 목줄을 잡고 어르고 달래니 돼지 수인들은 쉴 새 없이 일했다.

“이 안에서 목소리가 들린다! 다들! 여기 모여 봐!”

“하나둘 읏차!”

돼지 수인은 머릿수가 많다. 그리고 머릿수는 그 자체로 깡패다. 수많은 돼지 수인들이 돌을 나르고 냄새로 사람을 찾고 잔해를 치우며 파묻힌 사람을 구조했다.

“살았다! 구해줘서 고마….”

“…나와.”

어둠 속에서 몇 시간 갇혔던 오벨리 경비견들은 자신들을 구조한 돼지 수인을 보며 못마땅한 고마움을 느꼈다. 그룰이 바라는 대로. 

외적은 내부를 결속시킨다. 비록 앙금은 남아있더라도 전장에서 마주친 기억은 남을 것이다. 

“오크마와 돼지 수인은 충분히 섞어놨어. 이제 누가 오크마인지 돼지 수인인지 쉽게 구분하지 못하겠지.”

행동하면서도 늘 상황을 살피고 다음 수를 고려한다. 그룰의 모습은 무인이라기보다는 사업가를 닮아 있었다. 더 필요한 게 없나 살피던 그룰은 커다란 바위 앞에서 끙끙거리는 인부들을 발견했다.

“좋아. 그럼 나도 생색 좀 내 볼까.”

그룰은 뻐근한 어깨를 풀며 잔해를 치우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그는 어딘가에서 본 적 있는 것 같은 돼지 수인 소년을 발견했다. 그가 엔데에 처음 왔을 때 쓰레기장에서 마주친 소년이었다.

늑대와의 싸움을 앞두고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지원자를 받았다곤 하지만 설마 그와 같은 빈민층 소년까지 끌고 왔을 줄은. 그룰은 소년에게 다가갔다.

“얘야.”

“네? 아 그룰 님….”

바위를 굴리던 소년은 그룰을 발견하고는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룰은 소년의 행색을 살폈다. 솜을 누빈 가죽 갑옷에 창대를 쥐고 있는 걸 보면 병사로 끌려온 게 분명했다.

“누가 너를 전장에 데려왔지?”

빈민가에서 구차하게나마 연명하고자 했던 소년이다. 누군가 강제로 징용하지 않았다면 절대 나서지 않았으리라. 그리 생각한 그룰이 소년에게 물었으나 소년은 시선을 피하며 대답했다.

“제 제가 자원했어요.”

“알겠다. 그렇게 대답하라고 시킨 게 누구니?”

“정말이에요. 제가 직접 싸우겠다고 찾아갔어요. 오크마가 돼지 수인을 위해 싸워달래서.”

“오크마?”

“네. 오크마가 저에게… 고기를 줬거든요.”

고작 고기 따위에 혹해서 넘어갔다는 생각에 소년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룰은 말없이 소년을 기다렸다. 소년은 어렵사리 말을 이었다.

“태어나서 그런 건 처음 먹어봐서… 그리고 일이 잘 되면 가족도 맛볼 수 있다고 해서. 저도 따라 나왔어요.”

“나의 제안도 거절했으면서. 고작 고기 따위에 목숨을 걸었단 말이냐? 그것도 오크마가 한 약속을 믿고?”

“…네.”

만일 소년이 용기가 있었다면 그룰의 제안을 받아들였을 것이다. 만일 소년이 현명했다면 이번 전투에 참가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소년은 용기도 없었고 미련했다. 고작 고기 따위로 오크마가 한 약속에 혹해 덜컥 자원하고 말았다.

그렇지만 어떻게 소년을 탓하거나 비웃을 수 있을까. 돼지 수인이 아니 이 나이쯤의 빈민가 소년은 어리석고 충동적일 수밖에 없지 않은가.

모두가 그룰처럼 강할 수 없다. 여유를 갖고 넓은 시야로 관찰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소년이 무기를 들고 일어서는 데에는 많은 이유가 필요하지 않았다.

“너는 원하는 걸 얻을 수 있을 거다. 내 약속하지.”

그룰은 소년의 어깨를 힘차게 두들겨 주고는 일어섰다. 그의 심지는 원래 바위처럼 단단했지만 소년을 만나고서 한층 더 굳건해졌다.

그런 그룰을 향해 사피엔이 다가왔다. 그다지 유쾌하지 않은 이야기를 들고서.

“그룰. 할 말이 있다.”

“말해라.”

“오크마 말이다. 당신은 그들에게 공로를 주어서 죄를 없던 일로 만들고자 하는 것 같던데.”

“그래서?”

부정하지 않는다. 네가 생각하는 그게 정확한데 그래서 어쩔 거냐고 묻는 방식이다. 사피엔도 속뜻을 알아차리고는 직설적으로 말했다.

“불가하다. 그들은 엔데의 규칙은 물론 제후국의 법마저 크게 위반했어. 고작 제 의무를 따른 것으로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넘어갈 수 없다.”

“나는?”

“너는 엔데의 시민이 아닌 외부인이다. 같은 규칙을 적용할 수는 없지. 늑대의 왕을 물리친 공도 있고.”

“그러면 너희가 오크마를 추방해. 내가 거둬주지.”

공과 과를 뭉뚱그리자는 제안에 사피엔이 고개를 저었다.

“그게 눈속임이라는 건 세상 모두가 안다. 원만하게 해결하고 싶다면 오크마 수뇌부 중 몇 명을 골라.”

“죽이려고?”

“그러지는 않게 노력해보겠다.”

“제후국에 넘길 셈이로군. 반란군의 수뇌를 잡았다고 말이야.”

“….”

노력해 보겠다는 건 엔데의 공인인 사피엔조차 손 쓰지 못할 영역이라는 뜻. 즉 제후국에 넘기겠다는 의미였다. 그룰은 피식 웃었다.

“잡으려고 노력했다고 전해라. 제후국도 너희 능력 밖의 일을 강요할 정도로 못나진 않겠지.”

“우리가 너와 협력했다는 건 모두가 안다. 말로는 해결할 수는 없어.”

정치란 명분 싸움이다. 그룰은 그걸 이해했다. 하지만 그룰은 돼지 수인을 짊어질 생각이었다.

그룰이 근육을 풀며 몸을 일으켰다.

“그러면 행동으로 보여주지. 싸우자고. 죽지 않을 정도로만 패줄 테니. 그 정도면 제후국도 이해할 거다.”

그룰의 전신에서 투기가 뿜어져 나온다. 그가 진심이라는 걸 깨달은 사피엔이 뒷걸음질쳤다. 

“제후국에 대적하겠다고? 늑대와 싸운 공을 다 허사로 만들 셈이냐?”

“허사가 아니야. 증명한 거지.”

“뭐?”

말을 잃은 사피엔을 향해 그룰은 과거를 떠올리며 중얼거렸다.

“우리는 더 나아갈 수 있다는 걸 증명한 거다.”

그룰은 본디 엔데 출신이었다. 그 역시 다른 오크와 마찬가지로 쓰레기장을 뒤지며 자랐다.

하지만 그가 다른 오크와 달랐던 점은 제 처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쳤다는 점이다.

엔거 평원 동남쪽 옛 만국의 땅에는 멸망한 나라의 보물이 잠들어 있다. 보물을 노리는 모험가들은 엔데를 거쳐 만국의 유적을 노렸다. 험난한 환경과 위험천만한 짐승 그리고 망국이 남긴 사악한 찌꺼기들이 도사리고 있었지만. 온갖 영약과 보물이 숨어있는 기회의 땅이기도 했다.

그룰은 돼지 수인이라는 처지를 장점으로 이용해 보기로 했다. 야수파의 돼지 수인들 평야를 떠돌아다니는 옛 오크의 후예들과 접촉하여 그들의 신임을 얻었다. 문명과 맞닿은 엔데는 그들에게 있어서도 호기심과 부러움이 공존하는 땅. 엔데의 정보를 알려주고 인맥을 소개하여 중개자 역할을 맡았다.

그리고 야수파를 길잡이로 삼아서 모험가를 도왔다. 엔데에 도착해 알음알음 길잡이를 찾던 모험가들은 현지 방랑 부족의 안내를 받고 훨씬 안전한 모험을 보장받았다. 그룰과 그가 몸담은 부족은 원래의 모습과 너무 달라져서 공격을 받곤 했지만 어쨌든 그룰을 중심으로 크게 번성했다. 다른 족장 후보가 모두 죽거나 도망친 끝에 그룰은 결국 족장이 되었다.

모험가에게 기공을 배우고 만국의 유적에서 얻은 영약을 취했다. 수많은 위험을 극복하고 탐욕스럽게 자기 것으로 만든 그는 결국 이치에 닿았다.

늑대 무리가 엔거 평원에서 득세한 뒤에 장사도 끊기고 도망 다니는 처지가 되었지만.

“돼지 수인의 영광이라. 웃기는 말이지만 나도 나를 영광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나처럼 기회를 잡지 못하는 동족에게 멋대로 실망하곤 했다. 하지만 여기 와서 생각을 조금 달리하기로 했다.”

“무엇을?”

“내가 그들의 기회가 되겠다고.”

그라면 오크마처럼 멍청하게 하지 않을 거다. 그렇다면 오크마 대신 그가 하면 된다.

그룰이 자신만만하게 선언하는 것을… 사피엔은 어두워진 낯빛으로 답했다.

“그룰. 너는 실패해 본 적 없나?”

“떠오르지 않는군.”

“그럴 것 같았다. 하지만 기억해라. 언제나 운명이 네게 미소 짓지는 않는다는 것을.”

사피엔의 능력은 그룰에 비해 더 부족할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사피엔은 체념을 그룰보다 훨씬 빠르게 배웠다. 슬프게도 제 분수를 아는 데 있어서는 사피엔이 그룰보다 훨씬 뛰어났다.

“부조리함은 언제든 찾아올 수 있으니까.”

 

 

“오호장군? 누구?”

후견 상단을 지탱하는 건 신뢰. 상단의 행수는 거짓을 고하지 않는다. 남을 속이는 게 장사의 기본이라 하지만 그 기본을 충실히 지킨 이들은 전부 불꽃처럼 잠깐 타오르다 사라졌다. 저 하늘의 북두칠성처럼 꿋꿋이 빛을 발한 일곱 상단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흑호장군 연탄검 라파에노 후작. 그가 이끄는 흑호군과 어용용병대입니다. 상세한 숫자나 전력은 기밀이라 계약상 밝힐 수 없습니다.”

“라파에노…? 레이피어를 쓰는? 그가 왜?”

“계약상 군사 목적은 밝힐 수 없습니다.”

무어 행수는 짤막하게 대답했다. 하지만 밝힐 수 없다는 건 알고는 있다는 뜻. 회귀자도 추측 정도는 할 수 있었다.

“늑대의 왕 때문이겠지. 제후국 입장에서 엔데가 제대로 상대할 수 있을지 확신은 없을 테니까. 어용용병대를 불렀다면 급하긴 급했나 봐.”

‘저번에 반란이 일어났을 때는 엔데를 거들떠보지도 않더니. 반란이 일어나기 전이라 여유가 좀 생겼나 보네. 정작 늑대의 왕은 우리끼리 잡았는데.’

어차피 늑대의 왕이 이긴다면 제후국까지 위협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엔데가 완전히 무너지기 전에 군대를 파견해 늑대의 왕을 쓰러뜨리는 게 낫다. 매우 합리적이고 정상적인 추측이었다.

다만 무어 행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세상은 그렇게 합리적이고 정상적이지 않은 모양이다.

“귀공의 신분은 자색 상단이 보증합니다. 다만 오호장군의 판단에 따라 계약의 이행이 조금 늦어질 수도 있음을 미리 고지하는 바입니다.”

“알았어. 그런데 그 말 하려고 온 거야?”

무어 행수는 대답하지 않고 손목에 찬 팔찌를 돌렸다. 그 순간 바람이 어디선가 불어오더니 망토가 돛처럼 펼쳐지며 바람을 타고 움직였다. 무어 행수는 제비처럼 땅 위를 스치며 날아갔다.

“바람돛이라. 비싼 거 끼고 있네요.”

“자색 상단의 행수니까. 저것보다 훨씬 비싼 것도 많겠지. 그보다 라파에노 후작이라….”

“아는 사람이에요?”

“이치에 닿은 마스터잖아. 조금은 알지. 연탄검 라파에노. 콜로세움 백연전을 우승했고 결투의 대가 칭호를 얻었고 불칸 전투교본의 스물넷 동작을 마스터한 걸로 유명해.”

대단한 사람이긴 하겠지. 이치에 닿았으면서 동시에 제후국 오호장군이니까. 그거야 모두가 아는 거고.

“성격이나 품성은요?”

회귀자는 턱을 괴고는 한참 생각하다 말했다.

“어… 오만하다? 하지만 그건 다른 마스터에게도 통용되는 거고.”

“아하. 오만한 마스터 중에서도 특히 오만하다는 거군요.”

“그렇게 되나? 그래도 장군이잖아. 성격 때문에 문제 생길 일은 없지 않을…까?”

회귀자의 말에도 확신이 없는 건 성격 때문에 일을 그르치는 걸 많이 봐서 그렇겠지. 물론 자기 자신도 포함해서.

“흠. 미심쩍은데요.”

“뭔가 그렇…지?”

회귀자는 좋은 의미로 짐승같다. 멍청하기도 하지만 이성보다는 직감으로 먼저 상황을 판단한다는 뜻이다.

행수가 아무 이유 없이 찾아왔다는 것도 라파에노 후작이 애매한 타이밍에 엔데로 진군한 것도. 회귀자는 묘한 불쾌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회귀자의 직감은 들어맞았다.

무어 행수의 생각을 읽어서 얻은 정보에 따르면 라파에노 후작은 엔데를 돕기 위해 출정한 게 아니라….

 

전쟁을 숫자로 하는 시대는 지났다. 이치에 닿은 마스터 한 명이 격하의 상대 백을 족히 상대할 수 있다. 그렇다고 마스터를 백 명에게 포위되도록 던져 넣는 건 멍청한 짓. 정찰 기동 보급 포위 등. 중심 전력을 보좌할 빠르고 기능적인 부대를 붙여 움직이는 게 일반적인 전쟁 교리다.

라파에노 후작의 부대도 그런 교리를 착실히 따르고 있었다.

전원 기공을 익힌 기마병들은 사흘 밤낮을 달려도 지치지 않고 어용 마법부대는 소수의 인원으로도 보급과 관리를 완벽하게 해낸다. 거기에 마도사 마스터 각각 한 명씩만 배치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전략급 병력이다.

급조해서 체계가 조금 엉성할지언정 전력은 그대로다. 라파에노 후작의 부대는 결성된 것만큼이나 빠르게 엔데에 도착했다.

늑대와의 싸움에 조금 늦긴 했지만 그건 아주 사소한 문제였다.

“흐으음. 여기가 엔데인가?”

멋들어진 콧수염을 기른 강인한 인상의 중년이 엔데에 입성했다. 수백 명의 무장한 군인이 찾아온다면 도시에 소란이 일어야 망정이나 늑대와의 싸움을 준비하느라 시민들이 많이 빠져나간 지금은 반응이 없다시피 했다.

라파에노 후작은 동그랗게 말린 콧수염 끝을 만지작거리며 감상을 표했다.

“소문만큼 지저분하지만 소문만큼 시끄럽진 않군? 허허허. 그래도 이 똥통에서 말이 통하는 사람은 하나 찾아야 하겠는데.”

다행스럽게도 라파에노 후작의 행차는 오벨리까지 전해졌다. 그리고 오벨리에는 간신히 권력을 되차지한 공인들이 남아있었다.

그중에서 라파에노 후작을 맞이하러 나선 건 엔데의 공인 에렉투스 공이었다. 에렉투스 공은 몇 안 되는 수행원을 대동하고는 도시 정문에서 후작을 맞이했다.

“제후국을 지키는 방패 오호장군 라파에노 후작님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저 공인 에렉투스가 모든 엔데의 시민을 대표하여 맞이하겠습니다.”

“어흠. 흠.”

잠시 말을 고르던 라파에노 후작이 부관을 툭툭 건드리고는 물었다.

“저 사람은 누구지? 내가 변방 관계도는 잘 몰라서.”

혹여나 무례를 저지르지 않도록 세력도를 알려주는 것도 장군의 보좌에 필요한 일이다. 미리 엔데를 공부해 온 부관이 라파에노 후작에게 일렀다.

“에렉투스 공입니다.”

“공? 요만한 도시에 공작이라고?”

“엄밀히 이야기하면 일반적인 공작과 좀 다릅니다. 성 엔거께서 세 자손을 남기고 승천하신 후 제국에서 성 엔거를 기리기 위해 엔거 평원을 변경백령으로 정하였습니다. 그 후 이백여 년 뒤 엔거 평원을 제후국에 할양하는 과정에서 일부가 라일락 제후국의 영토로 되었지만 엔데만은 여전히 변경백령으로 남았습니다. 따라서….”

“흐흠. 됐다. 물공작이라는 거잖나? 내 이래서 변경은 싫다니까. 개나 소나 공작 직함을 달고 있어.”

사실이었지만 그 사실을 그대로 입 밖에 내라고 공부해 온 건 아니다. 하물며 엔데에서 개나 소나라는 표현을 쓰다니. 부관이 조금 낮은 목소리로 주의를 주었다.

“그래도 성 엔거께서 깃발을 꽂은 땅입니다. 언행에 주의를 기울여 주시길.”

“아하 음.”

그리고 둘의 대화는 에렉투스 공에게 그대로 들렸다.

전음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데도 굳이 목소리를 냈다는 건 아예 예의를 차리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거의 선전포고에 가까운 무례함이지만 누가 감히 그를 제지할 수 있을까.

라파에노 후작은 자신의 무례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오면서 소식은 대충 들었네. 그래. 늑대의 왕을 쓰러뜨렸다고?”

“…보고에 따르면 그렇습니다.”

“흠흠. 하긴 고작 짐승 무리에게 져서야 만물의 영장이라는 이름값이 아깝지! 아 이 도시는 짐승귀들이 살던가? 짐승귀 치고는 잘했군! 칭찬해야겠어!”

“모두가 함께 이뤄낸 결과입니다.”

“아 맞군! 짐승귀를 칭찬하다니 내가 실언을 했어! 짐승귀를 잘 다룬 주인의 공이지! 하하하!”

마치 재미있는 농담이라도 되는 양 껄껄거리며 웃던 그는 곧 손을 내저었다.

“뭐 됐고. 중요한 건 그게 아니지. 늑대가 없다면 다음 용건으로 넘어가자고.”

“다음 용건이라 하시면.”

후작은 이제야 좀 흥미가 생긴 듯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그룰은 어디 있나?”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정말 죄송합니다… 정말로…

6시… 못지켰습니다… 내일은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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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niscient First-Person’s Viewpoint

Omniscient First-Person’s Viewpoint

OFPV, 전지적 1인칭 시점
Score 9.2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1 Native Language: Korean
I, a mere con artist, was unjustly imprisoned in Tantalus, the Abyssal Prison meant for the most nefarious of criminals, where I met a regressor. But when I used my ability to read her mind, I found out that I was fated to die in a year… and that the world would end 10 years la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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