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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niscient First-Person’s Viewpoint Chapter 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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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528

엔데는 늑대 무리라는 적을 상대했다. 늑대는 사납고 강력했지만 어려운 적은 아니었다. 피아식별 기밀유지 수싸움 사기진작 첩자색출 등 전쟁에 으레 있을 다른 절차가 생략되었기 때문이다.

인간은 아군 늑대는 적. 승리하면 살고 패배하면 죽는다. 수인도 알 만큼 단순하다. 눈앞의 적에만 집중할 수 있다면 이미 전략적인 승리를 거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래서 엔데의 수인들은 갑옷을 차려입은 군단을 보고도 경계심을 느끼지 못했다. 인간이 그들의 적일 리 없으니까. 

라파에노 후작과 그의 군대는 규모에 비해 조용히 다가왔다.  

“그대가 그룰인가! 돼지의 영광!”

그룰은 뜬금없이 손님을 맞이하고는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당연한 일이다. 낯선 사람이 뒤에 군단을 몰고 왔다면 아무리 대범한 그룰이라도 편하게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게 부담스러운 콧수염을 기른 중년이라면 거부감은 몇 배나 올라간다.

거기다 라파에노 후작은 자신의 경지를 숨기지 않았다. 칼날처럼 예리하게 갈무리된 기세를 보며 그룰은 본능적으로 침을 삼켰다.

그와 대등하거나 그 이상의 강자다. 그룰은 사피엔을 보며 물었다.

“이건 뭐냐?”

사피엔은 화들짝 놀랐다.

“언행에 주의하라 그룰. 흑호장군 라파에노 후작이시다.”

“아아. 네가 말한 제후국의 다섯 손가락 중 하나인가?”

“언행을 주의하랬지.”

예법 정도는 그룰도 알고 있다. 하지만 첫 만남부터 숙이고 들어가는 게 얼마나 쓸모없는지도 역시 알았다. 그룰은 다섯손가락을 펴 보이며 비아냥거렸다. 

“손가락도 손가락 서열이 있지 않나. 다섯 손가락 중 어느 정도 되지? 한 중지쯤 되나?”

“그룰…!”

“핫핫핫하! 대범하군 대범해!”

다행스럽게도 사피엔이 우려하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라파에노 후작은 그룰의 속 보이는 도발을 호탕하게 받아넘겼다.

“그래. 우리 오호장군은 흔히들 손가락에 비유되곤 하지! 제후국의 검을 쥐는 다섯 손가락이라고! 그리고 그거 아는가? 세상에는 손가락 여섯을 달고 태어나는 사람도 가끔 존재하지! 검을 쥐는데 손가락이 많아서 나쁠 게 있나!”

제후국의 귀족일 텐데 약한 도발에도 호의적인 반응으로 되돌아온다. 그룰에게 원하는 게 있다는 뜻. 그리고 여기서 여섯 손가락을 언급한다면 이유는 하나뿐이다.

그룰이 여섯번째 손가락이 되어달라는 의미였다. 그룰이 말했다. 

“나를 제후국에 스카우트하겠다는 의미인가?”

“똑똑하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정말이로군! 포섭한다는 말도 안 했는데 알아차릴 줄이야!”

“진짜였군. 의외인걸.”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룰은 내심 이럴지도 모른다고 예상하고 있었다. 이치에 닿은 마스터라면 회유를 시도하지 않는 게 이상한 일.

‘휘하에 들어갈 생각은 없다. 하지만 협력 관계라면 맺어둘 수도 있어. 한번 재야겠군.’

돼지 수인을 책임지기로 마음 먹은 이상 더 많은 것을 얻어내야 한다. 이권이나 식량 같은 걸. 그룰은 복잡한 계산을 끝마쳤다. 

“나 같은 야인에게는 과분한 제안인걸. 위대하신 제후국께서 나를 거둬 얻는 게 뭐지?”

“야인도 나름의 쓸모가 있지. 우리 길드는 자네에게 특히 관심이 많다네. 정확히는 자네가 가져다줄 만국의 보물에 관심이 있지만.”

“영약인가. 관심이 많을 만하군.”

늑대의 왕이 사라진 엔거 평원은 다시 모험가들이 찾는 길목이 될 것이다. 만국까지 가는 길을 찾으려면 야수파가 필요할 테고 그걸로 사업까지 벌였던 그룰은 꽤 탐나는 인재였을 거다.

“그래. 기공사 하나 키우는 데 영약이 얼마나 드는지 아는가? 이루 말도 못할 정도야. 그렇게 영약을 먹였다고 마스터가 된다는 보장도 없어. 허탕일 걸 알면서도 계속 투자해야 하기에 영약은 언제나 부족하지. 정작 영약 부스러기나 주워 먹은 어딘가의 야인이 갑자기 이치에 닿을 수도 있고.”

“그런 야인에게 제안할 게 뭐지?”

“기공사에게 줄 게 뭐가 있겠나. 더 뛰어난 교본 더 귀중한 영약 그리고 다른 마스터와 대련할 기회.”

그룰도 무인이라 저 제안에 본능적으로 혹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저건 한 나라에 소속된 마스터라면 당연히 받아야 할 것. 그룰은 더 말해보라는 듯 팔짱을 끼고는 다음 제안을 기다렸다.

“그리고 이 도시 엔데를 맡기겠네.”

도리어 파격적이라 그룰은 표정 관리에 실패하고 말았다.

“…뭐라 했나? 엔데를? 진심이오?”

“그래. 마침 늑대도 사라졌으니 이제 원래 주인이 비워두었던 집에 돌아와야지. 엔데는 이제 제후국에서 관리하기로 했네. 이왕 하는 김에 마스터 하나도 영입하고 말이야.”

그룰을 영입하며 동시에 엔데를 맡기겠다니. 너무나 뜻밖이라 사피엔도 할 말을 잃었다.

“잠시만요. 라파에노 후작. 그건 너무 갑작스럽습니다만.”

“갑작스럽나? 어쩌겠나. 짐승귀의 반란을 막지 못한 순간 이미 결정된 일이지. 인간이라고 짐승귀들 사이에서 왕 노릇을 하는 건 그만둘 때가 되었다.”

오크마의 반란 소식은 벌써 라파에노 후작에게까지 닿았다. 치부가 드러난 사피엔이 입술을 깨물었지만 라파에노 후작은 사피엔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룰은 되게 의외라는 생각을 했다.

‘사피엔이 경고한 것치고는 말이 잘 통하는데. 파격적이기도 하고. 도대체 무엇이 부조리하다는 거지?’

군대를 이끌고 온 것치고 힘을 자랑하지도 않고. 권위로 누르지도 않는다. 인간이라는 이유만으로 군림하던 공인보다는 인간적이지 않는가.

그룰의 마음이 라파에노 후작에게 조금 기울 때.

“반란에 대한 책임을 물어 곧 짐승귀들에게 소개령을 내릴 테니까 미리 준비하고 있도록.”

작게 들린 목소리는 청천벽력과도 같았다.

원래 주인이 비워두었던 집. 엔데는 이제 제후국에서 관리. 수인 사이에서 왕노릇 하는 건 그만.

엔데의 수인을 쫓아내고 빈 땅에 인간이 들어오겠다. 라파에노 후작의 말은 전부 다 하나로 이어지고 있었으니까.

정세에 해박한 사피엔은 그룰보다 먼저 눈치챘다.

“반란을 일으킨 건 일부 돼지 수인입니다! 대부분의 수인들은 그와 관련 없습니다!”

“무슨 차이지?”

“무슨 차이냐니….”

후작의 대꾸에 도리어 말문이 막힌 건 사피엔이었다. 라파에노 후작은 콧수염을 만지작거리며 심드렁하게 말했다.

“짐승귀가 다 같은 짐승귀지. 뭐가 다르지? 잠시 살게 해준 것만으로도 고마워해야 하거늘 감히 은혜도 잊고 인간을 공격했다…. 그것만으로도 움직이기 충분한 이유인데 무슨 귀를 달고 있는지 구분할 필요가 있나?”

오크마와 나머지를 돼지 수인과 다른 수인을 왜 구별해야 하냐고. 라파에노 경은 진심으로 되묻고 있었다.

“그건…!”

“너무 열 내지 말게나. 누가 자네들 권한을 빼앗아 간다고 했나? 작위와 권한은 그대로 유지될 거야. 원한다면 자네들이 부릴 짐승귀는 집에 들여도 좋아. 다만 다른 짐승귀는 원래 자리로 돌려보내야지. 제후국에 집 없는 신민이 몇만 명인데 짐승귀가 빈집 차지하게 둘 수는 없잖나.”

기회의 땅 엔데가 자유로운 수인의 도시가 된 건 늑대의 왕 때문이었다. 인간은 험난한 엔거 평야에서 늑대의 위협을 버티며 살기보다 제후국의 그늘 아래에서 안전하게 살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수인이 늑대를 몰아낸 지금 이제 그 기회의 땅은 다시 인간이 차지할 예정이었다.

“자네들에게는 더 좋은 이야기야. 언제까지 변방의 도시로 남을 건가? 늑대를 이겨냈으면 이제 슬슬 사람을 모으고 도시를 정상적으로 이끌 생각을 해야지.”

수인은 객체로도 인정받지 못한다. 욕하거나 무시할 대상조차 아닌 것이다. 그룰이 끼어들었다.

“잠깐. 후작. 나도 당신이 말하는 짐승귀인데.”

“그게 무엇이 중요한가 그룰. 자네가 힘에 목마른 마스터라는 게 중요하지. 잘 드는 칼은 마검이든 뭐든 일단 칼집에 넣어야 하는 법이네.”

라파에노 후작은 귀찮다는 듯이 귀를 후비적거렸다.

“정 자네가 짐승귀를 돌보고 싶다면…. 제안을 받아들이는 걸 추천하네. 이 짐승귀들에게 천막이라도 쳐주려면 제후국의 지원이 필요하지 않겠나?”

만일 그룰이 야망 넘치는 냉혈한이라면 라파에노 후작의 제안을 받을 것이다. 그의 야망을 채울 기회니까.

만일 그룰이 제 동족을 돌보는 온화함을 갖고 있더라도 제안을 받아야 할 것이다. 그러지 않으면 엔데에서 쫓겨난 수인들은 모두에게 버림받을 테니까.

반쯤 협박이다. 하지만 엔데를 제후국의 확실한 영향권에 넣겠다는 의지만은 느껴진다. 그리고 엔데는 그 의지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룰이 직접 나서는 게 아니라면.

부조리는 정녕 부조리하게 다가왔다. 잠깐의 틈도 없이 그룰의 다짐도 무색하게 단 하나의 선택지만 든 채 다가오고 있다. 그룰의 머리가 복잡하게 돌아갈 때 그보다 먼저 나선 건… 다른 공인이었다.

“라파에노 후작님. 그냥 들어넘길 수 없는 말이 있었습니다만.”

수인 차별이라면 둘째가라 해도 서러울 공인 에렉투스 공. 그를 보자마자 주변 사람들이 폭탄의 의인화를 목격한 것처럼 일제히 긴장했다. 사피엔은 그가 사태를 더 악화시키기 전에 뒷목을 쳐서 데려와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했다.

라파에노 후작은 기억을 더듬었다.

“그… 누구더라?”

“공인 에렉투스. 늑대의 위협에 모두 자리를 비울 때 엔데에 남아 자리를 지킨 영주입니다.”

“아아. 물공작…. 그런데 뭐? 제후국의 결정에 무슨 불만이 있어서?”

“당연히 있을 수밖에 없지요. 제후국은 지금 사유재산을 침해하고 있으니까요.”

“사유재산?”

 엔데에 사는 수인만 수만 명. 실제 짐승이라도 갖기 어려운 그 숫자를 에렉투스 공은 당연하다는 듯 전부 사유재산으로 취급했다. 

“네. 엔데의 수인은 이 땅을 오래도록 지켜온 오벨리의 공인의 소유물. 모두가 엔데에서 도망칠 때 긍지와 의무를 지켜낸 저희 공인의 재산입니다. 제후국의 판단은 존중합니다만… 소개령은 받아들일 수 없겠습니다. 저희 영토와 재산을 수호하는 게 저희 의무니까요.”

인종차별에는 인종차별로. 그보다 훨씬 과격한 발언에 라파에노 후작도 잠시 말을 잃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정말…늦어서 죄송합니다… 하필 어제가 만우절로 재미있는 날이었는데..

좀 늦었지만 만우절 거짓말 하나 하겠습니다…

오늘 오후 6시에 글 안 올라갑니다…!

…와 이건 진실이 되어버리면 제 인성이 의심받겠네요. 저걸 거짓말로 만들기 위한 자가실현적 만우절…!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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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niscient First-Person’s Viewpoint

Omniscient First-Person’s Viewpoint

OFPV, 전지적 1인칭 시점
Score 9.2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1 Native Language: Korean
I, a mere con artist, was unjustly imprisoned in Tantalus, the Abyssal Prison meant for the most nefarious of criminals, where I met a regressor. But when I used my ability to read her mind, I found out that I was fated to die in a year… and that the world would end 10 years la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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