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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herworld TRPG Game Master Chapter 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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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19

원래 찬송가 정도는 심심찮게 들려오는 거리였다· 

경건한 종교적 색채가 깊게 밴 음률은 사람의 마음을 안정시키는 기능이 있다· 그러니 신성도시의 시민들은 다들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로 아침을 맞이하였는데·

그러나 요즈음은 다르다· 축제 분위기 때문일까? 많은 사람이 트럼펫홀에 발을 들여놓으니 이야깃거리라면 사족을 못 쓰는 음유시인들도 인파에 휩쓸려 찾아오게 된 걸까·

발구르기 두 번에 박수 한 번· 아침의 노곤함을 타파하는 흥겨운 선율이 이곳저곳에서 울려 퍼진다·

길거리의 사과 장수가 흥얼거리고 흰 타일 바닥을 뛰어가는 개구쟁이 남자아이가 부르는 이 음률은 단순하지만 귀에 쏙 박히는 멜로디가 있었다·

“·······”

여기사는 마음속을 간질이는 충동에 잠깐 걸음을 멈췄다·

시셀 유렌스토의 시간 대부분은 수련으로 채워져 있었다· 밥을 먹고 전장에 나가고 침대에서 눈을 붙이는 시간을 제외한 전부를 그녀는 검술을 갈고 닦는 데에 사용했다·

그 이외에 할 일도 하고 싶은 일도 없었으니까·

그러나 그녀의 극단적인 우화를 영혼이 버티지 못하게 될 즈음 동부전선 군의관은 그녀에게 ‘심신이 편안한 휴식’을 주문했다· 

영혼의 매커니즘에 대해서는 아직 정확히 밝혀진 바가 없고 그 회복과 손상의 작용에도 미스테리가 많으나 편안하고 긍정적인 감정이 영혼의 회복에 좋은 영향을 준다는 것만큼은 정설로 받아들여진다·

흑마법사라는 선명한 반례가 있으니·

그들은 부정적인 감정으로 하여금 영혼을 쥐어짜 마력을 얻어내지 않던가· 흑마법사들이 긍정-감정으로 영혼을 학대하지 않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으리라는 게 군의관의 생각이었다·

그 결과 시셀 유렌스토는 1황녀로부터 ‘수련은 하루 2시간만 나머지 시간은 취미 활동을 즐겨보세요·’ 라는 명령을 듣게 됐다·

취미라· 그것이 행복감을 동반하는 영혼의 안식처를 이르는 말이라면 그녀에게 취미는 없다·

취미가 없으니 명령도 이행할 수 없다· 수련도 안 된다· 그러니 멍하니 침대에 앉아서 지루한 시간을 흘려보낼 뿐이었다· 공간에 못 박힌 박제된 나비처럼·

오늘 일용할 양식(일곱 종류의 빵)을 안고 돌아간 뒤에도 홀로 짧은 식사를 끝내고 나면· 그녀는 그렇게 시간을 흘려낼 예정이었다·

스케줄의 빈 공란을 채울 방법을 알지 못하였으니까·

텅 비어 있다면 잠깐은 딴 길로 새어도 괜찮겠지· 시셀 유렌스토는 거리에 퍼지는 음악을 따라서 유유히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쭉 따라가면 인파가 우글대는 무대가 보인다·

길거리에 적당히 세워진 목조 발 받침 위에서 아리따운 소녀 한 명이 춤추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거리 공연이었다·

활달한 소녀는 아래로 내려 묶은 붉은 트윈테일을 찰랑이며 능숙하게 무대 분위기를 이끌어갔다· 사람들의 앞에 서는 게 익숙한 걸까·

“어때요 즐겁게 들으셨나요? 꽤 괜찮았죠?”

“최고다 카렌!”

“토너먼트도 응원하고 있어!”

“토너먼트 얘기는 빼요! 여기는 재주꾼으로서 무대에 선 거니까!”

소녀가 깔깔대고 웃으면 그 새초롬한 웃음이 군중에게도 번진다· 그렇게 번진 웃음 한 조각이 시셀에게도 닿았던 걸까 시선이 사로잡혔다·

시셀은 홀린 듯이 관객 무리의 틈바구니에 끼어들었다· 그리고 우직하게 전진했다·

“아니 좀 끼어들지 마쇼··· 억 무슨 힘이···?!”

“이 내가 미 밀려난다고···?!”

시셀은 체구를 뛰어넘는 힘이 있었기에 물렁거리는 인파 정도는 손쉽게 헤쳐 나갈 수 있었다· 그렇게 쭉죽 밀어가며 가장 앞줄에 도달했다· 이제는 소녀의 모습과 그 목소리가 더욱 잘 보였다·

적발··· 태양이 하늘 위로 오래 머무른다는 남부 태생일까?

그녀의 노래 실력은 빼어나다고는 할 수 없었다· 그러나 분위기를 휘어잡는 실력이 뛰어나다· 사람들과 함께 호흡하는 것처럼 움직이고 축제 무드를 고조시켰다·

시셀이 정신을 차렸을 때는 벌써 몇 곡이나 지났다· 시간도 꽤 흐른 것 같았다· 봉투에 들어간 빵의 질감이 말랑에서 딱딱으로 변해가는 걸 보면·

“자 다음 노래는 즐겁게? 아니면 부드럽게?”

“신나게-!!”

츳츳·

소녀는 검지 손가락을 좌우로 까닥이다가 발치에 거꾸로 놓인 중절모를 가리켰다· 모자 안쪽에는 이미 상당한 양의 동전이 쌓여 있었지만 가득 차 있지는 않았다· 그게 중요한 포인트였다·

“이런 하지만 제 조수 ‘모자 군’이 신나지 않은 것 같네요! 배가 고파서 음악을 즐기지도 못하고 있어요· ‘모자 군’의 배를 채워 줄 멋진 신사분?”

돈 줘·

이에 관객들은 껄껄 웃으며 하나둘 동전을 던졌다· 그러나 소녀는 아직 만족하지 못했다는 듯 좀 더 느긋하게 기다렸다· 그래도 괜찮은 분위기라는 걸 아니까!

하지만 소녀의 노래에 홀린 상태였던 시셀 유렌스토의 머릿속에는 모자 군의 배를 채우기 전에는 노래가 재생되지 않는다── 이 명제만이 흔들흔들 떠돌고 있어서·

와르르륵·

시셀은 들고 있던 빵봉투를 거꾸로 뒤집어 다 식은 빵 무더기를 모자 안에 들이부었다· 고소한 빵 냄새가 훅 하고 날아올랐다·

“엣····”

“·······”

“저 마음은 감사하지만 저는 돈 달라고 그런 건데요····”

“아·”

뒤늦게 전후 맥락을 파악한 시셀의 얼굴이 후끈하게 달아올랐다· 소녀는 그 모습을 보고 깔깔 웃다가 시셀에게 손을 내밀면서 말했다·

“제 이름은 카렌이에요! 음유시인이자 용병 각본가이자 무대 제작자죠! 우리 같이 식사라도 한 끼 할까요? 방금 먹을 빵도 다 기부하신 것 같던데·”

“저는 그러니까··· 시셀입니다· 예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빵의 희생은 가치가 있었다·

자연스럽게 엮인 기회에 미친 마법사는 ‘아이돌에 관심 없으십니까’ 작전을 조용히 폐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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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렌은 말이 많았다·

“그러니까 제가 서부에 있었을 때의 일이에요· 그 당시의 저는 제 예술성을 뽐내기 위한 수단을 찾고 있었는데 왜냐하면 제 목소리는 객관적으로 평가해서 노래에 어울리지 않았으니까 머릿속의 음률을 재현하기에는 무리가 있었어요· 그래서──”

“아····”

“일단은 극단을 꾸려보려고 하고 있어요! 다양한 방면의 음유시인들을 모아서 무대를 꾸미는 거예요· 물론 사람들은 말하죠! 그런 연극은 귀족들의 전유물이고 배우지 못한 사람들은 그 가치를 모른다고 하지만 제 생각은 조금 달라요· 접근성만 해결하면──”

시셀은 솔직히 말하면 그녀가 하는 말의 절반도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다· 그녀가 다양한 방면에 손을 뻗고 있다는 정도만 어렴풋이 알 수 있었을 뿐이다·

그리고··· 그녀에게는 하고 싶은 일들이 무척이나 많다는 것도·

그렇다면 호기심이 든다· 

시셀은 카렌을 다른 무대에서 본 적이 있었다· 바로 용사선발대회 토너먼트에서다· 그녀는 단검 두 자루를 휘두르면서 노련한 용병을 제압했다·

극단을 꾸리고 싶어 하는 카렌이라는 소녀는 어째서 용사선발대회에 참여하였는가?

“홍보죠!”

“···홍보?”

“최대한 높은 라운드까지 올라갈 거예요· 아니면 아주 유명한 사람이랑 싸우거나요! 그때 멋있게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거죠· 모여주신 관객 여러분 이 카렌을 기억해 주세요! 하고·”

“그건 대단한 생각이네요····”

이 커다란 무대를 광고판으로 쓰려는 거구나· 용사라는 거대한 영광을 거머쥐는 데에는 흥미가 없는 모양이었다·

카렌은 그렇게 얻은 명성을 통해서 투자를 받아 단번에 극단을 꾸려서 제국 수도에서 공연을 열겠다는 자신의 계획을 조잘조잘 설명했다· 그녀에게는 확고한 꿈이 있었다·

“그러면 당신은요?”

“네?”

“아이 저도 봤어요· 경기하는 거···· 듣자하니 동부에서 엄청 유명한 기사분이라면서요? 우승 후보라던데· 토너먼트에는 왜 참가하신 거예요? 방랑기사처럼 강함을 증명하고 싶어서?”

“그건····”

해야만 하니까· 라는 대답은 1회전에서 만난 노인을 실망하게 했다·

토너먼트에 꿈을 걸고 있는 카렌에게 그러한 무미건조한 말을 들려주는 건··· 연회장에 드레스 대신 청소부 옷을 입고 가는 것과 마찬가지인 무례가 아닌가 싶어서·

시셀은 자신이 커다란 이유가 있어서 도전하는 것처럼 말했다·

“병이 있습니다· 용사가 되면 어쩌면 고칠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도전했어요·”

“헉···! 제가 그 많이 실례되는 걸 물었나요?”

“아뇨 커다란 병도 아니니까요····”

실제로도 그렇다· 증상은 심하지만 해결책은 간단하다· 우화 사용을 멈추면 당장 해결되는 일이다·

다만 병이 낫지 않았을 때의 일을 생각하기가 무척이나 곤란할 뿐이다· 이대로라면 일레인은 자신이 전장에 서는 것을 허락해 주지 않을 것이니 다른··· 일을 찾아봐야만 할 텐데·

전장에 나서지 않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면 침대에 앉아 우두커니 시간을 죽이는 장면만이 떠오를 뿐이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없어서 시체처럼 가라앉을 뿐인·

시셀은 기사 유렌스토인 자신밖에는 알지 못했다·

“병 병이라·”

카렌은 잠깐 고민하다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제가 그러니까· 되게 실력이 좋은 사제분을 알고 있어요· 의학과 약학에도 뛰어나시고 전임 추기경이신 분이랑도 연이 있는 분인데· 평소에 은거하고 지내셔서 유명하지는 않으세요·”

“그 말씀은···?”

“어떤 병이길래 용사가 되어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혹시 괜찮다면 진찰을 받아보시는 건 어떠세요?”

“·······”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바드 소녀가 추천한 아무도 모르는 명의·

라고 하면 극한까지 긍정적으로 생각해도 수상한 일이다· 하지만 전임 추기경과 연이 있다는 문구가 신경이 쓰였다· 왜냐하면 추기경직에서 쫒겨나고도 명줄이 붙어있는 사람은 현재 한 명뿐이기 때문이다·

전 추기경이자 현 종군사제 다키텐 율리우스·

시셀의 영혼병에 대한 진단을 내려준 것도 그 사람이었다· 만약 카렌의 말이 사실이라면 다키텐 사제에게 물어보면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겠지····

“잠깐 시간을 두고 생각해 봐도 괜찮겠습니까?”

“물론이죠! 제가 뭐 사기를 쳐서 거액의 진료비를 요구하려고 하는 것도 아니니까··· 편하게 생각하세요· 그냥 용사가 되는 건 너무 어려운 일이잖아요· 다른 방법으로 고칠 수 있다면 엄청 좋을 테니까!”

카렌은 쌍따봉을 날렸다·

시셀은 그녀와 재회를 약속한 뒤에 신성도시에 머무르고 있는 다키텐 율리우스를 찾아가서 ‘은거중인 명의’에 대해 물었다·

미친 마법사에게 언질을 받은 다키텐은 자연스럽게 정보를 풀었다·

“간만에 뵙는군요 유렌스토 기사님· 예 그 말은 사실입니다· 병세를 진단하는 능력에서만큼은 저를 한참이나 앞서는 분이시고 마침 이 신성도시에 계십니다·”

“그런 우연이····”

“예 우연이죠· 이분께서는 본래 다른 사람들과 접촉을 일절 안 하시고 오직 연이 닿아야만 진료를 봐주시기 때문에 저도 당시에는 추천해 드리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여신께서 살펴주시려나 보군요· 기사님만 괜찮다면 방문해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아 네· 갑작스러운 방문에도 친절하게 대답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율리우스 사제·”

그렇게 시셀은 미친 마법사의 왼손과 오른손을 왔다 갔다 하다가 결국 카렌과 함께 의문의 은거기인 명의와 대면하게 되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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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고민해야 한다·

‘우화를 쓸 때마다 영혼이 깎여서 언젠가는 죽을 텐데 지금 당장은 아님’·

이 마인드로는 고민하기가 어렵다· 좀 더 와닿는 위협이 필요했다· 오랜 교육으로 극한의 수동성을 발휘하는 시셀 유렌스토 씨다· 그녀의 오랜 관성을 부수려면 거대한 충격이 필요하다·

진짜 까딱하면 뒤질 수도 있다는 걸 절절히 체험해야만 비로소 고민다운 고민을 하지 않겠는가· 막장 드라마에서 재벌들이 불치병부터 걸리고 시작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뒤지기 직전이 아니면 사람은 잘 안 바뀌니까!

그렇기에 나는 안경알을 전문적으로 치켜올리면서 시셀에게 이렇게 말했다·

“우화를 세 번 더 쓰면 죽을 거요·”

“······네?”

“세 번·”

갑자기 확 와닿은 영혼병의 위협에 시셀의 안색이 창백하게 질렸다· 말기 암 진단을 받은 환자처럼·

실제로는 23회 하고도 0·7회 정도 남았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날이 덥다가춥다가덥다가춥다가 아주 그냥 사람을 동결건조 격파 콤보로 조사뿔라고 난장을 부리고 있는 좋은 아침입니다 마이 프렌즈·

이놈의 목감기는 심심하면그냥아주 노크를 아니 이게 여름감기는 개도 안 걸린다는데 지금 저를 개만도 못한 놈으로 내려치려고 그럽디다 이놈의 감기바이러스는 서러워서정말

···예· 여러분들은 모쪼록 감기 조심하시고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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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herworld TRPG Game Master

Otherworld TRPG Game Master

Another World TRPG Game Master, 이세계 TRPG 게임마스터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a wizard of the Illusion Magic School and decided to create a virtual reality with illusion magic to play a tabletop role-playing game (TRPG). It was great to create a virtual reality, but I was in trouble because there were no suitable players. During that time, I received an offer to be the professor from the Royal Academy. The offer was to use illusion magic to fill the students’ lack of practical experience safely. And so, I became a professor at the academy. “Send me back, send me back to that world right now-!” “Outer god, someday an outer god will be our doom, we’ll all die!!” “I am not the bastard of the Redburn Ducal Family. I am the foremost disciple of the Great Namgung Clan, Namgung Qinghui!” But it seems there is a bit of a misunderstanding. This isn’t a spell for dimensional travel, kids. It’s fi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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