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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herworld TRPG Game Master Chapter 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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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28

“『용기』의 토너먼트 A조 결승전! 좌측에서 나오는 자는··· 『청풍기사단』 부단장 시셀 유렌스토──!!”

“미안합니다 늦었습니다·”

“그리고 우측에서 한참 전부터 기다리고 있었던 건··· 신비한 격투술과 초능력으로 매번 화려한 경기를 선보인 만능 엔터테이너 수수께끼의 마법사 X!!”

“흥 기다리고 있었어·”

시셀은 사과의 의미로 고개를 꾸벅 숙였다· 어찌 감사하지 않을 수 있을까 대회에 걸린 것이 목숨이 아니었더라도 이는 커다란 배려였다· 손쉽게 우승을 타낼 수 있는 기회였을 텐데·

가면 너머의 눈빛은 보이지 않지만 X의 태도는 어딘가 따뜻하다· 혹시 그녀의 정체는 시셀도 아는 사람인 걸까?

X는 팔짱을 끼고 당당하게 말했다·

“그렇게 얻은 승리에는··· 의미가 없다! 모두의 존중은 마땅한 퍼포먼스를 선보였을 때 따라오는 거니까!”

“···과연· 그렇다면 가감 없이 상대하겠습니다 X!”

문답 무용· 감사와 교통 정리를 마쳤다면 남은 것은 철의 대화뿐이다· 시셀의 검이 울고 X의 철혈무정권이 송곳니를 드러낸다· 

곧 토너먼트 최강자들이 격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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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이리드는 관중석 상석에 앉아서 결승전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높으신 분들이 앉는 자리에 내가 꼽사리를 낀 거라 뷰도 좋고 서비스도 상당하다·

잔이 텅 비는 순간 옆에서 대기하는 아리따운 여사제가 곧바로 음료를 리필해준다· 대접받는 느낌이 훌륭하다·

이 사소한 부분에서도 현 여신교의 타락을 엿볼 수 있었는데·

여사제의 내면에서 똬리를 튼 두려움도 그렇고 수상할 정도로 몸매를 부각하는 사제복도 그렇고 이 자리에서 사제를 희롱해도 문제없이 넘어가 줄 것 같은 분위기였다·

애초에 복장 자체가 무척이나 벗기기 쉽게 되어 있었다· 등허리의 끈 하나만 풀면 3초 이내에 껍질-미리 깐-계란이 될 것 같은데· 디자인은 참고가 되는군· 기억해 뒀다·

돈 많은 탐욕스러운 대부호가 제공했으면 모를까 종교 집단이 제공하기에는 여러모로 마음에 걸리는 서비스다·

나도 이리드도 거기까지는 관심이 없어서 경기에 집중하고 있었다· 

“어떻게 제 속도를──”

“후발선제(後發先制)··· 묘리 없는 빠름은 무용!”

아이구 우리 유나 잘한다!

시셀의 초고속 이동에도 불구하고 유나는 피해내고 쳐내고 다 하고 있었다· 뒤에서 빔만 쏘던 마탑주님이 저렇게 몸을 움직이고 있으니 약간 반전 매력이 느껴져서 마음이 두근거린다·

유나가 시셀을 무공으로 상대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유나데스빔을 쏘면 정체를 숨기지 못하니까· 그건 너무 티가 나지 않은가·

그러면 운동이랑은 연이 없는 유나가 어떻게 근접박투를 이토록 잘할 수 있느냐? 내가 로데루스를 주먹으로 패던 거랑 이유가 같다· 머리가 좋아서 그렇다·

근접전 자체는 내게서 이식해 간 전투-보조-AI를 돌려서 처리하고 있고·

시셀의 속도 또한 암산으로 어떻게든 된다· 시셀은 몸이 빠른 거지 머리가 빠른 게 아니니까 예상하고 피하면 쉽다·

궤적이 직선적이라서 계산이 어렵지 않다· 속도의 변주도 거의 없다· 관중석에서 보는 내가 열 수 앞까지는 읽을 수 있었으니 유나는 못해도 다섯 수 앞은 읽겠지· 

“붕권──!!”

“큭!”

저렇게 적당히 놀아주다가 시셀의 승리로 끝낼 것이다· 나는 편한 마음으로 유나의 자기 여동생 가지고 놀기를 구경했다·

마찬가지로 관전하고 있던 이리드는 문득 말했다·

“시셀 경과 싸우고 있는 인물··· 자색 마탑주 아닌가?”

나는 깜짝 놀란 걸 숨길까 말까 잠깐 고민하다가 솔직하게 놀라기로 결정하고 앉은 자리에서 펄쩍 뛰었다·

“···어떻게 아셨어요?”

“아니 딱 봐도 보이잖나· 우선 헤어스타일이 똑같고 머리카락을 묶은 장식물이나 목걸이도 동일하군· 목소리까지는 굳이 말하지 않겠다·”

“생각보다 힌트가 있었군요· 그런 디테일은 자색 마탑주님이 알아서 변조했으려나 했는데··· 편하게 다니셨구나·”

“그래도 문제는 없겠지· 자색 마탑주의 외형을 알고 있는 건 극소수니까·”

으음·

나는 유나가 변장을 했는데 나한테만 예외 처리를 걸어둔 줄 알았다·

유나가 위기감이 없는 안일한 사람이 아니다· 빡세게 변장하려면 변장할 수 있었을 테고 뭣하면 8척 거한으로도 변신할 수 있었겠지· 하지만 그러지 않은 이유라면····

시셀·

유나는 오랜만에 만난 가족에게 정체를 들키고 싶었던 게 아닐까?

자신의 본모습을 드러내기는 조금 부끄러우니 상대편에서 알아봐 주기를 바라며 슬쩍· 나는 내 추측을 이리드와 공유했다·

“···그러면 시셀 경은 어째서 알아보지 못하는 거지?”

“글쎄요····”

“뭐 아무래도 좋다· 우화도 누님처럼 달라진 것 같고··· 생명에 지장도 없는 것 같군· 네놈도 일이 잘 풀렸으니 내 앞에 모습을 드러냈겠지· 고생했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내가 감동을 받아 절하는 시늉을 하니 이리드는 질색을 했다· 두 번 했다가는 자리에서 이탈할 것 같다· 이렇게까지 싫어할 일인가?

“뭐야 받들어지는 거 싫으세요? 지금 여사제한테는 잘만 시중받으시면서·”

“네놈한테만은 받고 싶지 않다· 네놈도 안 그러던 사람··· 그래 자색 마탑주가 갑자기 네게 극진히 예를 차린다면 기겁하지 않겠나·”

“개꼴릴 것 같은데요·”

“예의를 차리지 말라는 거지 무례하라는 게 아니다 미친 마법사!”

무슨 말인지는 알겠다· 거래처 부장님이 갑자기 아양을 떨면 보기 싫다 이거 아닌가· 생각보다 이리드의 마음속에서 내 카리스마 지분이 큰 모양이다·

제법 장난도 많이 치고 엉뚱한 모습도 보여줬다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조금 거리감이 있는 걸까·

호로록·

오렌지맛 음료를 들이켜며 생각했다·

일상적인 대화는 이미 다 나눴다· 만나자마자 밥은 잘 먹고 다니냐 요새 여자친구는 좀 사귀었느냐 꾸준히 단련은 하고 있느냐 싹 물어봤다· 어떻게 누님이랑 똑같은 소릴 하냐고 한 소리 들었다·

같은 레퍼토리를 반복하기에는 낭만이 없고 가만히 있자니 입이 심심하고 뭔가 거리를 좁힐 만한 대화거리 하나가 있었으면 좋겠는데·

아 연애상담은 어떨까·

“저·”

아니다·

“방금 뭔가 물어보려고 하지 않았나? 누님의 소원을 이루어줬으니 내 선에서 제공할 수 있는 정보는 주지·”

“아닙니다· 황자님 모쏠이시잖아요·”

“···진짜 뒤지고 싶나?”

혼났다·

분개한 이리드에게 마구마구 잔소리를 듣고 있으려니 경기장에서는 환호성과 함께 사회자의 경쾌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용기』의 토너먼트 A조 우승자는── 시셀 유렌스토!”

“···좋은 승부였습니다· 수수께끼의 마법사 X·”

“흥 마지막에 사용한 삼중 연속 드리프트는 제법이었어·”

“당신의 천뢰용권도····”

내 계획은 성공으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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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다녀왔어····”

쭈뼛쭈뼛· 유나가 문틀 너머로 고개만 빼꼼 내밀고 어색하게 인사했다· 집 나간 마탑주가 마침내 오랜 방황을 끝내고 돌아온 것이다· 기쁘다·

이미 수수께끼의 마법사 X로 한번 들렀으면서 자기 본체로 돌아올 때에는 어색함이 좀 남아 있는지 뚝딱거리는 게 포인트였다·

나는 유나의 어색함을 날려주기 위해 벌떡 일어나서 버선발로 달려가 덥썩 안아 들고 빙빙 돌았다·

“아이구 우리 이쁜 유나 얼마나 컸는지 한번 안아 볼까!”

“꺅! 꺄악-!!”

“음 한 13그램 정도 늘어난 것 같은····”

“하 하지 마아···!!”

꺅꺅 비명을 지르면서도 내려오지는 않는다· 그녀도 반가운 모양이다· 나는 유나의 정수리에 코를 박고 원 없이 숨을 쉬었다· 이제야 좀 살맛이 난다·

유나는 내 손을 잡고 끌어다가 자기 정수리에 얹었다· 나는 마구마구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기분 좋게 웅얼거리는 소리와 함께 편안한 숨소리가 내 목덜미에 닿는다·

이게 바로 삶이 아닌가···?

찾아온 고요함 속에서 유나가 조용히 말했다·

“저기 내가 많이 도와 줄 테니까··· 무리 안 했으면 좋겠어·”

“미안해요· 앞으로 조심할게요·”

“···시 시 신랑 얼굴에··· 상처 나 있으면 속상하잖아· 그 그리고 밤에도 히 힘 쓰려면 건강····”

“·······”

유나가 떨어트린 핵폭탄에 10분 정도 그로기 상태였던 것 같다· 정신을 차려보니 얼굴은 뜨겁고 유나도 마찬가지로 자기가 뱉은 말의 파괴력에 휘말려 헤롱거린다·

판타지 세계에도 보약이 있나 알아볼까·

그렇게 30분 정도 추근덕대고 나서야 마음이 좀 풀렸다· 그래 이런 유나를 내버려두고 내가 어딜 가겠는가· 몸 아껴서 오래오래 살아야지·

그리고 도란도란 하잘것없는 대화를 했다· 잘 지냈냐 뭘 먹고 다녔느냐 경기 봤는데 잘 싸우더라 모기 조심해라· 그러다·

내게 안긴 채로 나무늘보처럼 늘어져 있던 유나는 벽면에 걸린 화이트보드에 슬쩍 눈길을 두었다· 보드에는 토너먼트 예상 대진표가 쭉 그려져 있었다·

“저기 B조는 아직이지···?”

“아 네· 아직 경기가 안 끝났죠·”

이제 곧 16강에 들어갈 거다· 

“···너 조금 많지 않아?”

16명 중에서 13명이 나니까 많긴 하다·

연쇄살인범이 두려워 자진 하차하는 사람이 발생하는 등 이것저것 사건이 겹치다 보니 어쩌다 그렇게 됐다· 하지만 문제는 없다·

“많죠· 하지만 탈락하면 그만이잖아요? 이대로 밀 사람 밀면서 싹 빠질 생각이에요· 빨간색으로 적힌 이름이 무조건 떨어트려야 하는 놈이고·”

“놈이고?”

“솔 뭐시기 하늘색 글씨로 적힌 이 친구가 우리 『개혁파』쪽 사람인데··· 남은 하나는 중립이거든요· 얘는 신경 쓸 필요 없어요· 실력이 아니라 제 클론이 죽어서 부전승으로 운 좋게 올라온 놈이라·”

이것만 처리하면 첫 번째 토너먼트는 종료다·

남은 토너먼트는 셋· 일견 많이도 남았다 싶지만 그렇게까지 복잡하거나 오래 걸리지는 않을 터다· 앞으로는 누군가를 멘탈 케어하거나 우화 변질시킬 일이 없으니까·

다 패버리고 뒷공작으로 묻어버리면 금방 끝날 터·

일단은 기분 좋은 마무리만 생각하자· 그러니까 빨간 이름을 떨어트리고····

덜컹· 전령이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마법사님 호재입니다! 타라 성녀님이 전하라 하셨는데 올베인 후보가 마차 교통사고로 토너먼트 불참 선언을···!”

솔 뭐시기를 올리면····

덜컹· 또 하나의 전령이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마법사님 급보입니다! 베네트 님이 전하라 하셨는데 솔 레누스 후보가 레드번의 정치공작에 의해 전과가 까발려져서 자진 사퇴를···!”

“······?”

지금 갑자기 후보 둘이 날아갔다는 소리냐·

아냐 괜찮다· 우리 쪽만 날아갔으면 모를까 상대 쪽도 똑같이 날아갔으면 내가 유리하다· 한 명 정도는 중립파를 꽂아 넣어도 아무 문제 없다· 없다만·

“쓰으읍···?”

뭔가 등골이 오싹해졌다· 나는 화이트보드에 적힌 그림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이제 토너먼트에 남은 진짜 인간은 핑뿐이다·

그리고 핌은 연쇄살인사건으로 내 홀로그램이 죽어 나가서 부전승으로 올라온 녀석이다· 당연히 우승후보와는 비빌 수조차 없는 실력이다· 아마 눈물점 가이랑 싸우면 질 텐데·

얘가 우승을 못 하면 내가 우승하게 된다는 거고·

내가 우승을 하면 성검 터치를 하게 될 테니까·

신벌 맞고 죽겠지···?

그래 필 운 좋은 녀석 같으니· 내가 너를 우승자로 만들어 주마· 모든 경기를 부전승으로 올라가서 우승하면 누가 봐도 의심스러우니까 무대를 좀 꾸며 볼 필요가 있겠지·

하지만 서늘한 등골이 자꾸만 위험 신호를 보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밖에서 활동 중인 홀로그램 하나를 움직여 핌을 찾았다· 

그는 접수처에 자진 탈락 신청서를 넣으려고 하고 있었다·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자식이 누굴 암살하려고···!!”

이러다가 우승 당해서 죽는다! 

나는 유나를 안은 채로 후드를 뒤집어쓰고 부리나케 밖으로 뛰쳐나갔다· 

===============================================================

모험가 핀은 별생각 안 하고 토너먼트에 올라갔다·

참여 전적이 있으면 나중에 용병단에 들어갈 때도 가산점이 있을 것 같았고 좋은 경험이 될 것 같기도 해서· 마침 일이 휴식기인 타이밍이니 가볍게 신청을 넣었던 건데·

“핀 부전승!”

“·······”

매치된 상대가 족족 암살당한 덕분에 정신을 차리고 보니 16강까지 올라와 있었다· 그리고 다른 16강 상대들을 보면··· 대지가 분쇄되고 화염구가 비산하고 난리가 났다·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이 낄 판이 아니었다· 16강? 내가?

이게 어지간해야 좋은 경험이 되는 거고 하위 라운드여야 강자가 약자에게 아량도 베풀어주고 하는 거지 16강쯤 되면 상대도 방심하지 않고 전력으로 맞설 것 아닌가·

“허허 젊은 청년이 포부가 좋군· 내 한 수 알려주고 끝내주겠네·”

“잘 부탁드립니다!”

그러면 핀이 생각하던 이런 훈훈한 그림이 아니라·

“허허 젊은 청년이 여기까지 싸우지도 않고 올라오다니 방심할 수 없겠군· 전력을 다할 테니까 알아서 잘 살아남아 보시게·”

“살려주십시오!”

이런 꼴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경험 얻으려고 참가한 토너먼트에서 팔이라도 잘리면 인생 망한다· 핀은 그런 걸 바라고 온 게 아니었다·

미리 항복해야지·

접수처 직원이 심드렁하게 물었다·

“토너먼트에서 물러나시려면 서류를 작성해서 제출해 주세요·”

“아 네· 미리 써 왔습니다· 바로 여기··· 어 어어···?”

어디갔어·

조금 전까지 바로 앞에 있었던 서류가 사라졌다· 그래서 새로운 서류를 집으려고 하면 난데없이 바람이 불어서 팔랑팔랑 멀어진다·

그렇게 접수처 앞에서 10분간 저글링을 하니 직원의 얼굴이 짜증으로 한가득하다· 핀이 일부러 이렇게 장난을 친다고 오해하는 모양이었다·

“나 나중에···!”

핀은 일단 후퇴했다·

이후로도 몇 번 더 시도해 봤지만 지독한 불운이 뒤따르기라도 하는 것처럼 매번 실패해 버렸다· 갑자기 비가 내려서 종이가 푹 젖었을 때는 여신이 좀 원망스러울 정도였다·

핀은 이불 속에서 불안에 떨다가 명쾌한 아이디어를 떠올려냈다·

그래 항복은 경기장 올라가서 해도 된다· 들어가자마자 소리 높여 항복을 외치면 된다! 그러면 큰 사고 없이 토너먼트에서 내려올 수 있을 거다!

완벽한 계획이다· 그날 핀은 발 뻗고 푹 잤고 다음 날 경기장에 올랐다· 그리고 사회자가 경기 개시를 시작하자마자 바로──

“항···!!”

“크아아아아악-!! 보이지 않는 무형의 힘이이이잇-!!”

“······복?”

바로 이겨버렸다·

“이 무슨 퍼포먼스! 모험가 핀이 스스로 항복을 외치는 그 찰나의 순간 만에 상대를 제압해 버리고야 말았습니다!!”

“······??”

···간절한 항복하고 싶은 마음이 핀의 우화를 개화해 버린 것인가? 아니 그럴 리가 없었다· 그는 자기 객관화가 훌륭한 사람이었고 그럴 깜냥도 재능도 없다는 걸 안다·

우연히 상대방의 지병이 발작해 버린 게 아니었을까· 

그리고 그다음 경기 8강·

“크으으으윽!! 경기 시작을 선언하고 거의 동시에 나를 쓰러트리다니···!!”

“항·”

이제는 항복의 첫 글자도 못 뗐다· 핀은 이김 당했다·

슬슬 핀도 이상함을 직감했다· 뭔가 그는 꿈도 꿀 수 없는 거대한 계략이나 운명의 소용돌이에 얽힌 것이리라· 그게 아니고서야 설명이 안 된다· 핀은 머리를 쥐어뜯었다·

“이대로 용사 후보 8인에 뽑힐 수는 없어···!”

그랬다가는 대형사고다!

왜냐면 모든 용병단에서 ‘용사 후보로 뽑히셨었다고요···?’하고 흥미롭다는 눈으로 그를 채용한 다음엔· 

밑천이 까발려지고 나면 ‘이게 용사 후보라고···?’라는 눈으로 바라볼 것 아닌가· 이런 뻥 스펙은 바라지 않는다· 핀이 바란 건 약간의 좋은 경험이었다!

4강에는 아예 항복이라고 커다랗게 팻말을 써서 들고 왔다· 경기가 조금 김이 빠질지언정 자신이 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와아아아아──!!

관중석에서 반응이 좋길래 이상함을 느낀 핀이 자신의 팻말을 확인했을 때는 항복이라는 글자가 토너먼트 제패로 바뀌어 있었다·

“대 대체 누구야···!! 누가 나한테 이런 짓을 하는 거야?!”

“이만한 사자후라니 나죽는다아아앗!”

“억지로 지지 말라고! 당신들 대체 누군데 자꾸 억지로 지는 건데?!”

운명·

핀은 자신을 짓누르는 운명을 느꼈다· 누군가의 계략이건 여신의 농간이건 간에· 이는 항거할 수 없는 운명이었다·

이 거대한 흐름에 굴복해야 하는가? 자신은 이대로 물결에 휩쓸려 우승 당해야만 하는가? 아니다· 결코 아니다· 순응하지 않는다!

“···이대로 이길 수는 없다고-!”

아무리 약한 사람이라도··· 운명에 저항해 볼 수는 있는 거다···!!

그리고 결승전·

핀은 날밤을 꼴딱 새고 물과 식사도 걸러서 누가 봐도 좀비 같은 몰골로 경기장에 섰다· 이런 꼴인 사람이 대결에서 이길 수 있을 리가 없다!

관중들도 저 빼빼마른 몸 좀 보라며 웅성거리고 있다····

어떠냐 운명이여 이런 내게 승리를 선물해 버릴 수 있겠는가···?

상대로 나온 노인 검사는 풍성한 수염을 쓰다듬더니 조용히 말했다· 분명히 조용히 말하고 있었지만 수상할 정도로 또렷하고 관중석에 전부 들릴 정도로 음량이 컸다·

핀은 좆됐음을 직감했다·

“···경지에 도달한 자는 참선을 통해 오욕칠정을 잊고 마음의 칼을 벼려낸다고 하더니· 과연 그렇구려· 그대의 기세가 정말로 매섭소·”

“·······”

“이미 내가 진 것 같구려· 그대가 승자요·”

와아아아아아아-!!

아냐 기다려· 기다려!

핀은 무어라 항변하려고 했으나 그에게는 소리를 지를 힘도 없었다· 퍼석퍼석한 목에서는 쇳소리만 날 뿐이다· 말할 기력은 남겨뒀어야 했는데···!

그렇게·

“이걸로 『용기』의 토너먼트가 결착! 용사 후보 여덟 명 중에서 둘이 정해졌습니다! 바로── 『청풍기사단』의 시셀 유렌스토와 『무형검』의 핀!!”

그는 우승 당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안녕인겁니다 마이 프렌즈· 비가 온다더니만 오늘은 슴슴하네요·

장마가 얼른 지나가고 찬란한 가을이 다가오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그러면 내일 또 만나요 아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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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herworld TRPG Game Master

Otherworld TRPG Game Master

Another World TRPG Game Master, 이세계 TRPG 게임마스터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a wizard of the Illusion Magic School and decided to create a virtual reality with illusion magic to play a tabletop role-playing game (TRPG). It was great to create a virtual reality, but I was in trouble because there were no suitable players. During that time, I received an offer to be the professor from the Royal Academy. The offer was to use illusion magic to fill the students’ lack of practical experience safely. And so, I became a professor at the academy. “Send me back, send me back to that world right now-!” “Outer god, someday an outer god will be our doom, we’ll all die!!” “I am not the bastard of the Redburn Ducal Family. I am the foremost disciple of the Great Namgung Clan, Namgung Qinghui!” But it seems there is a bit of a misunderstanding. This isn’t a spell for dimensional travel, kids. It’s fi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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