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32
센트라와 이리드는 나란히 걸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사이에는 묘한 어색함이 감돈다· 부정적인 어색함은 아니었다· 증명할 수도 있었다·
두 사람의 심장은 세차게 뛰고 있었으니까·
재회의 설렘 갑작스럽게 찾아온 기적에 대한 당혹이 잠깐의 긴장을 만들어내고 있을 뿐이다·
아주 약간의 계기만 있다면 사라질 어색함이다· 하지만 그게 쉽지가 않았다· 머릿속은 복잡한데 감정은 폭풍우 속의 난파선처럼 흔들리고 있었다· 오직 사랑만이 변함없이 확고하다·
“·······”
“·······”
그 결과가 갈 곳 잃은 손이다· 파도처럼 이리저리 움직인다·
이리드는 센트라의 손을 잡으려다가 이대로 닿았다가는 그 순간 꿈에서 깨어날까 망설여 주춤거리고·
센트라 또한 이리드의 움찔거리는 손에 닿으려다가 진짜 생명체가 아닌 자신이 그에게 다가가도 괜찮은 걸까 망설인다·
가늘게 떨리는 저 손을 잡아 온기를 느낄 수 있다면 나는 이 심장이라도 내놓을 수 있을 텐데·
긴장으로 딱딱하게 경직된 저 손을 잡아 온기를 나눌 수 있다면 오늘이 끝난 뒤에 사라져 버리더라도 웃을 수 있을 텐데·
그리고 그런 남녀의 위로·
머리를 좀 식히라는 듯 갑작스러운 소나기가 쏟아져 내렸다·
쏴아아아아──!!
이 세상의 모든 지루함을 지워버리려는 것처럼 소나기는 굵고 빠르게 쏟아졌다· 피부를 두드리는 빗방울이 아플 지경이었다·
이리드는 반사적으로 센트라의 손을 잡고 이끌었다· 비를 피할 만한 처마가 분명 이 근처에 있었다·
“···소나기? 센트라 어서 이리로!”
“잠깐만요 이리드· 이 비····”
“······?”
“그쳤 어요·”
고작 10초 비가 그쳤다· 거짓말처럼·
소나기가 지나가고 남은 자리에는 단단하게 이어진 서로의 손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그제서야 센트라는 창조주의 진의를 깨달을 수 있었다· 만나고 나서 몇분간은 천장 없는 길로만 다니라더니 재회가 어색할 수도 있음을 예견하고 비를 내린 것인가·
그녀는 마음속으로 짧게 감사 인사를 올렸다·
“·······”
센트라는 손가락을 살짝 꼬물거렸다· 이리드는 손아귀에서 느껴지는 움직임에 그제야 자신이 그녀의 손을 잡았다는 것을 깨닫고· 마침내 재회했음을 실감하고·
그 기쁨에 홧홧하게 달아오르는 얼굴을 숨기려 고개를 돌렸다·
센트라는 그 모습을 보고 안심하며 웃었다· 세션이 끝나고 나서 상당한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이리드는 이리드였다·
분위기가 조금 더 어른스러워졌고 좀 더 멋있고 남자다운 얼굴이 되고 키도 살짝 커졌지만·
조금만 놀려줘도 얼굴에서 티가 나는 그녀의 이리드가 맞았다·
“오랜만에 만났는데··· 아깝지 않나요? 이리드·”
“···무엇이 말이냐·”
“서로를 느끼고 마주 볼 기회잖아요· 그렇게 눈을 돌리고 있으면 계속 손해 보는 거예요· 오늘 이리드를 위해서 예쁜 흰 블라우스까지 갖춰 입었는데···엣·”
흰옷·
당연히 소나기에 푹 젖으면 안쪽이 비친다· 센트라가 고개를 살짝 내려 확인하면 하얀 블라우스는 반투명 블라우스가 된 지 오래였다· 안쪽으로 검은 브래지어가 비친다·
어쩐지 창조주께서 수상할 정도로 흰옷을 추천하더라니!
센트라는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른 채로 이리드의 눈치를 보았다· 그는 아까보다 더 먼 곳을 바라보고 있었고 두 배 가까이 얼굴이 붉어져 있었다·
그새 본 거다·
‘이쁘게 꾸미고 나왔으니 날 봐줘요’라는 센트라의 말에 본 거다···!
센트라는 가슴께를 팔로 가리며 새초롬하게 말했다·
“···여전히 조금 밝히시네요· 이리드·”
“센트라 네가 보라고 하지 않았나···!”
“얼굴부터 볼 수도 있었는데 처음부터 눈길이 가슴으로 간 거잖아요· 보여주고 싶었던 건 맞지만··· 조금 노골적이면 부끄러워요?”
“·······”
이리드는 강펀치에 맞은 사람처럼 고개를 푹 숙였다·
한 쌍의 남녀는 동시에 생각했다·
그래 그랬지· 두 사람은 이런 느낌이었다· 1년여가 흐른 지금도 선명하게 떠올릴 수 있을 정도로 익숙했다· 축제 전야 둘이서 도시를 누비던 그 설렘도· 갓 피어난 꽃의 향기처럼 선명해진다·
그렇다면 오늘은 그때의 연장선이구나·
긴장하거나 어색해할 필요는 조금도 없었던 것이다·
센트라는 이리드의 팔을 안아서 끌어당겼다· 뭉클한 감촉과 함께 접촉 면적이 늘어나니 이리드는 어쩔 줄 모르고 허둥대다가 어색하게 자세를 잡았다·
센트라가 운을 뗐다·
“이 세상은 잘 몰라요· 괜찮다면··· 소개해 주시겠어요? 이리드의 세상을 함께 보고 싶어요·”
“···얼마든지· 계획은 이미 완벽하게 세워 두었다·”
“저랑 만날 수 있을지 없을지도 확실하지 않았을 텐데· 데이트 코스··· 미리 생각해 두셨군요?”
“·······”
저도 그래요 이리드· 시뮬레이션의 안에서 살아가면서 한 번도 당신을 떠올리지 않은 적이 없었어· 그러한 내심을 말로 표현하는 대신 센트라는 환하게 웃었다·
“···정말 기뻐요 이리드!”
“나도 그렇다· 이 순간이 영원하기를 바랄 정도로 기뻐·”
서로를 마주 본 연인에게 웃음꽃이 피었다· 못다 한 피날레는 마침내 재개되었고 두 사람은 마치 한 몸인 것처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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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옷은 어떤가? 젖은 채로 돌아다닐 수도 없으니·”
“저어 이건 너무 펑퍼짐한 옷 아닐까요· 담을 넘을 때도 불편한 데다가 이걸 입으면 몸매가 전혀 안 보일 거라구요?”
“···보석을 남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아·”
“이리드 거니까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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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조금 비싼 게 아닐까요? 이리드·”
“잊고 있었나? 나는 황자다· 디저트 가게를 통째로 사버려도 아무런 문제가 없어· 이것도 자제했다는 걸 이해해 줬으면 해·”
“그래도 낭비는 나빠요?”
“네가 너무 절약하는 거겠지· 내 지갑 사정은 신경 쓰지 마라· 그나저나 이 마들렌은 맛이 좋더군· 내가 먹여줄 테니 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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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드와 센트라는 신성도시에서 벌어지는 축제를 한껏 즐겼다· 마침 볼거리도 많았다·
최근에 『용기』의 토너먼트가 끝났다는 모양이라 도시에서는 선발된 용사 후보 두 명을 마차 위에 싣고 퍼레이드를 열고 있었기 때문이다·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시민 여러분· 이 시셀 유렌스토 용사 후보라는 자리에 걸맞은 품행을 보이겠습니다· 그런데 문득 저 술집 지하에서 열리는 가면 공연회가 그렇게 재미있다는 이야기가 떠오르는군요····”
“여러분 토너먼트는 조작되었습니다! 저는 용사 후보가 될 만한 사람이 아니··· 읍! 으읍!”
이리드와 센트라는 3층 발코니에서 퍼레이드를 내려다보았다· 그 화려한 행렬이 한눈에 보이는 명당이었다·
누구나 바래마지않을 뷰였고 당연히 예약자도 있었으나 황손의 금력이 있으니 모든 문제는 마법같이 해결되었다·
“저 시셀 유렌스토라는 기사는 누님의 부하다· 그녀가 이 신성도시에 찾아온 이유는····”
“헤에····”
이리드는 센트라와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100년 후와는 반대로 이리드가 이 세상에 대해서 설명해 주는 쪽이었다·
그는 시시콜콜한 일상에서부터 미친 마법사의 기행까지 폭넓게 들려주었으나 센트라가 가장 관심을 보이는 부분은 이리드의 개인사였다·
몇 시에 일어나서 집무를 보고 중간에 어떤 소소한 일들로 인생을 수놓고 있었는지· 그런 이야기를 센트라는 반짝거리는 눈으로 무척이나 주의 깊게 들었다·
눈치채고 보면 해가 저물어 있었다·
환상 마법에 당한 걸까 싶을 정도로 시간의 흐름이 빨랐다· 이리드와 센트라는 붉게 물든 노을을 바라보며 잠시 말을 멈췄다·
비쳐 들어오는 따스한 붉은빛이 센트라의 옆얼굴을 수놓았다· 그녀의 바다와도 같은 푸르른 눈동자에 노을이 담기자 이리드는 해변에 와 있는 것 같다는 착각마저 느꼈다·
또·
이리드는 센트라의 눈망울에서 희망을 보았지만 그와 동시에 초조함과 아쉬움 또한 읽어낼 수 있었다·
지금까지는 일부러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때는 무르익었으니 그는 용기를 내어 물었다·
“···센트라· 어떻게 올 수 있었던 건지 물어봐도 되겠나?”
“·······”
센트라는 잠시 침묵하다가 창조주가 건네준 답안지를 머릿속으로 떠올렸다· 창조주는 센트라가 ‘완전한 생명’이 되기 전까지는 이리드의 착각이 유지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금 밝혀도 좋겠지만 그러면 이리드가 전쟁망치를 들고 자신의 머리를 깨러 올 것 같다면서· 커다란 선물과 함께 이실직고해야 덜 혼날 것 같다고·
센트라는 살포시 웃으면서 설명했다·
“시간여행은 보완 중이다 라고 말씀하셨어요· 창··· 아니 마법사님은·”
“···이번이 끝이 아닌 건가?”
“네· 이리드가 타임 패러독스··· 그러니까 자신의 행동에 따른 미래의 변화를 걱정할 필요도 없대요· 평행세계라는 개념이라면서· 자세한 게 알고 싶으면 ‘현재’의 자신을 찾아가라고····”
“정확히 말해 줘· 얼마나 머무를 수 있고 다음에는··· 언제 볼 수 있지?”
이리드의 표정이 간절해졌다· 센트라는 그 간절함에 답을 들려주었다·
“하루에요· 오늘이 지나고 나면··· 저는 돌아가야 해요· 그리고 그다음은 아무도 몰라요·”
“·······”
센트라는 그의 갈구함이 기쁘면서도 괴로웠다· 자신도 마찬가지인 심정이었으니까· 하루는 너무나도 짧았으니까· 너무나도 아쉬웠으니까·
지금까지의 반나절만으로도 미치도록 행복했지만·
바닷물을 마신 것처럼 목은 계속해서 말랐으며 할 수만 있다면 영원히 떨어지고 싶지 않았으니까· 두 사람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나란히 앉은 채로 무릎 위에 포개어 이어진 손이 떨어지고 싶지 않다는 듯 잔뜩 힘이 들어가 있다· 헤어지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다음이 있다·
센트라는 이리드의 손을 꼭 쥐면서 눈을 똑바로 마주하며 미래의 희망에 대해 말했다· 이 만남은 결코 마지막이 아니었다·
“···그래도 언젠가· 저는 돌아올 수 있어요· 이리드가 저를 기다려만 준다면 반드시·”
“기다리겠어· 죽을 때까지· 설령 죽어서도·”
“···도중에 한눈팔면 슬플 거예요·”
“그때는 내 혀를 잘라 가져가도 좋다· 이 맹세는 변하지 않을 거야·”
이리드는 굳건하게 말했다· 누군가가 창으로 찔러도 튕겨 나올 것처럼 단단하게 영원히 부서지지 않을 것처럼 견고하게·
센트라 또한 시선으로 화답했다· 넘쳐흐르는 애정을 눈빛에 담아 내게는 당신 하나뿐임을 알리기 위하여·
무언의 맹세가 끝나고 나면·
“···아직 반나절이나 남았으니까 좀 더 즐겨볼까요?”
“그래· 아직 하고 싶은 것도 보여주고 싶은 것도 산더미처럼 남았다·”
두 사람은 손을 잡고 일어섰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시간은 무정하게 흘러가니 조금이라도 더 많은 추억을 쌓고 싶었다·
미래가 기약되어 있다고 한들 아쉬운 건 아쉬운 거니까·
이리드는 센트라를 이끌면서 넌지시 물었다·
“더 빨리 만날 수 있는 방법은 미친 마법사가 말해준 적 없나?”
“하나 있었어요· ‘그녀를 구하려면 드래곤하트가 필요하다’고····”
이리드는 그 즉시 눈빛을 바꾸었다· 그의 머릿속에서 빠른 양위를 위한 제국 내전 시나리오가 척척 세워졌다· 드래곤하트는 황제의 것이니까·
일단 레드번 모가지부터 치면····
“당장 가져오겠다· 지금 바로 즉위해서·”
“노 농담이에요 이리드! 농담! 여기서 구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100년 후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일이니까!”
센트라는 겨우겨우 이리드를 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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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웃음이 함께하는 식사도 즐겼다· 서로 먹여주기를 반복하느라 식사 시간은 무척 더뎠지만 그럼에도 가치가 있었다·
최근 급속도로 유명해진 지하 극장에서의 공연도 보았다· 토끼 가면을 쓴 여인의 노래에 맞추어 따라 부르기도 하며 시간에 행복을 녹였다·
노을은 수평선 아래로 자취를 감추었다·
별이 뜬다·
평소에는 밤을 밝히는 고마운 존재이지만 이 순간만큼은 더없이 야속하다· 저들이 조금만 더 늦게 찾아왔더라면 그만큼 한 쌍의 남녀는 행복을 거머쥘 텐데·
자박· 자박·
두 사람은 어두운 골목길을 걸었다· 세 번째 침묵이 감돌았다· 이별에 대한 아쉬움 그리고 고조되는 감정이 낳은 고요함이었다·
그 사이에· 포로롱 하고· 나비가 스쳐 지나갔다·
눈치채고 보면 센트라의 손에는 갈고리 총이 들려 있었다· 창조주의 반대편 NPC들을 거두어 주신 자애로운 여신께서 선물을 두고 간 모양이었다· 지켜보고 있었던 걸까·
센트라는 이리드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이리드?”
“···그건·”
그녀는 저 건물의 꼭대기를 향해 갈고리 총을 쏘아냈다·
휘이이이-! 찰칵!
밧줄 묶인 갈고리가 반대편의 첨탑 위에 고정되었다· 센트라는 밧줄을 두 번 당겨서 제대로 고정되었는지 확인한 후에 이리드를 바라보며 웃었다·
“준비됐어요?”
“···그래 준비 됐다·”
“안 된 것 같은데· 같이 넘어가려면··· 알죠?”
“·······”
센트라는 자신의 허리를 툭툭 두드렸다· 이리드는 터질 것 같은 심장을 억누르며 그녀를 조심스럽게 끌어안았다· 가깝다· 로즈마리 향기가 난다·
“더 가까이·”
“이미 충분히 붙었다만····”
“으으응 아뇨· 조금 더요· 제가 날아가 버릴 수 없도록 꽉 안아주세요·”
“···알았다·”
꾸우욱· 사이에 틈이 없을 정도로 아쉬움이 남지 않을 정도로 밀착한다· 그리고 촤르르르륵 밧줄이 감겨 올라가며 몸이 붕 뜬다·
하늘을 날아 건물과 건물 사이를 건너 더욱 높은 곳으로·
그렇게 도달한 곳은 첨탑의 위·
센트라는 조심스럽게 이리드를 이끌어 자신의 옆에 앉혔다· 데이트의 마지막을 맞이한다면 이곳이 좋겠다고 줄곧 생각하고 있었다·
세션처럼 째깍거리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NPC들이 모이는 벙커에서 센트라는 무척 고민했었다· 이리드는 제국의 황손이며 후대를 남겨야만 하는 몸이다· 그리고 자신은 고작 정보 덩어리이며 애초에 사람도 아니다·
그런 내가 그를 사랑해도 되는 걸까·
창조주에 의해 하룻밤의 외유를 허락받은 지금도 줄곧 고민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알아버렸다· 이 사랑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오늘 별것 아닌 유흥거리로도 이렇게나 행복했다면·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낳고 한 침대에서 잠들어 아침을 맞이하였을 때 그의 졸음기 남은 얼굴을 볼 수 있노라면── 그건 얼마나 행복한 삶이겠는가·
상상만으로도 심장이 터질 것 같다·
무엇보다도·
“·······”
이토록 진지하게 나를 사랑해 주는 남자의 연정을 어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을까·
못다 한 키스를 기억하고 있다· 입술이 닿기 전 이리드는 사라져 버렸다· 그건 그에게도 그녀에게도 짙은 아쉬움으로 남아 있었다· 그러니까·
센트라는 지그시 눈을 감았다·
이리드는 그 비언어적 표현이 의미하는 바를 깨닫고·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은 기쁨으로 가슴이 한가득 부풀어 올라서·
부서지기 쉬운 설탕공예품을 다루듯 센트라의 뺨 위로 부드럽게 손을 올리고·
“···흣·”
“────·”
입술을 겹쳤다·
길었지만 짧았다·
두 사람의 입술이 떨어지고 늘어진 타액이 은빛 가교를 만들고 나면· 서로의 눈동자에 섞이는 것은 더한 불길이었다·
시간이 조금 더 있었더라면 어쩌면· 한 침대에서 잠에 들었을지도·
하지만··· 사락· 사락· 하고· 센트라의 몸이 조금씩 흩어져가고 있었다· 언제나 시간은 야속할 정도로 빠르다· 이번에도 그랬다·
그러나 천 시간이 주어졌더라면 아쉽지 않았을까· 아닐 것이다· 만 시간이 주어졌더라도 아쉬웠을 테지· 그러니까·
이 순간에 입에 담아야 하는 건 이별이 아니다·
이리드와 센트라는 마침내 서로를 얻었으니 그렇다면· 여기서 말해야 하는 건 재회의 말이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동시에·
“사랑해요·”
“사랑한다·”
아쉬움의 눈물방울을 눈꼬리에 내걸고 미래를 기약하며· 제대로 마음을 전했다·
“──사랑하니까 우리 꼭··· 다음에 다시 만나요 이리드!”
“죽어서도 기다리겠어 센트라···!”
데엥──!
·······
언약이 끝나고 난 자리에는 한 남자만이 남아 있었다· 열 두시를 가리키는 종이 울리자 잠깐의 삶을 허락받은 공주님은 환상으로 녹아 사라졌다·
그러나 이전과는 다르다·
재회의 약속을 했다·
그러니·
어느 마법사가 꽃을 피워 낼 무렵에 그들은 다시 만날 것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이자식 얼마나 늦을 생각이지···! 라고 생각하실 즈음 정시에 등장했습니다!
그러면 내일 또 뵙겠습니다 마이 프렌즈· 아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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