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35
성벽과 싸워 이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쿵 쿵 쿠웅──!!
“언제까지· 도망만 다닐 겁니까 베네트-!”
“쇳덩이에 정면으로 맞서는 천치가 어디에 있을까· 도망이 거슬린다면 그 무거운 갑옷을 벗고 따라잡아 보도록·”
베네트는 돌진하는 누벨에 맞서서 가볍게 사슬낫을 날려 보냈다· 낫 부분이 뱀처럼 움직이며 방패를 긁고 지나간다·
쉬익 쉭 카캉!
당연히 흠집도 안 났다·
2미터가 넘는 대형 방패에게 자잘한 공격은 통하지 않는다· 이쑤시개 같은 검과 창으로 아무리 찔러댄들 성벽이 무너지는 일은 없다·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
사슬낫을 휘감아서 힘싸움을 해보는 건 어떨까?
“으아아아-!!”
쿠웅!!
누벨이 방패로 지면을 내리찍자 그 무게로 경기장 바닥이 움푹 파이며 대지가 흔들렸다· 힘 싸움을 걸면 내가 인간-사슬낫이 되겠군· 좋은 계획은 아닌 것 같았다·
성벽을 무너뜨리는 건 공성병기다· 사슬낫을 이용해서 강력한 공격을 시전할 수 있겠는가?
어렵다·
미친 마법사의 차원 마법으로 ‘시간과 정신의 방’에서 사슬낫을 수련했다지만 결국에는 임시방편· 이제 와서 흑마법이라도 시전하지 않는 이상은 불가능하다·
또 미친 마법사는 베네트에게 단단히 주의를 주었다· 자신의 영혼을 이용하는 흑마법을 부정할 생각은 없지만 신성도시 안에서는 절대로 사용하지 말라고·
여신이 『조건문』을 걸어놓았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해가 질 때까지· 하루 종일도 싸울 수 있습니다· 당신도 그럴 수 있을까요?!”
“그것보다는 짧게 끝낼 거다· 다음 훈련 일정이 잡혀 있으니까·”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성문을 여는 것뿐이다·
열쇠는 있었다·
미친 마법사는 이 경기장에 특정 행동을 트리거로 하는 불운이 작용 중이라고 말했다· 여신이 무도한 자에게 벌을 내리듯 규칙을 지키지 않는 참가자에게 불이익이 작용한다고·
미마가 미친 노가다를 통해서 밝혀낸 조건문 하나·
‘왼발로 땅을 세게 밟으면 불운이 따른다·’
어째서 이런 조건문을 걸어두었는지는 아직 모른다· 하지만 작용하고 있다면 이용할 수 있다· 베네트는 침착하게 사슬을 움직여갔다· 기회를 노리는 뱀처럼·
“흡!”
방패가 다가온다·
벽이 의지를 가지고 스스로 날아와서 공격하는 것 같은 무시무시한 압박감이다· 하지만 베네트는 악신의 공포에도 맞섰던 몸 흔들림은 없다·
회피는 공격이 가까이 다가왔을 때 해도 늦지 않다· 자세를 낮추어 사슬낫을 움직인다· 손목의 힘으로 흔들림을 주어 변화무쌍한 파형을 일으킨다·
사슬낫의 제니와는 사뭇 다른 패턴이다· 회전력을 극대화시켜 날리는 참격이 아닌 사슬 부분을 이용한 속박을 중심으로 싸우는 전투 교리·
베네트는 유리 랜스터에게 사사하였다·
촤라라라라락──!!
끼기긱-!
“···으음?”
기회를 노리는 뱀처럼 지면을 누비던 사슬은 단번에 성기사 누벨의 왼쪽 발목을 휘감아서 들어 올렸다· 맨몸이었더라면 발목이 부러졌을 정도로 강력한 인력이 가해졌으나·
누벨의 철갑은 단단하다· 사슬은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면서 그의 발목을 몇 센티 들어 올렸지만 고작 그뿐·
“균형을 잃게 하려던 겁니까· 생각하지 않았군요· 갑옷과 방패의 무게를·”
“···역시 더럽게 무겁군!”
“이대로· 사슬째로 즈려밟아 부수겠습니다· 무기를 잃고 나면 도망만 다닌 당신이라도 항복하겠지요!”
성기사 누벨은 자신의 모든 무게를 실어 거세게 땅을 즈려밟았다·
그리고 그 순간· 규율에 의거하여 톱니바퀴가 움직였다·
콰앙-!!
“뭣···?!”
“따 땅이 꺼졌습니다! 성기사 누벨의 강력한 발구르기에 의해서 땅이 움푹 정강이까지 파고들었습니다! 의도일까요?! 아니면 이전 경기에서 완벽하게 보수되지 않은 부분이 있었던 걸까요?!”
“베네트· 당신 처음부터 이걸 노리고····”
“노렸지· 네가 생각하는 것과는 조금 다르겠지만·”
갑옷의 무게는 그 자체로 메리트이자 디메리트이다· 대지에 굳건히 두 발을 붙이고 있는 상황이라면 모를까 중심을 잃고 넘어져 버린다면·
그 순간 육중한 갑옷은 걸리적거리는 무게추가 된다·
촤라라라락──!!
사슬이 성기사 누벨의 목덜미 오금 허리 등을 휘감아서 단번에 끌어당겼다· 기우뚱대던 걸어 다니는 성벽은 자신의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마침내 무너졌다·
쿠우웅──!!
베네트는 엎드린 자세로 넘어진 누벨의 등허리 위로 올라가 마력을 이용해서 무게를 더욱 가중시켰다· 성기사는 일어서기 위해서 발버둥 쳤으나 이내 포기했다·
“···감당할 수 없는 무게는 독이었던 겁니까·”
“전략은 좋았지만 기량이 부족했군· 이 갑옷을 가볍게 다룰 수 있을 정도로는 단련하도록·”
“경기가 결착이 난 것 같습니다· 승자는 사슬낫의 베네트──!!”
이겼다· 베네트는 손을 번쩍 들어 관중들의 환호에 호응했다· 조금 더 정확히는 관중석에서 자신을 응원하고 있는 타라와 니오레에게·
또 관중석 틈바구니에서 응원봉(번쩍번쩍 빛나는 막대기를 어디선가 만들어 왔다) 을 휘두르는 미친 마법사에게도 감사를 담아 손을 흔들었다·
저 응원봉· 응원하는 척 은밀하게 지시를 보내기 위한 수단··· 이라는 설명을 들었지만·
마법사 본인이 응원을 하도 열심히 하는 모습이라 어쩌면 그냥 즐기기 위해서 만든 건 아니었을까 그런 생각도 든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미친 마법사의 작전은 효과적이었다· 레드번쪽 인물과 붙어도 불운은 없었고 추기경파 인물도 큰 어려움 없이 처리할 수 있었다· 이토록 우화 능력에 통달한 자가 세상에 또 있을까·
정작 본인은 우화를 못 했다는 게 아이러니한 부분이었다·
이대로라면 우승도 꿈이 아니다· 위협적인 상대는 아직 많이 남아 있었지만 마법사는 그들을 위한 맞춤 전략도 잔뜩 있다며 자신만만해했다·
변수만 없다면 순항이다·
해피 엔딩이 다가오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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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강전 결과 :
성녀 타라 용사와 성녀는 겸직을 허용할 수 없다며 출전 불가 처리·
베네트 힐튼 (사슬낫) vs 성기사 누벨··· 베네트 승·
니오레 레스트맨 (부채) vs 사제 킬리오··· 니오레 승·
[16강전 출전자 명단]
베네트 힐튼 니오레 레스트맨 (개혁파)
벤자민 (추기경파가 밀고 있는 용사 후보 / 최중요 목표)
레드번 기사 안피르 레드번 마법사 오그닐 (레드번 가문)
방랑검사 이파르 화염 마법사 크라벨린 렌더 모험가 켈린 (아마도 중립)
그 외 나머지 여덟 명·
·······
추기경파의 핵심 인물들을 대부분 떨어트렸고 그들의 히든카드인 벤자민 한 명만 남음· 벤자민은 개혁파의 베네트 힐튼처럼 추기경파를 대표하는 얼굴이며 많은 지원과 평판 작업이 이루어짐·
벤자민이라는 인물의 성품과 능력이 ‘기대 이하’라는 정보가 많은 만큼 추기경파가 어째서 그를 밀어주는지에 대해서는 추가 조사가 필요함·
미친 마법사의 추측에 의하면── 그가 일종의 ‘내정자’일 가능성이 있음· 후보군에 올라가기만 하면 무조건적으로 성검의 선택을 받을 수 있게끔 모종의 장치를 해 두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반대로 말하면 벤자민을 탈락시킬 수만 있다면 추기경파는 경쟁에서 탈락하는 것과 마찬가지임·
레드번 공작가의 핵심 인물은 여전히 건재하며 기사 안피르는 우화의 경지에 올랐다고 추측되는 만큼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음· 유력한 우승 후보· 이에 대한 대처법은──
*그가 그러는데 대 안피르전에는 이번에야말로 쌍검 베네트를 출전시킬 거래·*
ㄴ위의 문장은 자색 마탑주 유나 유렌스토 바이올렛아이리스가 끼어들어서 적은 것· 유나 보고서 쓰는 데 끼어들지 말아주십시오·
*미안· 나도 같이 하고 싶었어·*
ㄴ위의 문장도 자색 마탑주가 끼어들어서 적은 것· 중립 파벌의 인물들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니· 다음 단락에서는 승화에 도달한 대마법사의 식견을 빌리기로 함·
*다 약하던데? 뭔가 하기 전에 뿅 하고 지워버리면 될 것 같아·*
ㄴ빌리지 않기로 함·
(중략)
황실에 다음과 같이 보고서를 제출합니다·
작성자 : 유리 랜스터· 이제 요원은 아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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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팀 명감독이 된 기분이다·
전략을 내걸고 하는 족족 아다리가 맞아떨어지니 나는 신남을 주체하지 못하고 사방으로 뛰어다녔다· 베네트가 잘 싸운 거지만 그래도 내가 잘한 부분이 분명히 있지 않겠는가?
그래서 자랑했다· 악신쨩한테·
“봤냐? 봤어?”
“어으 듣기 싫어· 아우 진짜 너무 듣기 싫어·”
악신쨩은 아주 그냥 진저리를 쳤다· 신난 것도 신난 건데 사실 나는 이게 너무 좋았다· 내 뇌절에 악신쨩이 괴로워하는 게 좋다·
나는 내 전략의 어느 부분이 좋았고 어떤 활약을 했는지를 초 단위로 끊어서 설명해 주려다가·
“애 그만 잡고 이리로 오십시오·”
“넹·”
핑발레즈가 불러서 쪼르르 달려갔다· 그녀는 제 옆에 있으라는 듯 소파를 손으로 통통 두들겼고 나는 냉큼 옆으로 붙어서 앉았다·
그러자 악신쨩이 되게 묘한 눈으로 핑발레즈를 바라봤다· 그리고 한참이나 망설이면서 머뭇거리더니·
“···방금 나더러 애라고 한 거야?”
“예·”
악신쨩은 반쯤 울컥했다·
“미안하지만 나는 수백 년을 넘게 산 괴물이라고· 알잖아? 그런데 애 취급이라니 어설픈 시험용 피조물과의 혼혈 주제에──”
“감도 3000배를 맞은 채로 서큐버스의 침실에 던져지면 어떤 꼴이 될까 생각해 본 적 있으십니까? 악신쨩·”
“···끼리끼리 논다더니·”
“칭찬으로 듣겠습니다·”
이 순간 보이지 않는 서열 정리가 단숨에 이루어진 것 같았다· 본인의 카스트가 제일 아래라는 걸 재확인하게 된 셈이니 분노로 이라도 갈고 있으려나 했는데·
“·······”
생각보다 악신쨩의 반응이 미묘하다· 애라고 불린 게 내심 마음에 드는 듯한?
애가 사실 피학 취향이라도 있었나· 이제는 착한 일을 하면 상으로 삼각목마에 태워서 채찍질을 해줘야 하는 건가· 그건 좀 빡센데·
“아니거든?!”
아니랜다·
하여간 모든 일이 아주 잘 풀리고 있다· 2황자나 북부대공도 암암리에 조력해 주고 있고 나 스스로도 빨간맛과 추기경파에 엿을 먹일 방법을 하루에 서너 개씩 찍어내고 있다·
좋은 친구끼리의 협력이 이루어지니 이렇게나 편하다· 어떠냐 또 개사기 우화로 까불어보시지· 너희들의 능력? 친구들과 함께 돌파해 주마·
“···거대세력간의 야합이잖아·”
···우정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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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 심부·
어린 교황의 주변에 들러붙은 날파리들은 불현듯 들이닥친 미증유의 위기에 앵앵거리면서 소음을 뿜어대고 있었다·
그들의 생각과는 다른 방향으로 토너먼트가 흘러가고 있었으니까·
“···어째서 일이 꼬인 것이오? 우리가 대진표를 짜 맞출 수 있으니 다른 세력끼리 싸움을 붙이면 모든 게 순조로울 줄 알았건만·”
“2황자와 북부대공은 사이가 좋지 않다고 들었는데··· 밀담이라도 있었던 건가요? 어찌 차례를 지켜서 줄이라도 선 듯 서로 충돌하지 않고 힘을 쓰는 것이지요···?”
“레드번의 힘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들에게도 무언가 지적할 수 없는 힘이 있어요· 사제 하나가 그렇게 스러지지 않았습니까·”
“제기랄! 개혁파의 불신자 놈들은 『규율』을 이용하기까지 하고 있소! 베네트 그 악귀가 싸우는 꼴을 보시오· 이게 대체 뭐요?!”
모든 게 엉망이다· 모든 게!
추기경들은 제 얼굴의 주름을 쓸어내리고 머리카락을 쥐어뜯으며 분노와 답답함을 표현했다· 자신들이 만든 무대고 여신의 힘까지 사용했다· 그런데도 위기라니?
“이러다가 정말로····”
“···벤자민 그 망나니 놈이 탈락하기라도 하면····”
그 순간 모든 계획은 무너진다·
그들은 용사가 자연발생 하지 않도록 여러 『규율』을 중첩하여 제한을 걸어 왔다· 용사는 어떠한 가문의 일원이어야만 한다 용사는 마땅히 검을 수련해야 한다····
거듭해서 켜켜이 쌓인 규율의 장벽은 용사 탄생을 훌륭하게 막아내고 있었다·
그렇기에 추기경파가 이제 와서 용사를 탄생시키려는 지금 『규율』은 반대로 제약이 된다· 극히 까다로운 조건을 통과한 인물만이 용사가 될 자격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였다·
평판도 나쁘고 실력도 용사와는 어울리지 않는 벤자민을 밀어주게 된 건· 그밖에 조건을 통과하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대로는 안 된다·
『용기』의 토너먼트에서는 웬 이상한 녀석들이 나타나고 참가자가 암살당하는 일이 일어나더니 웃기지도 않는 경기를 통해 핀이라는 얼뜨기가 후보로 뽑혔다·
『신실함』의 토너먼트에서는 북부의 대전사가 모든 참가자를 압도했다· 그래서 남은 한 자리라도 추기경파에서 먹으려 했는데 그마저도 레드번의 견제에 의해 실패했다·
두 번의 토너먼트가 남았고 벤자민은 무조건 용사 후보로 올려야 한다·
그래서 막다른 길에 몰리기 전에··· 추기경들은 올인을 택했다· 이번 『불변』의 토너먼트에 모든 전력을 집중시켰건만!
레드번은 마찬가지의 불운으로 개혁파는 오히려 불운을 이용하여 추기경파 인물들을 우수수 떨어트렸다!
“더··· 『규율』을 더 만듭시다!”
“하지만 교황 성하께서 우려를 표하셨잖소· 자꾸 붉은색 불이 들어온다면서·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여신은 완전합니다! 그저 저 유약한 꼬맹이가 지레 겁에 질려서 벌벌 떠는 것이겠지요! 그리고 다른 방도가 있겠습니까?”
“···맞소· 우리는 이기기 위해서라도 올바른 여신교를 위해서라도 간청을 드릴 필요가 있소·”
더· 조금 더·
스슥· 스스스슥·
교황의 주변으로 추기경들이 바퀴벌레처럼 모여든다· 주름진 손이 옥좌에 들러붙고 잡아당긴다· 탐욕스러운 파리들이 어린 교황의 귓가에 속삭인다·
“교황 성하 또 다른 『규율』을 만드소서· 외부인들이 용사 후보의 자리에 오르는 것은 언어도단입니다·”
“교황 성하 자격 없는 이들이 마땅히 떨어지게 하소서· 여신께 간청을 올려 주소서····”
어린 교황은 두려움에 찬 표정으로 망설였다·
붉은 경고문은 어리고 못 배운 교황이라고 한들 그 심각함을 알아챌 수 있을 정도로· 그 깜빡임과 경고음이 고조된 상태였다· 여신께서 화내고 계신다── 그 정도는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본능적으로 ‘이제 그만해야 할 것 같다’고· 느끼고 있었다·
추기경들은 그 망설임을 두고 보지 않았다· 손이 뻗어진다· 그것들은 어린 교황의 여린 살결을 꼬집고 할퀴었다· 교황은 고통에 몸을 비틀었지만 손은 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어린 교황은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신물에 또 한 번 손을 대었다·
붉은 경고문이 점등한다·
[경고 : 해당 규율은 기존 128개의 규율과 충돌합니다·]
[경고 : 해당 작업을 실행할 경우 손상률이 27%에 도달합니다·]
[조언 : 관리자 ‘교황’의 슬픔과 고통을 인지했습니다· 외부의 압박에 의해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 놓여 있다면 『번데기』에 탑승하여 비상관리체제로 전환하십시오·]
[작업을 실행하시겠습니까?]
그러나 그 신언(神言)을 어린 교황은 배운 적이 없다· 추기경들은 그를 오로지 꼭두각시로만 기능하도록 두 눈을 가리고 두 귀를 막아버렸으니·
그렇게 또 다른 『규율』이 생겼다· 톱니바퀴가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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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번의 마법사 오그닐이 여신교의 기사 벤자민에게 패배했습니다──!!”
환호성 고함 축제 분위기의 뒤편·
그림자 속에서 와인잔을 기울이던 레드번 공작의 눈썹이 찌푸려진다· 여신교 쪽에서 수작을 부리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이번 경기는 이긴다고 보았는데·
여신과 악신은 같다· 악신의 권능 ‘신의 도구함’을 여는 데에는 수많은 영혼이 필요한 바── 마찬가지로 고작 인간이 여신을 움직이려면 상응하는 연료가 필요하겠지·
그러니까 여신교의 수작에도 한계가 있다· 서로 제약을 두고 싸운다면 조금 더 정교하고 세련된 운영을 보이는 자가 승자일 테지· 그런데·
예상이 엇나갔다·
“···무리를 하고 있는가· 상대가 공격적인 수를 두었다면 우리도 물러날 수는 없겠지· 페이스리스·”
“네 아버지·”
“『부분 변이』를 실행해라·”
“그럴게요· 쓸모없는 녀석을 써서 가치 있는 보석을 쏘아 떨어트릴 수 있도록·”
페이스리스가 그림자 속으로 사라진다· 레드번 공작은 남은 와인을 쭉 들이키고 빈 잔은 바닥에 던져 부수었다· 겁에 질린 사용인들이 금세 달려들어 날카로운 유리 조각을 맨손으로 줍는다····
용사 후보를 중심에 놓고 벌어지는 거대한 사기 도박판에서·
레드번 공작 또한 레이즈를 걸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좋은 아침입니다 마이 프렌즈· 날이 슬슬 개려나요···? 그러면 내일 또 만납시다· 아듀!
1시 35분 수정) 용사는 특정한 핏줄이어야만 한다 => 용사는 어떠한 가문의 일원이어야만 한다
수정되었습니다! 미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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