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65
65화
투베어 엔터의 트레이닝 룸에서는 새로이 수업에 참여하기 시작한 여름과 함께 송요한의 수업이 이어지고 있었다·
“No No No· 겨울 씨는 지금 vocal에 dandified 하고 있어요· 그것은 satisfactory 한 아이돌 vocal이 아니에요·”
보컬 트레이너 송요한이 겨울의 발성을 듣고 지적하자 그의 말을 알아듣지 못한 겨울이 여름에게 물었다·
“여름아 요한 선생님이 뭐라고 하신 거야?”
“보컬에 멋을 부리고 있다· 담백하게 불러라?”
“아하!”
여름은 그 말을 해석하면서도 이렇게 행동하는 것이 맞는지 의문을 느꼈다·
“가을 씨의 보컬은 이미 semi finished 되어 있군요· 다만 트레이너로서 하나 peradventure 하자면 가을 씨가 솔로 아티스트가 아닌 그룹에 속해 있다는 것을 keep in mind 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너무 독보적인 color는 proportion을 erode 할 수도 있으니까요·”
“여름아 요한 선생님이 어떤 말씀을 하신 거니?”
“잘했다· 그런데 너는 솔로 아티스트가 아니라 그룹에 속해 있다· 그것을 명심해 두어라?”
“응 그렇구나· 명심할게요· 요한 선생님!”
요한은 그런 가을의 대답에 만족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여름은 그런 요한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가을에게 물었다·
“저 그런데 수업 중에 이런 식으로 잡담을 나눠도 되는 건가요? 요한 트레이너님이 기분 나빠 하시지 않으실까요?”
가을은 그런 여름에게 걱정하지 말라는 듯이 웃어 보이며 말했다·
“응 괜찮아! 이건 전부 요한 선생님의 말씀을 받아들이기 위해서 하는 소통이잖아· 오히려 우리가 알아듣지 못하고 헷갈려하면 울적해 하셔·”
“···”
그렇다면 그냥 평범하게 말하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이 아닌가 싶었지만 여름은 눈치껏 말을 아꼈다·
이다음에도 여름을 통역으로 둔 채 송요한의 적극적인 보컬 수업이 이어졌다·
그렇게 2시간이 흘러서야 요한은 그녀들에게 각자 미비한 점을 지적하고 그를 고치기 위한 과제를 하나씩 내주며 수업을 마무리 지었다·
건조해진 성대의 점액층을 관리하기 위해 이온 음료를 마신 유가을이 여름에게 물었다·
“수업은 괜찮았어 여름아?”
그녀를 따라 이온 음료를 마시던 여름은 음료를 조심히 내려놓고 대답했다·
“네 두 분에 비해 제가 부족한 점이 많아서 따라가는 게 쉽지는 않았지만 그렇기에 많이 배울 기회였어요·”
“아니야! 여름아· 가을 언니면 몰라도 네가 나보다 부족한 점이 많다니 그럴 리가 없는걸··· 너의 목소리는 정말 이뻐!”
“···고마워 겨울아·”
겨울은 여름의 순수한 감사에 배시시하고 웃음을 지었다·
그녀는 그런 여름을 보며 참 순수하고 귀여운 아이라고 생각했다·
“맞아 여름아· 너의 목소리는 담백하면서도 우아한 떨림을 가지고 있어서 정말 매력적이야·”
투베어의 둘은 정말로 좋은 사람이었다·
여름은 이런 사람들의 길을 자신이 망치는 것이 아닐지 염려되었다·
“두 분은 저와 같이 그룹을 해도 괜찮은 건가요?”
“응? 그게 어떤 의미로 하는 질문이야? 나는 너무 좋은걸?”
“나도 좋아· 여름아!”
여름은 당연하다는 듯이 말하는 그녀들의 반응에 가슴이 살짝 떨려오는 것을 느끼며 다시금 말했다·
“아시듯이 저는 사람들에게 비호감으로 낙인이 찍혀있잖아요· 그런 저랑 함께하시면 분명 성공할 수 있는 일도 실패할 확률이 높아요· 저의 옆에 있었다는 것만으로 같은 범죄자 취급을 받을지도 몰라요· 그게 괜찮냐고 물은 거였어요·”
말을 하면 할수록 여름은 후회했다·
자신이 인제 와서 이런 말을 꺼내 봐야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이것은 자신의 죄책감을 지우기 위해 그녀들에게 부담을 떠넘기는 것에 가까웠다·
여름은 다짐했다· 만약 그녀들이 조금이라도 불편을 호소하면 이 그룹에서 나가는 한이 있더라도 그녀들을 배려하기로 말이다·
“여름아· 그렇게 스스로를 상처입히는 말은 하지 말아줘·”
그런 여름의 앞에 나선 것은 한겨울이었다·
평소의 유약하고 나서는 것을 꺼리는 모습답지 않게 그녀는 단호하게 말했다·
“나는 사실 이 그룹에 속한다는 것이 부담스러워· 반짝반짝 빛나는 너와 가을 언니와 비교하면 나는 추악하고 저렴하다고 생각하니까·”
“···겨울아·”
한겨울은 그녀를 걱정하는 유가을에게 짐짓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말했다·
“그래도 이제는 그런 부정적인 사고에 나를 가두지만은 않을 거야· 그거야말로 태양 쌤이 내게 품어준 기대를 배신하는 일이 될 테니까·”
“···”
“우리 자신이 너무 나약하고 부족하게 여겨지는 순간에는 태양 쌤을 믿어보자· 나는 태양 쌤이 우리에게서 빛을 보았기에 여기에 모았다고 생각해·”
진여름은 선태양을 떠올렸다·
아무것도 아닌 자신에게 너무나 과분한 믿음을 보내주던 한 남자를·
“···그래 믿어볼게·”
그것으로는 부족했다·
“그리고 증명할게· 그 믿음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진여름의 각오 어린 선언을 만족스럽다는 듯이 지켜보던 유가을은 따뜻하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런데 그렇게 존칭하니 너무 정이 없는 것 같다· 나는 괜찮으니까 편하게 반말을 해줄래? 우리 한 살 차이밖에 안 나잖아? 생일까지 따지면 1년도 차이 안 나고· ···겨울이랑 다르게 나만 거리감이 있는 것 같아서 조금 슬퍼·”
예의를 중시하는 여름은 거리낌 없이 다가오는 유가을의 수더분함에 살짝 놀라며 변명했다·
“그냥 이렇게 경어를 써도 괜찮지 않을까요? 지금 겨울이도 언니에게 존댓말을 하잖아요?”
“겨울이에게도 볼 때마다 계속 편하게 말해달라고 부탁했는데 안 들어주더라구”
둘의 눈치를 살피던 겨울은 손을 조물조물하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저는 이게 편한데·”
“안돼·”
“···앗·”
선을 넘는 것을 꺼리는 여름과 그냥 인간관계 자체에 어려움을 느끼는 겨울을 보며 그녀는 단호하게 말했다·
“우리는 같은 팀으로서 숙소에서 동거하면서 같이 합을 맞춰야만 하잖아· 그렇다면 계약이 끝나기 전까지 24시간에 가깝도록 삶을 함께해야겠지· 그런 상황에서 우리의 마음이 하나가 되어서 노력하지 않는다면 알게 모르게 논란을 만들 수도 있어· 또 아이돌 활동을 하다 보면 분명 외부에서 시비가 걸려 오는 일도 있을 거야· 그때 적어도 우리만은 똘똘 뭉쳤으면 좋겠어·”
가을은 특유의 포근한 따뜻함을 가진 미소와 함께 둘을 바라보며 말했다·
“단순한 비즈니스 관계로 남을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 긴 계약기간 동안 그렇게 서먹한 사이로만 남기는 싫은걸?”
“···저도 그건 조금 싫을 것 같아요·”
그런 겨울의 동의에 방긋하고 미소를 지은 가을은 말했다·
“그러니 지금부터 서로 말 편하게 하는 거야! 이게 우리가 벽을 허무는 시작인 거지· 물론 나의 이런 의견에 반론은 가능하지만 그 반론은 반말로 해야 해!”
“···그거 결과적으로 똑같은 거 아닌가요·”
“응 뭐라고 겨울아?”
“아뇨! 별말씀 안 했··· 아 대단한 말이 아니었어· 가을 언니”
“잘했어! 겨울아·”
촌극이었다·
“후일 우리끼리 의견이 부딪쳐서 싸움이 일어났을 때를 생각해 보자· 그때 우리 사이에 경어를 하는 등의 위계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물론 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부터 편한 관계를 쌓는 것이 그런 상황에 더 도움이 될 거로 생각해·”
한겨울은 그런 유가을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그런데 가을 언니 저희가 싸울 일이 있을까요?”
“요?”
“···있을까?”
그런 한겨울을 보며 진여름은 바로 경어를 그만두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음··· 나도 사실 그럴 일은 없을 거로 생각해· 겨울이도 여름이도 정말 보기 드물게 착한 아이들인걸? ···부끄럽지만 나도 알바를 많이 하면서 사람들과 어울릴 일이 많았었는데 한 번도 싸운 적이 없었어· 그러니까 우리는 괜찮지 않을까?”
그 점은 여름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겨울 가을뿐만이 아니라 이곳 투베어의 사람들은 이상할 정도로 호인들로 가득한 집단이었다·
그러한 사람들이기에 괜찮으리라는 막연한 생각이 들었다·
여름은 그 생각을 담아서 공감했다·
“맞아요· 이곳 투베어라면 그런 일은 없을 것 같아요·”
“요?”
“···같아·”
그 촌극의 관객에서 주인공이 된 그녀는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겨울도 가을도 함께 웃었다·
그렇게 서로의 얼굴을 보며 실컷 웃고 나서야 가을이 말했다·
“그래도 특정한 한 명만이 식단 조절을 한다던가 방송에서 실수한다던가 그룹에서 한 명만 인기가 좋아서 혼자 돈을 벌고 정산은 똑같이 하는 일 등을 겪다 보면 마음이 상하고 싸우게 되는 일이 많다고 하더라고·”
“괜찮을 거야· 가을 언니· 우리라면 그러지 않을 거로 생각해·”
“맞아요 ···앗 맞아· 저희는 싸우는 일 같은 건 없을 거야· 무엇보다 그런 상황이 오면 태양 쌤이 어떻게든 해주지 않으실까? ···헤헤·”
순간 그녀들의 머릿속에는 같은 사람이 그려졌다·
“맞아· 선 팀장님이 있으니까 괜찮을 거야·”
그 사람이 곁을 지켜준다면 괜찮으리라는 확신이 들었다·
“오 연습은 잘 마쳤니?”
그때 트레이닝 룸의 문이 벌컥 열리며 선태양이 들어왔다·
품에는 유명 카페에서 사 온 듯한 음료가 들려 있는 채였다·
“태양 오빠!”
“태양 쌤!”
돌연히 나타난 태양을 보며 반색한 겨울과 가을은 선생님을 보고 달려드는 유치원 아이들처럼 쫑알쫑알 말을 이었다· 태양은 그런 그녀들을 보며 대답하는 대신 살짝 웃어주기만 하고는 진여름에게 다가왔다·
“여름아· 오늘 수업은 괜찮았어?”
“···아 네! 좋았어요·”
만족스럽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 태양은 둘의 눈치를 살짝 보더니 여름의 귓가에 입을 대고 귓속말하였다·
“그런데 그 미래를 보았다는 사실은 다른 사람들에게는 비밀인 거 알지?”
그가 너무나도 가까웠다·
그 떄문에 여름은 대답을 하지 못하고 볼만을 붉혔다·
그러자 스산한 바람이 불어오는 것 같았다·
그 음험한 기세의 출처는 손가락 한 마디의 간격으로 여름에게 다가간 태양을 보는 시선에서였다·
여름은 그 모습을 보며 확신했다·
‘이거 언젠가 한 번 크게 싸우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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